경기 DSR 유지 가닥에 아파트도 구매 어렵다며 2030 내 집 마련 포기한다.
머니투데이|배규민 기자, 조성준 기자|2022.05.02.
직장인 김모(30)씨는 서울 아파트 매수를 포기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기대감이 컸는데 총부채상환비율(DSR)이 적용되면 대출 한도가 동일하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경기도 외곽이나 빌라로 알아봐야하나 고민 중이다. 연봉 1억원이 넘는 전문직 이모(35)씨는 대출을 갚을 능력이 되지만 그동안 LTV 규제 때문에 대출 한도가 많지 않았다. 이모씨가 매수를 희망하는 아파트 단지는 호가가 15억원이 넘기 때문에 어차피 대출 자체가 안 된다. 15억원 이상 대출 규제를 풀지 않는 이상 아파트를 매수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은 동일하다.
새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LTV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연봉이 높지 않은 직장인이나 사회 초년생의 내집 마련은 여전히 쉽지 않을 전망이다. DSR은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일정 비율 이상을 넘기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에 소득이 낮은 사회 초년생들에게 특히 불리하다. 새 정부가 청년층에 대해선 DSR 규제 완화를 시사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자 시장은 또다시 관망세가 감지된다.
LTV 규제 푼다지만 경기도 아파트 사기도 힘들다.
5월 2일 서울 성동구 옥수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자 당선 이후 매수 문의가 급증했는데 지난 주부터 확 줄었다"면서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A대표는 "옥수동은 실수요자가 많고 이전에 살던 집을 팔고 옮기려는 사람들도 많다"면서 "그러다보니 대출 규제 완화 이슈에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지역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전용 84㎡ 매매가가 10억~12억원대로 젊은 부부나 4인 가족이 실수요로 많이 찾는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소재의 B공인중개소 대표는 "2030세대들이 주로 집을 보러 오는데 대출이 막혀서 거래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DSR규제 때문에 대출이 안 나와서 다른 쪽으로 자금을 구하려고 했는데도 결국은 어려워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대출 규제 완화를 기대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최근에는 문의가 더 줄었다고 귀띔했다.
차기 정부는 시장의 기대감과 달리 DSR규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미래 소득 증가가 예상되는 청년층에 대해서는 대출 한도를 늘리는 방향으로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DSR 제도 유지는 필요하다고 보는데 DSR의 산정방식과 관련해서는 경직적으로 운영되는 부분이 있다"며 "미래소득 반영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들이나 미래소득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대출을 늘려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은행권을 통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규제지역에 9억원 아파트를 구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LTV를 70%로 확대하더라도 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 한도는 큰 차이를 보였다. 30년 만기, 금리 연 4.17% 원리금균등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연 소득 5000만원 직장인은 LTV를 70%까지 적용하더라도 대출한도는 3억4200만원으로 LTV 40% 적용할 때와 동일하다. 반면 연 소득 6145만원인 직장인은 대출한도가 3억6000만원에서 4억2000만원으로 17% 늘어난다. 연 소득 1억원 고소득자는 3억6000만원에서 6억3000만원으로 대출 한도가 종전보다 75% 늘어난다.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와 집값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는 사람)이 사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C공인중개소 대표는 "매수 문의가 거의 없다"면서 "상대적으로 아파트값이 저렴해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갭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무주택자들도 무리해서 집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의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