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가 꼿꼿한 노고지리 그 놈은 꾀가 꽤 많아서 땅에
내려앉을 적에는 둥지에서 한 20미터쯤 떨어져 내려
와서는 머리통을 이리 저리 두리번거리면서 종종걸음으로
제 알집을 찾아가지요.
알집 가까이라도 사람이 갈라치면 목이 찢어지도록
우짖어 쌓습니다. 그래도 나를 포함한 惡童들은
정확히 둥지를 찾아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두 세 개의
알을 강탈하여 맛있게 깨어 먹곤 했습니다.
집에서 한 2킬로 멀리 있는 강바닥엔 벌써 할미꽃이
지천으로 피어있고 아른아른 가물 가물거리는 아지랑이
사이사이로 작은 자갈과 돌맹이들 틈에 여자 애들 젖마개를
뒤집어 놓은 그 곳에 알을 품거던요.
알을 잃어버린 노고지리의 피눈물나는 울음소리에 아랑곳하지
않는 우리는 허기진 배를 알로 채우고는 배를 깔고 엎디려
시냇물을 실컨 들이키고는 보리깜부기를 뽑으러 감니다.
보리깜부기
새까만 깜부기를 다투어 뽑은 녀석들은 서로 얼굴이랑 등에
때리면 검은 자국이 어지럽게 색칠이 됩니다.
어떤 놈은 먹기도 하고, 눈썹을 그리는 녀석,
수염 그리는 짜슥들...
공부는 안하고 맨 날 들로 산으로 개울로 헤집고 다니던,
홑바지에불알 달랑 두 쪽 매달고 뭐가 그리도 바쁜지
천지가 좁다고 설치던 동무도 이제 내일 모래 글피면
6학년으로 올라가게 됐으니....
* 一然禪師 詩碑(일연선사 시비)에서
결적수유의기한( 適須臾意己閑):즐겁던 한 시절 자취 없이 가버리고,
암종수리노창안(暗從愁裏老蒼顔):시골에 묻힌 몸이 덧없이 늙었에라.
불수갱대황염숙(不須更待黃染熟):한끼 밥 짖는 동안에 기다려 무엇하리,
방오노생일몽간(方悟勞生一夢間):인간사 꿈결인줄 내 인제 알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