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계산(玉鷄山)은 주변 삼태산(三台山 875.8m)의 명성에 비하여 덜 알려진 까닭에 사람의 발길이 뜸한 산이다.
풍수지리에는 주로 좌청룡 우백호와 봉황이 등장하지만 닭과 관련하여 금계포란(金鷄抱卵)형을 길지로 친다.
금계는 아니지만 옥계또한 예사롭지 않을 것.
등행 중 뒤돌아보면 삼태산이 멋진 자태를 뽐내고, 트인 좌측 하늘 끝자락에 태화산(太華山)이 위용을 드러낸다.
소백산맥은 시계를 한정시키더니 낯익은 겸암산(향로봉)으로 시선을 당긴다.
미끄러운 길 조심스레 걷다가 용산봉이 손에 잡힐 듯하면 산행은 막바지로 향하고, 남한강이 마중나와 산자락을 와락 끌어당기고 만다.
삼태산에선 동서 영월지맥과 남북 삼태산~옥계산 20km가 넘는 산줄기가 교차한다.
거칠지만 뚜렷한 남북의 능선 한갖진 끝구간이 오늘 우리가 걷는 길의 포인터가 된다.
산행의 끝자락 노갈봉에서 느릿느릿 굽어도는 얼어붙은 남한강을 바라보는 산객의 가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산길은 반육반골(半肉半骨)로 처음엔 육산이더니 이내 아기자기한 골산으로 변한다.
거기다 유무명(有無名)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조금도 지루할 틈이 없었고,또 발밑 낙엽암초(暗礁)에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노은치(露銀峙 약 400m)는 고개가 높아 늘 이슬이 맺힌다하여 노운재, 농우재라고도 불렸다.
노은치를 깃점으로 북으론 삼태산이,남으로는 옥계산이 자리하고 있다.
삼태산을 남자산,옥계산을 여자산으로 불려 왔으니 노은재에 은빛 이슬이 반짝일 때 두 산은 은밀히 사랑을 속삭였을 것이다.
그래서 옥계산을 옥(玉)자 돌림인 옥녀봉, 옥이산, 오기산으로 불리어졌는지 모른다.
거의 가꾸어지지않아 산길 거칠지만 좋게보면 청정산길 그 자체이다.
북단양IC에서 내려 고개를 꾸불꾸불 넘어 노은치에 닿았으나,갈 때는 단양IC를 통해서 귀갓길에 올랐더니 훨씬 원만하였다.
산행코스: 노은재(약 370m)-수리봉-옥계산-푯대봉-둔지미산(U턴)-노갈봉-가대교-생태습지 주차장
산행궤적
8.3km 를 약 4시간 30분 걸렸다.
고도표
A팀의 들머리인 노은재(해발 약 370m)는 고갯마루에서 영춘면쪽으로 조금 내려와야만 한다.
이는 노은재 고갯마루 절개지에 휀스가 쳐져있어 진입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사유지인 듯 휀스가 쳐진 입구에 버스가 충분히 회차할 수 있는 공터가 있고, 진입로는 휀스를 따라 능선에 붙는다.
옥계산 등산로 안내판엔 노은재에서 옥계산까지 3.1km(2시간 30분)란다.
능선에 올라서자 처음 만나는 이정표.
다듬어지지 않은 민낯의 수더분한 산길이..
죽은깨,검버섯 등으로 얼룩져 보이더니...
버짐이라도 났는지,화상이라도 입었는지,등로 좌측 산사면의 피부에 상채기가 났다. 등로랄 것도 없는 산길은 날등을 고집한다.
돌아보니 일행들은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자기 걸음에 열중하고 있다.
또다시 만나는 상채기는 아까 노은재 들머리의 잠긴 철문으로 올라오는 길인 듯하다. 그렇다면 사유지로서 유실수를 심기위한 과수지인가?
우리는 날등을 고수,낙엽을 쓸며 오르내리기를 십수 회 반복한다..
돌아보니 누에머리봉(좌)과 삼태산(우)이 우뚝 섰다.
그리고 등로 좌측으로 태화산이 하늘금을 그린다.
당겨본 태화산.
과수용지로 보이는 비탈 날등이 우리가 걷고자 하는 길.
가시바늘이 위압적인 엄계나무를 지나...
좌측 동쪽 사면은 자꾸 볼수록 용도불명.
등반내내 우리와 눈맞춤을 하는 태화산은 다음 기회에 우리를 초청하는 듯하다.
돌아본 지나온 날등길과 뒤로 고개를 내민 삼태산.
누에머리봉도 고개를 내밀고 키재기 하잔다.
거친 듯 수더분한 산길이...
아기자기한 맛을 느끼게 하고...
주의를 기울이며...
낙석 위험지대도 조심스레 올라야 한다.
돌아본 모습.
진행할 등로는 흡사 상고머리 스타일 김정은 머리통 같아.
또 돌아본 모습.
다시 돌아본 산줄기 뒤로 가창산과 영월지맥과 갑산지맥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있다.
이윽고 오른 옥계산에서 청일점 김장 고문님과 한마음 이뿌이들.
에구~ 박치용 고문님과 찍은 내 사진이 와이리 흔들렸노?
옥계산에서 점심보따리를 풀었다.
충북 북부지방에 한파가 내린다는 예보에 고구마 두 개만 싸가지고 가서 백수오님의 와인 두 잔을 정상주로 곁들였다.
영춘면 장발리 갈림길.
푯대봉에 올라 삼각점의 눈을 쓸어 내렸다.
서래야님의 푯대봉 코팅지.
'소백의 아침을 여는 사람들'의 푯대봉 코팅지
이제 남한강이 조망되기 시작하더니...
진행방향 우측으로 둔지봉(둔지미산)이 막아선다.
남한강의 수려한 물줄기는 좁은 산맥을 가르고...
멈춘 듯 유유히 흐른다.
아무렇게나 생긴 봉을 올라...
철탑을 지나야 둔지봉을 오를 수 있어...
장발리 갈림길이 있는 지점을...
또 종궁산이라 했다. 평소 코팅지를 붙혀 지형을 알기쉽게 하는 건 고마우나 무분별한 작명은 오히려 헷갈리기만 할 것.
갈림길에 배낭을 벗어놓고 둔지미산을 올랐다.
둔지미산을...
둔지봉이라 하기도... U턴하여 갈림길로 되돌아와...
다시 남한강을 내려다보고...
진행방향으로 나무숲에 가린 용산봉을 바라본다.
용산봉 좌측의 향로봉(겸암산)도 가늠하고...
<줌> 향산리 방향 '단양향산리삼층석탑(보물)'에 눈길이 가지만 확인 불가다.
안부에서 잠깐 된숨 한 번 몰아쉬니 데크시설이 갖추어진 노갈봉에 올라선다.
* 노갈봉은 노인이 갈잎 도롱이를 스고 남한강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산세라고 붙여진 이름이란다.
오늘 최고의 하이라이트 노갈봉에서 '백수오'님이 남한강을 배경으로 폼을 잡았다.
잡목이 시야를 일부 가리고 있지만 우측으로 용산봉과 좌측 겸암산(향로봉)이 시야를 막아선다.
노갈봉에서 구비도는 남한강의 수려한 모습을 바라본다.
서래야님의 노갈봉 코팅지 뒤로 향로봉이 보인다.
돌아보니 좌측이 둔지미산(둔지봉)
용산봉과 향로봉 사이에 소백산의 장쾌한 마루금.
동편 남한강변으론...
깎아지른 단애가 오금을 저리게 한다.
노갈봉에서 내려서다 다시 한 번 남한강을 굽어보니 출렁이는 물결위로 하얀 포말인 듯,얼음인 듯.
능선을 무심코 내려서다 이정표를 발견, 가대리문화마을로 방향을 틀었으나 이 길로 곧장 내려가면 바로 탈출로로서 가대1리.
좌측 미끄러운 산사면을 휘돌아 간다.
급경사 윗면에서 밧줄로 안전을 확보한 길을 만나고...
낙엽에 묻힌 나무계단을 따라...
벤치가 있는 지점을 지나서...
가대리 방향으로...
내려선 안부의 이정표에
가대리로 내려서는 탈출 갈림길이 있어 신 고문님을 내려가시라 하였지만 혼자 가기 거시기하다고 끝까지 동행.
갑자기 이정표가 부쩍 많아진 산길에서...
서래야님은 노간봉 코팅지
현위치인 임의의 노간봉(359.5)에서...
나는 또 '향산리삼층석탑'을 눈을 닦고 확인하러 들었지만...
<줌> 확인할 수 없었다.
359.5봉에서 남한강변(가대문화마을) 가파른 내림길로 나무계단 하산길이 정비되어 있었다.
일행들을 천천히 내려가시라고 하였는데, 바쁜 걸음으로 좇아가도 만날 수가 없었다.
그새 한참이나 간 것같고, 반듯한 등로는 가대리 문화마을 방향 왼쪽 사면으로 비스듬히 쏟아지고 있었지만 나는 능선을 고집...
가대리 방향으로 진행하며 우측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을 기웃거리다...
무덤자리인 듯 공터에서 우측 희미한 길로...
내려서면 길은 점점 뚜렷해지고...
반듯해진다.
임도를 만나면서 우측 지점에...
'가대리 산17번지' 입산을 금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포장임도를 돌아서자...
가대1리 마을이 나타나고 우리 버스와 좌측으로 가대생태습지가 보인다.
살짝 당겨본 우리 버스.
돌아보니 잘록한 곳 우측 능선에서 내려섰고...
팔각정자가 마련된 생태습지 주차장엔 우리 버스만 덩그렇다.
우측엔 '기독교대한감리회가대교회'<단양군 가곡면 가대5길 3-8>가 있고...
'가대생태습지' 안내판과...
가대1리(안말) 버스 정류장이 있다.
내려온 산을 우러러보니 노갈봉은 한 성깔있어 뵈는 남한강변 단애로 이루어져 있고, 좌측 두루뭉실 수더분한 봉우리는 둔지미산(돈지봉)이다.
조금 당겨보았다.
그리고 주차장 아래 '가대생태습지'엔 습지 갈대숲을 따라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어 천천히 힐링할 수도 있으므로 날머리로선 딱이다.
-인생(人生)-
차창(車窓)을 내다볼 때 산도 나도 다 가더니
내려서 둘러보니 산은 없고 나만 왔네
다 두고 저만 가나니 인생인가 하노라.
-이은상(李殷相, 1903-1982)
이 산 저 산 바쁘게 좇아 다니다
문득 돌아보니 세월은 저만치 가고 있네.
산도 들도 다 두고 나만 가고 있으니
공허한 마음 둘 데 없네.
물끄러미 먼 하늘 쳐다보다
빈 호주머니만 괜스레 만지작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