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교구 목포 북교동 성당
모이면 기도하고 흩어지면 선교한다
목포 8경 중에서도 제1경으로 꼽히는 유달산을 마주하고 있는 광주대교구 목포 북교동성당(주임 이준용 신부). '호남의 개골산'이라 불리는 유달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성당은 유달산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어머니 품같은 푸근함을 주는 정감 넘치는 성당이다.
1958년 5월 본당 설정과 동시에 목포지역에서 세번째로 세워진 이 성당은 대지 1771평에 건평 292평 규모로, 잘 가꾸어진 성모동산과 정원, 그리고 넓은 잔디밭과 운동장이 산 정상에 오른 것 못지않은 시원스러움을 안겨준다.
북교동성당은 46년전 처음 모습과 지금 모습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변화가 있었다면 마루 바닥이 대리석 바닥으로 바뀌었고, 성당 창문이 개폐식으로 교체됐으며, 아연판 지붕이 슬레이트로 대체된 것이 거의 전부다.
성당 부지는 극작가 김우진(1897~1926)이 살았던 집으로 그의 아버지 김성규씨가 성당에 기증했다. 김우진은 29살 젊은 나이에 '사의 찬미'로 유명한 한국 최초의 여성 성악가 윤심덕과 함께 창해에 몸을 던져 자살한 비운의 천재 극작가였다. 김우진이 생전에 이곳을 '성취원'이라 이름지어 부르며 무척이나 아꼈다고 한다.
현재 수녀원 옆 잔디밭에 김우진을 기리는 작은 기념비가 서 있다. 비문에는 "이곳은 신학문 초기에 극문학과 연극을 개척 소개한 수산(水山) 김우진 선생이 청소년기에 유달산 기슭을 무대 삼은 희곡 <이영녀> 등을 썼던 자리임"이라고 씌어 있다.
벽돌조 건물인 북교동성당은 고딕양식의 건축기법을 도입, 성당 입구 한가운데에 종탑을 설치해 놓았다. 종탑 가운데에는 본당 수호성인인 성 비오10세 교황상이 있고, 꼭대기에는 대형 십자가가 서 있다.
성당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제단 십자가가 시선에 들어온다. '평범하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나무 십자가는 '신자들의 모든 시선을 흐트러짐없이 제대로 집중시켜야 한다'는 전례에 있어서의 제단 십자가의 기능적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신자석에서 십자가를 중심으로 제대 좌우측에는 성모상과 예수성심상이 있고, 예수성심상 옆에는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과 빵을 나누는 부활하신 예수상'이 부조로 장식된 감실이 있다.
성당 네 벽면 창은 '예수의 생애'를 그린 색유리화로 장식돼 있고, 색유리화 사이사이에 청동 부조로 만들어진 '십자가의 길 14처'가 설치돼 있다.
북교동성당은 성당 입구 언덕길부터 성모동산, 성당마당까지 꽃길로 장식돼 있다. 성당 마당은 잔디밭으로 꾸며져 있고, 성모동산을 끼고 성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만발하다. 성모동산은 각종 정원수와 꽃으로 장식돼 이국적 분위기마저 느끼게 한다.
북교동본당은 성당 건립 다음해부터 가톨릭구제회의 원조를 받아 목포지역 가난한 주민을 대상으로 구호사업을 벌였다. 그 전통이 지금도 이어져 사무실 옆에 무료급식소인 '양지회관'을 설치, 인근 목포역 행려자들과 기초생활수급대상자를 상대로 매주 화·수·목요일에 무료급식을 하고 있다.
제5대 본당주임 부 바드리시오(성골롬반외방전교회) 신부 재임(1962~1965) 때는 주일 미사 때 시작 종을 울리고 나면 본당 신부 지시로 성당 문을 잠가버렸다. 미사에 늦지 말라는 독려 겸 경고의 취지에서였다. 이로 인해 적지 않은 신자들이 본당을 떠나기도 했지만 대다수 본당 신자들은 미사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됐고, 이는 자연스럽게 열심한 신앙생활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본당은 또 1972년부터는 본당 자립을 위한 평신도 중심의 각성운동을 시작해, 능동적 자세로 기도생활에 열성을 기울이고, 신자배가를 위해 외짝 여교우들이 남편부터 입교시킬 목적으로 '한울회'를 창립하는 등 남다른 사도직 활동을 폈다. 이러한 신앙적 열성으로 인해 현 광주대교구 총대리 김희중 주교를 비롯한 이영수·김재영·고재영 신부 등 본당 출신 성직자도 다수 배출했다.
북교동본당 신자들의 열심하고 활발한 전통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주임으로 부임한 이준용 신부는 신자들과 함께 성당에 '선교사무실'을 설치하고 1주일 내내 '선교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선교 도우미들이 그날 그날 쉬는 신자를 비롯한 선교 대상자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한 후 일지에 기록한 대상자의 관심정도에 따라 본당 신부와 수녀가 방문하도록 안내해 주고있다. 또 미사때마다 '모이면 기도하고 흩어지면 선교하자'는 선교 구호를 외치고 구역별로 가두 선교단을 조직, 선교에 전념하고 있다.
이 결과 지난 2월과 3월 두달 사이에 예비신자 110명을 성당으로 인도했다.
'데이터 사목'을 내세우는 이 신부는 신자들이 좀더 재미나고 편안하게 성당에 나오고 신앙생활을 하도록 파격적(?) 배려도 마다않는다.
주일 미사때 헌금바구니에서 헌금을 거슬러 가게 하는가 하면 예비신자가 교리수업에 빠지면 다음날 점심시간을 이용, 그 신자의 회사나 가정을 방문해 1대1수업을 하고 온다.
"직업란에 서비스업이라고 쓴다"는 이 신부는 "본당 주인은 평신도인 만큼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본당을 운영하고 선교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1. 북교동성당 전경. 넓은 잔디밭과 꽃정원, 단아한 성당 모습이 포근할 뿐 아니라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2. 성당 내부 모습. 성당 네면의 창에는 예수의 생애를 그린 색유리화로 장식돼 있고, 제대는 신자들의 시선이 흩어지지 않도록 제대 중앙 십자가를 중심으로 잘 꾸며져 있다.
3. 고딕 양식을 기본형으로 건축된 북교동성당 전면. 가운데 종탑 부분에 본당 수호성인인 성 비오 10세 교황상이 모셔져 있다.
[출처;평화신문/발행일 : 2004-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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