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0년 4월 27일. 유전자 병원 병원장 사무실.
"왜 저는 해당되지 않는겁니까?"
"음.... 제레미 군. 우리 병원에서는 유일하게 탄드라 양만..."
"그래도 그렇지, 제가 여기서..."
"제레미 군이 여기서 한 일은 잘 알지만, 이번 과학 연결체에 가는 소수의 인원은... 탄드라 같은 '천재'들이라고. 자네도 알다싶이 탄드라 양은 이번 프로젝트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고, 예전에도 그랬잖은가? 그래서 정부에서 이번 프로젝트에 데려가는거고..."
"그래도 그렇지... 이럼 그녀가 몰락제국에 끌려가려 했던 일과 뭐가 다릅니까?"
"다르지. 이 일은 인류의 진보를 위해서라고. 그 일은 그들의 기술 보전이였고."
"..."
"걱정말게. 후일에 가족들을 위한 거주 구역도 만든다는 계획이니... 자네도 한 자리 얻을 수 있을거야. 그나저나... Keegreg에 다녀와야겠는걸."
"거긴 갑자기 왜..."
"이번에 이각들이 인공 삽입물을 자기 몸에 심었다는 소식이야. 제레미 군이 우리 병원 생물학 대표로 다녀와줬음 해서."
제레미를 바라보며 싱긋 웃는 병원장. 그 특유의 웃음은, 사람을 거절 할 수 없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유기 생물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이 있는가?'
유기 생물체의 출현 이후, 모든 지성체들이 던져 본 질문일 것이다. 선천적으로 제한되는 자신들의 능력. 이를 뛰어넘기 위한 시도는 역사속에서 계속되어왔다. 그리고 우주시대 개막 이후, 각 종족들은 그 길을 찾기 시작했다. 물론, 정신력으로 한계를 극복하느니 뭐니 하는 광신자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인류는, 유전자 기술을 극도로 발전시켜왔다. 선천적 장애나 불치병 등을 극복하기 위해 20세기 이후 계속 시도해왔고, 그 기술은 이제 어느 성간 제국도 따라 올 수 없는 만큼이 되었다. 질병은 더이상 옛 이야기에 불과하며, 원하는대로 생물종의 신체와 능력을 변화시킬수도 있게 되었다. 그 어느 생명체도 갖지 못한 지능. 믿기지 않는 괴력. 이 모든것을 외적,내적 변화로 가질 수 있다.
다른 한편, 이각들은 최초로 자신들의 신체에 인공 삽입물을 이식했다. 인공 두뇌, 파손된 신체의 기계화. 비록 치료는 불가능하더라도, 문제가 생긴 곳을 그냥 인공 삽입물로 갈아끼우는 쪽으로 한계를 극복하려 했다. 그들이 최초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다른 성간 제국들이 따라가는 분야로써, 아마 은하계의 부유한 국가들의 유행이라 해도 될 것이다. 인공 두뇌를 활용한 사고. 기계의 보조를 받는 신체. 물론, 외적으로는 어마어마한 변화가 생기고, 이것을 못마땅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 스스로는 굉장히 만족해 한다.
-2360년 3월 12일 출간된 '지성체의 한계 극복 - 우주 시대' 중 발췌
2340년 8월 29일. Igakin 성계 Keegreg 행성.
비록 전쟁의 풍파를 한 번 맞았던 곳이지만, 전후 복구사업으로 인해 인구 100억 가량의 북적이는 행성이 된 이각 연방의 수도성. 그러나, 풍경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
"... 저기, 엘리베이터가 눌리지 않는데요."
저기 멀리 앉아있던 안내원 이각이 달려온다.
"요즘은 인공 삽입물로 인식해야 열리는 시스템이여서요. 제가 열어드리죠."
자신의 날개를 버튼에 갖다대자 열리는 엘리베이터.
"잘 가십시오. 인간 동지."
물론, 지난 전쟁에서 해방자 역할을 독특히 했다지만, 내가 저들 동지인가? 하고 생각하는 제레미.
"그나저나, 이정도면 보안 걱정은 없겠는데..."
엘리베이터는 그새 꼭대기 층. 행성 총독의 사무실에 다다른다.
"아, 반갑습니다. 저를 보기 위해 화성에서부터 오셨다고..."
인간이 행성 총독임에 놀란 제레미.
"당신이 행성 총독입니까?"
"그렇죠. 사실 여기 Keegreg 인구의 14%는 인간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 있는것도 이상할 일은 아니죠."
그의 팔에 붙어있는 인공 부착물들이 눈에 띈다.
"그건..."
"아, 이번 시술에서 단 외골격입니다. 아주 편하답니다."
"아니..."
"하하. UNE에선 이런 풍경을 못 보셧겠군요. 저희 모두가 이렇게 생활합니다. 인공 부착물이 처음엔 거북해도, 제 몸이 되곤 하죠... 안경처럼 말입니다!"
"쨌든, 본론으로 돌아가서. DNA 기부에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인류를 위해서라면야... 하하."
호탕하게 웃는 그.
"여기, 제 DNA 샘플입니다."
작은 비닐봉지에 담겨있는 머리카락과 피부 조직들. 제레미는 받아서 가방 안에 재빨리 넣는다.
"그럼..."
"오, 제가 엘리베이터를 잡아드리죠. 이것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한다니까요."
그의 팔을 대서 엘리베이터를 누르는 총독. 이 인간같지 않은 인간에게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제레미.
2343년 1월 4일.
"... 그럼 나중에 따라갈게."
"당신은 언제 올 건가요?"
"글쎄. 링월드 복구 작업에 선발되어서, 몇년은 있어야 할 것 같아."
"아... 그렇군요. 도착하면 연락 할게요."
"잘 가."
손을 흔들고 함선에 승선하는 인파 사이로 사라지는 탄드라. 그 뒷모습을 아련하게 지켜보는 제레미.
지난 전쟁에서 할양받은 영토 안에 있는 파손된 링월드. 이 복구작업에 제레미가 선발되었던 것이다. 약 3년의 시간 후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프로젝트 때문에, 예상보다 빨리 완공된 과학 연구소에 가지 못하게 되었다.
한편, 나선팔 외곽쪽에서는 계속 전쟁을 일삼던 '덴 어핑기스 지배국'에 대한 UNG의 선전포고가 이루어졌다.
수도 근처의 시민들에게는 체감이 되지 않은 전쟁은, 당연하게도 UNG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UNG의 승리 이후, UNG에 위협적이라는 인상을 받은 두 국가가, 눈부신 맹약에 가입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결국, UNE와 시노라이트의 이웃이었던 쥘-죠드 제국은, 그들과의 우호 협정을 깨고 중립 관계를 선포하기에 이른다.
은하 저편의 각성제국의 등장과 혼란, 두 연방의 불신의 씨앗이 깊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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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트레일러가 충격적입니다.... 멘붕....
이번엔 전쟁 이야기는 줄였습니다. 깊게 파고들어도 별 재미 없던거 같더군요.
연방끼리 전쟁이냐, 다른 각성제국 등장이냐 그것이 문제로다...ㅡㅡ
첫댓글 아.. 진실된 승천은 오직 기계적으로 고깃덩어리 육체를 버리고 새로운 몸으로 태어나는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