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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 대사
1300조원 시장 놓고 주요국 관심
“시설 복구 등 좋은 투자조건 준비
북한군, 러서 배운 전술 활용 우려”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 한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생산기지이자, 새로운 기회의 발판이 될 수 있다.”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을 앞두고 종전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사진)는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후 재건 사업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기반 시설 등을 복구하는 데 9000억 달러(약 1300조 원)가 들 것으로 추산한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21세기 마셜 플랜’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최근 미국-러시아, 미국-우크라이나 간 종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이에 대한 주요국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한국의 재건과 경제 개발 역량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며 한국이 다양한 방면에서 재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우크라, EU로 향하는 기회의 발판”
포노마렌코 대사는 “재건 사업에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가장 수익성 높은 투자 조건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에너지 시설 복구 △주거용 건물 재건 △기반 시설 복구 △대인 지뢰 제거 △정보기술(IT) 부문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그는 특히 “우리가 사용하는 방위 장비의 30%만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고 있다”며 “방위와 보안 등의 수요를 생각하면 IT는 종전 후에도 매우 큰 투자 영역이 될 수 있는 유망 분야”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가 2022년 2월 신청한 EU 가입을 올해 상반기 EU 순회의장국인 폴란드가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도 강조했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우리의 법률을 유럽 표준에 맞게 조정하고 외국인 투자가를 보호하는 것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부터 협상을 준비해야 전후에 핵심 프로젝트들을 지체 없이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며 “한국 기업들을 재건 프로젝트에 초청하고 싶다”고 밝혔다.
● “북한군, 현장서 배운 공격 전술 활용 우려”
러시아 쿠르스크에 파병된 북한군의 영향력에 대해 포노마렌코 대사는 “병사들이 총알받이로 죽는 동안, 장교들은 구체적인 현장 경험을 얻었다”며 “특히 북한군이 이번 전장에서 방어가 아닌 공격 전술만 배웠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북한군 병력 1만2000명 중 약 4000명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는 “이들이 북한으로 돌아가면 현장에서 쌓은 전술, 드론 전쟁 전략, 전장 생존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할 것”이라며 “이것은 한반도뿐 아니라 일본 같은 이웃 국가와 아시아, 인도태평양에도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이 그동안 제공해 온 지뢰 제거와 군인 재활 등의 지원에도 감사를 표했다. 다만, 그는 “한국 정부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수출 금지 조치 등 군사 지원 접근 방식을 재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