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초 미친척하고 일본을 다녀왔습니다.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었는데..
그래도 내 기억속에 남은 여행이었기에 이렇게 글로 남겨봅니다. 미친척하고~
그냥 정신없는 달맞이의 넋두리로 보아주세요^^*
================================================================
작년 어느때쯤인가 친구미희가 일본으로의 배낭여행을 제안했다.
일본..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쿄토~오랜시간 일본의 수도였던 그곳을 꼭 한번은 여행하고 싶었다. 그렇게 여행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계획했던 날은 점점 다가오는데..
사무실은 그 어느때보다 바빠졌다. 숨돌릴틈없이 밀어닥치는 일에 복도에선 뛰어다녀야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3월부터 다니기 시작한 학교생활도 빡빡하게 숨통을 죄어왔다.
미희도 마찬가지였다. 논문실험으로 지칠대로 지쳐 약까지 지어먹고있던상황.
거기다가 독도문제로 한일간의 감정은 악화될대로 악화되어가고 있었고..
지진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우린 가기1주일전까지 갈건지 말건지를 고민해야 했다.
그래도 이번기회를 놓치면 또 한참은 여행계획을 세울수없을거 같아 무리인줄 알면서 우린 감행하기로 했다.
3월31일..오전..
며칠동안 사무실을 비워야하는 나였기에 무지 바쁜 시간을 보내야만했고,
휴가를 내는 일로 과장님한테 싫은소리도 들어야했다.
오후1시반까지 부산여객터미널을 가야하는데 사무실을 빠져나온시간 12시..
배낭속엔 먹거리하나 챙기지 못한채 학교숙제때문에 읽어야 하는 책과 페이퍼가 더 많았다.
파란 하늘에 햇살이 따뜻하기만 했던 3월의 마지막날 그 하늘아래에서 난 눈물이 쏟아져나오는것을 애써 참아야했다.
'내가 미쳤지..'
부산을 향하는 버스안에서 미희에게 오전에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며 다짐했다.
'부산에 도착하는 순간부터는 사무실일 잊을게'
그렇게 부산에 도착을 했고, 배가 지나가야하는 해상의 짙은 안개로 출발이 지연되었다.
갑자기 찾아온 여유..
보름이 넘는 시간동안 바쁘게만 지나온 나였기에. 그 여유시간이 영 어색하기만 했다.
서편하늘에 해가 지고 부산항에 어둠이 깔리자 배는 출발을 했다.(원래출발시간은 오후4시였는데~~)
큰바다로 나온 처음 배는 약간의 흔들림을 보이는거 같았지만..이내 안정을 찾았고, 배안에서 우린 여행첫날의 밤을 맞이했다. 여행직전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했던 우리였기에 그제서야 자료들을 보며 어디를 갈지 계획을 세웠다.
잠시 누워있겠다던 미희는 잠이들고(아침까지), 나또한 책을 읽으려다 잠이들고..
4월1일
방송이 나온다. 일본의 어느 다리를 지나가니 나와서 보라고..
카메라를 들고 옷을 껴입고 배의 갑판을 올랐다.
바람..저멀리 긴 다리가 보인다.
'광안대교보다 못하네..뭐~'라고 얘길하는 단체관광팀의 아주머니한분의 말씀..
그렇게 긴 다리를 본다. 꾸며놓은건 광안대교보다 못했다. 근데 그 길이는 정말 기~~~일었다.
해가 떠있다. 바다가 붉게 타고 있다. 저멀리 등대도 보였다.
그렇게 여행의 첫날 아침을 맞았다.
오사카항 도착까지의 여유시간. 친구와 난 배갑판위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시간이었지만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배위에서 승객이 갈수있는 가장 높은 곳..그곳에 서서 바람을 맞았다.
내두뺨을, 귀를 스치는 바람이 좋다. 자유를 느꼈다. 이대로 날을수있다면..
토지에서 윤보가 왜 이세상에서 가장 좋은건 날라댕기는 새라고 했는지 조금 이해가 될듯도 했다.
예정시간(오전10시)보다 한참늦게 (오후2시) 배는 오사카항에 도착을 했다.
지난밤세웠던 계획을 바꿔야만 했다. 시간이 많이 없기에..그래서 우린 히메지(姬路)를 가려는 계획을 바꿔 나라(奈良)를 먼저 가기로 했다. 우리의 이 선택은 정말 탁월한 것이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터미널을 빠져나간 우린 간사이여행안내책자에 나오는대로 코스모스퀘어역까지 걸었고, 그곳에서 지하철을 타고 우리가 묵을 숙소가 있는 미나미모리마치역까지 갔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배낭을 던져놓고, 다시 지하철역을 향했다.
복잡한 오사카지하철과 전철노선도를 이리저리 보며, 나라까지 가는 최단거리를 찾아내고 짧은 일어실력과 영어실력으로 우린 무사히 킨텐츠나라역을 가는 기차를 탈수있었다.
킨텐츠나라역에 내린 우리는 책에 소개된대로 코후쿠지(興福寺)를 가장 먼저 찾았다.
코후쿠지에서 고주노토(오층탑)을 보고, 다시 나라공원(사슴공원으로 더 알려진)에서 방목하고 있는 사슴들을 보며 공원산책길을 통해 토다이지(東大寺)를 향했다.
토다이지에는 일본최대높이의 불상이 있단다. 그걸 보려고 왔는데 폐장10분전이다. 10분을 위해 입장료 500엔을 투자하자니 아까웠다. 어쩔수없이 멀리서 그 대불이 모셔져있는 대불전을 바라보고 사진찍는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절입구에 있던 사천왕상의 규모로 그 불상의 규모를 짐작만하며..
나오는길..서편하늘의 해가 붉어지기 시작한다.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 다시 역을 향했다. 나라공원을 지나치고 다시 코후쿠지로 왔을때 해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 길에서 우린 다시 고베를 향했고, 고베시청전망대에서 유명하다는 고베항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밝은 낮 다시 고베를 찾기로 했다.
오사카숙소로 돌아오니, 시간은 어느새 11시쯤..많이 걸어다닌 탓에 여행첫날임에도 불구하고 다리가 아파왔다..둘째날을 무사히 넘길수 있을까..
4월2일.
첫날 가기로 했다 배의 연착으로 연기했던 히메지를 향했다.
여행안내책자에는 히메지에 볼것은 히메지성 하나 뿐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그 하나를 보기위해서 두시간가까운 이동시간을 투자해도 별로 아깝지 않다는 말과 함께..
숙소에서 아침을 든든히 먹은 우리는(전날 아침은 배에서 든든히 먹었지만 점심 컵라면, 저녁엔 우동만을 먹었기에^^) 다시 역을 향했다.
히메지성이 있는 산요히메지역까지 1시간30분쯤 걸린듯하다.(난 시간기록을 안했다. 미희가 열심히 하기에^^) 기차선로주변의 풍경을 볼수있어 좋았던 시간이었다.
일본의 작은 소도시의 풍경..선로변에 딱붙어있던 자그마한 집들..선로변의 유채꽃..그리고 바닷가..
그 바닷가에 접해있는 철로. 인가에 둘러싸여있는 자그마한 묘지.
꾸미지 않은 일본의 모습을 본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를 타면 항상 미야자키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한장면이 떠오른다.
못된마녀 유바바의 언니 제니바를 찾아가는 센과 그 일행들의 모습..
그 일행들을 제외하곤 그림자로 처리한 기차승객들의 모습.
어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사비시이(외롭다)'라고 외쳐대던 괴물 카오나시를 닮아가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쩜 현대인을 힘들게 하는 것은 얼굴도 형체도 없는 외로움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이 괴물은 아닐런지..
이런저런 망상을 하며..기차를 달려 드디어 히메지에 도착했다.
역에서 히메지성까지는 20여분이 걸린다.
버스를 탈수도 있지만 일본의 교통비는 정말 비싸기때문에..튼튼한 두다리를 희생시킨다.
역에서 쭉 뻗은 대로를 따라 걸어가면 히메지성이 나온다.
성은 걸어가는 내내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저 성에 있는 사람은 창으로 내다보기만 하면 누가 오는지 다 알겠군'
그렇게 성을 향해 걸어갔다. 히메지성과 호고원(정원) 입장료 720엔..
성을 들어섰다.
야트막한 언덕위에 세워진 성은 가까워질수록 사람을 누른다.
히메지성의 중심건물 천수각을 향하는 길..
두꺼운 철문이 내 시선에 걸린다.
이렇게 두려웠나. 이렇게 철저하게 닫아두어야할만큼 목숨의 위협을 많이 느꼈던 것일까..
하여튼 그 두터운 철문을 여섯개쯤인가 일곱개쯤 지났을때야 비로소 성의 앞마당에 도착할수있었다. 그리고 성에 들어섰다.
우리나라의 고궁들과 달리 히메지성의 내부는 공개가 되고 있었다.
신발을 벗어 비닐봉지에 넣고, 그곳에 있는 슬리퍼를 신고 성내부로 들어섰다.
어둠..성의 지하층인 입구는 어두웠다.
1층을 올라선다. 성의 외부는 복도이다. 그 벽에는 바깥을 볼수있는 창이 있다. 그리고 그 창은 기둥들로 막혀있어 빛만 들어올뿐 외부에선 아무것도 들어올수가 없다.
방은 성의 가운데 사각형으로 놓여있다.
성에서는 어디서나 성의 외곽을 볼수있지만 외부에선 절대로 성을 들여다볼수가 없다.
그러한 구조는 성의 꼭대기층까지 계속되었다.(4층과 5층에선 방의 구분이 없는듯했고, 6층엔 다시 방이 들어서 있었던듯하다.)
이렇게 감시를 해야만 살수있을만큼 두려웠던 것일까.
어쩜 무력으로 나라를 세우고 무력으로 권력이 오고갔던 武의 나라 일본의 특징은 아니었을지..이런 망상에 빠져본다.
6층엔 제단이 있었다. 일본인들..그곳에 복채를 넣고 기원을 들인다.
하긴 현인신인 천황을 모시는 사람들이고, 신사또한 무지 많은 나라니까..
여기에서도 기원을 하는게 당연할지도..
그렇게 성을 둘러보고 바깥으로 나와 성을 보는데 그 모습이 일본의 갑옷을 닮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제일 위쪽은 투구이고 그 아래로 옷이 이어지는...
성을 나와 성의 정원을 둘러보았다.
벚꽃이 피었더라면 정말 멋진 사진이 되었을법도 한데...
그것이 좀 아쉽다.
성을 둘러보고 나온 우리..
성의 옆에 있다는 호고원을 찾아헤매었다. 성에서 바로 갈수있는 길이 없나..
한참을 둘러보던 우린 성을 빠져나와야 그 정원을 갈수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아마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우린 그 정원을 놓쳐버렸을지도 모르겠다.
호고원(好古園)앞에서..
호고원은 15개의 테마로 꾸며져있는 일본식정원이다.
(일본어 설명서보다 영어설명서가 더 잘 만들어져있다.)
들어섰을때 만날수 있는 곳은 말그대로 일본적인 일본식정원이었다.
인위적으로 만든 연못, 폭포, 계곡..
그리고 그걸 감상할수있는 정자까지..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일본적 모습이었다.
이곳외에도 작은 시냇물이 흐르게 해놓고 주변에 이런저런 나무들을 심어 정원을 꾸며놓은 곳도 있었고, 비밀의 화원처럼 깊은 곳에 숨겨놓은 꽃의 정원도 있었다.
꽃을 보는거랑 가꾸는거 좋아하는 미희가 특히 좋아했던 곳이었고,
정원의 정자에 퍼질러 앉아 한숨자도 좋을거 같고 책을 읽어도 좋을거 같은..
그런 느낌을 주었다.
'여길 오지 않았더라면 정말 후회했을거 같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했다.
벚꽃이 피는 봄날의 주말이라 히메지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장터처럼 작은 장터가 열려있었다.
그곳에선 일본의 유명한 거리음식인 타코야끼도 있었고, 오코노미야끼등도 있었다.
구경하며 시식코너에 나와있는 음식들도 먹어보고 인절미와 즉석어묵과 녹차캔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했다.
첫날 연착이 우리에겐 도움이 된듯하다.
히메지를 좀더 여유있게 둘러볼수 있었고, 여행책자에 나와있지 않았던 호고원또한 볼수있었으니..
그리고 간사이여행을 통털어 가장 인상이 많이 남은 곳이 이곳이었으니..
아마 누군가 간사이여행을 계획한다면 미희와 난 꼭 이곳을 가보라고 추천을 해줄것이다.
특히 마지막날에 가보라고..
처음 이곳에 푹 빠진 우리에겐 쿄토와 오사카는 별감흥을 주지못했으니까..
그렇게 히메지를 둘러보고 오사카로 돌아오는길
다시 고베를 들렀다.
고베에선 주로 거리를 돌아다녔다.
모리마치상점가와 차이나타운 하버랜드등등..
다리는 점점 무거워지고, 걷는다는거 자체가 너무 힘들어졌다.
아쉽지만 고베야경은 첫날 본걸로 만족하기로 하고, 우린 오사카로의 귀로를 서둘렀다.
뒤편에 보이는 빨간색구조물이 고베포토타워이고 하얀색구조물이 해양박물관이라고 한다.
우리에겐 그냥 바라보는것만으로 충분한..
뒤편 멀리 보이는 건물이 고베시청과 전력회사 같다.
전날 고베시청전망대에서 바라보며 몇개의 이름을 알아뒀었는데..
그렇게 우린 둘째날의 일정을 접었다.
첫댓글 뜸들이지 말고 빨리 2편 올려요... 글을 읽으며 나도 여행중이니까요.. 달맞이님 행복한 여행 하셨네.. 지리에서 한번 봐야지요... 잘 지내시죠...
1편써놓고 한참을 놀았어요. 청와대님도 잘지내시죠? 청와대님꼬리말보고 2편올려야지 하고, 글쓰기창을 열었는데..글이 잘 안 써지네요~글쓰기란것이 이리 사람 기운을 빠지게 하는 작업인가봐요..내가 좋아하는 박경리선생님은 어떻게 26년을 한작품에 매달릴수있었는지 존경스러워요^^*기운차리면 2편도 곧 올릴게요~
달맞이님 얼른 기운차리세요~~~ *^^*
얼른기운차리세요....
즐거운 여행을 하셨네요..좋은 사진 잘보았습니다. 특히 두 번째 사진이 맘에드네요. 건강하시길...
즐거운 시간 좋았겠다... 달맞이 보고 싶었는데, 사진으로나마 보니 반갑네... 5월 세석이 너무 기다려진다...
달맞이언니 넘 부럽당...어제 만나서 이야기하긴했지만(전날 나 진짜 기다렸수!!)...언니 싱그러운 미소가 좋아요...언제 함 길~~게 봐요
다롱이 보니 반갑다~~~ ^^
언니..나두 무지 반가워~~..이렇게 반가워해주니 기쁘넹...서울모임에서 봐용~~참 듣자니 언니 디기 피곤하다 하던데..언닌 씩씩하니까..자알 하리라 믿어 초보언니 파이링~~
달맞이님, 어제 반가웠습니다. 서울팀은 어제 우리집에서 자고 오늘 올라갔어요 ㅋㅋ
러셀님 고생 많으셨어요....^^....
어제,오늘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진주,사천,남해,하동..3일동안 꽤 오랜시간 운전했네요^^*그래서2탄이 점점 늦어지고 있고, 자운영과 원추리사진도 못올리고..결혼식장에서 뵌 모든 분들 반가웠습니다. 서울팀들 대전에서 그럴줄 알았지요..ㅋㅋㅋ 창원팀은 내장사를 잠시 들렀다 왔습니다. 기분좋은짧은여행이었지요
멋집니다요!!!! 요홋~
저도 이맘때 간사이 다녀왔는데.. 도쿄보다 오사까쪽이 훨씬 좋은거 같아요. 볼꺼리도 있고. *^^*
즐거운시간 행복하시는모습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