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에 발표한 신경림의 ‘남한강’은 장편 서사시이다. 유유히 흘러가는 남한강 유역의 역사와 주민들의 삶을 노래하였다. 그리고 남한강 일대에 흩어져 있는 이야기와 민요를 노래하고, 그 속에 담겨 있는 민중의 정서를 서사적으로 결합하였다. 이러한 특징은 신동엽의 시 ‘금강’과 통한다. 남한강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새재를 시적 공간으로 설정하였다. 서사의 인물로는 ‘돌배’라는 허구의 인물을 내세웠다. 천생 하층민으로 남한강에 얹혀 뱃사공으로 살아온 돌배는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자 동학군에 참여하면서 그의 운명이 바뀐다. 동학군-의병-일본군의 토벌전에 붙잡혀 참수 당하고, 머리는 쇠전에 매달린다. 이 서사시의 시작은 이름없는 초라한 돌무덤을 보고, 돌배라는 허구의 인물을 창조해냈다.
2부는 남한강이 돌배와 사랑을 기억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돌이와의 사랑을 기억하면서 살아가는 연이‘라는 여인의 이야기이다. 돌배의 유복자를 낳아서, 술집을 운영하면서 살아가는 여인의 이야기이다. 뭇 사내에게 웃음을 팔고, 짓밟히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는 힘없는 민중의 삶을 상징한다.
화적들이 읍내 부자를 털어서 광복군에게 군자금을 보냈다는 허황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역사적 사실이아 어떠하든 시의 구성에서 그렇게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
3부는 ’쇠무지벌‘을 배경으로 광복 이후의 삶을 그린다.
광복 이후의 삶도, 역사적 사실 앞에서 슬픈 삶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남한강과 북한강이 극적으로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민중이 한데 어울리고 화합하는 것이 남한강이라는 장시의 결말이지만 시인의 소망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민중의 애환을 담았고, 소망도 담아낸 민중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