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영 안무의 창작발레 「헤븐스지저스」
천국에서 보내온 예수님의 메시지
지우영의 겨울 이야기가 여름의 로만스를 불러온다. 수난은 참고 견디는 것, 과장을 경계한다. 온전히 하늘에 이르는 길은 기도를 넘어서는 춤을 추는 것이다. 지우영의 편력(Quest)에 이르는 대모험은 갈등(Agon)의 파고를 넘어왔다. 전복의 가치보다는 순종의 미덕을 섬기는 자, 시대의 양반이다. 세상은 변해도 정신적 양반은 살아 있다. 「헤븐스지저스」는 쉼 없는 간절한 기도의 몸짓이다.
12월 22일(금) 저녁 7시 30분, 23일(토) 낮 4시 30분 도봉구민회관 하모니홀에서 공연된 지우영(댄스시어터샤하르 대표, 예술감독) 안무의 창작발레 「헤븐스지저스」(Heaven’s Jesus, 천국의 예수)는 성탄절을 앞둔 서울의 변방 도봉 지역에서 성탄의 의미를 되새긴 댄스시어터샤하르의 값진 선물이었다. 관객들은 대부분 장애 학생과 가족이었다. 익숙한 구성의 무용수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열연했다.
하나님의 말씀에 심취한 안무가 지우영은 마태복음 13장 1절부터 52절에 나오는 예수님의 천국에 대한 일곱 가지 비유를 바탕으로 「헤븐스지저스」를 극본, 발레화 한다. 이 작품은 별도의 특별한 무대 장치 없이 요한계시록으로 작품을 마무리한다. 피날레는 소프라노 이진희의 찬송 ‘거룩한 왕’과 성탄절 파티 분위기로 이루어졌다. 천국의 비밀을 알려준 발레는 모범발레의 정형을 보여주었다.
‘예수님의 천국 메시지’를 주제로 한 작품은 아홉 개의 시퀀스를 담백하게 풀어낸다. 성탄절 시즌에 맞춘 예수의 행적을 더듬으면서 야전(野戰) 발레와 다름없는 깔끔한 전개는 초등학교 전과와 같은 기능을 하고 있었다. 안무가 지우영은 마태복음 13장 34절, 35절 말씀에서 추출한 비유를 들추어내어 발레를 시작한다. 마태복음에서 시작한 춤은 다른 가지의 성경을 이음 할 것이다.
작품의 비유와 구성은 ‘씨뿌리는 비유’, ‘곡식과 가라지의 비유’, ‘겨자씨의 비유’, ‘누룩에 관한 비유’, ‘땅속 보화의 비유’, ‘진주의 비유’, ‘물고기 그물의 비유와 심판’, ‘성찬’, ‘천국의 향기’에 이른다. 시퀀스 마다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파가니니의 Etude No. 6, 유머레스크, op. 101 Ⅶ, 바흐의 아리오소, 시칠리아노, 슈만, 슈베르트의 마왕, 베르디의 심판, 알비노니에 이르는 음악이 짝을 이룬다.
「헤븐스지저스」는 객석에서 무대에 오르는 예수(정민찬, 댄스시어터샤하르 단장)과 백성들을 대표하는 스테파니 김·이동건 등을 비롯한 발레 무용수들의 열연으로 자신을 가꾸는 교훈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자연스럽게 내보였다. ‘무난하게 깔끔하게’ 주제적 핵심으로 발레를 특화해 온 지우영의 솜씨가 성탄절 시즌에 맞추어 발휘되었다. 가난한 자, 힘없는 자의 편에 서겠다는 의지적 표현이었다.
안무가 지우영은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그녀가 집중 분석한 마태복음 13장은 기독교도를 위한 정신 수련용 지침이다. 그 지침은 몽매한 마음을 다잡는 삶의 진리가 들어있다. 그녀에게 삶은 종교이고, 세상은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훈련장이다. 그녀가 성탄절 즈음에 ‘천국의 예수’를 떠올린 것은 자명한 일이다. 시린 계절에 성경의 말씀을 전함으로써 세상을 따뜻하게 덥히는 행위는 거룩하다.
경전은 직언보다 비유로써 자신을 깨우치게 한다. ‘씨뿌리는 비유’(마태복음 13장 3절~8절): 좋은 땅에 씨를 뿌리면 좋은 결실을 이룬다. ‘곡식과 가라지의 비유’(마태복음 13장 30절): 유익한 인재를 골라 중용한다. ‘겨자씨의 비유’(마태복음 13장 31절~33절): 작지만, 알찬 것이 세상을 이롭게 한다. ‘누룩에 관한 비유’(마태복음 13장 33절): 세상을 화평하게 만드는 자가 자산이다.
일곱 비유의 뒷부분은 각오를 더욱 다지는 마음가짐을 요구한다. ‘땅속 보화의 비유’(마태복음 13장 44절): 천국을 품은 마음으로 세상을 살자. ‘진주의 비유’(마태복음 13장 45절~46절): 좋은 인재를 만나는 것은 천국과 다름없다. ‘물고기 그물의 비유와 심판’(마태복음 13장 47절~48절): 세상은 나의 보물창고이다. 거듭 반복되는 이야기는 쓸 수 없는 것을 태우거나 버린다는 내용이다.
흐린 날 능선은 눈이 오면 덥히거나 사라진다. 하지만 산은 그대로이며, 우둔한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뿐이다. 산을 보지 못하면 탐욕의 인간은 자멸할 뿐이다. 천국에 대한 이치도 마찬가지이다. 슬프거나 좋을 때도 마음을 나눌 줄 알아야 한다. ‘성찬’(마태복음 26장 26절~28절): 세상의 좋은 일을 서로 나눠 갖고 행복하라. ‘천국의 향기’(요한계시록 21장 4절): 영화를 위하여 노력하자.
서울시전문예술단체 ‘댄스시어터샤하르’는 2003년 창단 이래, 발레 기법을 중심으로 다양한 무용 장르를 선보여 왔고, 여러 갈래의 예술과 경계 허물기를 해왔다. 아울러 경계선 지능 아동·청소년 예술 대안교육과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 나눔 실천과 그리스도의 사랑을 담아 예술로 우리가 사는 세상에 감동의 빛을 채워나가고 있다. 「헤븐스지저스」는 이 단체의 성격을 드러내는 대표작이 되었다.
‘댄스시어터샤하르’는 「어머니」, 「기적의 새」, 「소월의 꿈」, 「이상한 챔버오케스트라」, 「한여름밤의 호두까기인형」, 「마태수난곡」, 「줄리엣과 줄리엣들」, 「레미제라블」, 「표」, 「나이팅게일과 장미」를 자신들의 베스트 10선으로 선정했다. 부당한 사회와 불편한 현실에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편에 서서 작은 빛을 보탠 지우영은 거창한 ~주의를 떠나 인간의 기본 정서나 감성에 입각한 명작을 산출한다.
이 세상의 많은 예술 작품이 주변을 인지하면서 탄생 된다. 「헤븐스지저스」는 경전이 창작 자산임을 일깨워 주는 지우영 창작 기법의 일부를 보여준다. 지우영 안무는 주어진 여건에서 최고의 예작이 되도록 노력한다. 그러기 위해서 늘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언제나 어느 작품이나 투입될 수 있는 실력은 더 나은 사회를 지향하는 ‘댄스시어터샤하르’의 전망을 밝게 한다.
장석용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