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북 군산에 사는
28살의 결혼 2년차 초보 아줌마입니다.
작년 4월 저희 부부는 첫 아기를 가진 기쁨에 들떠 있었습니다.
임신 6주때 임신 사실을 알고 태어날 아가에게
좋은 엄마, 좋은 아빠가 되자 약속했습니다.
임신 8주가 되자
산부인과에서는 산전검사라는 걸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검사를 위해서 채혈을 하고 돌아온 이틀뒤.
담당의사 선생님의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혈액검사 수치가 너무 높다면서 큰 병원에서
검사 한번 받아보는게 좋을 것 같다고...
그렇게 찾아간 병원에서
저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어디가 부러진것도 아니고 어디가 좀 불편한 것도 아니고
백혈병이라니...
이게 정말 현실인지..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전 울음으로 제 병을 받아들였습니다.
지방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백혈병 판정을 받은 다음날
엄마는 서울로 병원을 옮기자고 하셨습니다.
골수검사 후유증으로 제대로 앉지도 걷지도 못했던 저는
앰블런스에 누운채로 서울의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저를 앰블런스에 태워보내면서
전 아빠의 눈물은 난생처음 보았습니다.
지금도 아빠의 그 모습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백혈병 치료를 위해서는 임신을 계속 유지할수 없다는
의사선생님의 소견에 따라 울 아가도 하늘나라로 보내고
그렇게 한달여간을 병원에서 보냈습니다.
그사이 엄마는 맘고생과 제 병간호로 인한 피로 누적으로
무려 10kg이상 체중이 주셨습니다.
만성골수성백혈병 완치를 위해서는
골수이식 수술을 해야한다고 했습니다.
형제들간에 맞을 확률은 25% 정도 된다고 했고
전 동생이 셋이나 됐기에 엄마와 전 희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당시 여경 시험을 일주일 정도 남겨놓고 있었던
첫째 동생에게는 제 발병사실도 말하지 않은채
남동생과 막내여동생부터 유전자 검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검사결과는 맞지 않았습니다.
유전자 6자리가 맞아야 하는데 남동생과는 3자리,
여동생과는 4자리가 맞을뿐이었습니다.
검사 결과를 듣고 엄마와 저는 또 한참을 울어야 했습니다.
그사이 동생 시험이 끝나서
동생에게 제가 처한 상황을 말했습니다.
인정많고 울음많은 제 동생 때문에
또 한번 병실은 울음바다가 됐습니다.
다시 희망을 가지고 동생 검사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되겠지...확률 25%라는데...
형제가 한명이어도 맞는 사람은 맞는다는데
난 셋중 하나는 맞겠지 하면서...
일주일뒤 검사결과가 나온뒤 전 다시한번 울어야 했습니다.
역시 맞지 않았습니다.
형제간에 맞는 게 없으니 이제 한국내 골수기증자중에서
조회를 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조회해 봤는데 여기도 없다고 합니다.
일본기증자중 조회해 봐도, 대만 기증자중 조회해 봐도,
미국 기증자중 조회해 봐도 없답니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는건지...
남들은 몇십명씩 맞는 사람이 있어서 그중에서 나이도 젊고
건강한 사람걸로 골라서 이식한다는데 나는 왜 이런가...
한동안 절망속에 살았습니다.
암에 걸린것도 운이 없는데 맞는 골수까지 없다니
난 지독히도 운이 없는 사람이란 생각에
희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란 옛말은 정말 명언같습니다.
그렇게 괴롭고 맘 아팠던 순간들도 1년이 지난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그저 한순간 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하루하루 충실하면 됐을걸 왜 그렇게 힘들어 했었는지...
지금까지 일년여 동안 아프면서 정말 감사할 일은
저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계신 엄마. 아빠.
특히 아픈 큰딸 아니면 걱정할게 없으시다면서
눈이 금세 충혈되시는 아빠.
누구든지 길정이 신경쓰게 만드는 사람은 가만두지 않을거라면서
맹목적인 사랑을 주시는 엄마.
근데 제일 감사할 사람은 아프기 전부터
제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고 있는 신랑입니다.
결혼한지 얼마 안돼서 아픈 마눌 때문에 맘 고생이 많았을텐데
제앞에서는 강한척하면서 절 지켜주고 있는 신랑입니다.
언젠가는 신랑한테 신랑은 "정말 마누라 복도 없다.
마누라가 아프기만 하지, 음식도 못하지, 더군다나 말도 안듣지...”
이랬더니 그냥 살며시 웃더니
며칠전에 더워서 도서관에 피서갔다가 오는길에
점심 뭐먹을지 고민하니까 자기가 김치덥밥 만들어 주겠다면서
울 마누라는 "신랑도 잘 만났어 “가고 싶다는데 다 데려다 주지,
음식도 잘해주지" 그러더라구요...
제가 아프다는게 신랑과 제가 함께 살아가는 동안 평생의 짐일텐데
신랑한테 넘 무거운 짐을 준거같아 항상 미안하고 맘이 아픕니다.
이런 천사같은 신랑 생일이 13일 금요일입니다.
저도 맘껏 축하해 주겠지만 무거운 짐 진 신랑한테
격려의 말 한마디 해주세요...
또 앞으로 극복해야 될 어려움들 많겠지만
좌절하지 말고 실망하지말고
우리 지금처럼만 건강하게 서로 아껴주면서
행복하게 살자고,
마눌이 신랑 무지 사랑한다고 꼬옥 전해주세요...
2004년 8월 16일 아침 두꺼비(파비우스)
출처/ mbc 여성시대
음악/Placido Domingo/A Love Until The End Of Time ( & Maureen Mcgov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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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맘아프네요,, 하지만 가족들이 합께하니, 그가족분들의 사랑있으니 곧 좋은소식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