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교구 ‘병사세례본당’이 올 2월로 설립 2주년을 맞이했다. 병사세례본당이 한국교회 청년사목 활성화에 구심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진다.
병사세례본당은 가상공간에 존재하는 본당으로 교회법상의 본당과는 의미가 다르다. 주임 역할은 군종교구 총대리 서상범 신부가 맡고 있다.
2015년 2월 이전까지는 군종교구에서 군복무 중 세례 받은 병사(이하 병사세례자)의 세례대장과 세례증명서만 만들고 교적은 생성하지 않았다.
병사세례자의 전역일에 ‘전역통지 서비스’에 따라 세례 정보를 거주지 관할 본당에 전달하면 거주지 본당에서 병사세례자에게 연락해 교적을 생성해왔다.
군종교구는 2015년 주님 봉헌 축일(2월 2일)부터 병사세례자의 교적을 세례와 동시에 생성해 병사세례본당에서 관리하다 전역일에 맞춰 거주지 본당에 넘겨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민간 교구에서 병사세례자의 교적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을 덜게 된 것은 획기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또한 교적 공백기가 사라져 군종교구와 민간 교구 사이에 업무적인 연계가 원활히 이뤄진다면 민간 교구로 돌아간 병사세례자들을 흡수해 청년 선교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바탕도 마련된 것이다.
주교회의 통계에 의하면 2015년 1년 동안 한국교회에서 세례 받은 만 20~24세 남성 1만8142명 가운데 군종교구 병사세례자는 1만7335명이다. 비율로는 무려 95.6%나 된다. 20대 초중반 남성 20명 중 19명이 군대에서 세례를 받았다는 뜻이다.
매년 이 비율은 큰 변동 없이 90%대를 유지하고 있어 전역한 병사세례자들을 민간 교구에서 흡수해 신앙의 뿌리를 내리게 하는지 여부에 한국교회 청년 복음화의 사활이 걸려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병사세례 전출현황 - 2016년 1월~12월 교구별
한편에서는 군복무 중 단기간에 병사들에게 세례를 줌으로써 청년 냉담교우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군종교구에서는 평균 6주간의 예비신자 교리를 거쳐 세례를 주고 있다.
이에 대해 서상범 신부는 “병사들의 부대 이동 등 군복무 여건을 감안해 6주 안팎의 교리 기간 동안 군종교구 사제와 수녀, 군선교사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병사세례자들의 냉담률이 민간 교구와 비교해 높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군대에서 세례 받고 냉담하던 예비역들이 혼인을 앞두고 신앙을 되찾는 등의 사례도 많아 짧은 예비신자 교리기간을 탓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군종교구는 주어진 부대 환경에서 병사들에게 세례를 주고 병사세례본당까지 만들어 교적을 민간 교구로 넘겨주고 있는 만큼 병사세례자들의 전역 이후에는 민간 교구의 적극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군종교구가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 정순택 주교에게 병사세례본당 운영에 협력해 줄 것을 요청하고 군종교구 길기문 신부(방패본당 주임)에 이어
여현국 신부(충호본당 주임 겸 교구 교육국장)를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 위원으로 파견한 것도 병사세례본당 운영 성과가 민간 교구에서 열매 맺도록 하기 위한 모색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국 차장 최영록 신부(2011년 7월~2016년 6월 군종신부 복무)가 병사세례본당으로부터 의정부교구로 전입 오는 병사세례자 명단을 건네받아 의정부교구 내 각 본당에 연결하는 사업에 착수해 주목받고 있다.
최 신부는 “아직 사업 초기 단계여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출신교구로 돌아오는 병사세례자들의 신앙을 살리는 일은 청년 사목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가톨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