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같은 세상 속의 소용돌이 그 참혹한 날은 가고.
슬픈 운명을 개척하며 열심히 살다 간 마음 착한 여인 정아.
정아의 장례식 날 망나니 같았던 그녀의 아버지 김도식이 참회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정아야!..정아야!.. 이 못난 아부지 용서해 다고.. 잘몬했데이..잘몬했데이..
내도 아무리 쓰레기 같은 놈이라도 니한테 잘몬했다는 건 다 안다...이 몬난 아비 용서하고
부디 좋은 데로 가그라...정아야! "
동혁의 가슴도 터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는 맘껏 울 수도 없다. 지명수배자로서 그녀의 영정사진 앞에 나설 수도
없는 비통한 현실.
"동혁아 슬프면 울어 참지 말고."
"난..난 울 자격도 없다. 나 같은 놈 좋다고 나 같은 놈의 사랑을 받았다고 죽어도
원 없다고 하며 그렇게 갔다 정아가... 아직 가기에는 너무 아까운 여자였어."
"그래 맞다. 한푼 두 푼 모은 돈이 통장에 꽤 돼나 보더라. 어떻게든 현실을 이겨내 보려고
악착같이 살던 그런 여자였어. 우리 같은 놈하고는 다른 사람이지."
"용욱아. 우리도 그만 손 털고 새롭게 살아보자."
"이제 어디로 갈 건데."
"언제나 따듯하게 맞아 주던 안식처 같았던 정아도 없는데 갈 데가 어디 있겠냐.
박광식 말대로 정아 살리고 내가 죽었어야 했다. 내가..."
슬픈 운명을 타고 난 사람들.
본인의 의지와는 전혀 달리 암흑 속에서만 살아야 하는 그런 사람들.
동혁은 당장이라도 누군가가 자신을 죽여주기만 바랄 뿐이었다.
슬픔을 가진 사람들과는 대조적으로 원하는 것이면 모두 차지할 수 있는 그런 인간들도 있었
다. 바로 염상복 같은 인간.
염평달이 입원해 있는 나이팅게일 병원.
최고급 병실에 누워있는 염평달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아들 염상복과 며느리 재영을 바라본
다.
"아버님. 저희들 잘 다녀왔습니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너무 오래 누워있었어. 이놈아 결혼이 그리 바빴냐? 아비 의식도 돌아오기 전에 서둘러 치
렀게."
"죄송합니다 아버님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어서.."
"그래 며느리 얼굴이나 한 번 보자."
염평달이 가까이로 다가간 재영을 유심히 살펴본다.
"T.V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어디선가 봤던 아이 같은데.."
"예. 뵌 적 있어요."
"사돈어른은 뭐 하시는 분이고."
"이 사람 부친께서는 사업을 하시다 그만 사고로 작고하셨다고 합니다."
"부친의 존함이 뭐였지?"
"잘 아실 텐 데요... 제 아버지 존함은 한자 성자 만자십니다."
"뭣! 한..한성만? 그..그럼 네가 그 여식이란 말이냐? "
"저를 기억하시나요. 아버지 장례식에도 다녀가셨는데"
"이런...나를 원수로 생각할 며느리를 얻었구만.."
"아버님..그게 무슨 말씀인지..."
"됐다 이놈아. 네가 결정한 일이니 집안에 우환이나 없도록 단도리 잘 해라."
"예 아버님 걱정 마십시오. 사업도 잘 진행되고 있으니까요."
염평달은 재영의 집안을 몰락시킨 장본인이다. 어찌 그런 인간을 시아버지로 모실 수 있으
랴. 재영은 끌어 오르는 분을 참을 수 없었다.
병실 밖에는 미친 칼 마동수가 염상복을 기다리고 있었다.
재영은 인사하는 마동수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인생을 망친 염상복의 앞잡이...
마동수가 재영을 의식하며 염상복에게 작은 소리로 속삭인다.
"천성진과 그의 참모들 모두 제거했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이제 성진파라는 이름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겠구만."
작게 말했지만 재영은 그들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동혁의 안전을 걱정했다. 제발 무사했으면....
한편 동혁과 용욱은 손을 씻고 새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지방으로 내려갔다.
지방으로 내려가 그들이 처음 시작한 일은 심부름 센터.
두 사람이 가진 모든 것을 털어 넣어 시작한 아담한 사무실에서 미래의 희망을 계획하고 있
었던 것이다.
신분도 철저히 숨겼다. 절대로 주먹을 쓰지 않기로 약속도 했다.
어둠의 세상을 떠나 밝은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평화로움을 경험하고 있었던 것이다.
"동혁아 이제야 사람 사는 느낌이 난다. 넌 안 그러냐?"
"두말 하면 잔소리지. 남한테 피해 안 주고 노력해서 산다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누굴 죽여야 내가 산다는 그런 삶... 이제는 지긋지긋하다."
그러던 어느 날 사무실에서 스포츠신문을 보던 동혁이 심각한 표정이 된다.
"왜? 무슨 기사라도 났어?"
"아니..특별한 건 아닌데...그러니까 그게.."
"자식 말까지 더듬고.. 너답지 않게 왜 그러냐?"
"나 서울에 좀 다녀와야겠다."
"무슨 일로.."
"힘들겠지만 하루만 수고해라. 하루면 된다 하루면."
"알았다 알았어. 하루쯤이야.. 신문이나 이리 줘 봐."
가수 정은채의 은퇴. 마지막으로 가질 고별 콘서트.
대기업 총수와의 결혼으로 더 이상 활동하기 어려워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선사하는
고별무대였던 것이다.
동혁은 서둘러 예매를 했고 사랑하는 아니 사랑하지만 더 이상 볼 수 없는 그녀의
모습을 보기 위해 서울로 향했던 것이다.
한울 문화회관 컬쳐아트홀.
그녀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동혁은 일부러 가장 앞쪽 자리를 예약했다. 예매를 서둘렀던 결과 가장 앞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를 좀 더 가까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 정은채예요. 이제 유부녀라고 외면하실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이 와
주셔서 너무 기뻐요. 저 어때요? 모습이 많이 변했나요?"
"아니에요 언니! 너무 예뻐요! 사랑해요!"
"정은채!! 정은채!! 정은채!! "
동혁은 무대 위에 서 있는 재영을 슬픔의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강천중학교 왕따 시절 축제 때 무대 위에 서 있던 천사 재영 그리고 자신도 모르
게 흘렸던 눈물.
그런데 세월이 흐른 지금도 동혁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린다.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사랑을 속삭였던 가녀린 여인.
그러나 그녀와 시한폭탄 같이 위험한 인생을 사는 자신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녀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떠나야 한다. 동혁도 그것을 알고 있다.
현란한 불빛과 함께 그녀의 멋진 무대가 시작되었다.
저것이 과연 인간의 목소리란 말인가. 관객 모두는 전율을 느끼며 그녀에게 빠져들고 있었
다.
놀이공원에서 그녀와 보냈던 잠깐동안의 행복.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먹으며 불렀던 그녀의 엉터리 노래 소리.
그 기억을 떠올리며 동혁의 입가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의 눈에선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린다.
콘서트 중반. 그녀가 잠시 팬들과의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콘서트장에 환한 불빛이 켜지며 그녀가 객석의 팬들을 일일이 둘러본다.
"여러분 모두는 제가 이 자리에 서기까지의 원동력입니다. 저는 여러분을 절대로 잊을 수 없
을 거예요."
"언니! 다시 돌아오실 거죠? 약속해 주세요."
"반드시 돌아올게요. 여러분이 있는 한 저는...."
그녀가 갑자기 놀란 표정으로 말을 흐린다.
앞좌석에 앉아 있는 동혁을 발견한 것이다. 동혁도 그녀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
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재영이 참고 있던 눈물을 터뜨리며 힘겹게 말을 잇는다.
"여러분... 제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 아세요? 제 모습이 지금 행복해 보이나요? 아니
요... 전... 전 당신이 그리워 매일 밤을 지새우고 있어요..."
"언니 울지 마요.. 언니 힘내세요..."
일부 팬들이 그녀를 따라 함께 울기 시작한다.
"울지 않을 게요. 당신을 멀리 떠나보내고 많이 후회했어요. 당신을 보내고 사느니
차라리 당신과 함께 죽는 게 더 행복할거란 생각도 했는걸요."
분명 재영은 동혁을 향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동혁도 그것을 안다.
팬들은 그녀의 가슴으로부터 쏟아내는 진심의 목소리가 자신들을 향한 애정이라고 생각했
다. 너무도 진솔한 그녀의 말투가 팬들을 감동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무대 위에 서 있는 재영도 울고 그녀를 바라보는 동혁도 울었다.
콘서트장이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되었고 주최 측에서는 잠시 콘서트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
다.
동혁은 그녀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녀의 진심을 알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그녀와의 새로운 시작을 꿈꾸게 되었던 것이다.
동혁의 가슴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현란한 조명 속 콘서트장의 열기처럼...
그렇게 가슴 따뜻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2.
[ 장편 ]
폭파 1초전 시한폭탄 사랑 35
펠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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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31
05.11.11 12:34
댓글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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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잼따....ㅋㅋ
나루터님이 새롭게 등장한 1빠네요.
감동적이네요. 재미있게 봤습니다.
더 노력해서 재미있는 글 올리겠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드디어 피씨방을 안가도 되는 나..감격(?)ㅜ_ㅜ-
컴터 고쳤군요. 축하합니다. 더 열심히 봐 주실거죠?
본체 뜯었지 아마..?
완전 감동적ㅠ 재영이불쌍해요 ㅜㅜ
돈으로못사는우정님이 등장하셨네요. 지금 꼬리말 남기던 중이었는데..
재미있어욤
누굴까 검색님 오늘은 좀 늦었네요.
헤드셋 등장~요이이~따랑~ 쿠로카제님은 어디계시뇨뇨~이카루님 올만입니당다라라~펠릿님 이거 왠지 끝나가는 분위기?l 쿠궁...
머리위헤드셋님 반갑습니다. 아직 소설 끝나려면 멀었고요. 계속 재미있게 봐 주세요.
감동적.... 윽....또늦었다ㅠ!!!
님 오늘은 많이 늦었네요.
↑여전히 요란법석등장이군..펠릿님 저도 잘 보고 갑니다.30대라 그런지 어딘가 그..뭐지..?세상 참 잘 안다?잉?
글쟁이들은 사회 다방면으로 항상 관심을 가지게 된답니다.
이카루님의 컴퓨터안되기가 전염되었다..-┏(중얼)
왜 다들 이시간에 오는거냐? 킁..난 세드엔딩이 좋아-_-
그러면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건 아라가 이시간에 하기 때문이겠죠?근데 컴퓨터를 고쳤으니 이제 새벽에도 할거 같은데..카페에서 자지 말아줬음 합니다^^
펠릿님 kbs에 작품을 한번 내보셔서 1차를 통과해보셨다고 하셨던데 대단하시네요^^좀더 실력을 쌓아서 한번 더 도전해 보세요.폭파 1초전 시한폭탄 사랑 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유메노히메님 반갑습니다. 많은 격려 바라고 열심히 쓸게요.
점점 잼써저요 >.<ㅋㅋ
돌멩이수류탄님 오늘도 역시 방문했군요.
악 악 빨리좀 써주새요 잼있다 ㅋㅋ
네 열심히 쓰고 재미있게 쓰겠습니다.
매우 늦게 도장찍습니다;
사양검님 오늘은 정말 늦었네요.
으 매우 늦었다 ㅈㅅ요 ㅎ
늦은 만큼 더 재미있게 봐 주세요.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