傳蘆(전로)는 '갈대를 전하다'라는 뜻. 본디 二甲傳蘆(이갑전로) 또는 二蟹傳蘆(이해전로)라는 말의 일부이니 게와 갈대는 짝을 이룬다. 甲은 갑옷, 蟹는 물에 사는 동물인 게를 가리킨다. 게는 단단히 갑옷을 두른 모습. 二甲이나 二蟹는 우선 '게 두 마리'란 뜻이다. 순서를 매길 때 옛날엔 甲乙丙丁(갑을병정)을 썼는데 甲은 그중 일등. 二甲이나 二蟹는 그래서 한 번도 아니고 거푸 시험에 일등으로 합격하라는 뜻이다.
蘆는 臚(살갗 려)와 통하는 말이다. 臚는 紅臚(홍로)라는 옛날 관청을 줄인 말. 紅臚는 현직이 없는 고위 관리들이 임시로 머무는 관청이다. 傳은 임명하다는 뜻도 있다. 갈대를 전한다는 傳蘆는 그래서 傳臚인 셈이고 고위 관리가 된다는 뜻이다. 게와 갈대를 그린 옛 그림이 있다면 시험에 일등으로 붙고 벼슬이 높아지라는 뜻이다.
갈대꽃이 피는 이맘때 민물 게는 살찌고 맛있어진다. 蘇州(소주) 陽澄湖(양징호)에서 나는 게를 大黃蟹(대황해) 또는 大閘蟹(대갑해)라 하며 중국에선 최고로 친다. 보통 '상해 게'라고 부르는 바람에 중국 상하이(上海·상해)의 명물이라 알려졌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大黃은 약초의 한 가지. 하나, 大黃蟹의 大黃은 게 등딱지 속에 든 노란 蟹黃(해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가 밥도둑이라 부르는 그것이다. 無腸公子(무장공자)는 게를 가리키는 말 중 하나. '창자도 없는 분', 곧 시쳇말로 '배알도 없는 놈'이란 뜻이다. 어쩌다 이런 汚名(오명)을 쓰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맛난 蟹黃을 보면 괜한 트집이 아닌가 싶다.
출처:국제신문 글 임형석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외래초빙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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