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돈 모아 새 돈 버는 취미 쏠쏠…화폐 수집의 매력
빈금화 목걸이
|
‘20원짜리 낡은 동전 하나가 1억4500만원?’
지난 9월 개최된 화폐 경매시장 27회 ‘화동옥션’에서는 명목상으로만 볼 때 등가교환의 법칙을 심히 벗어난 거래들이 오갔다. 가장 비싸게 팔린 것은 대한제국이 발행한 20원짜리 금화로 경매가가 1억원을 훌쩍 넘었다. 이밖에도 국내 희귀화폐는 물론 세계 각국의 금화들은 수백에서 수천만원에 새로운 주인을 맞았다. 세계적인 화폐경매로 시선을 옮겨보면 스케일이 다르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열린 헤리티지 옥션에서는 1796년도에 발행된 25센트짜리 주화가 16억원에 팔렸다. 이러한 경매결과들이 언론에 등장하면서 취미로서 화폐수집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새삼 화폐 수집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취미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고화폐 수집은 약 3000년 전 동서양에서 거의 동시에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전통 있는’ 화폐 수집에 입문하게 되면 필히 화폐국의 역사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화폐는 역사를 대변하는 가장 대표적인 유물로 화폐의 디자인, 소재, 크기, 문자의 변화, 발행배경 등은 그 사회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돈 되는 돈’은 따로 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화폐 수집가들이 조금은 유별나게 보일 수 있다. 화폐수집에 흠뻑 빠진 사람들은 자판기에서 교환되는 흔한 동전도 뚫어지게 살펴보기도 하고 희귀한 주화를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의 벼룩시장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이러한 화폐 수집은 세계의 유명 예술품이나 골동품을 수집하는 것과 다르게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전 세계의 문화와 역사를 아주 작은 공간에 모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막상 화폐수집의 세계에 입문하려고 하면 막막한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무엇이 가치 있는 돈인지 판단이 힘들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초보자의 경우 ‘화폐수집 = 투자’라는 인식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화동양행의 한 관계자는 “설사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했더라도 화폐수집 역시 다른 투자와 마찬가지로 리스크가 따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주변 시장상황을 잘 파악해야 함은 물론 화폐의 희귀도, 인지도, 보관 상태 등의 지식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 섣부른 구매보다 신뢰할 수 있는 화폐상을 통해 충분한 조언을 듣는 것이 좋다. 관련 서적이나 자료를 보고 안목을 높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초보자가 가장 손쉽게 화폐수집에 접근하는 방법은 주머니 안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굴러다니는 10원, 100원 동전을 꺼내보면 다양한 연도가 섞여 있을 것이고 반짝이는 것부터 아주 더러운 것까지 발견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현행주화는 1966년부터 발행되었고 이를 연도별, 액면별로 모두 모은다면 180여 종이 된다. 이것이 만약 모두 반짝이는 새 돈으로 이루어진다면 그야말로 훌륭한 컬렉션이 될 수 있다. 비정기적으로 발행되는 한정판 기념주화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까운 예로 발행가 6만원이었던 한국은행 발행 ‘교황 방문 기념’ 은화가 15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초보자 단계를 넘어섰다면 최근 화폐수집가들 사이 ‘핫’아이템인 불리언 주화(Bullion Cion)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불리언 주화는 세계 산금국들이 금값에 가깝게 법정통화(法定通貨, Legal Tender)로 발행하는 금화를 말하는데 골드바와 달리 사이즈도 다양하게 제작되고 순도와 중량을 정부가 보증하기 때문에 최근 전 세계적으로 투자가나 수집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경매시장 외에 24시간 상시 거래가 되기 때문에 환금성이 좋은 것도 장점이다.
대한제국 20원 금화
(왼쪽)한국은행 교황 방한 은화(오른쪽) 프랑스 빈필 불리언금화
(왼쪽)중국 삼국지연의 금화(오른쪽)프랑스 바카라금화
|
범위와 방향설정 필수! 컬렉션은 진리!
3000여 년을 두고 쉴 새 없이 만들어졌고 또 만들어지고 있는 동서양의 수천 수만 종류. 무엇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딱 잘라 말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기호나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컬렉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화폐수집의 매력이다. 어차피 모든 종류의 화폐를 모으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범위와 방향을 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렵다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범위를 좁혀 나가는 것도 좋다.
입문자를 위한 TIP 끌리는 한 분야에 집중하라
① 고전인가 현대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화폐가 처음 나타난 것은 기원전 700년경 리디아(지금의 터키)에서 사용되던 천연합금 화폐로 보고 있다. 이로부터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양화폐와 그리스와 로마를 중심으로 한 서양 화폐의 변천사를 수집하는 것은 매우 흥미진진한 일이다. 고전의 수집은 쉬운 일은 아니며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수천 년 역사를 손 안에서 다루는 경험은 특별한 것이다.19~20세기에 세계 경제가 급격하게 변하고 화폐의 형태도 많은 변화를 겪는다. 중요한 차이점은 20세기 중반을 기점으로 세계 각국에서 화폐수집을 대중화하기 위해 다양한 기념주화를 선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며 이것을 현대화폐로 구분한다.
② 국가 혹은 소재 선택의 기로
국가별 소재별로 나눠 범위를 좁히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세계 각국의 조폐 전통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기념화폐를 발행하는 국가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중국, 프랑스 등이다. 한 국가를 정해 기념화폐를 수집하며 컬렉션을 만들고 그 나라 역사를 탐구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세계 각국의 지폐 수집도 최근 각광받는 분야다. 화폐디자이너들의 예술감각이 유감없이 발휘된 부문이 바로 지폐이며, 넓은 지면에 펼쳐지는 디자인을 감상하는 것도 수집가들만이 가질 수 있는 즐거움이다. 소재별로 다양한 화폐를 수집하는 컬렉터들도 많다. 금화, 은화, 동화 등 다양한 소재로 발행되는 화폐를 예산이나 기호에 맞게 수집하기도 한다. 이외에 기념주화의 꽃이라 불리는 올림픽 기념주화. 인물, 장소, 운송수단 등 선호하는 주제를 골라 수집하는 방식도 있다.
③ 국내 화폐라도 시기별 컬렉션이 다르다
우리나라 화폐수집은 고려전(996~1392년), 조선전(1392~1882년), 근대주화(1882~1910년), 현행주화 및 기념주화(1959년~), 지폐(1904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렇게 시기별로 차곡차곡 모아가면 높은 가치를 지닌 좋은 컬렉션이 될 수 있다. 특히 동양의 십이간지(十二干支)는 이제 서양에서도 인기 있는 화폐 주제다. 매년 발행되는 시리즈별, 액면별, 그리고 다양한 형태, 기술이 접목된 화폐를 수집할 수 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1호(2014년 12월) 기사입니다]
위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