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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중국 저장성 타이저우의 수도꼭지 생산 중소기업은 금융기관에서 15만 위안을 대출받은 직후 공장에 불이 나는 사고를 당했다. 화재로 재고상품은 모두 폐기 처분됐다. 회사가 존폐의 기로에 선 이때, 애초 돈을 빌려줬던 금융기관이 10만 위안을 추가로 대출해줬다. 수도꼭지 생산 업체는 기사회생했다.
위기의 중소기업을 구한 금융기관은 중국 거대 IT 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의 계열사인 '알리소액대출'이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클라우드컴퓨팅기술로 거래 고객의 온라인 거래정보를 분석, 리스크를 분석한 뒤 이에 근거해 대출을 진행한 것"이라며 "신용이 있는 회사엔 충분한 신뢰와 금융을 제공하지만, 신용이 없는 고객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조처를 한다"고 말했다.
알리바바그룹이 중국 금융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미 여러 금융업무에 진출한 이 그룹은 작년 10월 16일 그룹 내 산재해 있던 금융 사업을 모아 별도 회사를 설립했다. 저장마이쇼웨이금융서비스그룹유한회사, 약칭 '마이진푸( 金服)'다. 중국어로 '마이( )'는 '개미'를, '진푸(金服)'는 '금융 서비스'를 뜻한다. 개인 소비자와 소기업을 대상으로 결제·대출·보험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금융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알리바바의 미래 3대 핵심 업무는 온라인 플랫폼 구성, 금융, 빅데이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마이진푸 금융그룹은 이같은 '플랫폼+금융+데이터' 전략의 구심점이며, '알리 금융제국'의 주춧돌이 될 것이다. 앞으로 마이진푸의 성장 속도와 영향력은 알리바바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진푸는 온라인 결제 회사인 알리페이(Alipay)의 송금, 알리소액대출의 대출, 위어바오의 예금 상품을 포함한다. 또 핑안보험, 텐센트와 합작해 설립한 인터넷 보험회사 '중안 온라인'과 투자와 재테크의 오픈 플랫폼 '즈아오차아이바오'도 포함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것은 마이진푸가 설립한 인터넷 전문은행 '저장왕상은행'이다.
이 은행은 지금까지 알리페이, 알리소액대출, 위어바오 등이 개별적으로 해오던 금융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기존에 불가능했던 많은 서비스를 추가 제공할 계획이다. 이 은행은 주로 소형 전자상거래 고객을 상대로 20만 위안 이하의 소액 예금과 500만 위안 이하 소액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액 대출 사업의 핵심은 온라인 고객의 신용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인데, 왕상은행은 이 분야에서 막강한 경쟁력 원천을 갖고 있다. 우선 타오바오(전자상거래 사이트)나 알리페이에 가입한 고객의 계좌 정보, 소비 성향 등 데이터를 수집해 이용할 수 있다. 고객의 주소, 근무처 정보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소비 행태 분석을 통해 소득 수준까지 유추할 수 있다.
기존 가입 고객이 아닌 경우, 신규 가입 희망자로부터 신용 정보를 제출받는 방법으로 신용 자료를 확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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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천리핑 저장차이징대학 교수
마이진푸 금융그룹은 또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정보 제공 서비스인 '즈마신융(芝麻信用)', 우리 말로 '참깨신용'을 설립했다. 중국 최초의 민간 신용정보 제공 서비스 업체다. 모바일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 공유와 검색을 가능케 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결혼정보회사는 이 서비스를 통해 회원들의 신용도를 사전에 알 수 있게 돼 사기 결혼을 예방할 수 있다. 중국은 개인 간 P2P(사람과 사람을 직접 연결한다는 뜻) 사이트를 활용한 대출이 활성화돼 있는데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사기 대출 피해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신용도가 높은 고객은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대출 회사들은 참깨신용의 신용정보를 통해 신용이 좋은 고객에 대한 심의와 대출 절차를 간소화해 대출 성공률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런 것들이 바로 마윈이 생각하는 금융과 데이터의 융합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중국 사회를 신용 있는 사회로 변화시키고, 사회 신용 시스템의 구축과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마이진푸 금융그룹이 지급, 담보, 보험, 소액대출, 펀드 등 각종 금융 라이센스를 확보한 상황에서 앞으로 신탁이나 증권 업무에도 관심을 가질지 주목하고 있다.
IT 공룡 알리바바의 금융 실험이 어느 정도 파괴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인터넷은 개방적, 유동적인데 반해 금융산업은 전문적이고 감독 관리가 엄격한 분야이며 안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상반된 영역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할 지가 마이진푸 금융그룹의 가장 큰 도전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