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방향을 놓고 오랜 기간 진통을 겪어온 '부산 스포츠의 산실' 구덕운동장이 미래의 개발 여지를 남긴 채 공원으로 탈바꿈한다. '구도' 부산의 상징인 구덕야구장도 공원 조성 과정에서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부산시는 주경기장과 주차장을 제외한 구덕운동장 전체를 철거한 후 이 자리에 생활체육공원을 짓기로 방침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시는 올해 말 예산을 편성해 내년 초 구덕운동장 철거 및 공원 조성을 위한 기본·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한다. 이 사업은 민간자본 없이 100% 시 재정으로 추진한다. 예상 사업비는 105억 원, 사업 기간은 2년가량이다.
시는 그동안 민간투자를 끌어들여 구덕운동장을 문화·상업공간 등 복합시설로 재개발해 동서 균형발전과 원도심 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선뜻 나서는 민간사업자가 없었다. 시는 주경기장을 부산 연고 프로축구단인 아이파크의 전용구장으로 쓰고, 나머지를 문화시설 등으로 개발해줄 것을 모기업인 현대산업개발에 요청했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그나마 올해 초 사업을 제안한 한 건설사는 초고층 아파트와 호텔을 세우겠다고 해 시가 원하는 개발 콘셉트와 맞지 않았다. 시는 지난 4월부터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의뢰해 복합행정문화타운 등의 개발을 타진하기도 했지만, 구덕운동장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 때문에 시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미래를 위해 공원으로 남겨 두자"고 결론지었다. 지은 지 40년이 지난 건물은 서둘러 철거하기로 했다. 지나친 유지·보수비용이 드는 데다 안전사고 위험이 크고, 주변 슬럼화가 우려되는 탓이다. 시는 구덕운동장 담장을 모두 없애고 야구장과 체육관을 전면 철거한 뒤 잔디를 깔고 나무를 심을 예정이다. 잔디 위에는 테니스장과 농구장 등 지장물이 없는 간단한 체육시설만 설치한다. 공원을 '열린 공간'으로 남겨 미래에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시는 생활체육공원에 시민이 자유롭게 드나들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재개발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멀지 않은 곳에 북항재개발지역이 있어 가까운 미래에 구덕운동장의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부산시 이순학 체육진흥과장은 "구덕운동장의 상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재개발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며 "우선 낡은 운동장을 공원으로 바꿔 주변을 빠르게 재생하겠다"고 말했다. 1928년 부산공설운동장으로 건립된 구덕운동장은 1971~1973년 개축 및 신축됐으며, 1985년 사직종합운동장이 생기면서 전문 체육시설로서의 활용도가 떨어졌다. 이 때문에 2000년 이후부터 재개발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구덕운동장 재개발은 서병수 부산시장의 주요 공약이다.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 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