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2023.7.미국.180분)
감 독 : 크리스토퍼 놀란,
출 연 :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맷 데이먼..
한국개봉 : 2023. 8. 15.
개 봉 관 : 메가박스 센트럴
다크 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등 매 작품마다 독보적인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 개발을 위해 진행되었던 비밀 프로젝트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한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에 대한 약 40년을 아우르는 시대극이자 전기영화다.
2006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을 원작으로,
동명의 이론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세계최초로 원자폭탄을 개발한 실화를 소재로 한 대서사 스릴러이다.
영화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천재 물리학자의 가슴 뛰는 역설과 생애속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영화는 세개의 시간대로 진행된다.
1. 오펜하이머의 젊은 시절에서 맨해튼 계획으로 이어지는 서사(컬러),
2. 1954년 미국원자력협회의 오펜하이머 청문회(빛바랜 컬러),
3. 1959년에 있었던 루이스 스트로스의 인사청문회다(흑백).
컬러 파트 'Fission(핵분열)‘은 오펜하이머가 맨해튼 계획을 통해 원자폭탄을 최초로 개발하는 이야기다.
흑백 파트 'Fusion(핵융합)'은 두 번의 청문회를 서로 번갈아가며 진행하는데 오펜하이머가 원자폭탄 개발 후
수소폭탄 개발을 반대했다가 매카시즘과 스트로스의 희생양이 되어 몰락하는 과정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키기 위한 미국 정부의 비밀스러운 움직임을 숨 가쁘게 그려내며 영화는 압도적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앞서가는 나치의 핵 기술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일생일대의 미션에 놓인 오펜하이머는
‘우리 희망은 하나뿐’이라며 미국의 모든 산업 역량과 첨단 기술을 집결시킨 ‘맨해튼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다.
그가 바랐던 것은 프로젝트의 성공을 통한 인류의 평화였으나,
‘당신은 인류에게 자멸할 힘을 준 거야’ 라는 대사는 핵무기가 인류에 미치는 영향을 시사하며 이 프로젝트가
세상에 어떤 결말을 불러올지에 대한 복선을 준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 지도 모르는 선택을 해야하는 핵개발 프로젝트,
종전과 세계평화를 위해 원자폭탄을 개발했지만 역설적으로 자신들의 결과물이 사상 최악의 살상 무기가
된 데서 오는 양가적이고 혼란스러운 오펜하이머의 내면적 갈등은 관객에게 심오하고 사색적인 질문을 던진다.
중반부가 넘어가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이 문제에 집중한다.
놀란 감독의 철학이다.
대사와 드라마로 3시간 내내 인물 중심의 서사는 오펜하이머 개인사에 관심이 없다면 다소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적 지식이나 영화에서 다뤄지는 양자 물리학 이론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단지 플롯일 뿐 팩트는 물리학자 오펜하이머가 겪는 고뇌와 결정권자를 배경으로 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해관계다.
관객모두가 기대하는 트리니티 실험 장면은 기대 만큼이다.
컴퓨터그래픽을 사용하지 않은 핵폭발 실험장면, 화면 가득 화염이 요동치는 스크린은 압권이다.
관객 누구 하나 화면 외에는 숨소리조차 내지 않는다.
화면을 가득 메우는 경이로운 비주얼은 잊지 못할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다.
3부 청문회는 1.2부를 집중해서 본 관객에게 주는 선물 같다.
핵무기 개발자에서 감시자로 죄책감이란 방어막 뒤에서 자신이 만든 세상과 국가와 권력에 맞서는
오펜하이머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더한다.
이는 놀란 감독의 실존 인물에 대한 예우가 느껴지는 대목이기도하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선물했다.
그 죄로 그는 영원히 고통받게 되었다.'
인간에게 불을 선물한 프로메테우스가 정의라고 할 수 있는가.
그를 영원히 고통 받게 한 제우스가 정의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