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0,화요산문/악담이었을 뿐이길/김용원
점심식사 후면 잠깐씩 눈을 붙이는 습관이 있어 그걸 거르면 몸 상태가 어떨까 시험하려고 식사가 끝나자마자 공원을 갔었다. 그곳에서 멋진 광경을 봤다. 고수머리의 사내가 공원 쉼막 아래 의자에 앉아 휠체어를 탄 극노인과 얼굴을 마주하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고 있었다. 대충 알만했다. 언젠가 들었던 말을 기억해냈다. 자기 동에 결혼도 하지 않고 노래만 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었다. 아직 일할 나이인데도 공원 구석에서 노래나 하고 있고, 그의 어머니는 늙어 꼬부랑깽깽인데도 고물을 주우러 다닌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나 또한 고물을 줍는 그 노인네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바로 그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러고 나서 저녁식사 후 자주 해오던 대로 짝꿍과 같이 공원을 걷는데, 거의 대여섯 시간이 지난 그때껏 그 사내와 휠체어 탄 안노인이 낮에 보았던 광경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짝꿍과 나는 곧바로 그곳으로 가 옆 벤치에 앉았다.
청중이 있자 끼가 발동한 그는 곧바로 노래를 불렀다. 자신이 어머니를 위해 다섯 곡을 작곡했다며 그중에 두 곡도 불러주었다. 아내는 눈자위를 찍어냈다. 나 또한 가슴이 뭉클하는 바가 있었다.
노래는 그저 그랬고, 기타 치는 솜씨도 코드 잡는 거며 그저 그랬지만, 목소리는 나이와 다르게 또랑또랑한 편이었다. 마침내 노래를 마치고 말을 주고받게 되었다. 자랑 섞어 자신의 처지와 생각을 털어놓았다. 목소리에는 열정이 있었고, 또한 나름대로 그만한 수준의 어휘도 튀어나왔다. 그렇게 일상적인 대화로부터 약간 머리를 써야 하는 대화로까지 진전되더니만, 어느 순간 ‘하나님 말쌈’이 튀어나오면서 꼬리에 불달린 토끼처럼 튀기 시작했다.
자주 경험하는 바지만, 주특기대로 성경 한 구절을 프랭카드로 머리 위에 걸어놓고 온 세상의 진리를 그곳에 꿰어맞추는 식의 열변이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하나님 아버지, 전능, 사랑, 믿음, 성령 등등의 단어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동안 ‘하나님 전사’들의 무차별적 공격에는 맥을 못춰왔는데,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다.
나는 가까스로 시간을 내어 대화가 부드러워지려면 예술과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빼는 게 좋다는 말을 했다. 그는 인정하는 척하더니 다시 ‘하나님 전사’의 전투 의지를 과시했다. 어느 순간 머리가 흔들리더니 구역질이 느껴져 예의고 뭐고 차릴 새 없이 불끈 일어나 그곳으로부터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날 저녁 뱃속이 거북하여 소화제를 먹었었다.
요즘 코로나사태가 온나라를 긴장시키고 있는데 일부 개신교 지도자들이 요상한 논리를 내세워 혹세무민하면서 나랏일을 그르치고 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그때마다 나는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뱃속이 거북하여져 물이라도 마셔야 했고, 이젠 그게 습관이 되었지 싶다. 신천지로부터 광복절 속옷목사사태 때 우리를 그토록 긴장시키더니 이번엔 상주열방센터에서 IM센터까지, 과연 이들은 기본적 상식이라도 갖춘 사람들인가 의심을 갖게 했다. 성경말씀을 목숨보다 중하게 여긴다는 그들에게 이참에 이 말 한마디는 꼭 해주고 싶다. “네 이웃을 내 몸처럼 생각하라는 말씀을 실천하는 게 코로나확산에 앞장서는 일이냐”고.
코로나로 온나라가 뒤집어지고 있는 미국을 따라가자는 뜻이냐고도 묻고 싶다. 그리고 국격이 곤두박질치고 국민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당신들이 바라는 목표냐고도 묻고 싶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당신들 때문에 개신교에 대한 이미지가 극히 부정적으로 고착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유럽의 교회들처럼 얼마 가지 않아 거의 모든 교회가 문을 닫든가 장사꾼들에게 세를 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 거라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받아들였으면 싶다. 이번 사태로 개신교계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거라는 말이 악담이었을 뿐이길 바라면서 몇 자 적어 올린다.
※코로나19 팬더믹 시기에 썼던 글인데도, 지금 시국 성향과 크게 다를 바가 없네요. 사필귀정, 옳은 방향으로 가다듬어지겠지요.
/어슬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