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에 고등학교 동문 친구인 B를 만나러 갔다.
식사로 무얼 먹을 것인가에 대해 내가 "거, 나주곰탕이라고 있잖아? 그거 괜찮대. 난 그걸로."라고 말하자, B는 조금 난감한 표정으로 "거기엔 고기가 들어가는데..."라고 말했다.
아직도 나를 거의 채식주의자처럼 보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내가 고기를 잘 먹지 않았던 것은 부모님, 특히, 늘 '어렵다'고 말하는 어머니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던 면이 컸어.
나는 잘 먹어서는 안 된다.
나는 잘 입어서도 안 된다.
나는...
그러나 나와 반대로, 내 누나는 고기를 아주 좋아했고, 멋부리는 것도 아주 좋아했지.
물론 실제로 내가 먹지 못하는 고기들도 많다.
어릴 때 집에서 닭고기를 끓일 때, 그 역겨운 냄새에 견딜 수 없어서 내가 집 밖으로 뛰쳐나가는데, 나와 반대로 집에 서둘러 들어오는 누나와 마주쳤다.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 하고, 누나가 말하고 있어, 조금 충격을 받았었다.
돼지고기 역시 기름기를 쫙 빼는 것이라는 돼지갈비 정도는 먹어도, 돼지고기를 끓인 것이나 삼겹살, 햄(ham) 같은 것은 전혀 먹지 못한다.
먹으면 체하고, 알레르기 증상이 일어나 몇 주는 고생하게 된다.
병원에서 알레르기 테스트를 두 번 해 보았었는데, 나는 새우, 바다 게, 거위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비교적 심하게 알레르기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기운이 떨어지고 내 몸이 아파 올 때, 소고기를 먹으면 신기할 정도로 곧 기운이 회복되곤 했다.
훈제 연어 같은 것도 상당히 좋아한다.
B와 헤어지고, 나는 여객터미널 3층, 출국 게이트(Gate)들이 있는 곳에 가서, 따뜻한 '레쓰비(Let's Be)' 캔커피를 마시며, 멍하니 오래도록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공항을 한 바퀴 돌고, 공항을 떠났다.
떠나가는 것...
지구의 반대편, 서울의 대척점이 어디인지 아나?
[* 대척점(對蹠點, an antipode) : 지구 위의 한 지점에 대하여, 지구의 반대쪽에 있는 지점. 이 두 지점은 기후가 정반대이고 12시간의 시차가 난다. ─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검색엔진 구글(google)의 '지도' 편에서 서울특별시청을 검색하고, 그 위치에 마우스 커서(cursor)를 갖다대고, 마우스 오른쪽을 클릭해서 뜨는 메뉴 중에 맨 아래쪽에 있는 '여기가 궁금하세요'를 클릭해 보면, 그 위치의 좌표(coordinates)가 위도(緯度 : latitude. 씨줄, 즉 가로 단선)와 경도(longitude. 날줄, 즉 세로 단선)로 표시된다.
그런데, 구글맵(Google Map)의 표시방식이 기존의 이른바 '기본 지도'에서는 위와 같이 되는데, '새 지도'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확인해 본 서울특별시청의 좌표는 '북위 37.566492, 동경 126.977988'이다.
구글지도에서는 좌표 표시를 60진법이 아니라 10진법으로 표시하고 있다. 따라서 '도분초(° ' ")' 방식으로 하려면 위에 나온 숫자를 갖고 다시 계산해야 한다.
10진법이든, 2진법이든, 20진법이나 60진법이든 어느 한 방식으로 모든 것이 통일되었으면 참 좋겠는데, 관습, 특히 각 영역에서의 관습에 집착하는 비이성적 성향의 인간들이 너무 많아서, 현재의 상황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전 세계의 언어 역시 가능하면 하나 또는 몇 개로 통일하면 참 좋겠는데, 그 반대로, 각 지방의 사투리까지 되살리자는 황당한 사람들이 아직도 곳곳에 있어, 그 역시 현재의 상황에서는 기대하기 힘들다.
사실, 구글 지도에서보다 그냥 단순하게 지도상의 어떤 지점의 위도와 경도의 좌표만 확인하고 싶다면, 아래의 사이트에서 하는 것이 훨씬 편해 보인다.
http://www.findlatitudeandlongitude.com/
위의 'find latitude and longitude' 사이트에서는 그냥 우편번호나 주소만 쳐도 그 좌표 찾기를 쉽게 할 수 있고, 전통적인 '도분초(° ' ")'로도 좌표가 표시된다.
또, 그냥 특정 도시 등의 좌표를 간략하게 '도분초' 형식으로 확인하고 싶으면 아래의 World Atlas 사이트가 좋다.
http://www.worldatlas.com/aatlas/latitude_and_longitude_finder.htm
서울특별시청의 좌표인 '북위 37.566492, 동경 126.977988'에서, 위도는 '북위'를 '남위'로 그대로 바꾸고, 경도는 360도를 각각 절반으로 해서 영국 그리니치(Greenwich) 천문대를 기준으로 동경과 서경으로 나누는 것이니까, 180에서 126.977988을 빼면 나오는 53.022012를 그대로 서경으로 하면 된다.
즉, '남위 37.566492, 서경 53.022012'이 바로, 지구의 중심점을 통과한 서울의 반대편이 된다.
그 위치를 구글 지도에서 검색해 보면(남위와 서경을 '-'를 숫자 앞에 붙여서 표시한다. 아래의 지도 캡처한 것을 틀릭하면 확대되니까, 어떻게 하는지 설명을 듣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대서양 남쪽의 바다, 브라질(Brazil)의 아래쪽에 있는 우루과이(Uruguay)와 아르헨티나(Argentina)의 경계선 근처에 있는 바다가 나온다.
그러니까, 서울에서 볼 때,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나라들은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브라질이 되는 셈이다.
그 나라들은 우리나라와 계절이 정반대다.
즉 우리가 여름일 때 그곳은 겨울이고, 우리가 겨울일 때 그곳은 여름이다.
지구는 완전히 둥글지는 않다고 한다.
적도(the equator)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지구(the earth)의 둘레(round, in circumference)가 40,075km, 남북 양극을 지나 적도와 수직으로 만나는 자오선(meridian)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그 둘레가 40,008km 정도가 된다고 한다.
즉, 적도를 기준으로 보면 태양을 향해 있는 쪽이 조금 더 부풀어 있는 셈이고, 그냥 지구의 둘레는 약 4만km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40,075km를 360도(360°)로 나누면 약 111.3, 그리고 40,008km를 360도로 나누면 약 111.1이 되니까, 지구상의 1도(1°)는 약 111km 정도가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180도(180°) 반대편에 있는 그 나라들은 약 20,000km 거리에 있는 셈이 된다.
그러나 우리가 지구의 중심핵을 통과해서 완전히 직선으로 갈 수 있다면, 지구의 평균 지름(average diameter)이 12,742km라고 하므로, 완전한 직선 거리로는 12,742km 정도 떨어져 있는 셈이다.
시간대도 완전히 반대다.
우리나라가 낮 12시일 때 그 나라들은 밤 12시다.
다만, 브라질은 땅이 워낙 넓어서 각 주마다 시간대가 다르고, 특히 써머타임(Summer Time)을 실시하는 주들이 있어, 우리와 정반대에서 한 시간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
[* 서머타임(Summer Time) : 여름에 긴 낮 시간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하여 표준 시간보다 시각을 앞당기는 시간. ─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써머타임을 생각할 때에도 브라질은 우리나라와 계절이 반대라서, 우리가 겨울로 들어서기 시작할 때 그들은 여름으로 들어서기 시작하는 것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 세계 시간대(World Time Zone) : 땅이 넓어도 중국이나 인도는 하나의 시간대를 쓰고 있고, 나라들이 넓은 범위에 걸쳐 있어도, 영국과 포르투갈을 제외한 유럽연합(EU)의 나라들은 대체로 같은 시간대를 쓰고 있다.
반면에 러시아 같은 경우는 영토가 넓으니까 그 시간대도 상당히 많은 것은 합리적이지만, 거의 고의적으로 한국과 일본, 중국에 가까운 지역들의 시간대를 왜곡해서 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본 동경 표준시를 쓰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동경(Tokyo)보다 훨씬 서쪽의 시간이 정확히 그 표준시에 일치하고 있다.
동경(Tokyo)의 좌표는 35° 41' N / 139° 41' E, 우리가 쓰고 있는 표준시는 135° 기준이다.
특별히 불편하지 않다면 가까운 지역끼리는 시간대도 가능한 한 통일해서 쓰는 것이 편리하므로, 그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 일본, 만주, 연해주, 사할린 등은 모두 같은 시간대를 쓰는 것이 합리적이다.>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The Incredible Hulk, 2008)"를 볼 때, 극도로 흥분하면 헐크로 변해 버리는 브루스 배너(Bruce Banner)가 숨어 사는 곳으로 나왔던 브라질의 한 도시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 도시의 빈민가인 산비탈의 판자촌을 브라질에서 사용하는 포르투갈어로 favela라고 한다는데, 영어식으로 표현하면 a shanty town이 된다고 한다.
도대체 거기가 어딜까?
우리나라의 달동네 같기도 하고, 무언가 낯익고 정겹기까지 하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그 도시를 찾아보니, 브라질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리우데자네이루의 남부에 있는 'Rocinha(로신하)'라는 빈민촌이라고 한다.
한글로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라고 우리나라의 국립국어원에서는 한글로 표기하게 하고 있지만, 실제의 발음은 '히우 지 자네이루'에 가깝고, 영어식으로는 그냥 '리오(Rio : 리-오우)'라고 약칭해서 부를 때가 많다고 한다.
브라질에는 무려 2억명이나 살고 있고, 브라질에서 가장 큰 도시인 상파울루(Sao Paulo)에는 1천2백만명이, 리우데자네이루(옛날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리오데자네이로라고 했었다.)에는 8백만명이 살고 있다고 한다.
무언가 어마어마하지 않나?
리우데자네이루, 상파울루,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수도인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s Aires)가 모두 대서양 쪽의 바닷가에 연해 있고, 서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우리나라의 반대편에 가까운 곳에.
내가 밤에 잠들어 있을 때, 그들은 바삐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내가 낮에 깨어 있을 때, 그들은 잠이 들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은 거의 새벽 3시이니까, 그들의 시간에서는 오후 3시 무렵.
잠이 들어 있을 때 나의 혼이 가끔 다른 세상들에 간다면, 그들과도 가끔 마주칠지 모르지.
허공에서, 거리에서 그들은 어쩌다가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누군가 근처에 있다는 느낌도.
소년 시절에 이런 꿈을 꾼 적이 있었다.
꿈 속에서는 밤하늘의 별들이 희미해져 있었는데, 금성이 갑자기 놀랍도록 휘황하게 빛나며 서쪽 하늘가를 장식하니, 사람들이 감탄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남아메리카의 어딘가에 살고 있는 미래의 나를 보았다.
어느 날 밤, 내 집에 찾아와, 마침내 나를 찾았다며 반가와하는 외사촌동생에게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속으로는 불안했다.
어쩌면 나는 마치 내가 죽기라도 한 것처럼 사람들에게 소식을 끊고 한국을 떠나, 아무도 모르게 남아메리카의 어느 나라에 와서 살고 있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한국과는 여름과 겨울이 반대인 곳, 밤과 낮이 반대인 곳에서.
나의 여인은 별다른 말 없이, 조금 고개를 숙인 채 아주 멀리에서 온 손님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다시 나의 행복이 깨어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