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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아들녀석이 끓인 라면에 밥과 김치를 곁들여 방바닥에 앉아 먹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아내가 전화를 받는데 영 표정이 어둡다. 장모님의 전화인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장모님이 숨이 차서 말을 못하더란다. 성인질환을 모두 앓고 있는 장모님이기에 늘 걱정인데 또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옆에 사위가 있다니 말을 다 못하고 전화를 끊었단다. 시무룩한 표정의 아내, 아내와 상의 끝에 아내가 친정에 다녀오기로 했다. 급히 기차표를 알아보고 영등포로 향하는데 "아~참! 시댁은?" 아내가 당황해 한다. '아~하! 그래그래 시댁도 정읍이지' "그럼 며칠 전에 어머니는 다녀가셨으니 시댁은 들르지 말고 친정에만 다녀 와" 시댁과 친정이 모두 정읍인 아내는 친정에 일이 있어 정읍에 갈 때면 꼭 먼저 시댁 에 들렸다 친정에 가곤 하였다. 친정에 가는 것을 싫어하셨던 어머니였기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르지만 마음 속에는 늘 아픔이 있었다. 서울에 살면서 처음으로 시댁에 들르지 않고 친정을 가는 아내, 어머니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싫지 않은 마음을 숨길 수 없으니 내가 나쁜 아들인지. 혈연이 아닌 오직 남편 때문에 맺어진 시어머니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더 진한 정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친정어머니. 늘 조심스러운 시어머니와 언제나 햇볕이고 그늘이 되어주는 친정어머니. 아무리 좋아보여도 알고보면 다 어려움이 있는 고부 사이. 때론 절친한 친구처럼 모든 고민을 얘기하는 친정엄마와 딸.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따질 수 없는 시어머니와의 관계. 사랑하는 아들을 품고 사는 며느리에 대한 영원한 질투인지ㅎㅎ. 동네에서 효부로 소문난 분이 있다. 우리 집을 방문했기에 효부임을 칭찬했더니 한참을 망설이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어려움을 얘기한다. 효부라고 소문나기까지 겪은 인내와 고통들. '세상에 그런 줄도 모르고...' 좋아보이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도 알고보면 다 크고 작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니 한국사회에서 고부간의 문제는 쉽게 풀 수 없는 난제인가 보다. 며느리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도 없고, 시어머니의 넓은 이해심과 인식의 전환 을 요구하기도 무척 어려우니 참... 지난 주, 어머니가 오셨을 때 쑥스러움을 무시한 채 발톱을 처음으로 깎아드렸다.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다니, 이 발로 폴딱폴딱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다니 가뭄에 못자리 같은 쪼글쪼글한 살가죽 거북이 등처럼 딱딱한 굳은살 덮힌 발바닥 삶의 무게에 짓눌리고 희생의 댓가인 것을 어찌 이런 분에게 논리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단 말인가. 푸른 언덕에 서면 내 청춘의 조각배가 보이듯 그분들도 화려했던 봄날의 추억들이 있을 것이며 우리들도 그분들의 뒤를 따라 시어머니이자 친정엄마로, 딸이자 며느리로 살아가고 살아갈 것이기에 이해와 배려와 사랑이 절실히 요구된다. 지혜로운 시어머니, 지혜로운 며느리가 된다는 것이 그리도 어려운 것인지. 남편을 낳고 길러주신 시어머니, 나를 낳고 길러주신 친정엄마 모두가 소중한 분이다. '어머니 오늘은 꼭 한 번 울고 싶은 슬픔이 있습니다. 꼭 한 번 쏟고 싶은 진한 눈물이 있습니다' 어느 시인의 절규처럼 삶에 지치고 힘들 때 어머니의 품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으랴. '어머니는 죽어서 달이 되었다. 달이 되고 별이 되고 이마에 천천히 흐르는 흰구름이셨다' 죽어서까지 멀리 떠나지 않고 가슴에 남아 늘 밝게 빛나는 별이 되고 달이 되고 이마에 흐르는 흰구름이 되었다니... 친정엄마가 아닌 시어머니를 이렇게 노래하는 시인은 없는 것인지. 아내가 친정에 간 날 밤 어머님이 전화를 했다 "가(아내)도 집에 인냐(있느냐)?" " 아~~예~~잠깐 슈.. 퍼.. 에..." 가슴에 가시가 박힌다. 하지만 그리 아픈 가시만은 아니다. 친정엄마와 도란거릴 아내를 생각하니 ... 2박3일 간의 친정나들이를 통해서 엄마의 마음의 병을 거의 완치시킨 큰 딸이 나보다 명의이니 난?. "여보 어머니한테 전화 좀 해야겠어" 아내가 전화기를 든다. "어떤 엄마?" "시어머니" '짜~~석 미안했었나? 양심은 있어가지고 흥!!' 보석처럼 빛나는 두 개의 별이 내 가슴에 사뿐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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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주위에서 고부 간의 어려움을 많이 보면서 안타까움에 글을 써보았지만 역시 시원한 답은 없으니...
에구 메지구름님의 글을 읽고나니 가슴 한구석이 살짝 찔리내요 아쉬움만 남긴 친정 어머님은 돌아가셔서 하늘에서 저를 내려다 보실테지만 시어머님은 아직은 정정하셔서 가끔 고부간에 갈등에서 벗어나지를 못하였답니당 지는 어쩌다가 시어머니 노릇만 할것 같은대요 반성을 하면서 이번주 토요일은 시어머님께 반찬을 준비해서 찾아뵈야겠읍니다 감사합니다 잠시나마 깊은생각을 하였읍니다
반찬을 준비할 때 기왕이면 저에게 줄 것도 같이 하는 게 어떠실지..ㅎㅎ. "며느리라 생각 안 하고 딸이다 생각하고 삽니다" 라고 말하는 시어머니들의 말씀 안에 담겨진 고부 간의 어려움. 어찌보면 어려움이 있기에 역설적인 표현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애로운 시어머니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맞는죠?ㅎㅎ 즐거운 날 만드시고 산행 때 인사드리겠습니다.
모처럼 들어와보니 매지님글에 풀지못하는 고부간 갈등 저도 둘째 며느로서 시엄니 시집살이로 힘들어할때 아버님사랑을 독차지했는데 ...참이상하죠 저도 며느리보면 대물림 할것같다고 걱정하는 옆지기에 걱정이 앞서기도 한답니다 잘보고 갑니다
대물림의 저변에는 보상심리가 깔렸다던데 맞는 말인지 모르겠네요. 난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닥치면 내가 당했던 것들이 억울해서 자꾸만... 시시비비를 따지기 전에 무조건적인 사랑을 실천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일방적인 사랑으로 헌신한다는 게 불가능한 일이니... 멋진 시어머니로 남기 위해선 노후에도 나 만의 영역이 많이 있어야 좋을 듯하네요. 좋은 친구들, 즐거운 취미생활 물론 건강과 적당한 머니는 필수고요. 웃음 가득한 하루이길 바랍니다.
처음으로 시댁에 들러지않고 친정에 가신다고 너무 미안해 하지마세요 다 이해하실 것입니다..예전에는 시집온 며느리는 명절에도 친정엘 잘 가지를 못했었지요.. 어머니에겐 따님이 곧 병원이요 약이죠...슈..퍼..에서..뭘 사오셨지요.. 언제나 겁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명언이네요 '따님이 곧 병원이요 약이죠' 밑줄 쫙~~~그었습니다. 슈퍼에서 뭘 샀느냐고요? 그게.....그게.... 철쭉사랑님!!!! 왜 그런 어려운 질문을 하시나요. 멋진 남편, 든든한 아들이길 바랍니다.
오랫만에 들렀습니다 매지님 하시죠
자주 오세요 볼링멘 님, 일에만 몰두하지 마시고 가끔은 여유로운 일상탈출도...긴장과 이완이 적절히 섞일 때 건강이 답보된다니.
고부간에 갈등 답이없죠 늘 마음을비우고사는수밖에 요 세상살이 참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매지그름님 늘 건강하세용
천사여인 님은 천사라서 마음을 다 비웠을 것 같은데 맞나요? ㅎㅎ 텅 빈 마음에 개나리와 진달래꽃을 한 아름 담아드립니다. 향기는 좋으신지. 파릇한 봄날엔 좋은 일만 파릇파릇 돋아나길 바랍니다.
난 시집왔을때 이미 시어머님은 이세상에 안계셨으니 고부간 갈등같은건 모르지만. 초등교사인 우리 친구도 지방에서 근무할때 주말에만 집에 오는데도 지금까지 집보다 시댁을 먼저 들르지 않으면 시어머님이 불호령이라고 힘들어 하드군요. 꼭 그렇게 살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매지구름님도 아내와 엄마 사이에서 현명하게 조율 잘 하시기 바래요. 아내가 너무 힘들지 않고 엄마가 너무 서운해 하지 않게... ^^
힘든 구석이 있더라도 시어머니의 사랑도 받아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시어머니 역할을 해볼까유? ㅎㅎ. 난 피아노 조율은 잘 하지만 고부 간의 조율은 자신이 없는데,,,ㅎㅎ 나름대론 지혜롭게 한다고 하는데 모르죠 아내나 어머님이나 직접 대놓고 불평하는 일이 없으니...50%만 만족해도 훌륭한 인간관계라니 그렇게 생각하고 사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관계 참 어렵죠? 인간관계의 출발점은 믿음과 사랑이라지만 사람의 마음은 흔들리는 갈대라서..하지만 갈대는 어떤 강풍에도 꺾이지 않으니... 편안한 하루이길 바랍니다.
시어머 님은 조심스럽고 친정어머 님은 편하고ㅎ 그런거 같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