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년 간 0.74도 상승했는데도 폭염과 홍수, 분쟁과 난민 증가
1.5~2도 상승 달성 못하면 탄소배출 '0'으로도 재앙 돌이킬 수 없어
» 2015년은 1880년 이후 지구기온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였다. 역사상 가장 더웠던 16개 연도 가운데 15해가 2001년 이후 발생했다. 사진은 1951~1980년 사이의 평균을 기준연도로 했을 때 온도가 얼마나 상승했는지 보여준다. 사진=미항공우주국(NASA).
지난해 12월 196개 나라가 파리에 모여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파리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지만, 지구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금세기 말까지 1.5℃를 크게 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한 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성과로 인정한다.
파리협정은 2014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제시한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인 2℃ 상승(RCP2.6)보다 더 엄격하게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로 결의한 것이다. 1.5℃ 억제에 합의한 것은 기후변화로 나라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 투발루와 같이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들이 강력히 요구해 온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예측보다 훨씬 빠르게 큰 규모로 세계 각지에서 속속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
산업화 이전보다 1℃ 높은 지금 지구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기후변화 영향이 어떨 것인지에 대해 이 글은 2014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40차 IPCC 총회에서 최종 채택된 제5차 평가종합보고서를 참고로 하였다. 이 보고서는 세계 각국의 전문가 45명이 주 저자로 참여하고 800명의 전문가가 평가한 기후변화에 관한 세계 과학계의 종합보고서이다.
IPCC 보고서를 보면 1850년대 이래로 지구온난화는 심해졌다. 특히 10년을 주기로 비교해 보면 최근 30년 동안 기온상승이 두드러진다(그림1).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 온실가스 농도도 같이 증가하였다(그림 3).
이렇게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가 증가하면서 해양은 계속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산성화되었다. 또 기온이 상승하면서 빙하는 축소되고 해양빙 면적도 줄어들면서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은 1901년에 비해 0.19m 상승했다(그림 2). 그리고 이와 같은 지구의 기온상승이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로 확인되었다(그림 4).
또한, 기후변화로 여러 지역에서 강수량과 기온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땅, 강, 바다 할 것 없이 생물의 서식환경이 변화하게 되었다. 그간 지역적으로 기후에 맞추어 자리 잡았던 농업, 어업 등이 큰 타격을 입게 되었고 수많은 생물종이 사라져가고 있다.
기후변화는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평균기온이 1℃ 만큼씩만 상승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 100년간 전 세계 평균기온이 0.74℃ 오르는 동안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1.7℃ 상승하였다.
기후변화로 폭염 발생가능성은 두 배 이상 증가하고 홍수의 위험과 해일도 증가하였다. 기후변화는 온도상승만이 아니라 기후로 인한 재난의 상승을 의미하기도 한다.
» 미국 알래스카 피요르드 국립공원에 있는 엑시트 빙하. 지구온난화 위협을 강조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해 유명해졌다. 사진=연합뉴스
빙하가 녹아내리고 만년설이 녹아내리면서 히말라야와 같이 만년설에 수자원을 의지하고 있는 지역의 홍수피해와 가뭄은 심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 지역의 오랜 정치적 긴장도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지역에 따라서 수자원과 식량부족이 더욱 심각해지면서 수단과 같은 나라에서 집단 난민이 증가하여 국내에서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난민문제가 심각해지고 지역 간 분쟁도 늘어나고 있다.
이것이 산업화가 시작된 시기인 1880년보다 지구 평균온도가 0.85℃ 더워진 지구의 현재이다.
지구는 사람의 몸과 마찬가지로 여러 기관과 생물이 상호작용을 하는 생물체처럼 움직인다. 정상적인 인체의 평균온도는 36.5℃인데 체온이 40℃가 넘으면 두통, 근육통 등 통증이 심해지고 41℃가 넘으면 헛소리를 하거나 정신을 잃기도 하는 등 매우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되며 체온이 42℃가 넘으면 생명을 잃을 확률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빈국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들은 기후변화를 초래한 책임은 거의 없으면서도 가장 먼저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사진=FMSC Distribution Partner-Reach Now International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었던 1995년의 지구 평균온도가 15.5℃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구기온이 1.5℃~2℃ 상승한다는 것은 체온이 40℃~42℃ 이상으로 높아지는 것과 비슷한 충격을 주게 된다. 산업화 이전보다 1.5℃~2℃ 상승한 지구의 미래를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다.
금세기말까지 파리협정에서 약속한 1.5℃~2℃에서 기온상승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이후에 어떤 노력을 해도 기후변화를 막아낼 수 없다. 기후변화 억제를 위해 우리가 더 노력하지 않는다면 금세기말 지구의 온도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4℃ 이상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온실가스를 더 이상 방출하지 않아도 온실효과는 점점 더 빨라지게 되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한 파국은 막을 수 없다.
1.5℃~2℃ 기온 상승을 막아내지 못하면 지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기후변화가 진행되면서 21세기 중반 이후 생물종은 더욱 급격히 사라지게 될 것이며 기후변화로 용존산소가 감소하고 산성화가 증가해 산호초나 북극생태계와 같은 많은 바다생물이 멸종할 것이다. 원양어업은 무너질 것이고 연근해 어업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해류가 변화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는 바다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 칠레의 대형 건착망 어선이 페루 헤안에서 한 번의 그물질로 약 400t의 고등어를 잡아들이고 있다. 남획과 기후변화가 겹쳐 금세기 중반에는 세계의 주요 어장이 붕괴될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사진=C. Ortiz Rojas, 위미키디어 코먼스
세계의 곡창지대였던 열대 및 온대지역에서 밀, 쌀, 옥수수의 수확량은 많이 감소하면서 세계 및 지역은 심각한 식량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2℃만 올라가도 인도의 식량생산은 25%가 감소한다는 예측에 따르면 인도에서만 2억 5000만 명의 먹을 것이 사라지게 된다.
가뭄은 더욱 심각해지면서 수자원을 둘러싼 분쟁이 심각해질 것이다. 수자원 고갈로 전세계 광범위한 지역에서 난민이 증가하고 세계 곳곳에서 내란 및 전쟁이 빈발하게 될 것이다. 특히 곡창지대인 아열대지역의 수자원 고갈이 심각해질 전망인데 이곳에서 밀려나온 유민들로 인한 난민문제에서 한반도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기후변화는 폭염 스트레스, 폭우, 범람, 산사태, 대기오염, 가뭄, 해일 등을 통해 도시지역 주민, 자산, 경제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대부분 해안에 위치하는 대도시들은 기능 마비 상태에 빠질 위험이 크다. 특히, 사회 기반시설이나 공공서비스가 갖춰지지 않았거나 서울과 같이 기후변화 폭이 컸던 도시의 경우 이러한 위험은 더 크게 발생한다.
또한, 많은 지역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질병문제가 증가할 것이며 특히 개발도상국 저소득층에서 이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다.
» 북극 영구동토지대의 여름철 모습. 절벽에 희게 드러난 부분이 얼음층이다. 영구동토층이 급속하게 녹고 있다. 북극해 부포트해의 2013년 8월 모습이다. 사진=Awing88, 위키미디어 코먼스
지구온도가 상승하면서 영구동토층이 더욱 급속히 녹을 것이다. 시베리아와 같은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영구동토층 아래 붙잡혀 있던 메탄과 같은 온실가스가 대기로 방출되고 이런 사태까지 벌어지게 되면 인간이 온실가스를 더 늘리지 않아도 지구온난화는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지구 기온상승이 기온상승을 불러오는 양성 피드백은 영구동토층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는 약 절반이 해양 조류에 흡수되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조류가 사라지면서 해양의 탄소흡수율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또 북극해가 녹게 되면, 반사율이 대단히 높아 햇빛의 70%를 곧장 대기권으로 되돌려 보내던 얼음이 사라지고 햇빛의 94%를 흡수해 열로 바꾸는 해양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이렇게 양성 피드백이 시작되면 이제 지구의 기후변화는 인류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인류가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아도 지구의 온난화를 막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파국을 막기 위한 최소한, 그것이 이번 파리협정에서 결정한 1.5℃다.
»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파리기후회의를 앞둔 지난해 11월29일 서울 중구 태평로 청계광장에서 태양광 패널 모양의 팻말을 들고 100% 재생가능에너지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파리협정은 우리에게 닥친 위험이 불편이 아니라 재난이라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과 여유는 없다. 1.5℃ 상승은 최선이 아니라 마지막 기회이다.
이수경/ 환경과 공해연구회 회장
첫댓글 오만한 인간. 그 끝장을 모르고 전진 또 전진 할거라는.
인간이 제일 무섭네요.
1.5도 적은 수치가 엄청난 재앙을...
1.5도로 지구를 지켜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