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육백서른 번째
복면가왕이 되려면
몇 해 전 <복면가왕>에 출연했던 캐나다 출신의 유명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가 자기의 성공 비결을 소개했습니다. 우리 안에는 (상대를) 이기고, 부수고, 제거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는데,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상대방의 말에 공감하려고 노력해 ‘같은 편’을 늘려나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갈등 해결’ 능력자라고 합니다. 그런 그가 <복면가왕>에 출연한 이유는 자기가 노래에도 실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노래와는 전혀 인연이 없어 보이는 직업을 가진 사람도 출연합니다. 그러나 복면가왕에 출연하는 가수들은 순수하게 자기의 노래 실력만을 평가받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평소 잘 알려진 가수들도 중도에 탈락하고 가면을 벗는 순간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합니다. 많은 이가 모르는 사람에게는 평가가 박하고, 알려진 사람에게는 후한 편입니다. 그러니 가면을 쓰고 나오는 일은 유명 가수들에게는 상당한 모험입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로 익히 알고 있는 조앤. K. 롤링도 <해리포터>로 굳어진 자신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각도로 세간의 평가를 받고 싶어 가명으로 새로운 책을 낸 적이 있었답니다. 그 책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다 저자가 ‘롤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었답니다. 우리네 평가라는 게 그렇습니다. 편견에 갇혀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남의 평가에 목을 맵니다. 정신분석학자인 자크 라캉은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했습니다. 현대인의 욕망은 자기 내부로부터 나오는 진짜 욕망이 아니라 남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인 것처럼 좇는 결핍의 욕망이라는 것입니다. 자기 삶이 아니라 남이 욕망하는 삶을 살면서 행복할 수 있을까요? 여태 그리 살아오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