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까치
- 무라카미 하루키를 생각하다
니힐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던 날
나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대한 몇 안되는 소고를
그녀의 입술에다
다 안다는 듯
라라을 상상하며 나는 라라에게 뽀뽀를 하였네
세상 모든 여자들이 쉬울 리가 없겠다만
운명의 돌다리를 거쳐간 내 이웃 여자들은
하나같이 쉬운 마수거리였다
지독하거나
단순했다
안개가 흐린 날
그녀는 안개를 닦으며 안경을 쓰는 버릇이 생겼다며
이런 게 노안일까 로안일까 말장난을 한다
나는 사전에도 없는 그녀만의 사생활을 존중하기로 한다
배부른 불안은 항상 곤궁하였음으로
오 라라
사랑하는 나의 라라
나는 라라가 아니라 솔라시도
도레미파
그녀는 울고 있었다
아니 울고 싶었다
음정과 박자를 무시한 나의 노래는 일생 마이크가 없다
단지 쥐략 펴락 손가락이 전부인 인생
어느 가을
나는 노란 은행잎이 뒹굴던 카페에 앉아
떨어진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채워본다
사랑은 가고
나의 사랑은 가고
비틀거리며 웃는 단추
구멍 난 단추
쉬운 여자
어려운 여자
그날의 일기에 따라 달라지는 여자
흔해빠진 거리의 여자
문법을 무시한 여자
난독이라 도저히 해석이 불가능한 여자
남과 여
삶과 죽음
태양과 바다 같은 여자
무라카미하루키라면 비발디의 도둑까치를 들으며
죽은 나오코를 생각할 것 같다
나오코
- 나 없는 삶
나 어떡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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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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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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