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쿼터는 1년에 146일을 한국영화를 상영하도록 의무를 설정한 제도이다. 요즘 미국의 FTA 협정을 체결하기 앞서 벌어진 스크린 쿼터 축소문제는 영화인을 중심으로 하여 찬반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영화계는 국민배우인 안성기를 1인시위의 첫선봉자로 내세우고, <올드보이>의 감독인 박찬욱과 주인공인 최민식, <왕의 남자>의 주연인 이준기를 내세운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헐리우드의 자본력에 의해 한국영화가 살아남을 수 없게 되고, <왕의 남자>나 <올드보이>같은 영화가 제작될 수 없다는 점을 주장하며, 스크린쿼터는 대한민국 영화의 자존심이며 밥그릇이라고 강변했다.
특히 최민식은 스크린쿼터 축소를 찬성하는 네티즌들과 토론을 벌이겠다며 자청을 했는데, 이에 대해서 뉴라이트계열을 중심으로 한 영화인들이 반박했는데, 최공재 독립영화 감독은 14일 ‘스크린쿼터 반대시위, 이제 그만 좀 하지’라는 글을 통해 “스크린쿼터 사수는 추잡함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9년 전부터 한국에 스크린쿼터 축소를 요구해 왔지만 한국영화계는 뭔가 발전적이고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기는커녕 있는 놈들만 자기들의 배를 채우는 짓거리를 하고 있었다”며 “암사자의 심정으로 우리는 스크린쿼터를 절벽 밑으로 버려야 하고 한국영화가 절벽에서 살아나 용맹한 사자의 모습으로 대지 위에 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씨는 이에 앞선 12일 같은 사이트에서 ‘ 최민식씨에게 묻습니다’라는 공개질의를 통해 영화계를 비판했다. 그는 “99년 ‘쉬리’ 돌풍 이후 한국영화 경쟁력은 눈부시게 높아졌다”면서 한국 영화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만큼 영화 분야가 특별히 대우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스크린쿼터를 폐지해야 하는가? 아니면 존속되어야 하는가? 영화인들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영화는 1년에 50편정도가 제작된다고 한다. 이중 성공및 흥행했다고 할 수 있는 영화가 2~3편에 불과하다. 이건 외국에서 수입되는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미국 헐리우드에서 제작된 영화라고 해서 무개별적으로 수입되는 것이 아니고, 미국에서 흥행이 검증된 헐리우드 영화를 수입하는 것이기때문에 영화인이 우려하는 만큼 무차별적인 미국 영화의 난입이 예상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나라 영화는 대체적으로 여자 인기 배우들의 노출이나 아니면 헐리우드 영화의 따라잡기 류의 영화들이 난무하여 이른바 블럭버스터 영화라고 하는 것은 배경이나 배우들이 한국일뿐, 사실상 헐리우드 영화와의 차별화가 없다.
이미 미국에서 스크린쿼터 축소 내지 폐지를 주장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었다. 과거 2002년에는 월드컵 열기와 함께 반미정서가 고조되어 미국이 스크린쿼터 축소를 요구했을때, 반미감정탓인지 친미면 사대주의로 모는 경향이 심해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가 국민적인 여론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오히려 영화인들의 논리가 궁색해지고, 스크린쿼터 존속이 마치 애국주의인양 포장되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른바 톱스타라고 불리는 연예인들은 드라마 출연으로 회당 2500만씩 받고, 심지어 1억원까지 치솟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연예기자의 분석에 따르면 30년전 스타의 몸값과 현재 몸값을 비교할때 714배정도 상승했고, 10년전과 비교할때 12.5배가 상승했다. 물가변동이나 시대의 흐름를 비교해도 대기업 간부 한달 월급이 고작 300~500정도임을 감안한다면 회당 출연료가 2,500만을 호가한다는 연예인의 몸값은 지나칠 정도로 비대해진 것이다.
TV에 출연하는 연예인도 그럴지인데, 영화계의 스타들은 더더욱 그런 경향이 심하다. 과거 강우석 감독은 일부 고가 출연료를 받은 연예인들때문에 스텝들은 기초 생활도 안된다고 비판했고, <불멸의 이순신>을 제작하는 데 보조출연자나 스텝들은 일당 5만원을 받고 일했다는 사실은 한국 영화 아니, 한국 연예계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스크린쿼터가 존속되든 아니면 축소 내지 폐지가 되든 어차피 스크린쿼터는 일부 인기 영화와 배우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 영화관에서도 146일을 제대로 지키는 곳이 없고, 또 지킨다고 해도 일부 영화에만 독점적으로 주어지는 특혜에 불과하다. 이런 형식적인 제도를 가지고 한국 영화의 발전을 운운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최민식씨가 스크린쿼터 존속을 주장하면서 "스크린쿼터가 대한민국의 밥그릇"이라고 주장했지만, 최민식씨 또한 한국 영화의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이다. 고액의 출연료로 인해 영화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스텝들의 생계비마저 위협하는 상황에서 한국영화의 미래는 암울한 것이다.
최민식씨는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하며 훈장을 반납했다고 한다. 훈장반납은 잘한 것이다. 하지만 동기가 불순하다고 생각된다. 최민식씨는 국민배우이고, 중견배우이다. 그가 이미 썩은 칼자루에 불과한 스크린쿼터에 의존하게 된 한국영화의 위기를 책임지는 자세로 훈장을 반납했다면 몰라도,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발하여 훈장을 반납했다니 그의 사태 인식이 너무 얕은 것이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