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봉산 정상에서 조망, 앞 능선은 운길산으로 이어지고, 그 왼쪽 뒤는 고래산, 오른쪽 멀리는
문안산

해 떠오르는 산 맑고도 먼데 旭日山晴遠
봄바람에 잔물결 흔들리네 春風水動搖
연초록 풀 그림자 물 위에 뜨고 淺碧浮莎葉
연노란 버들가지 하늘거리네 微黃着柳條
――― 정약용, 『春日陪季父乘舟赴漢陽(봄날 계부 따라 배를 타고 한양에 가면서)』에서
▶ 산행일시 : 2013년 6월 4일(화), 맑음, 염천, 박무
▶ 산행인원 : 6명(오기산악회 화요산행)
▶ 산행시간 : 5시간 46분
▶ 산행거리 : 도상 5.2㎞
▶ 교 통 편 : 버스(112-1) 타고 가고 옴
▶ 시간별 구간
10 : 14 - 하팔당 삼거리 육교, 산행시작
11 : 28 - 전망바위
11 : 46 - ┫자 갈림길
11 : 50 - 530m봉
12 : 30 ~ 13 : 15 - 철문봉(喆文峰, 630m), 점심
13 : 34 - 예봉산(禮峰山, △683.2m)
14 : 46 - 데크전망대
15 : 08 - ╋자 갈림길 안부
15 : 27 - 공동묘지, △66.8m봉
16 : 00 - 팔당역, 산행종료
1. 검단산, 예봉산 오르면서 바라봄

예봉산이 십여 년 전만해도 첩첩 산이었는데 전철 팔당역이 생기고 나서부터 더욱 동네 뒷산
이 되었다. 지능선과 골짜기마다 예봉산 정상을 오르는 등로가 뚜렷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제 승원봉에서 예봉산을 경유하여 백봉으로 가는 소위 천마지맥이나 고래산, 문안산 또는
운길산을 잇는 산행은 예사가 되었다.
한편, 지능선이나 골짜기를 달리하여 오를 때마다 새로운 산이기도 하다. 오늘은 강변역과 덕
소를 오가는 112-1번 버스로 팔당대교 건너고, 두 번째 정류장인 ‘하팔당 삼거리 육교’에서
내려 곧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양지바른 산자락의 아담하고 한적한 집들 뜰에 가꾼 화초 들여
다보며 등산로 방향표시판 따라간다.
아카시아 꽃의 달콤한 향이 느낌상 여운으로 진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그 향이 사방 진하다.
꽃이 다 져버린 아카시아 숲길이지만 꽃이 건화(乾花)로 온통 하얗게 깔렸다. 등로가 차츰 가
팔라 그런 땅에 코를 박고 오르니 가쁜 숨 내쉬는 것만으로 아카시아 짙은 향을 맡게 된다. 지
능선 마루에 오르면 수림대는 참나무로 바뀐다.
송실주가 술로는 그만이라 하니 올해는 나도 담가볼까 하고, 오늘 산행이 널널하겠다 앳된 솔
방울을 몇 개 얻으려 등로는 물론 좌우 사면을 열심히 기웃거렸지만 허사다. 솔방울도 약에
쓰려니 귀한 격일까? 소나무가 드물뿐더러 있다 해도 커다란 나무들이라서 솔방울이 열린 가
지가 까마득히 높아 도저히 딸 수가 없다.
염천으로 더운 날이다. 이마에 땀이 줄줄 흐른다. 더위 식히고 목도 추길 겸 시원한 막걸리를
연거푸 들이켰더니 다리에 힘이 풀려 걷기가 더 힘들다. 그래서도 전망바위마다 꼬박 들린다.
검단산에 오르면 주로 예봉산을 보듯이 예봉산에 오르면 검단산을 본다. 유장하게 흐르는 한
강이 돌팔매질로 물수제비 뜰 것만 같은 발아래다.
┫자 갈림길 지나고 530m봉. 야트막한 안부로 잠깐 내렸다가 한 피치 오르면 철문봉(喆文峰,
630m)이다. 나무숲 가려 아무 조망 없다. 정약용, 정약전, 정약종 형제가 이곳에 와서 학문
(文)의 도를 밝혔다(喆)고 하여 철문봉이라 한다. 어쩌면 우리가 오늘 오르내리는 산길이 그들
이 사색하며 지나다니던 길인 줄도 모른다.
2. 검단산

3. 검단산과 팔당대교

4. 한강

5. 앞에서부터 적갑산, 갑산, 백봉. 백봉 뒤로 천마산이 희미하다

6. 검단산, 왼쪽은 용마산

7. 멀리 천마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8. 운길산

9. 멀리는 용마산

철문봉 정상 비킨 그늘진 공터에서 싸온 점심밥 먹는다. 정용훈 님이 청계산 아래 밭에서 손
수 가꾼 갖가지 채소를 가져왔다. 반찬이 쌈만 해도 걸다.
초원인 ┣자 갈림길 안부 지나고 다시 한 피치 오르면 예봉산 정상이다. 삼각점은 2등 삼각점
이다. 양수 26, 1988 재설. 땡볕 가득한 정상 공터에 여러 등산객들이 오간다. 박무로 조망이
흐리지만 천마산, 백봉, 고래산, 문안산, 관산, 용마산 등등 짚어낸다.
남양주시에서 이정표를 설치하고 나무판자에 정약용의 시 ‘돛 달아라(挂帆)’를 새겨 걸었는데
흐릿하여 판독하기 어렵다. 원문을 병기한다.
바람 탄 빠른 돛배 물을 뒤로 뿜어대니 快帆乘風放水濆
하늘빛 잠긴 물에 물결 무늬 일렁이네 天光上下見靴紋
숲 속의 누대 빛은 숨바꼭질하는데 林中遞隱樓臺色
물결 저쪽에선 놀라는 제비와 참새떼들 波際遙驚燕雀群
긴 노는 젓기 싫어 온통 쓰고 않고 懶動長橈全不力
새로 지은 피리 곡조 귀 기울여 들을 만해 新翻豪竹別宜聞
인생살이 활달한 뜻 얼마나 될거나 人生豁意知何限
반쯤 취하여 푸른 구름만 바라보네 注目蒼雲倚半醺
하산. 팔당역 쪽으로 내린다. 워낙 더워 율리봉 넘어 직녀봉, 견우봉, 승원봉으로 가고 싶은
맘이 싹 달아났다. 대로를 간다. 또 땀 날라 천천히 내린다. 가파른 돌길에는 밧줄을 매달아
놓았다. 쪽동백꽃 옆에서 배낭 털어 먹고 마시며 늘어지게 쉬었다가 그 아래 데크전망대를 들
린다. 가파른 슬랩에는 데크계단을 설치하였다.
뚝뚝 떨어지고 ╋자 갈림길 안부. 주등로는 좌우이지만 소로로 직진한다. 키 큰 소나무 숲길
이다. 풀숲 우거진 공동묘지가 나온다. ‘벌초대행’ 팻말도 풀숲에 묻혔다. 예봉산 자락 착실히
밟는다. △66.8m봉. 삼각점은 성동 490, 1994 재설. 공동묘지 내리니 팔당역 뒤 철길이 가로
막는다. 쑥 뜯으러 왔다는 아주머니가 철길 건너는 굴다리로 가는 길을 알려준다. 굴다리 주
변 간이주점이 대낮에 성업 중이다. 예봉산 내린 등산객들이 수대로 맥주 들이킨다.
나 혼자서 솔방울 딴다고 먼저 내려왔던 터라 아예 헤어진다. 서울 가는 버스를 타려고 ‘하팔
당 마을’ 정류장으로 갔다. 도로 맞은편 정류장에는 덕소 가는 112-1번 버스가 수시로 서는데
내 쪽으로는 도대체 버스가 오지 않는다. 40분 정도 기다렸을까. 덕소 가는 버스 붙들고 왜 서
울로 가는 버스가 오지 않는지 물었다. 그쪽 도로에서는 팔당대교로 진입할 수 없으니 ‘하팔
당 삼거리 육교’로 가시라!
10. 견우봉과 직녀봉

12. 왼쪽부터 이계하, 노광한, 나, 정용훈

13. 이계하 님, 김기월 대장님이 카메라 셔터 테스트 중

14. 검단산과 팔당대교

15. 검단산

16. 덩굴장미, 팔당역 역사 울타리에서

17. 덩굴장미, 팔당역 역사 울타리

첫댓글 6월 9일은 아직 미래인데,
드류님은 타임머신 타고 예봉산 왔다갔다 하십니다.
타임머신 타고 갔다오신 예봉산 잘 즐겼습니다.
감사합니다. 바로 고쳤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오타를 오타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여유도 없어졌습니다.
꼭 누구 때문이라고 밝힐 수도 없고 안 밝힐 수도 없고, 고거 참 거시기하네유.
다른분 들은 누구를 누구로 생각하십니까?
시설에 곧 가실 수 있는 분과
제 뒤로 따라올 가능성이 큰 분
뵈고 또 뵈도 반갑슴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