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는 2000년대 부터 신인들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신인 선수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기가 힘든 구단이었다. 미네소타의 박병호부터 kt의 박경수, SK의 정의윤 등 타 팀에서 재능을 꽃피운 선수들은 많아도 정작 LG에서 재능을 꽃피우는 선수는 거의 없었다. 그랬던 LG는 2011년 임찬규를 시작으로 유원상, 최성훈, 신재웅, 신정락, 임정우, 정찬헌, 이승현 등 투수진에서 새 얼굴을 발굴해 내기 시작했다. 반면 신인 야수들의 성장은 오지환 이후로 더디기만 했다. 2013년 문선재와 김용의, 2014년 채은성, 2015년 서상우 등이 반짝 활약을 해 주었지만, 꾸준하게 활약을 이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그리고 2016년, 이번에는 시즌 초반부터 군필 외야수 이천웅에 대한 기대가 뜨겁다. 이천웅은 과연 기대에 부응하며 성공적인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까?
LG 트윈스는 그 동안 이른바 '전역 버프'와는 거리가 먼 팀이었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시즌 구자욱을 상무 전역 1년만에 엄청난 신인왕으로 키워냈고, 지난 시즌 우승팀이자 한 지붕 라이벌 팀인 두산에서는 민병헌, 허경민 등의 선수가 자리를 잡았다. 타 팀들이 분발하는 동안 LG에서 전역 후 팀 내에 자리잡은 야수는 지난 시즌 유강남이 유일하다시피 했다. 올 시즌 초반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이천웅의 향후 행보가 어떻게 될지 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이천웅이 '전역 버프'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2010년도부터 상무, 경찰청에서의 성적이 비슷했던 선수들과의 비교를 통해 이천웅의 앞날을 예상해 보자.
이천웅이 입대 전 LG 1군에서 받은 기회는 14게임 28타석이 전부였다. 하지만 경찰청에 들어간 후 2014년에는 2군 타격왕을 거머쥐었고, 2015년에도 그에 못지 않은 성적을 보여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진영이 빠진 LG의 외야 한 자리 경쟁에서 살아남았고,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천웅과 비슷한 2군성적을 낸 선수들은 누가 있을까?
* 2군기록은 세부기록이 없는 관계로 OPS 기준+/- 0.03 범위의 선수들로 선정
OPS 기준으로, 이천웅의 경찰청 성적과 비슷한 성적을 낸 선수 중에서 전역 후 1군에서 활약을 한 선수는 최주환, 최재훈, 민병헌, 정현석, 장성우, 오준혁이 있다. 그 중에서 2016시즌 개막 엔트리에 든 선수는 최주환, 민병헌, 오준혁이 전부다(장성우는 징계로 인한 제외). 이 중에서도 군복무 2시즌 모두 꾸준히 이천웅과 비슷한, 또는 그보다 높은 성적을 기록한 선수는 민병헌 뿐이다. 이 결과만 보면 상무, 경찰청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더라도 1군 무대에서 이를 이어가는 것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2군 기록이 더 좋지 못했던 이도 있다. 바로 지난해 신인왕에 빛나는 구자욱이다. 그의 상무 시절 성적은 오히려 위에서 언급한 이들의 기록보다 좋지 않았다.
상무, 경찰청 시절의 뛰어난 2군성적이 1군에서도 이어지기 위해선 수 많은 변수를 극복해야 한다. 전역 직후 1군에서도 두각을 드러낸 선수로는 민병헌, 구자욱, 장성우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공통점은 볼넷/삼진 비율이다. 이들은 모두 입대 기간 중 1 중후반대의 볼넷/삼진 비율을 보여주며 삼진보다 더 많은 볼넷을 얻어냈다, 대체로 좋은 선구안을 가진 타자들이었다는 뜻이다. 이 기록이 1군에서 바로 통하는 지름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앞서 이천웅과 비슷한 OPS를 기록한 타자들 중 1군에서 살아남은 타자들의 볼넷/삼진 비율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좋은 것은 결코 무시하고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4월15일 현재 이천웅은 볼넷 3개, 삼진 8개를 기록해 경찰청 시절만큼의 선구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천웅의 1군 경험은 작년까지 28타석에 불과했고, 올 시즌에도 지금까지 소화한 타석 수는 43번에 불과하다. 아직까지는 1군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는 중인 이천웅의 선구안은 시즌을 겪으며 더 많은 기록 샘플이 쌓인 뒤 평가가 가능할 예정이다. 이천웅과 비슷한 2군에서의 기록을 남겼던 민병헌, 구자욱, 장성우의 전역 후 볼넷/삼진 비율은 0.5~0.6 수준이었다. LG의 신성이 이들의 뒤를 따른다면 지금보다는 더 나아진 선구안과 출루율을 선보일 것이다.
예상보다 낮은 볼넷/삼진 비율에도 불구하고 이천웅은 11경기를 치른 현재 타/출/장 0.349/0.391/0.442에 9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표본은 적지만 1군무대에 아직까지는 안착하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리빌딩을 천명하고 있는 팀 사정 또한 그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천웅은 이진영의 빈자리를 채워 줄 수 있을까?
어쩌면 이천웅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공격이 아니라 수비에 있을 지도 모른다. 투수 출신으로 외야 수비 경험이 적은 편이고, 본인 스스로도 수비력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2군에서 잠재력을 선보인 공격력이 두각을 드러내고, 11경기 9타점이라는 알토란 같은 클러치 활약을 이어간다면 수비적인 면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KT로 이적한 이진영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이미 이진영급 송구는 보여 주었다.) 또한, 리빌딩을 천명하고 있는 팀의 사정은 이천웅에게 웃어주고 있다. 민병헌, 구자욱 등의 선수들에게 그랬듯 이천웅에게도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올 시즌에는 LG에도 드디어 '전역 버프'를 제대로 받은 선수가 등장하는 기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출처 : Statiz, K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