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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시학과 서술전략
문학진흥법(시행 2018. 11. 17)에 의하면, 수필은 예술작품으로 정의된다. 수필은 언어라는 아버지와 예술이라는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자식인 셈이다. 쿠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다윈의 진화론, 프로이트의 잠재의식론이 인류를 놀라게 했다면, 권대근의 본격수필시학 연구는 수필가들을 놀라게 할 것이다.
권대근
문학평론가,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Ⅰ. 로그인
이번 특강은 본격수필을 꿈꾸는 수필작가들에게 격조 높은 수필미학, 또는 수필시학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안내하는 데 목적이 있다. 동양의 ‘모르는 게 약이다’보다는 서양의 ‘아는 게 힘이다’라는 논리가 문학세계에서는 더 유용하지 싶다. 알아야 쓴다는 의미는 머리 속에 수필의 원형적 구조가 그려져 있어야 하고, 보이지 않지만 수필을 써가는 손끝은 수필의 메타성을 지향해야만 원고지 위에 좋은 수필이 들어앉게 되는 것이다.
먼저 생각해 볼 것이 수필을 쓰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10가지 룰과 수필의 서술전략이다. 본격수필을 쓰려면, 우선 자신의 머리 속에 수필의 좌표라는 10가지 지침을 확고히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권대근이 정립한 직필십계는 <신춘10계>란 이름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어 아는 사람은 안다. 오늘도 본격수필시학론을 이야기하게 되어 기쁘다. 수필을 쓰는 데 있어서 10가지 룰은 분명 ‘누구나의 수필이 아니라 누군가의 수필’이 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한국에서 수필이 여전히 다른 문학 장르에 비해 폄하되고 있는 까닭은 수필의 잡문성에 기인한다. 우리나라만큼 수필에 대한 이론적 연구가 활발하고 이론체계가 잘 세워진 곳도 없다. 한국에서 ‘수필의 잡문성’이라니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는가. 실제로 오늘날에는 잡문성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작필십계란 수필작품으로 구체화하기 위하여 작가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따르는 주요 계명을 말한다. 십계만 머리 속에 인지하고 있어도 본격수필을 더 쓰기 쉬워진다. 특강 이후 본격수필가가 많이 나오리라 믿는다.
본격수필을 쓰는 작가들은 늘 제재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 성찰과 관조를 시도하고, 거기서 얻은 깨달음을 미적 구조로 재조직하여, 문학적 문장과 서술전략으로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생성과정이 따라야 한다. 오늘 이 특강이 본격수필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진지한 탐구의 문으로 연결되길 희망한다. 이를 통하여 그동안 쌓여있던 수필문학에 가해진 오해와 편견들도 사라지길 소망한다. 뿐만 아니라 시도 소설도 희곡도 아니면서 다른 장르들의 장점을 변증법적으로 취하여 절묘하게 생성한 게 본격수필임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루카치에 따르면, 모든 대상은 보편성과 개별성의 범주를 지니는데, 그것을 변증법적인 통일을 통해서 특수성의 형태로 범주화하는 것이 바로 수필의 행보다. 좋은 작품은 예술성과 철학성, 그리고 그것들이 혼융 속에서 생성되는 미적 울림의 구조와 정체를 유기적인 심미작용 속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작필십계부터 간단히 살펴보고, 지금까지 우리 수필가들이 소홀히 다루어왔던 서술전략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Ⅱ. 작필십계
작수필유법불가 무법역불가
▼날선 인식 ▼낯선 제목 ▼단초 활어 ▼삼대 사찰 ▼육금 육사
▼장반 이매 ▼앞뒤 울림 ▼절절 묘사 ▼지배 정황 ▼치환 차유
Ⅲ. 서술전략
수필작품에서는 서술기법이 체계적으로 정교하게 활용될 때, 서술미학과 서술시학의 발전은 물론 작품의 미학성을 증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한국현대 수필작가들은 서술전략이 부재하고 미흡한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수필텍스트의 체험과 해석이 아무리 훌륭하게 구축되어도 담론층이 부실하면 수필미학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서술이라 함은 ‘사건이나 생각 따위를 차례대로 말하거나 적는 것’을 의미하지만 서술전략이라 함은 서사, 묘사, 설명, 논증 등의 서술기법을 말한다. 서술의 각도와 위치, 서술자와 대상자의 거리 등은 대상인식의 질적 내용과 관련이 있다. 오늘 특강에서는 서술방식을 어떻게 미학적으로 활용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적확성 -새가 지저귀다/ 총 맞은 것처럼
▯전략성 -목적과 수단(12구조를 알아야 한다)
▯문학성-필유사기-격약/ 이단/ 재부/ 의잡
필유사성-예술/ 문학/ 수필/ 작가정신
■구조 -수필의 12구조
▽중층구도 삼단구도 외
■배경-시간적 배경 공간적 배경 시대적 배경
▽수필작법의 보편문법-이야기로서의 수필은 글감을 작가의 체험에서 가져오고, 그것에 대한 깨달음을 자신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것을 본질로 한다-서사시학
▼이러한 정체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한 세 가지 탐구
1. 제재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 통찰
2. 감동적인 미적 이야기로 구조화 + 이야기의 서술과 수사 전략
3. 주제의식의 의미화를 위한 형상화, 지배적 정황 놓기
■중층구조시학 + 삼단구조시학-수필창작 원리를 설명하는 기본틀
■서술자 -사건을 펼쳐서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시(화자) 소설의 서술자(화자, 작중화자) 소설가(작가)와 서술자를 혼동하면 안 된다.
■서술자의 시각 -서술자가 인물이나 사건을 바라보는 각도
인식론적 & 현상학적
◎좋지 않은 시각
유형1. 무관 -제재나 주제와 관계가 확실하지 않은 것
유형2. 확대 -의미와 적용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것
유형3. 편협 -객관적이 못되고, 부분적이지만 적용이 가능한 경우
◎수필창작 과정에서 시점자의 위치와 각도 설정 문제는 작품의 독창성과 예술성을 드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한국현대수필에서는 이런 서술의 각도와 위치를 미학적으로 활용한 예를 찾기가 쉽지 않다.
■서술자의 개입 -서술자가 인물과 사건에 대한 판단이나 자신의 생각을 직접 독자에게 이야기하는 경우 작가의 개입
■시점-서술자의 위치나 입장, 소설에서는 반드시 하나의 시점만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소설이나 시 속의 말하는 이는 작가 자신이 아니고, ‘작가가 상상적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수필에서는 작가와 작품 속의 말하는 이가 같다.
◎수필 텍스트의 차원에서 주어지는 첫 번째 과제는 시점 문제다. 시점은 서술자가 이야기를 전달하는
독자는 시점을 통하여 작품 속의 경험에 참여한다. 독자는 시점에 의하여 작품 속에서 작가나 말하는 이가 상황과 사건과 세계를 관찰하고 느끼고 인식하는 것과 같은 태도와 방법으로 상황과 사건과 세계를 관찰하고 느끼고 인식할 수 있다. 그러므로 독자는 독자의 눈이 아닌 작가나 말하는 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어떤지를 상상할 수 있다.
▽시점전략은 수필에서는 1인칭 주인공 시점과 1인칭 관찰자 시점이 주로 쓰이지만 여기서는 전지적 작가시점과 작가관찰자 시점으로 살펴보겠 다,
▽ 시점 & 관점 새롭게 하기 -우화적 기법 차용
나는 똥개다. 내가 사는 집에는 식구들이 참 많다. 아줌마, 아저씨, 그리고 남자아이가 셋인데 첫째아들은 대학생이다. 나만 보면 이뻐 하면서 귀를 잡고 등을 쓰다듬는다. 그러면 나는 괜히 늘름하게 꼬리만 흔들고 서있다. 기분 좋다고 마구 비비고 뱃가죽을 하늘 향해 발라당 까뒤집으면서 아주 상스러운 똥개같이 굴긴 싫다. 나도 뒷집에서 키우는 치와와처럼 애교피우고 싶지만 내 족보로는 안 먹힐 석 같아서 그냥 의젓하게 행동한다. - 문정희 ,<똥개>
▽ 시점 & 관점 새롭게 하기(1인칭 주동인물, 주관적 시점)
-시나리오 기법 차용
송현 : 언니, 주군을 따라가는 게 저의 운명이랍니다. 그 분이 혼자 저 세상으로 가 신다면 그곳에서 어찌 사신답니까? 제가 함께 가서 돌봐드려야 하겠지요.
나 : 너는 어찌 너의 삶을 돌아보지 않는 게냐? 네 인생의 주인은 너야. 네가 죽 는다면 너의 부모님과 친구들은 얼마나 슬퍼할까 생각해 보았니!
송현 : (눈물을 흘리며) 그렇지만 부모님도 저에게 주군을 잘 모시는 게 저의 임무 며 운명이라고 하셨는걸요. 아, 무덤 속은 얼마나 어두울까.
나 : (송현의 두 팔을 세게 잡고 흔들며)그럴 수는 없다. 네가 있어야할 곳은 이 곳이지 저승이 아니야. 두렵지 않니? 오빠 말처럼 얼른 국경을 넘도록 하여 라. 얼른.
송현 : 내가 도망을 친다면 부모님은 어떻게……. 이제, 호위무사가 독배를 가지고 올테고.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무서워요. 언니, 무서워요…….(멀리서 둔탁한 발자국소리가 점점 커진다.) 송명화의 <순장소녀>
▽ 시점 & 관점 새롭게 하기 -제재인 대상을 2인칭화
보리. 너는 차가운 땅 속에서 온 겨울을 자라왔다. 이미 한 해도 저물어 논과 밭에는 벼도 아무런 곡식도 남김없이 다 거두어들인 뒤에, 해도 짧은 늦은 가을날, 농부는 밭을 갈고 논을 잘 손질하여서, 너를 차디찬 땅 속에 깊이 묻어 놓았다. 차가움이 엉긴 흙덩이들을 호미와 고무래로 낱낱이 부숴 가며, 농부는 너를 추위에 얼지 않도록 주의해서 굳고 차가운 땅 속에 깊이 묻어 놓았었다. "씨도 제 키의 열 길이 넘도록 심어지면 움이 나오기 힘이 든다." 옛 늙은이의 가르침을 잊지 않으며, 농부는 너를 정성껏 땅 속에 묻고, 이제 늦은 가을의 짧은 해도 서산을 넘은지 오래고, 날개를 자주 저어 까마귀들이 깃을 찾아간 지도 오랜, 어두운 들길을 걸어서 농부는 희망의 봄을 보릿속에 간직하며, 굳어진 허리도 잊고 집으로 돌아오고 했다. 한흑구, <보리>
▽ 시점 & 관점 새롭게 하기 -3인칭, 1인칭 론합 사용
물을 많이 먹어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돌아온 소녀에게 아버지가 소리치셨다. “그 무서운 데를 뭐 하려고 갔냐? 죽으려고 환장했냐?” 어린 소녀는 매섭게 화를 내시며 소리 지르시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훗날 알게 된 것이지만, 걱정하시다 살아 돌아온 딸을 보시고 안도와 반가움을 그렇게 표현하셨던 것이다. 소녀는 물에 대한 곱지 못한 기억을 품고, 물 근처에도 가지 않고 자랐다.
가야금 전수관에 갈 시간이 여유 있던 터라 바람을 쐬고 싶었다. 어린 시절 물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을 지워준 것은 아중 호수이다. 새로 녹음할 음원 가이드와 버스킹 공연을 할 ‘쑥대머리’를 들으며 호숫길로 들어섰다. 구불구불한 길이 가슴 설레게 하는 이를 만나러 가는 길과 같았다. 파릇파릇한 나뭇잎이 생명을 머금고, 멋진 자태를 잔뜩 뽐냈다. 하늘은 청명하다 못해 눈물이 날 정도로 눈부시게 찬란했다. 소유정 <강>
▽ 시점 & 관점 새롭게 하기 -3인칭 대상을 1인칭화
오래 전 씹던 나를 벽이나 장롱에 붙여 놓던 시절이 있었지요.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은 별도로 남기지 않았답니다. 다시 나를 찾았을 때 사라진 것을 알고, 그 허탈감을 맛보고 자란 그녀의 유년을 요즘 세대들은 알까요. 모를까요. 네 것 내 것 따로 없는 오누이의 입속이 그립습니다.
달궈진 아스팔트만큼이나 제가 누워있는 보도블록도 뜨겁습니다.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이 우리들만큼이나 바닥에 몸을 붙인 채 내게 다가오고 있네요. 이젠 정말로 마지막인가 봅니다. 절대 떨어질 것 같지 않던 내 몸이 주걱 칼에 무참히 뜯겨졌습니다. 거리의 흉물로 남아 눈총 받는 신세로 남아있느니 차라리 후련합니다. 다만 단물만 빨아 먹고, 먹었던 입으로 다시 퉤! 뱉는 요즘 영악한 입들이 밉살스러울 뿐입니다. 최복희 <껌>
▽1인칭 주인공 시점/ 1인칭 관찰자 시점/ 작가 관찰자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신뢰성 문제
■거리-서술자와 독자, 서술자와 인물, 인물과 독자 사이의 떨어져 있는 정도(주관적 거리인가 객관적 거리인가), 심리적 미적 거리
▼수필가들은 서술자와 서술대상과의 거리에도 무관심한 편이다. 서술자와 대상자의 거리는 곧 대상인식의 질적 내용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미학적 연구대상이다.
■서술방식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
넓은 의미-사건이나 생각 따위를 차례대로 말하거나 적음
좁은 의미-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의 하나로 사건의 전개에 따라 순서대로 써 나가는 표현방법, 소설에서는 서술 묘사 대화 등이 있다. 수필에서는 서술 묘사 설명 예화 대화 등이 있다.
■묘사 -글그리기
■대화 -사건의 구체적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등장인물의 성격을 보여줄 수도 있고,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기도(수필문장의 본질은 간접화법)
■서사 -다양한 개념
1, 문학의 갈래 -서정 서사 극 교술
2. 글의 진술(표현)방식 -설명 묘사 서사 논술
3. 글의 전개방식 -서사, 과정, 인과, 정의, 분류, 예시
■사건의 전개속도/ 내용에 따라 조절 필요
강조-반복 대조 점층 과장
변화주기(변주)-병치 도치 설의 반어 역설 낯설게하기
사이비진술(의사진술)-예) 광복동에서 만난 이중섭은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서술상의 특징 -작가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최선의 서술방식을 택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작품마다 문체 어조 시점 거리 구성 배경 등의 측면에서 다른 작품과는 조금 다른 특징을 지니게 되는데, 이것을 서술상의 특징이라고 한다
■구성 -작품의 짜임새
■구성의 기본원리-갈등의 형성과 그 해결의 과정, 시간적인 요소와 필연적 인과관계를 지녀야 하며, 갈등이 복잡해지거나 심각해짐에 따라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 표준구성과 변형구성
Ⅵ. 로그아웃
신뢰성과 상상력에 대하여
좋은 문장을 써보고자 한다면, 수필시학의 하위작법인 작필십계와 서술전략을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으리라 본다. 정의 문학 측면에서 작가는 꽃씨, 거울, 옹달샘, 종소리, 엽서를 가슴에 지녀야겠지만, 상의 문학 측면에서 수필가는 수필의 구조시학에 정통해야 할 것이다.
수필은 지은이와 말하는 이가 일치함으로 신뢰성이 높은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작가가 수필 작품 하나에서 같은 사실이나 상황을 잘 알지 못하던 때의 이야기와 후에 바르게 알고 난 후의 이야기가 섞여 있을 때, 같은 수필의 한 부분이 신뢰성이 낮고, 다른 부분의 신뢰성이 높을 것이다. 또 수필작가가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지 않고 자기가 만든 다른 목소리로 말하는 풍자를 사용할 때는 신뢰성이 낮을 것이다.
시나리오 형식이 삽입된 송명화의 <순장소녀>에서와 같이 대화 형식으로 전개되는 부분이 있는 수필에서는 작가의 시점과 일치되는 신뢰성이 높은 이야기와 작가의 시점이 상상력의 도움을 받아 이야기되는 신뢰성이 낮은 부분으로 뒤섞인다. 이런 수필을 읽을 때에는 작품 뒤에 숨은 작가의 의도를 바르게 알아내야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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