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기록해야 할 것 같아서.' 2016년 2월23일 오후 7시부터 3월2일 오후 7시까지 192시간은 필리버스터를 목격한 국민들처럼 중계를 이어간 기자들에게도 국회의원들의 ‘내공’을 새롭게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시사IN> 기자들이 필리버스터 뒷얘기를 나눴다.
기자 1:필리버스터가 시작된 2월23일 오후에 취재원을 만나고 있는데 메신저가 갑자기 들썩였다. 필리버스터라니… 그거 진짜 해? 싶었다. 그냥 ‘좋은 구경거리’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부랴부랴 저녁 약속을 마치고 밤 9시에 다시 국회에 갔다. 집에 가는 길에 들른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선배로부터 불길한 문자가 왔다. '국회냐?' 직감했다. 아, 오늘 집에 못 가겠구나(웃음).
기자 2: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고 해야겠다(웃음). 퇴근길에 필리버스터 첫 주자인 김광진 의원을 보다가 ‘그런 기운’을 느꼈다. 드라마 <어셈블리>를 다 봤는데 진상필의 필리버스터가 퍼뜩 떠올랐다. 길바닥에서 노트북을 켜고 일단 <시사IN> 페이스북에 1보를 올렸다. 세월호 속보 작업할 때가 생각났다. 누군가는 현장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하자, 싶었다.
기자 3:처음에 이렇게까지 길게 갈 줄 몰랐지, 우리 모두. 알았으면 시작… 했을까? (웃음)
기자 2:초반 사흘은 잠 안 자고 쌩으로 버텼는데 그다음부터 헤롱헤롱했다.
알람 맞추고 쪽잠을 잤다. 자면서도 이어폰으로 계속 필리버스터를 들었다.
기자 4:기자 2는 우주의 기운을 느꼈다는데(웃음), 나는 처음에는 감이 하나도 없었다.
뭐 하나 싶고. 김광진 의원과 몇 차례 기사와 관련해 작업도 같이하곤 했는데도 그렇게까지 내공 있는 줄 몰랐다. 은수미 의원도 마찬가지다.
기자 5:은수미 의원은 고문 후유증도 있다.
기자 1:은수미 의원이 단상에 올라갈 때 국회 내 많은 사람들이 ‘길어야 3시간’이라고 했다. 나는 좀 다르게 생각했다. 세월호 단식할 때 꽤 오래 버텼던 게 기억나서.
기자 4:첫 주자였던 김광진 의원이야 말할 것도 없고, 은 의원도 세 번째면 사실상 원고 준비 거의 못하고 올라간 거다. 특히 마지막 10여 분 발언은 준비된 게 아니었다. 정치인의 생각과 말을 들어본 적이 언제인가 싶어서 좀 울컥했다. 은 의원이 필리버스터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을 제대로 제공해줬다.
기자 6:야당이 무기력한 모습만 보다가 뭐라도 하니까 나는 그게 신기했다. 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의회를 다시 보게 됐다고 해야 하나. 한편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이 소수 정당이라서 일 못한다고 할 때마다 만정이 떨어진다. 100석 넘는 소수 정당이 어디 있나? 결국 필리버스터 마지막에 박영선 의원이 ‘다 된 밥에 재 뿌리듯’ 그런 말을 해버렸다. 앞서 의원들이 쌓아온 공든 탑을 다 무너뜨렸다. 질 때 지더라도 어떻게 지는가가 중요하다.
기자 7:그래도 마지막에 이종걸 의원이 12시간 발언하며 버텼다. 개인 발언 시간 신기록도 세우고. 누리꾼이 '다 죽은 필리버스터에 12시간째 인공호흡 중'이라고 하더라.
기자 4:박원석 의원(정의당)이 은수미 의원의 기록을 깨지 않은 것도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기자 5:박 의원 운동화도 기억난다(웃음).
기자 3:그 운동화 지역구(수원 영통) 신발 가게에서 1만원 주고 샀다던데? 미소지음이라는 브랜드라고(웃음).
기자 1:나는 은 의원 다음 차례인 박 의원이 가장 고생했다고 생각한다. 첫날 대비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잠도 못 자고 기다렸다. 다음 순서인 의원은 그냥 무작정 대기해야 하는 거다. 마찬가지로 정청래 의원이 11시간40분으로 다시 기록을 경신한 덕분에 다음 순서인 진선미 의원도 엄청 고생했다.
기자 6:최민희 의원이 발언하기 직전에 소개한 열일곱 살 소녀가 보냈다는 메시지도 인상 깊었다. 꿈이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친구들이 놀렸는데, 이번에 필리버스터하는 걸 보면서 자신이 좋은 꿈을 가졌구나, 라고 생각하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필리버스터가 보여준 게 그런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주의가 교과서 밖으로 튀어나온 느낌?(웃음)
기자 7:김제남 의원(정의당)은 ‘필리버스터닷미’에 시민이 올린 의견 200개를 읽었다. 라디오 DJ인 줄…(웃음). 현재 그 사이트 의견은 3만 개가 넘어갔다.
기자 4:신경민 의원은 앵커 출신이다 보니 목소리도 좋고, 비주얼도 되고, 심지어 야당 정보위 간사라서 본인의 장기를 제대로 발휘한 듯했다.
기자 5:신 의원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보면서 ‘뉴스다운 뉴스’가 그리운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신 의원이 자신이 쓴 책 <국정원을 말한다>를 읽었는데, 조원진 의원(새누리당)이 자기가 쓴 책 읽는다고 선거법 위반이라고 항의하더라(웃음).
기자 4:신 의원이 '좌익효수(국정원 직원) 안 때릴 거니까 만나자'라고 했는데, 좌익효수는 진짜 저질 댓글이 너무 많다.
기자 6:그거 김현 의원이 쭉 읽어줬잖나. 다시 봐도 참….
기자 5:그런데 신경민 의원 발언할 때 새누리당 사이트 다운된 건 정말 트래픽 초과였나?
기자 6:신 의원이 ‘필리버스터는 새누리당 공약’이라며 새누리당 사이트에서 뽑아왔다는 종이 촤라락 던질 때 되게 멋있었다(웃음).
기자 7:실시간으로 지켜보던 IT 전문가들에 따르면 관리자가 가린 거라고 한다. 하위 페이지 주소로는 접속이 가능했다.
기자 2:페이스북으로 독자 제보도 들어왔다. 새누리당에서 사이트를 보지 못하게 우회시킨 걸로 보인다고. 중계하는 동안 독자들이 외신 링크를 제보하는 등 도움을 많이 주셨다.
기자 1:‘강블리’ 얘기 언제 하나(웃음). 신경민 의원 때 유튜브 동시접속 4만명을 찍었는데, 웜업이 된 상태에서 시청자들의 캐릭터 찾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강기정 의원이었다. 공천 불가 결정되고 몇 시간 후에 올라간 거라 필리버스터 안 하고 당 공격하면 어쩌지…, 조마조마했던 것도 사실이다(웃음).
기자 4:강 의원은 드라마틱한 게, 국회선진화법 만들어지기 전에 몸싸움조였다. 그랬던 사람도 합법적으로 의사 진행 방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결국 제도가 중요하다.
기자 5:강 의원이 몸싸움조로 막으려고 한 게 미디어법과 4대강이었다는 거 기억하자.
기자 3:마지막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던 게 정말 짠했다. 강 의원과 더불어 최고의 캐릭터 중 한 명은 김용익 의원 아니었나? '어쩌라고, 대통령이면 다야?' 이거 진짜…(웃음).
기자 6:‘트위터 친구들’과 ‘애니프사(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프로필 사진에 쓰는 것)’를 국회 속기록에 남긴 분이다(웃음).
기자 4:전순옥 의원은 전태일 열사 동생인 거 새로 알았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서 놀랐다.
기자 5:‘야당 잘 모르면서 야당 탓만 했다’ 같은 내용의 댓글이 많았다.
기자 3:서기호 의원(정의당)은 필리버스터 직후 불출마 선언을 했다.
기자 4:'그런다고 공천 못 받아요'라는 새누리당 의원의 이죽거림이 무색하게 됐다. 필리버스터가 선거용이라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그러지 않았나.
기자 6:새벽 시간에 해서 아쉬운 의원이 몇 명 있는데, 특히 추미애 의원이 그랬다. ‘추타카토’ 추미애를 기억해달라(웃음).
기자 7:역시 새벽에 한 최규성 의원은 10분간 트림을 다섯 번 했다. 내 귀를 의심했다(웃음). ‘선배도 들었어요?’라고 물어봤다니까.
기자 6:최 의원은 최초로 물도 리필했다. 그분 필리버스터하다가 화장실 가주길 바랐는데…. 선례를 만들어야 하니까(웃음). 결국 이석현 부의장의 ‘가호’ 아래 안민석 의원이 화장실에 다녀오긴 했지만, 솔직히 현재 필리버스터 룰이 너무 비인간적이다. 의제에 맞는 얘기만 해야 하고, 먹지도 못하고, 싸지도 못하고. 이석현 부의장이 정청래 의원 필리버스터 때 자꾸 화장실 가라면서 ‘소변론’ 펼칠 때 정말 웃겼다. '소변 안 보고 연설하느냐 소변 보고 연설하느냐는 진실하고는 아무 관계없는 껍데기입니다.'(웃음)
기자 1:국회 3대 극한직업 ①의장단 ②속기사 ③수화통역사.
기자 6:의장단에서 정의화는 빼자. 잠만 자는 극한직업이 어딨나. ‘잠의화’라는 얘기가 나오던데, 나는 지금 잠이 오냐고 소리치고 싶었다(웃음). 필리버스터가 길어지면서 의장단이 고생하긴 했는데, 특히 이석현 부의장은 댓글 창에서 모두가 기다렸다. 이 부의장이 나오면 댓글 속도가 무시무시하게 빨라졌다. 나도 석크러쉬(이석현+Crush)당했다.
기자 3:‘힐러’로 등극하지 않았나. 그래서 ‘힐러 리’(웃음). 계속해서 이의 제기하는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을 제지하면서 '안 들으려고 하는 말이 귀에 쏙쏙 들어오면 그것도 큰 고통이거든요'라고 웃는 얼굴로 얘기하는데 진짜…(웃음).
기자 6:새누리당 의원들 덕분에 제가 이번에 의장의 의사 진행에 관련한 ‘국회법 제99조’는 잘 알게 됐다(웃음).
기자 7:정청래 의원은 끼어드는 정문헌 의원한테 한 말이 웃겼다. '저분은 NLL 대화록을 유출해 검찰 수사를 받으신 분입니다.' 속기록에 남겼어(웃음).
기자 5:심지어 유죄받지 않았나? 의원직 물러나겠다더니 아직도….
기자 4:진선미 의원 마지막 발언도 화제였는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었다. '국가의 의심은 평등하지 않습니다.' 진 의원도 당일 새벽부터 한 끼도 안 먹고 올라갔다고 한다. 긴장하면 원래 뭐 안 먹는 스타일이라고.
기자 6:비서관이 의원 대신 많이 먹었다더라(웃음).
기자 5:진 의원은 필리버스터 오프닝 멘트도 좋았다. '여러분, 지금 스마트폰에 무엇이 보관되어 있습니까? 솔직히 저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남부끄러운 아주 유치한 대화도 있습니다. 친구와 나눈 험담도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혼자만의 메모도 있고, 업무상 중요한 기밀도 있습니다. 20대에나 어울릴 하늘하늘한 봄 원피스를 검색했다가 제 나이를 되돌아보고 후회한 기록도 있고 집에서 혼자 불러서 녹음해본 노래도 있습니다.'
기자 4:하늘하늘 원피스, 그게 생활 언어지. 정치 방언이 아니라.
기자 6:홍종학 의원이 필리버스터 도중 보좌진을 언급해준 것도 좋았다. 의원들 뒤에서 자료를 준비하고 서포트해준 보좌진들도 기억해줘야 한다. 홍 의원이 필리버스터하는 동안 새벽 시간에도 보좌진들이 SNS에 홍 의원이 인용한 자료를 올려줬다.
기자 5:시 읽어주는 남자, 이학영 의원도 빼먹지 말자(웃음). 그날 눈이 진짜 펑펑 와서 더 잘 어울렸다.
기자 3:자기 인생을 한국 현대사와 잘 녹여냈다.
기자 7:공무원 준비하다가 국정원에 잡혀갔다고 하는 거, 20대에게 매우 호소력 있는 내용이다.
기자 5:그 와중에 이강후·이채익 두 의원은 1분 퇴장당했는데.
기자 1:방청석에서도 퇴장당한 사람이 있었다. 박수 쳤다고 경호과에서 내보냈다. 원래 방청석에서는 어떤 반응도 하면 안 된다. 웃어도 안 되고.
기자 5:새누리당 의원들이 훨씬 시끄러웠는데….
기자 6:이참에 국회도 좀 변했으면 좋겠다.
기자 1:방청 절차도 너무 복잡하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본회의장까지 총 세 차례 검문을 당해야 하니까. 국회 정문, 본관 출입구, 본회의장 출입구까지.
기자 7:12세 미만은 못 들어간다고 해서 멀리서 왔다가 그냥 간 시민들도 있었다.
기자 1:애들이라 떠든다고 그러는 건가?
기자 5:예전에 박근혜 대통령 국회 기조연설 했을 때 보수 단체 할아버지들 와서 엄청 호응했는데.
기자 4:공평하지 않네. 할아버지들도 못 들어가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기자 5:내가 아이가 있었어도 이번 필리버스터 진짜 보여주고 싶었을 것 같다.
기자 4:조원진 의원 얘기 안 할 수가 없다. 여러 별명이 나왔지만 ‘조이즈 마케팅’이라는 말이 제일 웃겼다. 사실 조 의원이야말로 공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 지역구(대구 달서구병)에 ‘진박’ 예비후보가 있어서. 실제로 공천 때문에 저렇게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조이즈 마케팅이 필요한 시간이다(웃음).
기자 5:은수미 의원 필리버스터 끝나고 정치후원금 통장 8개 정리했다더라. 방송 보던 시민들이 아프리카TV 보듯이 ‘별풍선’ 쏴준 거다(웃음).
기자 7:젊은 층이 소액결제, 과금에 익숙하다니까(웃음).
기자 4:<시사IN>에도 별풍선 쏴주셨으면(웃음). 솔직히 말하자. 우리가 제일 고생했어.
기자 3:정기구독은 02)3700-3....
기자 1:(웃음) 새로운 경험 세게 했다. 마무리가 좀 아쉽지만.
기자 6:실망만 할 게 아니다. 그래도 이 안에서 ‘아름다움’을 보지 않았나. 이후의 몫은 유권자에게도 남겨진 셈이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행동 하나하나가 지역구와 연결하고, 유권자를 기준으로 해서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한창 꽃이 피었을 때는 그것이 꽃인지 된장인지 구별이 안 되어었죠. 그러나, 무지하고 살기 힘들어진 우리의 국민들은 8 년이 지나서야 어느 정도
알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 사회와 국가의 정의와 평등과 행복 등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려면 어떤 정당이 뽑혀야 하고, 더~ 나아가 대다수의 국민들은 무슨 마인드를 지니고 행동 해야 하는지를요..불의에 침묵하고 방관 하는것은 것은 죄악이며 또한 ,그것은 자신의 삶을 파괴하는 흉기가 되어 돌아 올수도 있는 것입니다
저~ 성남유권자들의 현명한 시장 선택이 어떻게 성남시민들의 삶을 바꾸고 있는지 알게 되는 것. 그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겠지요 이제 많은 국민들이 이재명성남시장을 보면서 투표의 소중함을 깨치고 이재명성남시장 같은 분들을 뽑기 위해 여야 후보자들 이리저리 따지게 되고 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후보를 찾아 투표하게 될 것입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은 그것이 두려운 것입니다.
서비스로 4대강 찬성자들 명단도 알려 드립니다.
4대강 사업’ 찬동자 259명, 그들은 누구? [명단 공개] 관계공무원-정치권-전문가-건설업계-언론계-보수단체 등 망라
4대강 사업의 일환인 '영산강살리기 희망선포식'을 갖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2009.11.22)
[4대강 사업 찬동인사 1차 명단]
1. 4대강 사업 찬동 A급 정치인 (60명)
1) 이명박 (대통령),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 현 산은금융그룹 회장),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김황식 (국무총리),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심명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본부장), 유인촌 (전 문광부 장관 / 현 대통령실 문화특별보좌관), 윤증현 (전 기획재부 장관), 윤진식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 / 한나라당 국회의원),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 이병욱 (전 환경부 차관 / 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 임태희 (청와대 대통령 실장), 정병국 (전 문광부 장관 / 한나라당 국회의원), 정운찬 (전 국무총리 / 현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 한나라당 국회의원),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한승수 (전 국무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