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24. 12. 14. 토요일.
서울 최고온도 3도, 최저온도 영하 4도.
무척이나 추운 날씨인데도 밝고 맑고 환한 햇볕이 났으니 기운만큼은 덜 춥다.
이렇게 추운 계절이면 따스한 불 기운이 필요하다.
나는 1949년 1월생.
내 어린시절 서해안 산골 아래에서 살 때에는 소나무 뿌리(고주배기)를 캐서 그 뿌리에 불을 밝혔다.
소나무 뿌리에 송진이 잔뜩 밴 뿌리를 캐서 자귀로 잘게 부숴서 젓가락 굵기로 만들어서 불을 붙였다.
시꺼먼 그으름이 나고, 냄새도 나고.....
나중에는 석유등잔으로 어둠을 밝혔고, 더 나중에는 후랏쉬로 어둠을 밝혔고, 1974년 여름에서야 처음으로 시골에 전기가 들어왔다. 둥근 전기다마(전구)에 불이 들어와서... 정말로 신긴한 세상이 시작되었다.
서해안 산골 아래에서 살 때에는 재래식 부엌 아궁이에 장작을 궤어넣고는 불을 땠다.
활활 타오는 장작불, 이글거리는 잉걸불, 빨갛게 탄 숯덩어리를 쇠화로 안에 담아서 부삽으로 다독거려서 방안으로 들여왔다.
잿불 위에 차겁게 언 손을 올려놓고는 불 쨌다.
긴긴 겨울밤을 이렇게 하면서 추위를 녹혔다.
내가 횃불을 켜 들었던 때를 떠올린다.
1960년대 ~ 70년대 초.
싸리나무 가지, 신누대나무 등을 굵게 다달이 엮어서 짊어지고는 충남 보령군 웅천면 관당리 무챙이 갯바다로 나갔다.
무챙이 갯바다는 지금은 '무창포해수욕장'으로 불리운다.
밤중에 바닷물이 크게 쓰면(뒤로 물러나면) 장화를 신고는 물이 빠진 갯벌 즉 '신비의 바닷길'로 들어갔다.
캄캄한 밤이라서 달과 별이 하늘에 떠 있고, 갯것 잡으러 온 사람들은 집에서 가져온 나뭇단에 불을 붙여서 횃불로 밝혔다.
활활 타오르는 횃불 아래에서 물이 빠진 갯벌에서 잔돌맹이를 뒤집고, 호미로 자갈과 모래 속을 긁어서 갯조개를 잡았다.
꽃게, 박하지, 조개, 고동, 굴 등을 잡았다. 어느 누군가는 횃불을 쳐들어서 어둠을 몰아내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바닷물이 다시 서서히 밀려들기 시작한다.
그때서야 아쉬움을 접고는 등허리를 펴서 갯바다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횃불은 일렬로 줄을 지어서 바닷길을 밝히면서 앞으로 앞으로 걸었다. 지금껏 잡았던 갯것을 지게 바작에 담아서 져서 나르고, 아낙네들은 함지박에 담아서 머리 위에 얹어서 날랐고, 아이들은 바가지 등을 손에 들고서 바쁘게 빠져나가야 했다.
밀물 때에는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들어오기에 서둘러서 육지쪽으로 걸어나와야 한다.
* 썰물 : 바닷물이 점차로 빠져서 갯벌이 들어나기 시작한다.
밀물 : 바닷물이 밀려와서 해변 가까이에 닥가온다.
나도 그랬다.
한 손에 횃불을 높이 쳐들고 갯바닥을 밝혔다.
어머니 누나 이웃사람들이 있고, 때로는 동네 머슴들은 지게를 지고는 갯것을 잡았다.
수십 년이 지난 뒤, 퇴직한 뒤에서야 시골로 내려갔다.
시골에서 어머니와 함께 둘이서 살다가 어머니가 집나이 아흔일곱살(만95살)이 된 지 며칠 뒤에 돌아가셨다.
나 혼자서 살기가 뭐해서 처자식이 있는 서울로 되올라왔다.
2016년 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시위가 한창이었을 때에는 횃불 대신에 촛불을 들었다.
광화문, 서울시청이 있는 대로변에서 촛불을 든 시위대.
바람이 세계 불면 가물거리던 촛불이 꺼지면 바로 곁에 있는 시위대한테 부탁해서 촛불을 다시 밝혔다.
2024년 12월인 지금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위가 계속 이어진다.
밤중에 시위대가 어둠을 밝히는 도구는 횃불도 아니고, 촛불도 아니다.
새로운 전자봉(응원봉), LED(밧대리)을 응용한 응원봉이다. 화재의 위험성이 거의 없는 도구이다.
지금은 2024년 12월.
어둠을 몰아내는 도구가 크게 변모 발전했다는 사실에 나는 그간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깨닫는다.
....
잠시 쉰다.
2016. 12. 촛불집회
2024. 12. 탄핵 응원봉 집회
사진은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용서해 주실 것이다.
사진에 마우스를 대고 누르면 크게 보인다.
2.
오늘 저녁무렵에 자식들이 서울 송파구 잠실에 온단다.
12월 17일이 생일인 큰딸
12월 24일이 생일인 큰아들과 그의 아들(나한테는 친손자)이 같은 날이다.
세 자식들의 생일 케이크를 미리 자르겠다며 자식 4남매를 모두 불렀다고 아내가 말했다.
나는 자식 딸 둘, 아들 둘을 두었으나 손녀 손자 복은 적어서 지금껏 고작 3명뿐이다.
친손녀 초등학교 4학년, 친손자 초등학교 3학년, 외손자 유치원생.
오늘 저녁에 자손들이 다 모이면 저녁밥을 함께 먹는다며 아내는 밥상준비를 한다.
나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방청소를 더 했다.
다행이다.
날씨는 추워도 햇볕이 빨끈하게 났으니 덜 추운 것 같다.
나중에 보탠다.
단숨에 쓰자니 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