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42’와 ‘타이틀 8’
코로나19를 이유로 무단으로 국경을 넘은 뒤 망명을 신청하는 것을 금지했던‘타이틀 42’가 5월11일로 해제되었다. 타이틀 42가 없어지면 대규모 난민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유입될 것을 걱정한 바이든 행정부가 손질한 망명 시행령도 이날 시행에 들어갔다. 이 망명 규정은 트럼프 망명 룰을 사실상 복사한 것이다. 트럼프 망명 정책 시즌 2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망명절차가 타이틀 42에서 타이틀 8로 바뀌었다는 말을 많이 한다. 무슨 뜻인가?
타이틀 42는 공공보건에 대한 연방법을 뜻한다. 연방 정부는 코로나19라는 공공보건 사태를 이유를 들어서 2020년 3월부터 국경을 넘어와 망명 신청을 하면 원칙적으로 받지 않았다. 국경을 넘어와 망명 신청을 할 경우 곧바로 국경밖으로 내보냈다. 그런 방식으로 쫓겨나도 이민법상의 불이익은 없었다. 그렇게 되자 몇 번이고 국경을 넘는 난민이 많았다. 그런데 타이틀 8이란 이민법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되었으니 망명 절차도 이민법의 규정대로 하는 것이다. 원래 규정대로 국경을 넘다가 붙잡혀 추방되는 사람은 향후 5년간 입국이 금지된다.
-망명신청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세 가지 방식으로 망명을 신청할 수 있다. 첫째, 아직 추방재판에 받지 않는 상태에서 미국 내에서 자발적으로 망명신청를 USCIS에 내는 것이다. 둘째는 추방재판에 넘겨진 사람이 추방의 구제책으로 망명신청을 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국경을 통해서 들어온 무단 입국자가 긴급 추방의 심사과정에서 망명신청을 하는 것이다. 국경에서 인종, 종교, 정치적 의견 등 이유로 본국에서 박해를 받았거나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면 망명 주장이 믿을만한 지 망명심사관의 심사를 거친 뒤, 망명신청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추방재판에서 망명 심사를 받게 된다.
-새로운 망명시행령에 대해서 설명하다면?
개정 망명 시행령은 일차적으로는 세번째 방식으로 망명을 신청하는 케이스에 적용된다. 이 조항은 멕시코 국적자가 아니면서 멕시코 국경이나 인근 바다로 통해서 미국으로 무단 입국한, 홀로 국경을 넘어 들어온 미성년자를 제외한 모든 무단 입국자에게 적용된다. 다음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갖춘 사람만 멕시코 국경을 넘어와 망명신청을 할 수 있다. 첫째, 제3국을 지나서 멕시코에 와서 국경을 넘는 망명 희망자는 자신이 먼저 거친 나라에서 망명 신청을 해야 한다. 그렇게 신청한 망명이 거부되었을 때만 비로소 멕시코 국경을 넘어야 미국에서 망명신청을 할 수 있다. 둘째, 망명 신청을 하려는 사람은 미국에 들어오기 전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CBP 원’이라는 웹으로 망명 인터뷰 신청을 한 뒤 국경에서 망명신청을 해야 한다. 셋째, 미국에 오기전 가입국(parole)신청을 해서 승인을 받은 뒤 미국에 들어와야 한다. 만약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국경을 넘어와 망명을 신청하면 망명 신청 자격이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망명희망자에게 신규 망명시행령은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는가?
우선 망명신청자가 미국에 들어오기 위해서 지나게 된 국가에서 먼저 망명 신청을 하라는 주문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나온 발상이다. 중남미 국가에 제대로 된 망명 심사 절차가 있을 리 없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망명신청 과정에서 납치나 강간 등의 범죄를 당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CBP원을 통한 사전 예약도 말처럼 쉽지 않다. 이 웹사이트 접속이 잘 안되고 예약 신청을 할 수 있는 망명 신청자 숫자도 극히 제한되어 있어서 이 역시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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