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나는 시를 쓸테지만 나는 안다 시시콜콜 김칫국만 마시다 말 대한민국 대한사람 표준어를 쓰는 보통인간이라는 사실을 나는 밝혀둔다 누군가 내 시를 읽다가 피씩 바람 빠진 웃음을 웃을 테지만 어제 마신 취기로 인하여 들뜬 귀가여 작업을 종료한 초록빛깔 페인트가 눈부신 아침 두근거리는 옥상은 새들의 놀이터 짹짹 귀를 여는 달팽이관 구름에 떠밀린 사람들은 꽃구경이 한 창일 텐데 나는 시를 쓴다 사무실에 앉아 한가한 시를 쓰고 있다 간밤의 밀린 원고지를 펼쳐 덩그러니 창을 열고 행간을 넘나드는 알 수 없는 고독에 울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담배연기를 내뿜는 굴뚝을 바라보며 사물들이 피워되는 이상한 꽃말에 납작 엎드려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나의 말과 행동에 대해 지나치도록 대수롭지 않을 생각을 떠올리며 나는 나를 이야기 한다 세상이 휘파람 방울새라면 저토록 먹먹하게 울까 피곤이 몰려온다 휘파람 방울새는 다행히 제 갈길을 찾아 날아갔다 버드 스트라이커가 되지 않았다는 행운이 그를 다른 세상에 살도록 만들어 주었으니까 새들이 말하는 소리 이봐, 니힐 쓸데없는 소리 말고 집으로 가 외눈박이는 나만으로 족해 지나치게 사소한 말들이 무거운 세상을 허물어뜨린다는 단순한 사실에 놀라고 단순하지만 견고한 탑을 쌓는 사이비 같은 삶 나는 그 사이비를 맞으며 일자로 걸어간다 때론 중국어가 그림동화 같다 낮 놓고 기억자도 모르던 내가 시를 쓰고 있다니 장화를 신은 고양이가 바로 나라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말 그게 어쩌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라면 아 삶이 꼬인 실타래를 푸는 말장난이라면 사이비 같은 나의 이데아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듯 나는 시를 쓸 것이다 수수께끼를 내며 수수께끼를 마실 것이다 알아도 모르는 것 모르니까 시다 누군가 내가 휘저은 진흙탕에 우두커니 골똘한 생각을 조아리며 바라볼 것이다 나 죽으면 내 무덤가에 한 송이 꽃이라도 피워 줄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