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용 성광어패럴 회장
방글라데시의 섬유산업은 1978년 (주)대우에서 방글라데시 정부와 봉제 합작투자한 것이 그 시초다. 이후 영원무역도 방글라데시에 합작투자를 통해 진출하는 등 이곳 의류산업 성장은 한국 의류산업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현지에는 2017년 현재에도 약 150개의 한국 투자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렇게 시작한 방글라데시의 의류산업은 연간 봉제의류(Ready Made Garment) 수출액이 281억 달러(2016년 7월~2017년 6월)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의류 수출 대국으로 성장했다. 또한 의류산업은 국가 수출의 80%를 담당하고, 고용규모는 360만 명으로 국가 전체 노동력의 절반을 흡수하고 있다.
의류산업은 해외원조, 해외노동자 송금과 더불어 방글라데시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명실상부한 3대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의 약진은 2000년대 들어 절정에 달했다. 젊고 값싼 노동력으로 글로벌 의류기업의 주요 소싱국가로 발돋움하며 급속히 발전했다. 최근 20년 동안 의류 수출이 2천% 늘어났고, 세계 2위의 의류 수출국이 된 이후 계속 그 격차를 줄이며 중국을 따라잡고 있다. 방글라데시 의류 제조 및 수출자협회에 따르면, 2016년에 의류산업은 방글라데시 전체 GDP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넘어섰다. 의류산업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는 인구도 2000만 명에 이르고, 그동안 종교적인 이유로 제한됐던 여성의 사회참여도 의류산업을 통해 크게 개선됐다. 전체 의류산업 근로자 중 여성비율이 80%를 차지할 만큼 여성의 사회참여를 통한 지위 향상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방글라데시 경제·사회 전반에 기여하는 효자산업이 됐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에 큰 사건들이 연이어 터졌다. 2012년 11월 24일 다카 근교의 타즈린 패션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111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으며, 2013년 4월 24일에는 다카 중심에서 서쪽으로 약 20㎞ 떨어진 공업지역 사바 중심가의 9층 건물이 붕괴돼 1,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타즈린 화재와 라나플라자 붕괴 참사 소식이 전 세계로 알려지면서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의 주요 바이어인 글로벌 체인들 은 일반 소비자와 국제노동기구의 비판에 직면했다. 다수의 선진국 정부도 방글라데시 정부를 압박하는 한편 글로벌 체인들에 책임 있는 조치를 강구할 것을 촉구했고, 글로벌 체인들은 방글라데시 정부 및 산업협회에 개선안 마련과 시행을 요구했다.
그 결과 스웨덴 H&M사의 주도로 2014년 5월 ‘방글라데시 공장에 대한 화재 및 안전 합의안(Fire and Safety Accord)’을 마련, 근로자들의 안전성 보장과 임금 인상이 가결됐다. 또한 후 속조치로 H&M 주도의 ‘어코드’와 북미 업체들로 구성된 ‘얼라이언스’가 주축이 돼 방글라데시 정부, 국제노동기구와 함께 모든 의류공장의 구조적 안전성, 화재시설 등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에 착수했고, 기준에 합격하지 못한 공장은 글로벌 체인들의 제품 주문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두 건의 큰 사고 이후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은 구조적으로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 인권 문제와 맞닿아 있던 임금과 안전 문제가 전 공장에 대한 전수검사를 통해 국제기준에 근접하게 조정됐고, 어코드와 얼라이언스의 인증을 받기 위해 공장에 재투자가 이뤄지며 자연스럽게 업종도 고부가가치제 위주로 고도화되고 있다.
기존 단순 CMT(Cut, Make, Trim) 위주의 노동집약산업에서 고부가가치제로 전환되고 있는데, 이를 반영하듯 고부가가치 의류의 대표격인 ‘데님’ 수출을 늘리기 위한 정부 기관들의 집중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방글라데시의 데님 생산량은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 2017년 상반기 유럽연합(EU) 수출물량은 21.8%로 중국을 추월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대미 수출물량도 중국 26.04%, 멕시코 25.40%에 이어 12.03%로 3위를 기록했다. 2021년까지 의류산업 수출을 500억 달러까지 늘릴 계획이을 가진 방글라데시 정부는 데님 수출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미국 Cotton Inc.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세계 데님시장 규모는 562억 달러로 매년 약 8%의 성장세를 보이며 2020년 64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이중 방글라데시의 데님 수출액은 7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발맞춰 방글라데시 공기업인 BJMC(Bangladesh Jute Mill Corporation)는 지난 3월 방글라데시의 늘어나는 데님원단 수요를 맞추기 위해 합성주트섬유공장 설립에 7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도 1억6000만 명의 인구를 배경으로 한 풍부한 저임 노동력은 강점이라고 할 수 있고, 특히 15~64세 인구비중이 65.5%(World Bank 2017년 기준자료)에 달한다고 하니 향후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부분이다. 장기적으로는 전후방 연관산업 조성, 제품 개발 및 디자인 역량 배양, 수출시장 다양화, 고부가가치제품 생산을 달성해야 방글라데시가 ‘봉제 기지’에서 진정한 의류 생산기지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