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을 믿는 사람들은 많다 발이 없이도 뛰어가고 날개가 없이도 하룻밤에 천리를 간다는 소문 그 파다한 것들
가령 시골 여관방에서 침대 밖으로 비쭉 나온 손님의 발을 중노미가 침대 길이에 맞게 잘라 버렸다든가 모 여가수는 대기업 회장과의 그렇고 그런 사이로 쌍둥이를 낳았다든가 아니면 얘들아 신종 플루 예방주사 그거 절대 맞지 마 그거 맞으면 면역력 약한 애는 그냥 죽는대
출처도 알 수 없고 밑도 끝도 없는 소문은 사람들의 입안을 한 바퀴 돌 때마다 덧칠해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어서 호기심 때문에 있지도 않은 사실이 잡풀처럼 자라난다
소문의 속을 드려다 보는 사람은 드물다 우물 안을 들여다 보듯이 아~ 하면 저 안에서 어~하고 대답하는 것처럼 쉼표는 있어도 마침표가 없는 소문은 진실을 뛰어넘을 때가 많다 그리하여 진실은 태반太半이 쓸쓸하고 외로울 때가 허다하다
* 중노미 : 여관 또는 음식점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남자
<시작노트>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문화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교수는 소문을 퍼뜨리면서 즐거워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이웃 사람의 수상한 행동이 화제가 되었을 때 견해를 제시함으로써 자신의 도덕심을 과시하고 동시에 자신의 의견과 일치한 사람을 만나 동조를 받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소문을 전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뇌에서 화학물질인 도파민Dopamine 이 방출되고 소문을 듣거나 전하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돈독해진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악성루머나 확인이 안 된 소문을 검증도 없이 전달만 한다면 누군가를 명예 살인하는 것이다. 소문이란 본래 여러 사람을 거치는 동안에 굽어지거나 비뚤어지거나 또는 첨가 되거나, 중요한 부분이 빠져 진실과는 판이하게 다른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