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의 랜드마크인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63층. 직선거리로 2.5㎞ 떨어진 부산항 북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백양산에서 발원한 동천은 BIFC 옆을 지나 북항 앞바다와 조우하기 직전 '은둔의 땅'과 마주친다. 미8군 소속의 군수기지인 55보급창이다. 주소는 부산 동구 범일동 330의 3 일대. 면적은 21만7755㎡.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8월부터 북항 8부두로 들어온 물자를 보관·배분하고 있다.
65년을 부산과 함께한 55보급창이 대변혁기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 첫 개항지인 북항의 재개발 때문이다. 2009년 첫 삽을 뜬 북항 1단계(연안·국제·중앙·1~4부두)는 오는 2019년까지 관광·업무 중심 미항으로 탈바꿈한다. 북항 2단계(자성대부두)는 2020년 착공한다.
북항의 화물 처리량도 재개발과 함께 급격히 줄었다. 부산항 전체 물동량의 60%는 2006년 개장한 신항(부산 강서구와 경남 진해 일대)이 흡수했다.
재개발에서 제외된 다른 북항 부두 역시 기능이 재편된다. 여야가 공동발의한 '해양산업클러스터 지정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연말 국회를 통과하면 우암부두가 시범사업 구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는 부산항대교 밖인 신선대·감만·신감만부두만 남게 된다.
북항 재개발은 55보급창뿐 아니라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 한미 '작전계획(Operation Plan) 5027'에 따르면 북항은 유사시 미군 69만 명이 상륙하는 군사항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광식 부산시 안보특별보좌관은 "북항의 화물 하역기능이 일부 상실돼 지금 당장 남북 군사충돌이 생겨도 작전 수행이 어렵다. 작전계획을 수정해 양륙항을 북항에서 신항으로 바꾸고 55보급창과 군용 8부두 이전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서병수 부산시장도 지난 3월 미8군 사령부 19지원사령관인 스테판 E. 파먼 육군 준장을 만나 55보급창 이전에 대해 협의했다.
여기다 국토교통부는 북항 물동량을 수송하는 부산역 철도시설 역시 도심 외곽으로 재배치할 예정이다. 북항으로 군수물자가 들어와도 철도를 이용한 전파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지난해 개통한 부산항대교도 북항의 군사적 기능을 떨어뜨리고 있다. 북항 출입구에 건설된 부산항대교가 폭격당하면 군함의 항구 출입이 봉쇄된다.
국방부도 55보급창 이전 필요성은 공감하는 분위기다. 해양수산부 역시 2013년 발주한 '부산항 미항 마스터플랜' 용역에서 북항 군사시설 운용에 따른 장단점을 검토했다. 부산시도 북항과 부산역·55보급창·8부두를 아우르는 '북항 2단계 주변지역 마스터플랜 용역'을 진행 중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19대 총선 공약도 55보급창 이전이다.
경성대 강동진(도시공학과) 교수는 "하야리아 미군 부대를 환수해 부산시민공원으로 가꾸기까지 20년이 걸렸다. 북항 재개발이 끝나는 2030년까지 55보급창 부지를 넘겨받아 공원으로 가꾸려면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