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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통신대학교 간호학과
 
 
 
카페 게시글
자유 게시판 스크랩 손님! 커피 나오‘셨’습니다
김옥심(미주/4) 추천 0 조회 45 12.06.05 20:50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오락가락하다 보니 시간이 좀 비었다. 커피 한 잔 하면 딱 좋을 시간이었다. 가까운 커피숍에 들어가 시원한 냉커피를 한 잔 주문했더니 종업원이 아주 깍듯하게 존댓말을 했다.

“손님, 4천원이십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4천원이시라고? 아니, 커피값이 4천원이시라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 ‘시’를 붙이면 대개 존댓말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커피값에 ‘시’를 붙이는 건 좀 이상했다. 왜 ‘시’를 붙였는지 묻고 싶었지만 꾹 참고 자리에 가 앉았다. 잠시 후 다시 그 종업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님, 커피 나오셨습니다.”

아, 또 ‘시’를 붙였다. 커피 나오셨다고! 참 이상한 말투였고, 이상한 존댓말이었다. 손님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가게라 종업원들에게 깍듯하게 존댓말을 하도록 그런 식으로 교육을 시킨 걸까?

그렇다면 정말 문제 아닌가? 뜻이야 좋지만 말이란 어법에 맞게 써야 하고 격에 맞게 써야 하는 거 아닌가! 아무래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혹시 점원들한테 그렇게 존댓말을 하라고 가르치나요?”
“그렇게라니요?”
“‘손님, 4천원이십니다, 커피 나오셨습니다’라고요?”
“손님한테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손님한테 ‘커피 나왔다, 4천원이다’라고 반말하는 거보다 낫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존댓말이다. 문득 “선생님 대갈님에 검불님이 묻으셨습니다”라는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가 생각났다. 왕년에 어떤 선구자께서 존대법을 설명하려고 농담으로 만든 이야기인 것도 같지만 실화였을 수도 있다.

상대가 선생님이니 당연히 존댓말을 써야 하지만 머리 대신 ‘대갈님’이 등장한 건 좀 지어 낸 것 같은 냄새가 난다. 그렇다 해도 검불에 붙은 ‘님’은 뭐고, ‘묻었다’를 ‘묻으셨습니다’라고 한 것은 정말 포복절도할 일이었다. 그냥 “선생님, 머리에 검불이 묻었습니다”라고 하면 될 텐데.

마찬가지로 ‘손님, 4천원이십니다’는 ‘손님, 4천원입니다’로 충분하고, ‘커피, 나오셨습니다’는 ‘커피, 나왔습니다’로 충분하다. 손님을 높인답시고 커피값이나 커피를 높일 이유는 없다. 아무리 커피가 인기 있는 시대라 해도 말이다.

“손님, 얼굴이 참 크시네요”라고 하면 기분 나빠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존대법상 틀린 건 아니다. 손님과 얼굴이 아주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에 간접존대에 해당한다. 그런데 요즘 높인답시고 ‘시’를 남용한다. 우연히 홈쇼핑을 보니 정말 가관이었다.

“이 제품은 정말 색깔이 좋으시고요, 소재도 좋으시고요, 디자인이 멋지시죠, 게다가 값도 저렴하시고요. 지금이 바로 구매 찬스세요.”

정말 붙여도 붙여도 너무 붙인다, 그놈의 시!

http://gonggam.korea.kr/gonggamWeb/branch.do?act=detailView&type=news&dataId=148733818§ionId=gg_sec_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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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06.06 20:16

    첫댓글 ^^ 정말..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인듯요.

  • 작성자 12.06.07 08:54

    여기 미국에서도 한인가게에 가면 그런 말투를 들을 수 있어요. -,.- 인간이 주체가 아닌 사물이 주체가 되어가고 있는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 12.06.07 09:09

    ㅎㅎ 우리말이 쉬운듯 하면서도 어려운 거 같아요.. 전 영어울렁증이....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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