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는 가고싶지않아 울게된다는 그 섬, 울도 백패킹
당산등대 및 북망산 트레킹 조망 환상적
등대 및 북망산 원점회귀 코스 5.9km, 3시간 30분 정도 소요
지난 4월 26-27일 백패킹으로 ‘울도’에 다녀왔다. 4월 들어 섬 백패킹이 두 번째다. 4월초에는 대이작도, 이번엔 울도 섬 백패킹이다.
울도는 인천앞바다 덕적군도에 속하는 섬으로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약 2시간여 걸리는 섬이다. 1시간 남짓 걸려 덕적도에 도착한 후 다시 배를 갈아타고 1시간 이상 더 가야 한다. 덕적군도 중에서는 가장 먼 섬이다.
덕적도에서 굴업도 가는 배를 타면 중간에 문갑도-지도를 지나 굴업도로 간다. 나래호라고 불리우는 이 여객선은 약 160명 정도가 승선 가능한 중형 여객선이다. 울도에서 필자 일행을 내려준 후 백아도-굴업도로 향한다.
필자는 수년 전 굴업도는 물론, 문갑도, 백아도를 다녀온 적이 있다. 세섬 모두 트레킹하기 좋은 섬들이다. 중간에 끼어있는 울도를 방문할 기회가 없어 벼르다가 이번에 숙제하듯 백패킹으로 다녀왔다.
울도는 단순히 관광 목적으로만 찾는 섬은 아니다. 섬 전체가 한 폭의 동양화같이 아름다운 섬이지만 낚싯꾼들이나 트레킹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섬이다. 덕적도에서 가장 가까운 문갑도나 울도 옆섬인 백아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여객선이 울도에 도착하자 내리는 사람은 필자 일행 이외 소수 몇사람 뿐이다. 중년여자분이 내려 울도 주민이냐고 물어보니 일하러 온다고 한다.
울도에서는 요즘 산 벌목 및 식수(植樹) 공사, 배수로공사 등이 한창이고 집수리 및 도배를 하는 집들도 있는 것 같다. 민박집이 두집 뿐이라 공사가 있는 경우에는 일꾼들로 여분 방이 없다. 필자 일행 중에는 여자 산우도 있어 필자는 캠핑을 하더라도 여자분들은 민박을 원하는데 방이 없어 가까스로 미리 예약한 민박집에서 주선한 주민 집에서 머물렀다.
울도는 선착장이 두 곳이다. 큰마을 앞에 대형선착장이 있는데 이곳은 물 때 수위가 낮을 때는 입항이 어려워 주벅여선착장이라는 곳을 이용한다. 울도리 어현숙 이장(45세, 010-4028-1979) 말에 의하면 요즘은 거의 주벅여선착장을 이용한다고 한다. 주벅여선착장은 큰마을까지 꽤 멀다. 거리표시가 없어 정확하지는 않지만 편도 2km 내외는 될 듯 하다. 배가 들어오면 동네에서 트럭들이 대기하고 있다. 아무 트럭이나 자리가 있으면 태워준다. 마을에서 배시간 마다 큰마을과 주벅여선착장까지 운행하는 공용셔틀버스가 있는데 비수기에는 셔틀버스도 다니지않는 것 같다. 큰마을선착장 여객선매표소에는 셔틀버스운행시간이 적혀 있다.
우선 민박집에 큰배낭을 내려놓고 백패킹용으로 가져온 족발과 햇반 등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민박집(해변민박)에서는 공사장인부들 식사준비로 바쁜지 식사를 우리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하니 오히려 고맙다고 반가워한다. 울도에는 행정지원센터, 파출소, 전력발전소, 보건소,헬기장 등 공공시설은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데 주민수나 방문객들이 적어서인지 마트나 편의점, 식당 등이 전혀 없다. 민박하는 방문자들만 민박집에서 식사를 준비해준다. 따라서 백패킹을 오는 사람들은 쌀, 라면, 간식 등 모든 먹거리를 직접 가져와야 한다. 나래호가 출발하는 덕적도선착장 옆에는 하나로마트가 있다. 이곳에서 필요한 식음료 등을 구입하면 좋다.
필자 일행의 경우에도 2L물 3병, 햇반 여러개, 캔맥주 몇병, 족발, 김, 고추장 및 밑반찬, 커피, 참외, 간식 등을 미리 준비해왔다. 특히 비화식으로 시래기해장국밥, 소고기비빔밥 등과 함께 고체연료도 가져와 물 끓이는 데 유용하게 이용했다.
점심식사 후 먼저 당산을 올라가 봤다. 당산 등산코스는 보건진료소 앞에서 출발한다. 이정표가 있다. 등대가 있는 정상까지 900m, 가벼운 트레킹 수준인데 천천히 오르다 보니 1시간 가까이 걸렸다.
정상능선에는 등대 이외에도 팔각정도 있는데 조망은 등대가 가장 좋다. 사방으로 울도 주변 섬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져 있다. 울도 트레킹 코스는 대부분 흙길이라 걷기에도 참 좋다.
등대(해발 120m)에 올라 서면 북쪽으로는 큰마을과 대형선착장, 멀리 무명산(해발 180m)과 주벅여선착장까지 섬 전체가 내려다 보인다.
그리고 남쪽으로는 길게 북망산과 목바점, 바지섬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다. 한마디로 환상적이다. 울도 지도를 보면 지형이 마치 활시위를 당기듯 반달 모양으로 길게 굽어져 있어 섬지형 자체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파출소 앞 울도관광안내에는 치안센터에서 등대까지 편도 0.88km, 30분 정도, 성당-무명산-주벅여선착장 까지는 편도 2.59km, 53분 걸리는 것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등대 및 팔각정까지 여유있게 1시간 가량 잡는게 좋다. 울도는 북서쪽에서 동남쪽으로 길게 뻗은 지형이다. 울도 트레킹은 마을-등대-보건소-북망산-마을까지 원점회귀할 경우 약 5.9km,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또, 마을-무명봉-금성재-진여골-마을까지는 4.8km, 3시간 40분 가량 소요된다.
당산에서 내려온 후 큰마을을 이곳저곳 돌아봤다. 어현숙 이장에게 물어보니 울도 주민은 약 25 가구, 45명 정도(실제 거주 기준)라 한다. 작지만 성당과 교회도 있다. 마을 집들이 대부분 붉은 지붕으로 채색되어 있어 예쁘다.
마을 중심에는 섬의 유래를 소개하는 벽화도 눈에 띈다. 첫 번째는 다른 섬에서 이섬으로 시집을 와서도 고기잡이를 나간 남편이 걱정이 되어 알게 모르게 울어서 울섬이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설, 두 번째는 육지사람들이 어물을 사려고 배를 타고 이 섬에 들어올 때 무서운 파도에 운다고 울도라 했다는 설, 세 번째는 섬에 있는 동안 섬 주민들의 착하고 순진한 마음에 감동되어 떠날 때 울게 된다 하여 울섬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설 등이다. 이 중 필자의 경우 특히 세 번째 이야기가 나를 울도로 불러온 중요한 계기 중 하나가 아니었나 생각되기도 한다. 어쨌든 실제로 내가 이틀간 울도에 머무르는 동안 주민들은 모두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고 친절하게 대해준 것 같다.
저녁식사에 앞서 나는 배낭을 다시 메고 비박장소를 찾아 나섰다. 울도에서 비박을 할 수 있는 곳은 큰마을 여객선매표소 뒤 초등학교 분교 폐교가 된 소나무숲 아래. 4-5개 텐트를 겨우 칠 수 있을 정도로 그리 넓지않은 장소지만 오늘은 필자 이외 아무도 없어 여유있게 자리를 잡았다.
당초에는 은하수나 별궤적 촬영을 위해 당산 정상능선 등대 주변이나 팔각정에 텐트를 칠까 생각했지만 막상 등산을 해보니 무거운 배낭을 메고 정상능선까지 오르는 게 부담스러워 포기했다. 비박장소를 선택할 때 반드시 체크해야 할 것은 화장실인데 이곳 폐교앞 소나무숲은 불과 2-3분 거리에 아주 깨끗한 현대식 공중화장실이 있어 금상첨화다. 밤에는 불이 꺼져 있다가 사람이 들어가면 자동으로 전기불이 들어오고 음악까지 나온다. 음악이 나오는 화장실은 처음이다. 세면기가 있어 간단히 그릇을 씻거나 세면할 수도 있다.
다음날 아침, 5시경 기상하여 텐트에서 나와보니 큰마을선착장 앞바다가 여명으로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
와, 환상이다. 서둘러 카메라를 메고 선착장 방파제로 나가본다. 섬에서 맞는 일출은 역시 색다르다.
주민 한 분이 조그만 배에서 어구를 챙기고 있다. 새 아침을 맞는 어부의 손길이 바쁘다. 멀리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본다. 이 또한 간직하고싶은 아름다운 섬 풍경 중 하나다.
간단한 아침식사 후 다시 트레킹길에 나섰다. 오늘 걸어볼 코스는 북망산 가는 길. 울도 섬 지형에서 가장 아름다운 꼬리길이다. 왜 산이름이 북망산일까? 주민에게 물어보니 그쪽에 예전부터 무덤들이 많이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북망산이라고 부르는가 보구나. 보건진료소에서 북망산까지는 편도 1.5km. 왕복 3km이니 오전일정으로는 여유가 있을 것 같다.
이 코스는 거의 평지숲길이다. 좌측으로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걷는 길이다. 바다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섬들이 안개로 덮혀 보였다 말다 한다. 지도, 토끼섬, 선갑도, 바지섬 등등. 크고작은 섬들이 하늘에 둥둥 떠 있다. 갑자기 이생진 시인의 산문집 ‘하늘에 있는 섬’이 생각난다. 이생진 시인(95)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섬시인이다.
이 시인은 처음 만재도라는 섬을 갈 때 여러번 실패했다고 한다. 바람과 파도가 들어오지못하게 했다. 그 다음에도 못갔다. 물살이 거세서 못갔다. 물이 곤두박질쳤다. 그 섬은 ‘하늘에 있는 섬’ 같았다. 그는 만재도가 너무 좋아 필명도 ‘만재’라 했다. 만재는 섬이름이기도 하지만 늦게 재능을 발휘한다는 뜻도 있다. 이생진 시인은 95세인 지금도 섬에 다니며 시를 쓴다. ‘만재’다운 시인이다.
울도의 꼬리는 길고도 길다. 1.5km라면 그리 먼 길이 아닌데 아직 북망산이 보이지않는다. 북망산에 가면 물이 빠졌을 때 ‘잘린 꼬리’같은 ‘목바점’과 ‘옷무여’도 건너가보고싶었는데, 오늘 덕적도로 돌아가는 배시간은 13시 10분. 배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조금 서둘러야 한다.
결국 북망산 직전에서 발길을 돌렸다. 미련이 남아 있어야 기억도 남는 법이다. 울도에 다시 오라는 뜻이겠지. 아직 가보지못한 무명산트레킹도, 목넘어 당개부리도, 최북단 북바위도 있지.
요즘 울도에는 간재미잡이가 한창이다. 집집마다 빨래줄에는 간재미들이 걸려 있다.
바닷가에서 ‘간재미’손질을 하는 인정 많은 주민아주머니, 일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싶다고 하니 기꺼히 포즈를 취해주시던 그 분. 바로 그 주민들의 맑은 미소도 다시 보고싶다.(글,사진/임윤식)
*울도 가는 방법은...
-덕적도에서 굴업도 가는 배를 타면 중간에 문갑도-지도-울도-백아도를 지나 굴업도에 기항한다. 나래호라고 불리우는 이 여객선은 약 160명 정도가 승선 가능한 중형 여객선이다. 울도 여객선 예매가 쉽지않다. 굴업도 방문자들이 많아 매표마감되기가 일수다. 한국해운조합에서 운영하는 ‘가보고싶은 섬’ 홈페이지에서 예매하는 데 가능하면 한달 전 쯤 일찍 예매해두는 게 좋다. 인천에서 덕적도 가는 배는 하루 세 번에 대형여객선이어서 예매가 쉬우므로 먼저 울도 예매부터 한 후 시간에 맞춰 덕적도행 예매를 하면 된다. 덕적도에서 울도 가는 나래호는 하루 한 번 11시 20분에 출항하므로 인천여객터미널에서 덕적도행 8시 30분 배를 타야 갈아타는 시간에 맞는다.
옹진군에서는 매년 관광목적으로 인천앞바다 섬여행자들에게 1박2일 이상 4박5일 이내 여행자에 한해 인터넷예약의 경우(한국해운조합 운영 ‘가보고싶은 섬’ 홈페이지) 여객선요금의 50%를 예산 소진시까지 지원한다. 다만, 이 경우에는 중간에 일정변경이 안되므로 유의할 것.
덕적도-울도 여객선은 홀수날과 짝수날에 따라 경유지와 소요시간이 다르므로 특히 염두에 두어야 한다. 홀수날은 덕적도-문갑도-굴업도-백아도-울도-지도-문갑도-덕적도 순으로 돌지만, 짝수날에는 덕적도-문갑도-지도-울도-백아도-굴업도-문갑도-덕적도 순으로 운항한다.
*잘곳, 먹을곳
-울도해변민박 010-5477-9442 울도민박 010-2172-9935(울도에는 식당이 없음. 민박집에서 식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