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부친 고(故) 최영섭 예비역 대령의 운구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부친의 장례 절차를 마치고 정치 참여를 위한 준비에 본격 착수한다.
지난 8일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이 작고한 뒤 삼일장을 치른 최 전 원장은 12일 삼우제를 끝으로 탈상(脫喪)한다. 장례식장에 여야 정치인 조문객이 잇따르고 취재진의 질문도 이어졌지만 최 전 원장은 “아버님을 기억하고 기리는 자리”라며 정치적 발언은 자제했었다. 하지만 장례를 끝낸 이후엔 발걸음이 빨라질 전망이다.
당장 야권 인사들과의 접촉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 전 원장은 11일 친구인 강명훈 변호사와 만나 조문에 대한 답례 방식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직접 빈소를 찾았기 때문에 답례 차원에서 이들과 자연스럽게 연락을 주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 밖의 잠재적 대선 주자와 소통하는 역할을 맡은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과는 조만간 직접 만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 8일 장례식장을 방문했던 권 위원장은 취재진에게 “(탈상 뒤) 어떤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할지 긴밀하게 얘기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1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제 막 장례를 마친 분에게 먼저 연락해 정치 얘기를 하자는 게 예의에 맞지 않아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최 전 원장의 서울대 법대 2년 후배로 대학 시절 형사법학회에서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예비역 대령 빈소 조문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달 중에 대선 출마 선언을 하려고 준비 중인 최 전 원장이 언제 국민의힘에 입당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최 전 원장 주변에선 ‘출마 선언 뒤 입당’과 ‘입당 뒤 출마 선언’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한다. 다만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와 지지율을 고려해 조기 입당을 통해 추동력을 얻어야 할 필요에 대해선 주변에서도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한다. 이준석 대표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 전 원장에 관해 “당내에서 좋은 말씀하는 분들이 있고, 실제로 돕겠다는 분도 상당수”라며 “당내 주자들과 비슷한 시점에 (국민의힘에) 합류를 결정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재형 전 원장이 최근 “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안이 아니다. 나 자체로 평가받고 싶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 지인이 전했다. 지인이 최 전 원장의 정치 참여 뜻을 확인한 뒤 “윤 전 총장은 (가족 문제 등으로) 검증의 산을 넘기가 쉽지 않겠다”고 말하자 이처럼 말했다는 것이다.
야권에선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총장이 혹시라도 검증 문제로 낙마하거나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끝까지 제3지대에 남아 있는 걸 대비해 ‘플랜B’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른바 ‘윤석열 대안론’이다.
최재형, 지인에 ‘윤석열 대안론’에 거부감
당 지도부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윤석열 전 총장 지지율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지율) 그 이하로 떨어지면 조금 곤란해진다. 대안을 찾게 된다”며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대안으로서 충분하다, 이런 판단만 생기면 충분히 (야권 지지층 여론이) 쏠릴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최 전 원장으로선 야권 내부의 이런 분위기가 탐탁치 않다고 여기는 셈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 한 그는 누구의 대안이나 대타가 되기 위해 정치에 뛰어드는 게 아니라 본인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으로 여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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