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이: 새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호호 전 반 백조네요. 학교는 도서관과 동아리활동 때문에 계속 나갔습니다.
현석이한테선 편지가 왔는데 그에게서는 편지가 오지 않았습니다. 현석이의 편지에선 그에 관한 내용이 별로 없읍니다. 아쉽군요. 오늘 또 하나의 편지를 그에게 써 보낼꺼에요.
철이: 또 편지가 왔습니다. 저번과는 분위기가 다르네요.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사랑해요 개철씨...? 고참이 다방레지하고 연애하냐고 그럽니다. 자전거 이녀석 이름도 자숙이라고 지어서 보냈습니다. 녀석이 내가 자기보고 자전거친구라 그러는걸 아는가 봅니다. 자숙이? 편지를 썼습니다. 전에 보낸거처럼 세련되고 애틋하게 보내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이름도 자숙이라 하지 말고 수민이라고 해주었음 좋겠다고 말했지요. 아니면 아예 무기명으로 보내든지... 그래도 글씨는 여전히 예쁘군요. 좋은 부댄가 봅니다. 이제 겨우 상병인 주제에 편하게 내무반에서 글을 쓸 수 있나 봅니다.
참 빠릅니다. 좀 이상하기도 하구요. 어떻게 내가 편지를 보낸지 사흘만에 답장을 받을 수 있지요? 무기명입니다. 애틋한 내용이군요. 낯선 마주침도 그것이 계속되면 그리움이리라. 놀랍군요. 녀석이 이런 문장도 지을 수 있다니...
민이: 너무 노니까 재미 없네요. 아르바이트라도 해야겠습니다. 교문앞 레스토랑같은 경양식점 서빙보는 자리가 하나 있네요. 조용한 분위기가 맘에 듭니다. 호호. 조용한게 아니었습니다. 점심때가 되니까 학생들이 참 많이 옵니다.
볶음밥 드세요. 제발... 또 양식입니다. 한번 세어 봅시다. 메뉴판. 양식이면 물. 세팅. 수프. 밥하고 고기그릇 두개 들고 가야죠. 후식. 다시 그릇. 후식그릇. 그냥 차나 음료수만 시키는 사람이 너무 좋습니다. 메뉴. 차만 갖다주면 끝이니깐요. 한달만 하고 그만 두어야겠습니다.
오늘은 군에 있는 후배한테 편지를 썼습니다. 피곤해서 글씨가 별롭니다.
석이 편지에도 그에 대해서 조금 적었습니다. 괜히 그가 보고 싶네요. 호호 내가 그사람을 혼내 줄 수 있을까요?
인연이 닿아 알게된다면 그럴수도 있겠네요.
철이: 신일병한테 편지가 왔습니다. 누구편질까? 의심스럽게 관찰을 했지요. 녀석이 편지를 숨깁니다. 결국 뺏었읍니다. 편지봉투에는 소수민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햐. 냄새좋다. 그녀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녀석이 참 부럽군요.
편지를 읽어보았습니다. 별 내용 없군요. 앗 나에 관한 말이 있습니다.
현석아 너 괴롭힌다던 고참 성병장인가? 그사람 말 잘들어. 그래도 괴롭히면 나한테 말해. 내가 혼내줄테니까. 호호.
저녀석이 그녀에게 뭐라 말했기에 편지에 이런말을 썼을까요. 무슨 내가 녀석한테 폭력을 행사했다고... 이미지 버렸습니다.
신일병 일루와.
예.
내가 널 괴롭혔냐?
예 그렇습니다. 어쭈 신일병 이녀석 진짜 빠져도 너무 빠졌다. 그래서 녀석을 귀엽게 패주었습니다. 하지만 녀석과 나는 참 친합니다. 녀석도 내가 편하니까 개기는 척 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받아 적는다 실시.
예.
성병장님은 착한 분이십니다. 절 괴롭히지 않습니다. 그분은 너무나 마음이 따뜻한 분이십니다. 빨랑 적어 임마.
민이: 석이한테 편지가 두통이나 왔네요. 호호. 그에 대하여 좋게 적혀 있습니다. 아니군요. 다른 편지에는 앞의 편지는 성병장님의 갖은 협박에 못이겨 어쩔수 없이 썼답니다. 그가 그렇게 쓰라고 했다는군요. 석이는 그보고 개철이라고 그러네요. 이런 이름가지고 그러면 안되지요. 내가 보낸 편지는 그가 다 보고 있으니 그에 대한 내용은 가급적 피해 달랍니다. 기분이 별루네요. 남의 편지를 훔쳐보다니...호호 석이가 그를 좋아하는가 봅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고참이라는군요. 그가 마음이 따뜻한 건 사실이라고 합니다. . 이제 석이한테 보내는 편지도 조금은 그를 생각하며 적어야 겠습니다.
철이: 수민이한테서 나에게로 편지가 왔습니다. 자숙이 친구 수민이라고 하는군요. 애틋하게 보내라고 했던거 때문일까요? 개철씨 애틋하게 사랑합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장난치나? 바로 앞에 온 편지는 날 참 감동시켰는데 바로 또 보내온 편지는 글씨 빼고는 볼게 없습니다.
개철씨 제가 왜 무기명으로 편지를 보내요? 제가 얼마나 잘난 여잔데요. 무기명으로 보낸적 없어요. 그리고 개철씨가 보낸 편지도 유치하긴 마찬가지에요. 내무반에서 다방레지하고 연애하냐고 놀렸단 말이에요.
큭큭... 이런짓을 계속 해야합니까? 고참이 내 편지를 읽더니 쿡쿡 거립니다. 뭔가 아는듯 너도 이런짓 하냐? 차라리 가요책 뒤에 있는 주소에다 편지나 보내지? 그럽니다. 차라리 그게 나을까요?
편지를 썼습니다.
저 당신이 사랑하는 계자입니다. 이제 절 잊어주세요. 편지 주고 받기 싫어졌어요. 흑흑... 제 마음도 찢어 집니다.
앞으로 그런 편지 보내면 죽어!
민이: 에구 힘들어라. 오늘 과감히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었습니다. 다른걸 찾아 봐야지요. 올해도 가을은 어김없이 깊어만 갑니다. 가을은 왜 항상 그리움을 가지고 저한테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여자는 봄을 탄다고 하던데...
그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그가 반응이 있다면 석이 편지에 그런 내용이 적힐 만도 하지만 아직 없습니다. 언제 한번 석이한테 물어봐야 겠습니다. 그치만 석이한테 보내는 편지도 그가 봐버린다고 하는데...
가을날 우연히 마주치던 그리운 소녀는 없었나요? 그곳의 산들이 너무나 아름답게 물들었겠네요. 내가 누군지 아직 모르시겠죠? 나에게는 가을날 내맘을 뛰어놀던 소년이 있었습니다. 이 편지는 그 소년에 대한 그리움으로 쓰는 거에요.
이 정도 썼으면 충분히 내가 보내는 줄 알겠죠?
철이: 몇장을 보낸지 모르겠습니다. 노래책 뒷면의 여자란 여자에게는 다 편지를 보냈습니다. 말년이 되니까 심심하거든요. 그녀와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면 이런 짓 안해도 될텐데... 그래도 그녀의 향기는 신일병 때문에 느낄수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죠. 짝사랑을 깊게 하면 그 사람의 자그마한 어느 무엇에도 그사람의 그리움을 느낄 수 있나 봅니다.
드디어 편지가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머리가 나빠서 누가 누군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내가 보냈던 편지의 30%정도는 답장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무기명도 있습니다. 사흘동안 9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 무기명의 편지는 낯설지 않은 느낌입니다. 앞서 자전거 녀석이 보냈던거라 믿고 있는 무기명의 편지와 동일인의 것 같습니다. 녀석이 계속 편지보내는 걸까요? 아니면 다른 그 누군가가?
물론 있지요. 가을날 우연히 마주치던 소녀가 그리움되어 내맘에 있습니다. 그리고 떠날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내맘속에 자리잡고 항상 가을인양 가슴떨게 합니다.
무기명이라 답장을 할 수가 없네요. 그래도 사놓은 예쁜 꽃편지지에다 또박한 글씨로 한자 한자 글을 써 내려 갔습니다. 자전거녀석이 보낸거라면 용서하지 않겠어.
민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드디어 찾았습니다. 학교에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데 버스정류장앞 고운음이 들려서 레코드점을 바라봤지요. 시간제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바로 들어가 신청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남이 아는건 저도 압니다. 계절은 늦가을로 가고 있습니다.
철이: 십. 구. 팔. 칠. 육. 오. 사. 삼. 이. 일. 얏호. 하하핫. 내무반 모두들 이 기쁜날 잠자기에 바쁘군요. 우핫핫.
잠좀자자.
누구야? 감히 이제 제대할 날이 두자리 숫자인 내가 그것 때문에 좀 웃었기로서니...
난 한달도 안남았어 임마.
아. 김병장님이세요. 말을 하지...
이제 드디어 제대할 날이 두자리숫잡니다. 내무반에선 내 위로 두명밖에 남지를 않았습니다. 핫핫...
민이: 동아리에서 후배하나가 석이에게 편지쓰는 걸 보았습니다. 호호 잘됐다. 후배에게 석이더러 다음에 나한테 편지보낼 때 그에 대해서 조금은 적어 달라고 했습니다. 오늘은 그에게 편지를 써 볼까요? 날씨가 조금씩 추워집니다.
철이: 날씨가 춥습니다. 신일병녀석이 아무래도 날 감시하는거 같습니다. 뭘 째려봐? 수민이 누나하고 어떤 관계냐고 좀 진진하게 물어봅니다. 장래를 약속한 사이다. 장난치지 말고 사실을 말하랍니다. 자기가 소개시켜 줄 의향이 있답니다. 아서라. 제대할날이 언제가 될지 아직도 깜깜한 녀석이... 또 그러기도 싫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녀와 난 인연이 있을거 같습니다. 잊혀지지 않고, 잊을만 하면 내앞에 나타나고... 답장이나 쓸랍니다. 답장을 해야 할 편지가 많습니다. 오늘 무기명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그 편지를 읽을 때 나도 모르게 그녀의 얼굴이 떠올려 졌습니다.
민이: 석이한테 편지가 왔습니다. 그에 관한 이야기가 있네요. 요즘 펜팔편지 쓰느라 참 바쁘신 몸이라는군요. 뭐야? 조만간 낭패 당할 것 같다고 합니다. 뭘? 그가 쓴 편지의 내용이 뒤죽박죽이라는 군요. 자기생각엔 그가 편지지의 이름과 편지봉투의 이름을 다르게 해서 보낸것도 있다고 합니다. 제대 말년이 되면 다 그런다고 하는데... 석이가 그를 나에게 소개시켜 주었음 하는데 내 의사가 어떤지 물어보았습니다. 어머머 별꼴이야. 자기보다 그를 먼저 알았다는 걸 석이는 모르는가 봅니다. 생각은 고맙지만 사양할게요 후배님... 그와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서로 자연스레 알게 되리라 믿고 싶습니다. 그는 내가 보내는 편지를 단지 펜팔편지처럼 받고나 있지 않나 걱정도 되네요.
철이: 내 밑으로 집합! 어라 내무반 전체가 다 모였어? 그러고 보니 내 위로 아무도 없네요.
이제 제대할 날이 두달 정도 남았습니다. 심심하네요. 날씨는 많이 춥습니다. 난 별 할일도 없어요.
왜 그런지 펜팔했던 애들이 하나 둘 연락을 끊었습니다. 내딴에는 잘 써서 보냈는데... 그래도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편지는 계속 옵니다. 일곱통째 받았습니다. 그 편지는 항상 나에게 그녀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녀가 이 편지를 보냈을까요? 무엇 때문에? 누군가 고참인 날 위해 수를 쓴거 같기도 하지만 내 맘은 그녀라 믿고 있습니다. 그럼 됐지요 뭐.
민이: 방학을 했군요. 벌써... 시간이 참 빨리도 갑니다. 무얼 남기고 가버리는지 시간은 그처럼 나를 횡하니 스쳐지나갑니다. 음반점 아저씨가 이제는 크리스마스에 관한 송(song)을 내보내도 되지 않겠냐? 합니다. 그럼요. 설레이는 한주가 되겠습니다.
철이: 시간 진짜 안갑니다. 도대체 동지가 지났것만 해는 왜 이리 긴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이 무슨 날이냐?
사회에서는 크리스마스라 부르는 날입니다.
그래서 애들이 전부 뭘 읽느라 바쁘군. 나한테 온 편지는 없냐?
없는데요.
신일병 너한테는?
있는데요.
혹시 수민씨한테서 온건 있냐?
없는데요.
너 언제부터 나한테 ~데요.라고 끝을 맺었느냐?
좀 됐는데요.
군발이처럼 해 쨔샤.
예! 시정하겠습니다.
민이: 우표값이 170원으로 올랐다고 합니다. 전 몰랐었거든요. 그와 석이한테 보낸 카드에는 종전의 150원짜리 우표를 붙혔습니다. 혹시 못 받지나 않았나 걱정이 됩니다. 음반점은 크리스마스때가 대목이라 쉬지를 않네요. 흑흑 이 좋은날 오후 음반점안에 갇혀 있어야 하다니... 하지만 실내에 퍼지는 상쾌한 음악이 그런 내 마음을 말끔히 씻어 줍니다.
철이: 길고긴 일월이 갔습니다. 새해에는 사회에서 다시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갈 겁니다. 민간인! 군발이의 우상. 민간인... 바로 내가 민간인이 된다는거 아닙니까. 푸하하. 신일병 저녀석 상병휴가 연기 됐습니다.
신상병 안됐네...그려. 다른건 다 연기되어도 제대날짜는 연기가 되지 않습니다. 일주일만 버티자. 말년휴가다.
민이: 요즘 그에게 좀 무심 했습니다. 한동안 편지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카드까지 합쳐도 여덟번 밖에는 보내지 않았지요. 그는 나에게 아홉번을 보냈는데 말입니다. 복학준비를 하느라 바빴습니다. 아르바이트는 이번달까지는 내가 책임지기로 했고 못한 공부도 해야했습니다. 시간이 참 빨리 갑니다. 오늘은 그에게 편지를 써야 겠습니다. 그가 곧 제대를 할것 같네요. 호호 저도 군복무기간이 26개월인걸 알거든요. 오늘 편지지 마지막에 내이름을 적었습니다. 저 수민인데요. 전 줄 알았어요? 만나게 되면 서로 아는척 하기로 해요. 뭐 이런식으로 내 이름을 밝혔습니다. 그처럼 학번하고 과이름은 밝힐 필요가 없겠죠. 그가 다 알고 있는거니까 말이에요.
철이: 하하. 나 먼저 나갔다 오마. 신상병 내 돌아오면 봐. 짧은 휴가입니다만 그래도 날아갈것 같습니다. 엄마가 제대할거면서 왜 나왔냐고 합니다. 너무 하십니다. 학교를 갔었지만 혹시나 그녀를 볼까하고 간것은 아닙니다. 복학신청을 해야죠. 전 남들처럼 군복무 때문에 한학기이상씩 놀고 그러지는 않겠습니다. 빨리 졸업하고 놀겠습니다.
민이: 어머머. 이게 누구니? 음반점에 있었는데 참 반가운 얼굴이 들어왔습니다. 석이의 얼굴이었습니다.
너 휴가 나왔니?
예. 동아리방 갔더니 수민이 누나는 여기 있다고 가르쳐 주더군요.
그래. 이번달까지만..
이거 정말 누나가 보낸거에요?
석이가 나한테 보여준것은 그에게 보낸 아홉번째 편지였습니다.
이걸 왜 네가?
성병장님 제대했어요. 저번주에... 편지는 병장님 제대하는날 도착했구요. 미안해요. 다른 고참이 뜯어 봤어요. 하하. 내가 전해주어도 되지만 직접 전해주세요.
철이: 제대를 하고 나니까 할 일이 너무 많네요. 무슨 할일이요? 놀아야죠. 못받던 비디오 봐야죠. 만화책 봐야죠.
친구들이 술 사준다고 그러죠. 아버지가 고기 사줬죠. 참 저번에 일교과 덩치하고 쌈났던 선배있죠. 결혼했더군요. 그때 여자선배랑... 좀 빠르지 않나? 하하. 사고쳤다는 군요. 무슨 사고를 쳤을까?
일주일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렸습니다. 새학기가 며칠밖에는 남지를 않았습니다. 오늘은 학교를 갔지요. 학교 분위기 파악을 해야하니까요. 수강신청을 무얼할까도 알아봐야 하고, 혹시 그녀와의 만남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캠퍼스 모양새는 변하지 않았지만 느낌은 다릅니다.
학교에서 그녀는 보지 못했지만 추운 날씨에 따사한 햇살이 기분을 맑게 합니다. 이 캠퍼스에서 언젠가는 그녀를 보게 되겠지요.
훗훗. 또 버스가 늦네요. 내가 타는 버스는 아직도 그 시간대로 운행을 하나봅니다. 꽃집과 레코드방... 분위기 있읍니다. 꽃집에서 꽃한송이를 사서 새어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누구를 기다려 보는것도 낭만이 있을거 같습니다.
새어나오는 음악이 참 좋네요. 부대내에서는 찢어지는 듯한 스피커폰으로 최신유행가만 들었습니다. 이렇게 맑고 경쾌한 음악이 좋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와 내 맘을 새롭게 합니다. 제목도 모르지만 하나 사볼까요?
어... 잘못 들어왔습니다. 그녀가 왜 저기 있습니까? 도로 나갈까요?
민이: 오늘이 여기 아르바이트 마지막날입니다. 좀더 일찍 그만 두려고 했지만 주인 아저씨가 붙잡고 놔주지 않는 바람에 며칠 더 했습니다. 오늘 급료를 받겠네요. 오후가 한가롭습니다. 바깥이 아직 춥겠지만 안에서 보는 밖은 햇빛으로 인해 마냥 따뜻하게만 느껴집니다. 집에서 들고온 테프나 틀어 볼까요? 크린베리스 1.2집 편집하여 다시 녹음한겁니다.
어... 그가 들어왔습니다. 그가 여기는 왠일일까요? 또 나를 보더니 머쓱해 합니다. 나가버리기만 해... 나갈려고 합니다. 하. 바봅니까? 아니면 수줍음을 많이 타는 겁니까?
뭐에요?
어머. 내가 왜 짜증스런 어투로 그에게 말을 건넸을까요? 잘한거네요. 그가 나갈려다가 다시 들어왔습니다.
바..밖에 나오는 음악 뭐에요? 그거 하나 주세요.
그의 모습은 군대가기전의 모습과 다를게 없군요. 단지 조금 까매진 피부와 짧은 머리만 그때와 다릅니다.
계철씨? 고개좀 들고 떨지 말고 말해요. 이렇게 말하고 싶지만 저또한 그가 내 가까이로 오니 머뭇거려 지네요.
뭐더라? 잠시만요.
못찾겠습니다. 어딨더라? 호호 나도 좀 떨고 있네요.
어. 없으면 놔두세요. 그냥 다른거 살께요.
잠깐만요. 분명히 이 근처에 있을거에요. 왜이리 안 보이는거야?
그냥 이거나 하나 살께요.
그가 손에 들은건 나조차도 생소한 이름의 시디였습니다. 그는 저런쪽의 음악을 좋아하나보다. 기억해 놓아야지... '메틀리 크루?'
그가 계산을 하고 별말 없이 나갈려고 합니다. 밖의 스피커에서 들리는 노래를 듣고 그가 이곳으로 들어온게 틀림없습니다.
저기요. 크린베리스 좋아하세요?
나의 이말에 그가 고개를 돌렸습니다.
예? 호호 그의 눈망울이 귀얍습니다.
좋아하시면 이거라도 가지고 가실래요?
뭐 내가 들고온 테잎이니 그에게 주어도 됩니다.
아. 예... 얼마에요?
호호 이건 제가 가져온 거에요. 그냥 가져 가세요. 듣고 싫증나면 주세요.
철이: 몸만 들어왔다 아무말 없이 아무것도 안사고 그냥 나갈려니 그녀가 황당한가 봅니다. 그래서 밖에 흘러나오는 노래가 들은거 하나 주라고 그랬죠. 수민씨? 조금 떨고 있나요? 쩝. 하기야 내가 편지보낸걸 그녀는 알겁니다. 게다가 군대에서 내가 구라까지 친걸 그녀가 알고 있죠. 빨랑 나가야 하는데... 그녀가 여기서 아르바이트 하는거 같기는 한데 상당히 서툽니다. 못찾겠으면 그만 두세요. 딴거 사면 되니깐요. 그냥 바로 앞에 있는 시디 아무꺼나 하나 집어 들었습니다.
이거하나 주세요. 계산을 하고 돌아 섰습니다. 좀 아쉽네요. 이렇게 마주치기도 쉽지는 않은데... 외국은 잘 나갔다 오셨어요? 그래 이말이라도 한마디 물어봐야 겠습니다. 쉼호흡 한번만 하고 돌아서자. 하하 그녀가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쯤...
제대는 언제 하셨어요?
그녀가 나한테 질문을 했습니다. 짝사랑 해본 사람들은 알겁니다. 그 사람과 대화를 할때의 그 느낌...
일주일정도 됐습니다.
예... 이번학기에 복학하시죠?
예... 여기서 아르바이트하세요?
예... 오늘이 마지막날인데...
예... 학교 아직 다니시죠?
예... 그럼요.
더 얘기 하고 싶었지만 좀 어색하기도 하고 손님이 들어와서 나와야 했습니다. 내딴에는 엄청나게 오랜시간 그녀와 대화의 시간을 가진거 같습니다. 그녀가 준 테이프, 잘 듣겠습니다.
버스정류장 앞 꽃집 그리고 그옆에 내가 우연히 있었으면 하고 기대했던 음반점.. 그속에서 그녀와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내가 산 시디는 우리형을 주었지요. 대학원 들어간 형아가 그 음을 듣더니 반 미쳐버렸습니다. 우악! 앗싸! 상관없습니다. 그거 듣고 형아가 미치던지 발광을 부리던지 난 상관않고 그녀가 준 테프를 내방에서 이어폰으로 들으면 되니깐요.
민이: 호호 그하고 이렇게 오랜 시간 대화를 가져보게 될줄이야. 이제는 학교에서 만나도 아는척을 할 수 있겠죠?
많이도 기대를 하고 그렸던 그를 우연히 생각없이 만나서 기분이 좀 그렇지만 이제는 인연이 맺으질거란 확신을 할 수 있겠습니다. 근데 뭔가 빠진게... 아 맞다. 그에게 이 기회에 내 이름을 밝힌 편지를 줘 버릴건데 그랬습니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오늘 급료도 받는데 그걸 주었더라면 완전한 만남을 가질수도 있었읕텐데 말입니다.
철이: 많은 기대를 가지고 도서관을 갔습니다. 아직 해가 뜨지도 않았군요. 아직 방학이라 이시간에 내자리에 누가 앉지는 않았겠지요? 그렇죠. 텅 비어 있습니다. 그리웠던 내자리... 그리고 더 그리웠던 그녀의 자리... 다 비어 있군요.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그녀가 오늘 도서관을 나와 이자리에 앉을까요? 그 시간이 빨리 오도록 잠이나 자야 겠읍니다. 이미지 버리는데... 뭐 더 버릴 내 이미지가 남아 있겠습니까? 그냥 그녀의 모습만 볼 수 있으면 되지요. 뭐.
민이: 혹시나 하는 기대로 도서관을 갔습니다. 이제 아침햇살에 어스럼이 걷혀가고 있습니다.
호호. 낯익은 그리움이 담긴 모습. 책도 안펴고 그대로 머리를 박고 자는 그의 모습이 있습니다. 그 옆자리는 비어 있군요. 꼭 나를 기다린것처럼 말입니다. 앉을까요? 다른 자리도 비어있는데 좀 앉기가 그렇습니다만 예전에도 저자리는 제자리였습니다. 앉아서 그를 바라봤습니다. 언제쯤 일어날까요? 왜 나도 졸음이 오죠?
철이: 오전의 깊은 여운은 누군가의 흔들어 깨움에 여리고 흐린 풍경들에서 선명함으로 눈에 들어옵니다. "누구여?" 과 친굽니다. 너 복학했냐고 묻는군요. 아직 학기 시작도 안했는데 복학은... 복학신청만 했다고 했습니다. 반갑다고 합니다. 자기도 이제 복학을 할거라는군요. 그말 할려고 잠을 깨웠단 말여? 친했던 친구니까 그럴수도 있지요.
커피나 한잔 하며 이야기 좀 하자고 합니다. 뭐 싫을거 없지요. 쿠쿠. 이게 누구신가? 비록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금방 누군줄 알겠습니다. 내가 자던 모습도 그녀에게 이런 귀여운 모습으로 비추어 졌을까요? 아니겠지요. 그녀는 두손을 다소곳이 모으고 머리를 고이 숙여 자고 있습니다. 나처럼 그냥 머리를 박고 자지는 않습니다. 그리웠던 그녀의 모습. 이모습을 조금더 보고 싶지만 친구가 불러냅니다. 나중에 봐요. 다시 도서관을 들어올땐 긴장이 좀 되겠습니다.
우이씨. 아는 놈들 둘을 더 만났습니다. 놔란 말이여. 누구를 봐야 한단 말이여. 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당구를 치고, 한 네시간정도 쳤나요. 점심을 먹고, 남자들끼리 게이소리 들을 일 있냐? 커피?層? 갔습니다. 뭐가 그렇게 할 말이 많을까요. 들어가야 해. 술한잔 하잡니다. 크윽...뭐? 또 당구쳐? 죽빵한번 치잡니다. 그래 오늘 당구장에서 죽자.
도서관에 돌아왔을때 시계바늘은 10시를 훨씬 넘어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텅빈 그녀의 열람석, 그리고 초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내 가방. 이게 친구들에게 자기는 인기작가라고 구라치고 다니는 이모씨가 독자들에게 현혹되어 날 그녀와 못만나게 할려고 만든 결과라는걸 난 모른채 가방을 챙겨야 했습니다. 뭐 챙길것도 없네요. 책한권 내어놓고 펴지도 안했으니 말입니다. 우이씨. 누가 커피를 왕창 마셨나? 또 맹물이여? 밤하늘이 뿌옇게 물들었지만 그래도 까맣습니다.
민이: 희미한 열람석의 칸막이가 뚜렷이 눈에 들어옵니다. 정신을 차렸습니다. 긴장된 마음으로 옆을 쳐다 보았읍니다. 썰렁. 그가 자리를 비웠군요. 내 잠든 모습을 보고 그는 어떻게 생각을 했을까요?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가 돌아와 앉겠지요. 내 가방 한편에선 도장찍힌 편지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니!" 동아리 후배군요. 무슨 일일까요? 자기도 후배가 생겼다며 소개를 시켜준다고 합니다. 입학도 안했는데 좀 늙어보이는 남자하나와 여우같은 여자하나가 벌써 우리 동아릴 가입했답니다. 오티때 친해졌다는군요. 결국은 이거였군요. 나보고 점심사달라는거였습니다. 기집애! 약아가지고 인심은 자기가 배풀고 나는 돈을 썼습니다. 그래 학기 시작하면 보자꾸나. 조금 떨리는 맘으로 도서관을 들어 갔습니다. 시간이 제법 흘렀으니 그가 앉아 있을것만 같습니다. 없군요.
저녁을 먹고 들어와도 그는 없었습니다. 집에 가고 싶어요. 차라리 가방도 들고 가시지 그랬어요. 그가 또 나 때문에 밖에서 머뭇거리지나 않고 있을까요? 오늘 열람실을 자두 들락거리느라 자판기 커피를 많이 마셨습니다. 속이 좀 매스껍네요. 그는 어디를 갔을까요? 할수 없이 아홉시를 조금 넘겨 가방을 챙겨 나왔습니다.
철이: 그녀가 준 테이프를 듣고 있습니다. 집안에 아무도 없고 홀로 음악을 조금 크게 틀어놓고 여유를 느끼고 있지요. 그녀가 나에게 이 테이프를 준 의미를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그녀가 나를 알고 있는건 확실합니다. 거절을 당하고 난뒤 난 내자신이 부끄러워 내가 썼던 편지를 생각하기도 싫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일이 미소짓게 하며 떠올려지고 있습니다. 그녀가 나에게 준 한장의 편지. 그걸 꺼내어 읽어보았습니다. 그때는 어렸을때죠. 충분히 마음이 바뀔수가 있습니다. 군대에서 받았던 편지는 분명 서울에서 온 편지였습니다. 그녀의 마음이 이렇게 바끼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글자가 너무나 닮았습니다. 웃음이 낄낄될정도로 나왔습니다. 으이씨. 누구여?
우리형이 뭐가 좋냐며 뒷통수를 쳤습니다. 노크 좀 해라. 또 쳤습니다. 노크라네요. 음악소리좀 죽이라고 합니다.
편지지를 보더니 아직도 그짓이냐며 쯧쯧거립니다. 아직 여자친구하나 없는게 되게 뻑뻑거리네요.
노래가 좋다며 테프를 뺏어갈려고 합니다. 그건 안되지요. 절대로 말입니다. 돌려줘야할 테프라 했는데 결국은 뺏겼습니다. 나쁜 형아.
민이: 오늘은 개학날입니다. 입학식도 있네요. 95학번 새내기들이 귀엽군요. 수업을 마치고 동아리방으로 갔더니 이미 본적이 있는 남자후배가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촌스럽고 좀 늙어보이긴 하지만 귀여운 구석이 있네요. 충청도 녀석이지요. 가자 내 점심 사줄께. 학생식당이지만 말이야. 후배를 데리고 나갔습니다. 하하 녀석이 하숙을 하는데 자전거로 통학을 한다네요. 쑥스러운듯 태워줄까요? 그럽니다. 뒷자리에 탔습니다. 치마를 입고와 한쪽으로 탈 수 밖에 없네요. 야 내가 너보다 네살이나 많아. 떨긴 왜 떠니. 내가 녀석의 허리를 잡자 참 많이도 떠는군요. 사대앞은 내리막길입니다.
얘 좀 천천히 가.
브레이크가 좀 맛이 갔어요.
아항 그럼 나 내릴래.
빠른 속도로 누군가 스쳐지나갔습니다. 사대앞에서 누군가 놀란 모습으로 나를 쳐다봤습니다. 그군요. 호호. 나도 자전거 탔습니다. 담에 마주칠일 있겠죠. '끼이익!' 무슨 소릴까요? 그가 뒤에 있는데 다시 뒤돌아보기가 좀 그렇네요.
철이: 오늘은 개학날이지요. 헤헤. 나는 과감히 사대에서 듣는 교양과목을 신청했습니다. 잘했습니까? 그녀를 한번쯤은 마주칠 수 있겠지요? 뭘 듣냐구요? 초급 일본어요. 그 수업이 월요일날 들었습니다. 사대안 일교과 학생회실이 있는곳에서 멀지 않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휴강이라고 말하는 조교놈이 눈에 익은 얼굴입니다. 어디서 본 놈이지? 덩치가 산만한게 무식하게 생겼습니다.
수업을 끝마치고 사대를 빠져 나왔지만 그녀를 만날수는 없었습니다. 괜히 마음만 설레었지요. 뭔가 쌩 내 옆을 스쳐 지나갑니다. 아! 나는 어쩌라고 어떤 촌스러운 남학생이 모는 자전거뒷자리에 그의 허리까지 잡고 말입니다. 그녀가 타고 있었습니다. 섭합니다. 수민씨. 넋을 놓고 그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건 또 모야?
끼이익 소리를 한바탕 내고는 자전거가 나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들고 있던 가방만 저만치 날아가고 저는 별로 아픈줄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자전거 한대에 세명이나 타고 있었습니다. 어쭈 여자까지 끼였어? 다쳤냐고 물어보는군요. 그럼 받쳤는데 안다쳤겠냐? 에구 불쌍한 내가방. 여자가 예쁘서 참는다. 여학생이 낯이 익네요. 앞으로 조심해요.
민이: 학생식당에 예전에 그와 교양같이 듣던 친구가 "기집애야 불렀는데 왜 대답을 안했냐"고 따집니다. 나 잡을려고 후배자전거 얻어 탔다가 큰일 날뻔 했다는군요. 낯이 익은 누군가를 치일뻔 했답니다. 그래? 그럼 네가 밥사면 되겠다.고 말했다가 그녀의 불타는 눈초리에 내가 타버리는줄 알았습니다.
이쪽은 누구세요?
새내기 후배야.
안녕하세요. 95학번 현철이라고 합니다.
되게 늙어보인다. 몇년생이에요?
얘 말 놔.
늙어보여서...
방년 용띠 76년생인디유.
25살은 되어 보이는데...
제 엄마께서 저를 보름정도 더 배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래 늙어보이긴 한다. 삶이 너를 포기하게 만들지라도 누굴 원망하지 말아라. 에그. 자세히 보니 군대까지 갔다온 그보다 더 늙어보입니다.
철이: 공강시간이 되니 별로 할 일이 없습니다. 예비역 몇명이서 족구를 하길래 저도 끼였지요. 공포의 강스파이크다. 날랐습니다. 그리고 찼습니다. 홈런. 참 멀리도 날라가네요. 얼라리요? 공이 떨어집니다. 절묘하네요. 걸어오던 여학생의 머리한쪽을 맞히더니 옆에서 같이 걷던 여학생의 머리도 맞추어 버립니다. 너무 우연입니까? 충분히 그럴수 있습니다. 알고봤더니 어제 낯이 익던 여학생은 그녀의 친구였군요. 그걸 어떻게 알았냐구요? 그녀의 옆에 있었으니까 말이죠. 내가 찬공은 공대쪽으로 오던 그녀와 그녀의 친구머리를 맞추었습니다. 오랜만에 뛰어볼까요. 내친구들은 미안해하며 그녀들 한테로 갑니다. 싹싹 빌어라. 나는 도망간다. 공대건물안으로 냅다 뛰었습니다. 다시 나오다 그녀를 만나 흠?? 놀랐지만 내가 찬줄은 모를겁니다. 그둘은 얘기하고 오다가 맞았으니까 말이죠.
미안해요. 그녀가 왜 날보더니 웃음을 참지 못하고 지나쳐 가는걸까요? 그리고 공대는 왜 왔을까요?
민이: 과감히 공대에서 듣는 교양을 한과목 신청을 했습니다. 나혼자 가기가 그래서 친구를 꼬셨습니다. 난 컴퓨터를 왜 486이니 펜티엄이니 그러는 줄 아직 모릅니다. 친구는 모니터만 크면 다 좋은 컴퓨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 이 이야기를 하냐구요? 제가 들을 과목이 '컴퓨터의 이해'거든요. 친구하고 나하고 공대쪽으로 걸었습니다.
오늘이 그 교양수업이 있는날입니다. 누가 더 컴맹인거 때문에 얘기를 막 했었지요. 아무래도 하늘에서 노한거 같습니다. 컴퓨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들이 서로 잘난척 한다고 말입니다. 어디선가 축구공이 날라와 내 머리를 맞혔습니다. 그리고 내가 그 공을 꼭 헤딩이나 한것처럼 재잘거리던 친구의 얼굴도 맞추어 버렸지요.
족구를 했던 학생들 몇명이 미안해 하며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순간 웃음이 났습니다. 솔직히 축구공 날라와 맞은거 별로 아프지 않았습니다. 왜 웃음이 나왔냐 하면요. 우리에게 다가온 한사람의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공찬 개철이 녀석은 어딜 간거야?" 호호. 그가 찬공에 제가 맞은거였군요.
그렇죠? 도망간다고 안잡힐리 없죠. 그는 공대 안으로 도망을 갔었나 봅니다. 내가 갔겠지 생각을 하고 나오다 저하고 딱 마주쳤거든요. 친구는 왜 웃냐고 그럽니다. 머쓱해 하는 그의 모습이 귀엽네요.
철이: 일본어 누가 쉽다고 그랬습니까? 배운적이 없어 참으로 어렵습니다. 사대를 떳떳하게 올 수는 있었지만 그녀와 만나지지는 않군요. 다시 편지를 써볼까요? 싫습니다. 그것보다 용기가 서지 않네요.
그녀를 다시 보게 되니 단지 짝사랑의 그리움뿐이던 마음이 설레이기 시작합니다. 괜한 기대는 하지 말자.
그대보다 높은 기대로 인해 행여 그대를 잃지는 말아야 겠기에...
민이: 컴퓨터 누가 쉽다고 했습니까? 어려워요. 친구는 왜 나만 쳐다볼까요? 공대는 사대와 달리 사람이 참 많네요. 여기서 그를 마주치기란 참 어려울거 같습니다. 편지는 언제 줄까요? 봉투는 보내기 어색해 하는 내 마음처럼 낡어만 갑니다. 다시 편지를 쓸까요? 싫습니다. 이 편지 쓸때의 내맘을 잃기는 싫으니깐요.
그를 다시보게 되니 마냥 잊혀지지 않고 그리기만 하던 마음이 떨려오기 시작합니다.
그대보다 높은 꿈으로 그대를 꾸며나 볼까요?
철이: 저녀석이다. 그때 단 한번 스쳐지나며 봤는데 바로 알 수가 있겠습니다. 그는 그처럼 개성있는 얼굴입니다. 자전거가 달려옵니다. 시비를 걸고 싶습니다. 왜냐구요? 그녀와 친한거 같으니깐요. 이제 저도 학번이 그런데로 됩니다. 슬며시 그가 오는 자전거앞으로 발을 디밀어 넣었습니다. 으... 예상한거 보다 아픕니다. 자전거 바퀴가 내 발을 밟고 지나쳤습니다. 야 임마. 니가 그러면 안되지... 엄청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사과를 하는데 제가 다 미안할 정돕니다.
됐어요 그냥 가세요.
죄송하구먼유. 브레이크가 잘 안들어서요. 정말 다치신데는 없이유?
괜찮다니까요.
별 시비도 못걸고 발등만 아팠습니다.
민이: 흠. 또 한명 맘에 드는 후배가 들어왔군요. 그녀석이요. 현철이요. 생긴건 영 아니지만 재밌네요. 순진한 것 같구요. 그래 내가 넌 잘 봐줄께...
앗 뜨거! 얘 어딜 만지니?
잘 봐준다는거 취소해야겠습니다. 녀석이 커피를 뽑아와가지고 들고 있다가 나한테 쏟았습니다. 바지가 더렵혀졌군요. 이래가지고 어떻게 집에 가죠? 녀석이 커피를 닦아 준다는게 허벅지를 만지는 꼴이 되었습니다. 손을 세게 치며 화를 냈습니다.
그래 내가 잘못했다. 네 의도는 내가 오해없이 받아들이는건데 미안해. 큰 눈망울에 눈물까지 맺히며 슬픈 얼굴로 사과를 합니다. 내가 다 미안할 정돕니다.
괜찮아. 옷이야 빨면 되지.
죄송하구먼유. 커피를 거기 놓아두는기 아니었는디... 그리고 그냥 닦아줄려구요. 여기 제 손수건... 오늘 제가 왜 이러지요?
철이: 뭐야? 이럴줄 알았으면 오전에 저녀석이 사과를 했건 말았건 대놓고 화를 내 버리는건데 그랬습니다. 그녀는 왜 또 저렇게 즐거운 표정입니까? 다리를 이상한 모양새로 한채 자전거 뒷자리에 앉았습니다. 나도 자전거를 살까보다. 진짜 사귀는 사람이 생긴걸까? 기분이 안좋네요.
해지는 캠퍼스의 그녀가 사라진 정문길로 나도 퇴교를 합니다. 버스는 또 한참만에야 오겠지요.
민이: 얼룩이 심하게 졌습니다. 버스타고 가기가 뭐 합니다. 택시를 타고 집에 가야겠습니다. 그런데 큰 길까지는 어떻게 걸어가지요? 호호 녀석이 부끄러운 듯 말을 했습니다. 자기가 자전거로 집까지 태워준답니다. 서울이 자기 동네처럼 작은줄 아나 봅니다. 그래 자전거뒤에 타면 얼룩이 안보일수도 있겠다. 학교앞 큰길까지만 태워 달라고 했습니다. 떨지마. 괜찮다니까... 자전거에 타고 해지는 캠퍼스를 거니는것도 참 좋군요. 그렇게 볼려고 해도 잘 안보이던 그가 이상하게 이럴땐 또 마주쳐지네요. 아참 커피얼룩. 다리를 오므렸습니다. 떨어질뻔 했습니다. 바로 그의 앞에서요. 그도 바로 나앞으로 자전게에서 떨어진적이 있었지요. 떨어졌으면 나도 그처럼 도망을 쳤어야 했을까요? 괜히 웃음이 납니다.
야 천천히 가.
브레이크가 말을 잘 안들어요.
철이: 그녀에게 말을 걸 수 있었던 껀수는 시체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나쁜 형아. 그녀가 놓고간 책은 그녀와 나를 인연맺어주기 위해 하늘이 내리신 연줄이었는데 내가 것두 모르고 침발랐고, 그녀가 얼떨결에 준 테프는 내 잘못을 용서하시고 하늘이 마지막으로 준 연줄이었는데 우리형아가 다른 노래로 녹음을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메탈리카? 오지오 서븐? 이니 맘스틴은 누구여?
민이: 메탈 뭐라고 하는 그룹이 우리나라에 왔다고 합니다. 다 늙은 아저씨들이 배까지 나와가지고 빽바지에 머리까지 기르고 노래를 희한하게도 부릅니다. 저런 노래는 누가 들을까요? 공연 녹화방송을 하는데 사람들이 참 많네요. 호호 그하고 닮은 사람이 참 많이도 발광을 하는 모습이 비추어 졌습니다. 우습네요. 언니가 딴거 보자는 군요. 알았어.
철이: 봄이 완연해졌습니다. 돋는 새싹들처럼 내 마음도 파래집니다. 남자는 가을을 탄다는데 난 봄도 타고 있습니다. 사대로 난길에서 봄바람이 날 간지럽히고 가네요.
강사님 진도좀 천천히 나가요. 하나도 못알아 듣겠습니다. 내가 왜 이걸 들었지? 교양과목을 듣고 나오다 그 개성있는 놈을 보았습니다. 어쭈. 이제는 아주 어려보이는 여학생들한테도 찝쩍되는구만. 여학생 많은과는 좋겠다.
저렇게 생겨도 과내에서 여학생들하고 친해지는구나. 그것도 후배들하고 말이야.
저녀석과 마찬가지로 그녀도 이건물을 웃으며 다니겠지요.
민이: 친구가 짧은 스커트를 입고 왔습니다. 오늘 공대 교양수업이 있는날입니다. 아예 작정을 하고 온 모양입니다. 4학년이나 되어가지고... 쯧쯧. 공대 남학생들 전 하나도 쳐다 보질 않네요. 모두 친구에게만 시선을 주었습니다. 친구는 아예 수업을 포기했읍니다. 수업시간에 거울은 왜 보냐? 이번 교양수업에도 그는 만나지지 않았습니다.
공대 앞에도 봄의 따사한 햇살이 너무나 기분좋게 내리고 있습니다. 이 건물 어딘가에 그가 있겠지요.
철이: 일요일에 도서관을 나왔습니다. 내가 자주 앉던 자리는 이미 누가 앉아 버렸네요. 그녀의 모습도 보이질 않습니다. 조금 있으면 중간고사지만 아직 몇주 남았습니다. 가방만 차지한 자리가 많습니다. 시험 몇주전부터 교양공부 해보긴 첨인거 같습니다. 기초 일본어. 기초는 무슨... 전공보다 어렵다.
교양 한과목 때문에 사전사기가 아까웠습니다. 수업시간에 토달고 뜻달고 무던히 노력을 했지만 모르는 글자들이 많이 눈에 띱니다.
커피나 한잔 하고 와야 겠습니다. 자판기앞에 사람이 없네요.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누를려고 했는데... 누군가 맹물이라고 소리를 쳤읍니다. 아릿따운 소녀의 목소리였습니다. 고개를 돌려보았습니다. 이럴수가 그녀가 휴게실에 있었군요. 그녀의 친구와 자판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었습니다. 왜 못봤을까? 그녀를 한동안 쳐다보다가 아무말 못하고 머쩍한 표정만 짓고는 돈을 뽑아 돌아섰습니다. 가만... 오늘따라 왜 그녀에게 말을 걸 용기가 났을까요? 다시 돌아 섰습니다.
"저기요..?" 이거 제가 한말 아니에요. 그녀가 한말이에요. 전 "저기..." 까지만 말했어요.
민이: 일요일에 도서관을 나왔습니다. 내가 자주 앉던 자리와 그가 자주 앉던 자리는 어느 씨씨가 차지해버렸네요. 한쪽 구석에 친구자리와 내자리를 맡았습니다. 친구는 좀 늦게 나왔지요. 내가 맡아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 잘못이 크니까요. 컴퓨터 교양때문이었습니다. 모래까지 레포트를 내야 하는데 둘다 아는게 있어야지요. 뭘 짜오라는데 컴퓨터가 실입니까? 뭘 짜오게... 책을 펴서 한동안 끙끙 알았습니다. 컴퓨터 참 쉬워요. 책 제목부터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제 주위에 컴 잘하는 사람은 없었읍니다. 컴퓨터에 언어가 있다는것도 이주전 처음 알았는데 벌써 포트란? 그걸로 뭘 짜오라고 했습니다.
모르겠다. 커피나 한잔 하고 오자. 호호. 꼬시다. 친구가 뽑은 컵에서는 따뜻한 물만 매정하게 고여 있었습니다.
휴게실에 앉아 친구와 잠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는데 그가 도서관에 있었군요. 흠 친구도 옆에 있고 오늘 편지를 가져왔더라면 눈딱감고 줘 버릴수도 있었겠는데... 아쉽네요. 그는 나를 못본 모양입니다. 자판기 앞으로가 동전을 넣는군요. 그래 말해주자. 난 그에게 물이 맹물이다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하고 달리 착하지요?
그는 나를 돌아보긴 했지만 머쩍한 표정만 지을 뿐 아무말 없었습니다. 오늘따라 그와 말이 하고 싶습니다.
뭐 지금껏 그와 대화한적도 없지만 분명 그와 난 서로 아는 사이입니다.
"저기..." 이거 제가 한말 아니에요. 전 "저기요." 그랬어요.
친구와 전 컴퓨터교양의 교재를 들고 있었습니다. 왜 기억하지 못했을까요? 그가 전산과 학생이라는 것을...
열람실로 돌아왔습니다. 그하고 얘기를 많이 했냐구요? 아니요. 별로 못했어요. 하지만 잘 될거 같아요.
전 지금 기초 일본어란 책을 들고와 발음을 적어주고 있습니다. 참 쉬운 단어들 뿐입니다. 뜻도 같이 적어주고 있지요. 내가 참 어려워 했던 그 레포트는 그가 컴없이도 당장 짜줄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저기..." 다음에 "일교과 다니시죠?" 그렇게 말했고, 난 "저기요." 다음에 "전산과 맞죠?"라고 말했습니다.
그와 난 겨우 그말 밖에는 할 수가 없었을까요?
철이: 그녀가 내 기초 일본어 책을 가지고 갔습니다. 나는 지금 그녀와 그녀의 친구 레포트를 대신 작성해주고 있습니다. 그녀는 공대에서 듣는 컴퓨터에 관한 교양수업을 듣나 봅니다. 하하 벌써 다 해버렸군요. 이걸 갖다 주어야 하는데 뭐라 그러며 갖다 주지요? 설명까지 적었습니다.
민이: 그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네요. 그는 기초일본어 교양을 듣나보군요. 그 교양은 대부분 사대에서 강의를 하죠. 그가 말한 부분까지 토를 다 달았습니다. 그가 열심히 토를 달고 뜻도 써놓은 곳은 참 많이도 틀려 있었습니다. 그것까지 고쳐주었지요. 갖다 주어야 하는데 뭐라 그러죠? 친구는 나 때문에 그냥 레포트하나 그저 하게 되었군요. 친구가 졸고 있네요.
철이: 누군가 나를 깨웠습니다. 내눈앞에는 그녀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녀의 친구가 레포트 다 했냐고 물어보느군요. 물론 다 했지요. 고맙다며 밥먹으러 가는데 같이 가자고 합니다. 이런 영광스러울때가...
민이: 누군가 나를 깨웠습니다. 나를 깨운건 친구였는데 그도 같이 있네요. 호호 좀 부끄럽군요. 그에게 일본어 교양교재를 주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점심때가 훨씬 지났습니다. 친구는 뭐 한일이 있다고 자기가 주도권을 잡습니까?
우리 밥먹으러 갈건데 같이 가자?
좀 느낌이 이상하군요. 우리?
철이: 그녀가 이 경양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나봅니다. 주인언니랑. 아니지 주인아줌마랑 친하게 얘기를 몇마디 주고 받았습니다. 이런 꿈같은 일이... 비록 데이트도 아니고 친구사이로 시간의 여유를 즐기러 온것은 아니지만 난 그녀와 같은 테이블에서 대화도 할 수 있는 자격으로 점심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을 하면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별 어려움없이 이런 자리가 마련될 줄 알았다면 왜 3년동안 말 한마디 못 건넸을까요? 하하 그 삼년동안 서로 모습을 익혀서 이런 자리가 마련될 수 있는거라구요? 전 중간에 군대 갔다 왔는데요.
그녀와 그녀친구가 나를 마주보며 앉았습니다. 봄이 만연했는데 아직 이런 뜨거운 물을... 할 말이 잘 안떠오르니 물만 자꾸 마셔지네요. 그녀도 물을 다 마셨군요.
그녀의 친구가 서로 아는 사이냐고 물어봅니다. 나도 그랬지만 그녀도 아무런 대답을 안했습니다. 그녀의 친구가 나를 대충 기억을 합니다. 조금 쪽팔리는군요. 3년전 교양과목 자기네 뒤에 앉았던걸 그녀 친구가 기억을 할 정도니 그녀는 말할 나위 없겠죠. 이상하게 생각을 했을수도 있겠습니다.
그녀의 친구가 나 한테 말을 많이 걸었습니다. 그녀는 그냥 옆에서 별말 없이 앉아만 있었구요. 그녀친구의 질문에 나는 그녀에게 답하는 식으로 대답을 했습니다. 그녀친구는 성격이 활달하군요.
괜찮습니다. 그때는 가방만 다친거에요.
전공이 그쪽이다 보니 컴퓨터는 좀 다루는 편이지요.
삼학년이에요.
하하 군대를 갔다와서 제가 한 학번 높을걸요.
(그녀가 삼학년인건 저도 알아요.) 그렇습니까.
그럼요. 다음에도 절 보시면 부탁하세요. 해 드릴께요.
팬티엄이요? 그건 인텔사가 다른 회사 씨피유와 차별화를 위해 586이라 쓰지 않고 고유한 자사 상표로 정한 것으로 별 뜻은 없어요. 다른 제조회사에서도 386, 486 이렇게 이름을 쓰니까 구별지을 필요성을 느낀 것이죠.
씨피유요? 아직 안 배웠어요? 사람으로 치면 뇌라고 봐야죠.
예? (모른다고 해야하나? 아는 사이라고 해야하나?)
그녀의 친구와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그녀친구가 다시 그녀와 나의 관계를 물었다. 에구구 고개를 못들겠군요. 설마 했는데... 가만 아직 상병이겠구나. 신상병 제대하면 보자. 조용히 밥나올때까지 기다려야 겠습니다.
민이: 친구가 밥산다고 했으니 조금 비싼곳도 괜찮겠지요. 전에 아르바이트 했던 경양식점으로 안내를 했습니다.
후후. 나를 마주보며 그가 앉았네요. 그와의 만남을 참 많이 기대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막상 마주대하고 보니 왜 그렇게 마음만 졸여야 했었는지, 바보같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말을 하고는 싶은데 친구도 있고 또한 어색함에 물만 찾게 되는군요. 왜 친구가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냥 친구에게 그가 전에부터 내가 찍어논 사람이다라고 말해 버릴까요? 그가 나한테 편지보낸 사람이란 것도 말해 버릴까요? 둘이서 아주 죽이 맞아 재밌게 이야기를 합니다. 점점 기분이 안좋아 질려고 합니다.
석이 있잖아? 걔 같은 군대 고참이었어. 그래서 좀 아는 사이야. (야이 지지배야 왜 자꾸 물어봐?)
그가 자기가 죄지은게 있는줄 아는가 봅니다. 갑자기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고개를 숙인채 물도 없는 컵을 입에다 갖다 대는군요.
예? 에... 친구가 물었을땐 잘만 대답을 하더니 내가 물으니 머뭇거리네요. 표정도 굳었습니다.
교양 들을 만한게 없어서요...
예? 예. 월요일 5.6교신데요.
....
....
이참에 군대 있을때 편지 받은거 누가 준건지 아냐고도 물어 버릴까요? 아쉽게도 밥이 나와 버렸네요.
어머머. 웃기는 애야. 자기가 산다고 했으면 자기가 내야지. 왜 그가 계산을 할려고 할까요? 그가 내던 돈을 빼앗아 도로 그에게 주었습니다. 친구가 또 나를 태울듯한 눈을 가늘게 뜨고는 날 한번 쳐다보고 계산을 했습니다.
도서관에 들어왔습니다. 친구가 그사람 괜찮다고 하네요. 귀엽다고 합니다. 그가 자기보다 선배인데 말입니다. 열람실에서는 조용히 해야지요? 조용히 해! 기집애야. 서로 아는 사이냐고 또 묻습니다. 내가 그에게 물었던게 잘 아는 사이같다면서...
철이: 왜 밥은 빨리 나오지 않습니까? 경양식점에서 볶음밥 시켰다고 무시하는 겁니까? 드디어 그녀가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왜 저렇게 쌀쌀한 어투로 물어보는지 모르겠습니다.
고등학교때는 불어를 했습니다.
일어가 쉽다고 하길래...
...아니요. 어렵던데요.
(불어도 그렇게 발음나는데로 토달고 외웠어요? 다들 그렇게 공부하지 않나?) ...예.
많이 틀렸던가요?
...그냥..(편지는 잘 쓰더군요? 그럼요 좀 쓰는 편이죠. 비록 마음 아팠던 답장은 받았었지만...)
계철인데요.
꼭 발음이 개철이처럼 들려서요.(분명히 개철이냐고 물어놓구선...)
형하나 있는데요.
우리형 이름은 어떻게 아세요?
우리학교 안다니는데요.
아니 그냥 그녀석이 자랑을 하길래...(그녀석이 분명 훔쳐왔다고 했는데... 말이 틀리잖아. 뭐? 고참이 안가져오면 엄청 괴롭힐거라며 사진을 달라고 했어? 너 담에 제대해서 복학하면 죽었다.)
다른 사람한테는 안 그랬어요.
심심해서요. 군대 있을때는 장난삼아 썼지만 그때는 아닌데...
예? (옆에 친구도 있는데... 직접 갖다 놓으신 거에요? 그럼 직접 갖다 놓았지. 누구한테 심부름 시키남. 다행히 그녀의 친구는 무슨 말인지 모르는 듯한 표정입니다.)
예. 곧 드릴께요. 아직 싫증이 안나서요.(하... 그녀가 메탈쪽도 좋아할려나? 그녀가 준 테이프가 누구 노래였더라?그것만이라도 알면 그냥 사면 되는데...)
땀이 다 납니다. 살았습니다. 밥이 나왔습니다. 그녀의 친구가 그녀를 멀뚱멀뚱 쳐다 봤습니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밥을 먹네요. 나를 좀 곤혹스럽게 하긴 했지만 밥먹는 모습은 참 예쁩니다. 그녀의 친구가 밥을 산다고 했지만 내가 계산을 해야 겠지요. 그러고 싶습니다. 그래야 내가 그녀에게 식사한끼라도 대접한게 되니까요.왜 그런데 그녀가 그런 내마음을 몰라주고 돈을 뺏어 도로 줄까요? 도서관까지는 별말없이 잘 왔습니다.
헤. 일본어 책을 펴 봤습니다. 옆에 설명까지... 발음도 깨끗하게 적혀 있습니다. 내가 말한 범위보다 몇장 더 토를 달아 놓았군요. 감사합니다. 그녀가 오늘은 오래 공부는 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알았냐구요. 친구와 나가면서 나한테 인사를 하고 갔거든요. 이제 그녀를 보면 나도 인사를 해야 겠습니다.
민이: 이제 그에게 편지를 주어도 되겠군요. 편지봉투가 어색합니다. 편지봉투만 새로히 샀습니다.
날씨가 화창한게 기분이 좋습니다. 동아리방의 오후가 사랑스럽게 짙어 갑니다. 아무도 들어오지 말아라.
철이 녀석이군요. 그가 들어왔습니다. 한가롭던 시간은 그의 출연에 조금 시끄럽습니다. 호호 녀석이 자전거를 새로 샀다고 합니다. 브레이크가 잘 안듣는다고 투덜거리더니 새걸로 하나 샀군요. 나? 자전거 못타.
조금 꼴불견입니까? 학교에서 녀석이 뒤에서 잡아주고 자전거를 직접 몰아봤습니다. 재밌군요. 사대앞 내리막길이 위태하지만 그래도 잘 내려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그를 앞질러 가게 되었군요.
그는 교양수업을 마치고 다시 공대쪽으로 가는 중이었나 봅니다. 이제 인사 못 할것도 없지요. 난 참 밝게 웃어주었는데 그는 표정이 밝지 못하네요. "얘. 이젠 돌아가자."
철이: 그녀가 토를 달아주어 이번 교양수업은 여유를 가지며 수업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강사가 발음이 별로 안좋았군요.. 벌써 바람에 나뭇잎 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사대복도에서 혹시나 시간을 죽여 봤지만 그녀의 모습은 볼 수 없었지요. 하지만 그 공간의 두건거림은 설레임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그녀와 마주쳐도 예전처럼 마냥 떨기만 하지는 않을겁니다. 사대의 내리막길을 내려오며 그녀와 마주치면 뭐라고 말할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반갑습니다? 날씨좋죠? 안녕할까요? "안녕하세요." 내생각에 그녀가 답을 해주고 지나갔습니다. 자전거 탄 모습이 어색합니다. 저녀석 자전거뒤에 매달린 저녀석 모습이 참 어색합니다. 그녀는 예전에 내가 그녀를 횡하니 지나쳤을때처럼 그렇게 모습을 작게 하며 사라져 갔습니다.
민이: 공대 교양수업을 마치고 나왔습니다. 많은 학생들로 산만함을 줍니다. 친구와 난 그 산만함속을 고요함으로 내려왔습니다. 친구와 오늘은 별로 말을 안했습니다. 교수가 레포트를 내주었는데, 친구가 그에게 또 부탁하자고 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그말이 썩 듣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조금 다툼이 있었습니다.
친구를 먼저 보내고 난 공대로 다시 들어갔지요. 할 일이 있었거든요. 가방에서 편지를 꺼내었습니다. 다행히 공대 편지함은 그의 과와 상관없는곳에 모여있었습니다. 과이름이 참 다양합니다. 전산과를 찾아서 편지를 넣을려고 했지요. 봉투에 그의 이름이 바르게 적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나쁜짓 한것도 아닌데 그소리에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들고 있던 편지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내 뒤에는 그가 있었습니다. 예전처럼 부끄러운듯 웃고 있네요. 전 좀 굳은 표정이었지요. 뭐 잘 됐습니다. 어짜피 용기가 서지 않아 그에게 직접 주지 못한 것인데요 뭐.
편지를 주울려고 했는데 그가 줍는군요. 풋! 그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해봐야 겠습니다. 자기편지인데... 그렇게 자기이름까지 또렷하게 적혀있는데, 그는 편지를 줏어 나에게 주었습니다. 그 편지를 다시 가방에다 넣고 돌아서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수업이 있나봅니다. 급히 계단쪽으로 뛰어가버렸습니다. 편지는 다시 편지함에 넣어버리면 되지만 그럴수가 없네요. 김이 샜거든요.
철이: 잘못하다간 수업에 늦겠습니다. 친구와 열심히 뛰었습니다. 당구라이벌전이 결승까지 가는 바람에 시간이 촉박합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친구와 전 열심히 뛰었습니다. 공대에 들어섰습니다. 전 친구보다는 좀 여유가 있습니다. 그는 강씨고 난 성씨니까요. 친구 뒤를 따라 복도를 뛰었습니다. 낯익고 언제나 그리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공대편지함이 있는곳에서 그녀가 무얼 들고 서 있네요. 친구야. 자네 먼저 가게나. 친구는 뒤도 안돌아보고 뛰어가버리는군요. "안녕하세요." 나의 이말에 그녀는 무척이나 놀란 표정입니다. 들고 있던 편지봉투를 떨어뜨립니다. 나는 참 반가운 표정을 지었는데 그녀는 아니군요. 좀 무안하네요. 나를 보는 동그란 그녀의 눈동자를 보며 떨어뜨린걸 주워 드렸지요. 그게 뭔지 궁금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그녀를 공대내에서 보니 새롭습니다. 예전과 달리 이렇게 말을 건넬수 있다는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아쉽지만 수업 때문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음 또 뛰었습니다. 학생들이 웃네요. 그럴만도 하지요. 내가 강의실 들어서자 마자 교수님이 내이름을 불렀거든요. 가방을 맨체로 서서 대답을 했습니다.
민이: 그와 며칠동안은 만나지지 않았습니다. 이번주말도 도서관이나 나와야겠네요. 금요일오후는 항상 여유롭지요. 오전수업은 모두 끝이 났습니다. 오후 수업이 있냐구요? 없어요. 너무 안 어울린다. 아직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소녀와 얼마 안있으면 애아빠처럼 보일것 같은 현철이가 서로 말을 놓고 친구인양 말하는 모습이 어색한 듯 정다워보입니다. 그래 사랑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니. 잘해봐라. 저 둘은 나이가 같군요.
안귀여워. 귀여운척 하지마. 현철이가 그 늙은 얼굴로 애교를 부리며 밥을 사달라고 합니다. 그래. 대신 학생식당이다.
학생식당 테이블에 그하고 같이 앉았습니다. 기분이 엄청 안좋군요.
여우같은 기집애. 작정을 하고 책을 가지고 다녔었구만. 그만 부탁해. 언제 봤다고...
"왜 가만히 있는 애를 건드려요?"
철이: 밥은 먹고 당구를 쳐야 하지 않습니까? 당구가 그렇게 좋을까요? 나는 밥을 먹고 가마.
좀 허전하군요. 혼자서 밥을 먹으러 가니까 말입니다. 오늘따라 캠퍼스에 예쁜 여학생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녀라도 마주친다면... 즐거운 상상을 해봅니다.
"안녕하세요. 저 아시겠죠?" 물론 알지요. 학생식당쪽으로 걸어가다 그녀의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녀의 친구는 그녀보다 성격이 개방적인가 봅니다. 그녀의 친구도 참 예쁩니다. 기분이 좋네요. 이렇게 캠퍼스를 거니는게... 그녀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말입니다.
"또 레포트를 내 주었어요?"
밥먹으러 간다니까 그녀의 친구가 밥을 사준다고 합니다. 하하. 그러면서 레포트를 부탁하는군요. 그래요 학생식당에서 한번 봐 봅시다. 교양수업인데 뭐 어렵겠어요. 그녀의 친구는 그녀와 나를 이어줄수 있는 烏作교 이니까 잘해주어야 합니다.
학생식당 테이블에 그녀와 같이 앉았습니다. 그녀의 친구가 줄서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 그녀뒤에서 차례줄까지 섰습니다. 그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녀가 그 재수없는 놈하고 같이 있었습니다.
'뭘째려봐 임마. 그래 낯이 익을거다.' 늑대같은 놈. 소녀같이 어려보이는 여학생옆에 어쩜 저렇게 뻔뻔하게 앉아버리냐.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우헤헤 참 많이도 늙어보인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그건 결코 니 잘못이니 그러려니 해라. 그 재수없던 자전거녀석은 구오학번이었군요. 그녀는 단지 녀석을 후배로서 잘해준거구요. 그녀의 친구가 다 말해주었습니다.
많이 먹어. 그런뜻으로 등한번 살포시 때려주었는데 녀석이 캑캑거리는군요. 불쌍한 표정 지으며 말입니다. 옆에 앉았던 꼬맹이 여학생도 날 원망스러운 듯 쳐다봅니다. 그녀는 왜 또 저렇게 쌀쌀하게 말하죠?
"시험공부 안하세요? 남의 것 해줄 시간 있어요?"
"수민씨 것두 해드릴..."
"됐어요." ...흑흑
'알았어요. 사드릴께요.'
민이: 괜히 그랬습니다. 어쩌죠. 밥은 다먹어가고 그에게 말을 걸 껀수는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나도 레포트를 내야 하는데 그가 애써 해준다고 말한걸 다 듣지도 않고 됐다고 했으니... 호호 생각해 냈습니다.
"테프는 언제 줄거에요?" 나의 이말에 그는 갑자기 밥을 먹다가 캑캑거렸습니다. 좀 진정을 하고는 살며시 말을 건넸습니다. "저... 그 테이프 누구 노래였어요?"
친구는 졸업반이라 바쁘네요. 빨리 가라. 그가 감사하게도 커피를 뽑아 주었습니다. 후배들거까지 애써 뽑아다 주네요. 조금 그와 걸었습니다. 이렇게 그와 화창한 봄길을 걷는것이 참 좋네요.
걷다가 다정한 어투로 말해 버렸죠.
"제것도 해주시는 거죠?"
"예. 그럼요." 그가 씩씩하게 답을 해주었습니다. 그도 바쁜가 봅니다. 그말을 남기고 얼마후 그는 뛰어 갔습니다.
여전히 그의 뛰는 모습은 귀엽네요.
철이: 표지가 참 멋있습니다. 컴퓨터이해 레포트말입니다. 별로 안어렵더군요.
이것참 그녀의 학번은 아는데 그녀친구의 학번은 모릅니다. 어떻게 할까요? 그녀한테만 표지를 해주면 친구가 서운해 할텐데...
일요일날 도서관에서 그녀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내일부터 시험기간이라 도서관에 사람이 참 많네요. 자리잡기가 좀 어렵겠는데요. 빈자리가 보이질 않습니다. 하하. 그녀가 저보다 일찍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그녀의 옆자린 비어 있군요. 인사를 하고 예의상 앉아도 되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빈자린데 옆사람한테 물어보고 앉아요?" 좀 무안하군요. 그녀의 옆자리에 오랜만에 앉아 봅니다. 이제는 서로 아는 사이입니다. 아직은 단지 아는 사이지만...
민이: 새벽에 학교가는 첫버스를 탄것 같습니다. 시험기간이니 도서관이 붐비겠지요. 오늘 그하고 도서관에서 보기로 했습니다. 레포트를 받아야지요. 중요한 레포트거든요. 컴퓨터교양은 레포트로 중간고사를 대치했습니다. 호호 내맘은 그게 아니라는군요. 본심은 따로 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학교로 가는 길의 제과점에 아침빵이 도착했군요. 아침을 못먹었는데 몇개 사가지고 가야겠습니다.
도서관에는 이미 학생들이 많이 와 있었습니다. 아직 여섯시도 훨씬 못되었는데... 다행히 그가 자주 앉던 자리와 내자리는 비어있군요. 그는 아직 오질 않은 모양입니다. 자리에 앉아 책을 폈습니다. 도서관 좌석은 점점 학생들로 채워져 갑니다. 그는 나타나지 않네요. 옆자리가 불안하여 내 가방과 책몇권을 갖다 놓았습니다. 공부가 될리 없죠. 그가 나타나는거에만 신경을 썼습니다. 일곱시가 넘어서 열람실 입구에서 그가 두리번거리며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가 여기로 오기전에 가방과 책을 치워야 겠죠? 그가 이런 모습을 보면 안되는데...
공부하는척 했습니다. 그가 좌석앞에 섰습니다. 한번 쳐다 보았습니다. 그냥 앉으면 되지 쑥스럽게 앉아도 되는지 물어봅니다. 봤을까요?
철이: 레포트를 건네 주어야 하는데 그녀는 공부에 열중이군요. 신경이 쓰입니다. 그녀의 친구는 어디에 앉아 있을까요? 그녀의 친구가 있으면 쉽게 말을 걸 수가 있을거 같습니다. '위이잉.' 삐삐가 왔습니다. 전 삐삐가 없어요. 그녀의 삐삐가 울렸다는 말이지요. 기회가 왔습니다. 그녀가 삐삐를 보더니 밖으로 나갔습니다. 나도 레포트를 꺼내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녀가 전화기 앞에 서 있네요. 커피를 두잔 뽑았습니다. 그녀가 전화를 하고 나면 내가 이 커피를 그녀에게 줄것입니다. 친한 사이같이 보이겠죠? 하하.
'야이 기집애야.'? 그녀가 수화기에다 대고 터프하게 말을 했습니다. 난 그녀가 전화를 할동안 옆에서 커피두잔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그녀가 나를 쳐다보는군요. 내 겨드랑이 사이엔 그녀에게 줄 레포트가 끼워져 있습니다.
그녀가 드디어 전화를 끊었습니다.
"잠깐만 들고 계세요." 풋. 그녀가 한잔은 자기것인지 알았나봅니다. 전 아무말도 안했어요. 어. 왜 열람실로 도로 들어가 버리죠?
민이: 그가 자리에 앉은 후 도통 말이 없군요. 오랜만에 그와 나란히 앉았는데, 조용한 도서관 분위기 때문인지 그는 말이 없습니다. 내가 먼저 말을 걸어 볼까요? 으으.. 삐삐가 왔습니다. 친구네요. 도서관 나온다더니... 집입니다. 이제는 나와도 자리도 없는데 삐삐는 왜 쳤을까요? 전화는 해주어야 겠죠.
전화기 앞에 서 있을때 그가 휴게실로 들어왔습니다. 그가 들고 있는게 나에게 줄 레포트 같습니다. 나하고 얘기 할려고 나온게 틀림없네요. 호호 그가 커피까지 두잔을 뽑았거든요. 친구는 오후나 되어야 나올거 같다고 합니다. 자기는 체질적으로나 적성적으로 메뚜기가 좋답니다. 레포트를 받았냐고 물어봅니다.
전화를 끊고 열람실로 들어왔습니다. 뭘 가지러 들어온것이지요. 호호 그는 내친구에게는 관심이 없나봅니다. 친구의 레포트 표지에는 이름이 없습니다. 흠 그가 아직 내 학번을 기억하고 있었군요. 나도 그가 보냈던 편지를 간혹 읽어보기에 그의 학번을 잊어버리지 않았습니다. 그와 휴게실에서 잠시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철이: 그녀가 열람실로 들어갔던건 빵을 가지러 간거 였군요. 아침을 안 먹었을까요? 빵이 세개나 됩니다. 나에게 두개를 주었습니다. 그녀는 하나만 먹어도 된다는군요. 제과점 생크림빵입니다. 맛있습니다. 언젠가 비슷한 맛의 빵을 도서관에서 먹은적이 있지요. 레포트를 보더니 그녀가 밝은 모습을 짓습니다. 그래 제가 정성을 좀 들였죠. 그녀와 단둘이 잠시간 공유된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는 친구가 날 보더니 부러운듯한 표정으로 모르는 척 해주고 지나갔습니다. 눈치가 빠르군...
민이: 오늘은 아무래도 일기를 써야 할것 같군요. 그와 참 오랜시간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친구는 결국 도서관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점심때는 그가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나혼자 밥을 먹었지만 저녁은 같이 먹었습니다. 아직은 어색한 듯 정다운 말 오고 가진 못했지만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그가 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그는 나에게 버스정류장 앞에 있던 꽃집에서 장미한송이를 사서 주었습니다. 꽃보다 더 화려한 포장이 한송이 꽃을 주눅들게 했지만 화병에 꼿히는건 꽃이겠지요. 음반점에선 포근한 음악이 새어 나옵니다.
철이: 그녀와 이런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을 꿈꾸어 왔는데 조금은 어색합니다. 그녀와 단둘이 저녁을 먹게 되었지만 그렇게 할 말이 떠오르지 않네요. 그녀에 대한 기억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편지얘기를 애써 꺼내지 않았기에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로인해 좀 떨었습니다. 그래도 그녀는 잔잔한 미소를 지어줍니다. 어떤분은 '사랑해. 수민이. 이리와.(신성일어투)' 이렇게 말하라고도 하지만 그럴용기 있었으면 편지보내고 했을 필요가 없었겠죠.
그녀의 모습이 버스뒷창문으로 비추어집니다. 이눔의 버스는 항상 짜증나게 날 기다리게 만들더니 오늘은 정말 빨리 와 버렸습니다. 늦게 오길 바랬는데... 한송이 꽃을 든 그녀의 모습이 사라져 갑니다.
음반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때문에 마음이 떨어올라 그녀에게 장미 한송이 선물했습니다. 혹시나 음악 때문에 테프내놔라 걱정했는데.. 잘 선물한거 같습니다.
민이: 시험기간 동안 그를 자주 볼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매일 도서관을 나갔을까요? 몇번 인사를 하고 지나쳐지기는 했지만 그도 시험 때문에 바쁜가 봅니다.
그에게 줄려고 했던 편지는 그한테 받은 편지와함께 내 책상서랍 한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겠죠. 시험이 끝나면 그에게 오랜만에 편지를 써볼까요? 흠. 다음주는 축제기간이군요.
내일이면 시험도 끝이나고 설레이는 날들이 올것만 같군요.
철이: 시험이라 마음은 바빴지만 캠퍼스에서 인사할 수 있는 그녀의 모습에 여유가 담깁니다. 같이 시험보러 가던 친구들의 시선에 놀라움의 빛이 뚜렷했습니다. 왜냐구요? 그녀는 퀸카니까요.
오늘 중간고사가 끝이 났습니다. 그녀에게 참 오랜만에 편지를 씁니다. 그녀가 말한 크린베리스의 테프는 다행히 2집까지밖에는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그 테프들에 내 편지를 동봉하여 그녀에게 줄겁니다.
다음주 수요일부터 축제 기간입니다. 그녀와 그 축제를 같이 보낼수 있을까요? 우리과는 여전히 주점만 열겠죠.
그녀와 그곳에서 술한잔 할 수 있을지... 설레입니다.
우연... 20편 마지막.
민이: 오늘 볼 시험은 공부를 좀 못했거든요. 그래서 아침일찍 도서관에 나왔습니다. 한창 시험기간이면 집이 좀 먼 관계로 아무리 일찍 서둘러도 도서관 자리를 잡기가 어려웠는데 오늘은 그게 아니네요. 많은 학생들이 시험이 끝나버렸나 봅니다. 부럽습니다. 마지막날이긴해도 아직 시험기간인데 도서관은 텅 비었다고 말해도 괜찮을 정도네요. 그도 시험이 끝이 났을까요?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전 시험보러 가야겠군요. 책이 좀 많아요. 시험 보고난 뒤 다시 와야 겠습니다. 가방은 가져가질 않았습니다. 시험은 잘 봤어요. 오늘은 일찍 집에가 쉴 수 있겠네요. 도서관으로 책을 가지러 왔습니다.
이런! 호호. 왜 눈에 띄었을까요? 낯선 자리에서 낯익은 모습을 보았습니다. 가방을 챙겨서 그자리로 갔습니다. 훗 아직 그는 일어나지 않았군요. 그냥 갈까요? 싫은데요. 내가 그를 깨울까요? 못하겠는데요.
나 나쁜 여자죠? 그가 자고 있는 자리 근처로 때마침 어려 보이는 남학생하나가 책을 몇권이나 생각없이 들고 지나갔습니다. 그학생이 나를 지나칠 때쯤 아주 살짝 다리를 걸었습니다. 내 예상처럼 일이 풀리네요. 뭘 보니? 네가 부주의한거야. 그 학생이 떨어진 책을 주우며 나를 조금 원망스러운듯 쳐다봅니다. 책 떨어지는 소리가 컸나 봅니다. 주위에 공부하던 학생들이 이쪽을 많이 쳐다 봤습니다. 호호 그도 부시시 일어나는 군요.
안돼. 다시 잘려고 합니다. 제가 먼저 아는채 해야 되나요? 아니네요. 그가 다시 머리를 책상바닥에 댈려다 벌떡 일어 났습니다. 그러고는 눈을 비비며 근처에 서있던 나를 봤습니다. 호호 그의 이마에는 나 많이 잤어요. 라고 말하는 붉은 자욱이 선명합니다. 책이나 펴고 자지. 그가 나에게 쑥스러운 듯 아는척을 하네요. 그가 아는체 해주는데 내가 모르는척 할 필요는 없겠죠.
"시험 안 끝났어요?"
"어제 끝났는데요. 수민씨는..."
"저는 금방 끝났어요. 이제 집에 갈려구요."
"예..에.."
"시험이 끝났는데 도서관은 어쩐일로...?"
"진짜 자러 왔는데요."
"??... 커피 한잔 하실래요?"
철이: 시험기간에 수업을 진행하는 사악한 교수가 있습니다. 나야 어제 시험이 끝이 났지만 오늘 시험이 있는 놈들도 있습니다. 아니지 말을 다시 해야 겠네요. 오늘 시험있는 놈들이야 어짜피 학교를 나와야 되지만 나같이 오늘 이 수업 때문에 학교를 나와야 하는 놈들은 참 억울합니다. 수업이 끝나도 집에는 갈 수 없었습니다. 얼마되지 않는 91동기회가 오후에 있습니다. 잠이 옵니다. 도서관에 가 잠이나 자야겠습니다. 이때쯤이면 모두들 시험이 끝이 났겠죠. 그녀는 시험기간에 도서관에서 잘 볼 수 없었습니다. 다른곳에서 하는지, 아니면 평소때 열심히 해서 기본이 있는지 시험기간에는 예전부터 그녀를 볼 수 없었습니다. 예상데로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자기 좋네요. 꿈에서 누가 날 아는체 했습니다. 그녀와 모르는 사이로 마냥 짝사랑할 때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슴떨림이 일어납니다. 누구여? 신성한 도서관에서 이렇게 시끄럽게 하는 사람은? 잠시 일어나 보았습니다. 누군가 책을 떨어뜨렸습니다. 책을 줍는 학생옆으로 여학생이 서있네요. 예쁘군요. 조금더 자야겠습니다. 지금 내가 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예쁜 여학생은 잠시전 꿈에 나타난 소녀와 참 많이 닮았었거든요. 벌떡 일어나 자세히 보니 그녀가 맞네요. 하하. 이런 쪽팔린 경우가! 한손을 들고 침묵으로 인사를 했습니다. 그녀가 쌩긋 웃습니다. 그녀는 이제 시험이 끝이 났다는군요. 나는 어제 끝이 났는데... 시험도 끝났으면서 도서관은 왜 왔냐구요? 오늘은 분명히 그녀를 보러 도서관에 온것이 아니지요. 진짜 자러 왔습니다. 그녀가 웃으며 커피나 한 잔 하자고 합니다. 마침 동전이 있습니다. 그녀를 앞장세우고 휴게실로 갔습니다. 뭘 봐? 웃지말고 지나가. 내 얼굴에 뭐가 묻었어? 이것들이 선배를 보고 감히 쪼개고 지나가?
제가 뽑아 오겠습니다. 그녀는 휴게실 한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옆자린 제자리겠죠? 하하.
커피 두잔을 뽑았습니다. 난 참 생각없는 놈이었습니다. 그녀와 난 커피를 들다가 둘이 모두 얼굴을 찌푸렸지요. 이제는 설탕과 크림을 생략해버린 자판기가 미웠습니다. 그녀와 난 잠시 웃었습니다. 커피를 들고 있는데 어떤 남녀가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는군요. 분명 그들은 밀크커피를 눌렀습니다.
"이것도 괜찮죠?"
"그렇네요."
그녀와 얘기 하면서 잘못 세상에 나온 블랙커피를 다 마셨습니다. 그렇게 쓰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녀와의 달콤함이 녹아 들어갔기 때문이죠. 오랜시간 대화를 하진 못했지만 오늘따라 학교정경이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그녀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갔습니다. 하늘빛은 조금씩 붉게 물들어 갑니다. 그녀에게 줄 것이 있지요? 월요일 내 교양수업이 끝나면 그녀가 그곳에서 기다릴겁니다.
"한잔해. 그래."
"이제 시작이야. 91은 늙지 않았다. 90은 몰라도..."
"얌마. 난 삼수생이여."
민이: 그와 휴게실에 썩 미소짓는 오후의 잠시를 즐겼습니다. 그가 뽑아온 커피는 맹물은 아니었지만 자판기의 또다른 장난으로 날 웃음짓게 했습니다. 또다른 피해자가 생기겠네요. 그와 난 웃었습니다. 자판기앞에서 얼굴 찌푸리는 남녀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모습이 왠지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쓴 블랙커피였지만 그 쓴맛을 없애주는 그의 미소짓는 모습 때문에 나도 미소지을 수 있었습니다. 오랜시간 그와 대화를 한것은 아니지만 오후의 한때는 정겨웠습니다. 호호 그가 내가 버스타는 곳까지 길안내를 해주는군요.
버스정류장에서 이쪽을 보고 있는 그의 모습이 버스 뒷창에서 풋풋하게 옅어지고 있습니다. 그가 월요일 듣는 교양강의실에서 볼 수 있을까 물어보았습니다. 훗. 그럴까요?
난 일요일에도 학교를 나올텐데...
철이: 일요일날 학교를 나와 봤습니다. 시험이 끝난터라 캠퍼스가 더없이 한산합니다. 도서관에 나온 자취생의 자전거를 빌려 캠퍼스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사대앞의 정경이 그녀의 연상 때문에 정겹기도 하지만 그녀의 모습이 없음에 애처롭기도 합니다. 벤취에는 많이도 푸르른 플라타너스의 울창함으로 좋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사대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잔 뽑아와 홀로 그 벤취에 앉아 담배를 한대 피웠습니다. 여유롭습니다. 이제 가야겠네요. 배가 고픕니다. 밥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우아. 이 자전거 브레이크가 완전히 맛이 갔습니다. 사대앞 내리막길을 겁나는 속도로 내려왔습니다. 식은땀이 났습니다. 이 자전거 주인한테 밥을 얻어 먹어야 겠습니다.
민이: 일요일 오전 동아리방은 캠퍼스의 분위기처럼 차분합니다. 친구와 단둘이서 동아리방을 한동안 지켰습니다.
그러다 바깥의 따스한 유혹에 못이겨 여운 그늘이 드리워진 벤취에 앉아 둘이 커피를 마셨습니다. 괜찮네요. 자전거 한대가 사대의 비탈길을 올라왔습니다. 현철이네요. 옷차림이나 생긴거나 누가 저모습이 새내기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까요?
"밥 먹었니?"
"예. 누나선배님들은 먹었어요?"
친구가 자기는 자전거를 탈 줄 안다고 하네요. 그럼 밥이나 먹으러 갈까요? 자전거 타고 말입니다. 현철이에게서 자전거를 빌렸습니다. 내리막길은 걸어서 내려왔지만 친구는 정말 자전거를 잘 탔습니다. 여학생 둘이서 자전거에 몸을 싣고 캠퍼스를 거니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밥을 다먹고 다시 학교에 들어왔습니다. 캠퍼스에 들어서자 나도 자전거를 몰아보고 싶네요. 전에 좀 배웠지요.
"잘잡아." 친구가 뒤에서 잡아준채로 자전거를 몰아봤습니다. 좀 불안합니다. 뒤가 허전하네요. 어렵사리 뒤를 돌아 보았지요.
"야. 기집애야. 아아..." 결국 넘어졌습니다. 친구가 손을 놓고 있었거든요. 아픕니다. 친구는 저게 걱정스런 표정일까 의심스러운 모습으로 괜찮냐고 물어봅니다.
"야 저사람은 자전거를 참 잘 타네." 지금 내가 남의 자전거타는 모습에 신경을 쓸땝니까? 자전거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얘. 딴사람 쳐다보지 말고 나한테나 신경을 써줘." 아팠지만 그래도 재밌어 자전거를 다시 탈려고 했습니다.
"금방 내가 자전거 잘탄다고 말했던 사람은 니가 아는 사람인데..."
"누구...?" 자전거를 세운채 친구가 보고 있던 곳으로 시선을 주었습니다. 누군가 빠른속도로 자전거를 몰고 시야에서 벗어나고 있었습니다.
"레포트 대신해 준 사람..."
호호 이 웬수야. 진작 말해주지... 그는 일요일날 학교를 나왔었군요. 무슨 일로 나왔을까요?
철이: 하루만큼의 해를 또 그리움으로 보냈습니다. 도서관 찻창으로 도심의 주홍빛들이 어둠이 내림을 반기고 있습니다. 저녁은 집에서 먹어야지요. 가방을 챙겼습니다. 배가 아픕니다. 친구녀석한테 얻어 먹은 밥은 좀 이상한 맛이 났었지만 꾹참은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열람실을 나오는데 배가 너무 아픕니다. 안되겠습니다 가방을 근처 빈자리에다 놓고 화장실로 뛰어갔습니다. 좀 앉아 있었지요. 희봉아 널 사랑해. 최철규 전자93. 대학생이나 되었으면 이런 짓 관둘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변기통에서 사랑에 빠지면? 한심한 놈들... 마침 저에게도 펜이 있군요.
그럴 일 없겠지만 모래 지구가 망한다면 내일은 당신을 사랑하겠소. 예전부터 철이는 민이를 사랑했습니다. 이정도는 되어야지요. 암. 뿌듯한 맘으로 화장실을 나왔습니다. 이제 집으로 갈까요? 일부러 사대쪽으로 난길로 돌아서 버스정류장으로 갔습니다. 그녀는 일요일이라 학교를 나오지 않았나 봅니다. 버스정류장앞에 도착했을때 잔잔한 노래한곡이 끝이 나고 있었습니다. 내가 타고가는 버스는 혼자 기다릴때면 언제나 짜증나는 기다림을 줍니다.
민이: 동아리방의 불빛이 바깥보다 많이도 밝음을 느낄때 친구와 전 집으로 갈 준비를 했습니다. 친구를 꼬셔 도서관에서 커피나 한잔 하고 가자 했습니다. 사대보다는 그곳 휴게실이 훨씬 낫지 않겠냐고 친구를 달랬습니다.
호호 열람실을 한바퀴 돌았어요. 그냥. 잠시동안만, 단지 들고있던 종이컵의 커피가 사라질때까지만 휴게실에 있었습니다. 그가 없는데 오래 있을 필요 없겠죠. 친구가 또 눈빛으로 절 태울려고 했습니다. 잘가라.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때 신호등 너머로 내가 탈 버스의 모습이 바로 보였습니다. 음반점에선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시작하네요. 잔잔한 내마음 같은 곡이죠. 듣고 갈까요? 그냥 탈렵니다. 버스가 도착했어요.
철이: 조금 있으면 이 수업이 끝나고 그녀를 볼 수 있습니다. 혹시나 하고 점심을 먹지 않았습니다. 이걸주면 그녀가 밥이나 같이 먹자고 할것 같아서입니다. 강의실을 나오는데 그녀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하하. 인사를 했지요.
학생들이 많습니다. 사대앞 벤취앞으로 나왔습니다. 좀 떨립니다. 좀 앉으면 될텐데 그녀는 앉지를 않는군요.
선채로 그 테프를 주었습니다. 포장이 예쁩니다. 그녀가 뭐냐고 묻습니다. 그때 준 테프라고 말했지요. 야속한 사람... 그녀가 바쁘다 그러며 사대로 들어갔습니다.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자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배고픔이 왔읍니다. 흑흑... 밥이나 먹으러 가자.
민이: 축제기간에 뭘 할것이냐에 대한 것 때문에 한창 바쁩니다. 난 간부도 아닌데 왜 나까지 덩달아 바쁜지 모르겠습니다. 오전에 있던 수업도 못들어갔습니다. 어제는 그렇게 한산하던 동아리방이 북적되는군요. 진작 좀 서둘지... 그의 교양수업이 끝이 날 시간이 되어 갑니다. 잠시 틈을 내어 다녀와야 겠습니다. 그의 뭔가 빠진 듯한 미소가 나에게 잠시의 여유를 꾸며주는군요. 호호. 내가 재미삼아 한 말이 그에게는 아니었나 봅니다. 그가 준다고 한건 내가 전에 주었던 테프를 말함이었군요. 근데 이건 두개 같은데... 개철씨. 아니 계철씨 죄송하지만 바빠서 이만.
그가 준건 내가 주었던 테프가 아니라 새로 산 테프였습니다. 이것들은 집에 같은것이 시디로 있습니다. 그는 조금 단순했군요. 다른걸로 바꿀까요? 그러긴 싫네요. 잘 들을께요. 편지가 있었군요. 집에가서 읽어보아야 겠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편지를 열어봤습니다. 단지 시한편만이 그의 편지를 꾸몄군요. 읽어볼까요? 말까요?
찬성 하나. 둘. 셋. 반대 하나. 둘... 수십명. 그래서 읽어 보겠습니다.
당신은
가을바람이 처음 불던 날
내 마음속에 왔습니다.
가을색이
대지에 내려 앉듯이,
가을색으로
내 마음을 덮어 버렸습니다.
언젠가
당신에게 편지를 썼지요.
당신이 꾸며놓은
가을색에 못 이겨서.
몇 장의 종이에
불가하지만
그건 내 마음으로 적은 것이죠.
며칠은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당신앞을 지나쳐 갔습니다.
당신 눈망울에 비친 내 모습이 반가와
쳐다봤지만 얼른 피해야 했지요.
당신은 나를 모르기 때문에...
지금은 겨울이 육체를
시립게 하지만
나의 마음은 아직 가을색으로
온통 번져 있습니다.
당신이 거기에
가을빛 가슴떨림으로 머물고 있기에...
92년 어느 겨울날 당신이 준 가슴아픈 편지를 받고 썼던 제 자작시에요. 철이가...
조금 안탔갑네요. 나도 그하고 비슷한 심정이었는데... 그때 편지는 당신 때문에 그렇게 쓴 것이었는데 당신은 알수 없었겠지요.
철이: 축제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전공수업은 하나도 휴강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를 만나야 되는데... 이렇게 사람 많은 캠퍼스에서 그녀를 어떻게 찾을까요? 이럴줄 알았으면 약속이나 잡아 둘걸 그랬습니다. 일교과 주점엔 그녀의 모습이 없었습니다. 축제때 도서관이나 가볼까요? 미쳤습니까?
첫날은 공강시간에 여기저기 구경하는거에만 그쳤습니다. 서러운 축제날입니다.
민이: 기껏 주점할거면서 왜 그렇게 바빴는지 모르겠네요. 이거 하나 때문에요. 퍼팅에 성공하면 상품을 드립니다. 어디서 빌려 왔을까요? 골프채가 신기합니다. 홀컵앞에 압침은 왜 박아 났을까요? 현철아 잘 장사 잘해라.
그를 만날 수 있다면 축제가 재밌을것도 같습니다. 행사가 많았거든요. 혹시나 하고 도서관을 가보았습니다.
축제기간에도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꽤 됩니다. 그 중 대부분은 공대생인거 같습니다. 그런거 같아요.
철이: 오늘도 그녀를 못 만난다면 큰일이지요. 내일은 축제가 파장분위기일테니까요. 오늘 유명한 가수가 콘스트도 한다고 했습니다. 표를 두장 사놓았어요. 만나기만 하면 그녀가 거절하지는 않을거 같습니다. 그녀는 도대체 어디에 그 모습을 감추고 있을까요?
전자과에서 노래방기계를 설치하고 돈을 벌고 있습니다. "전자과93 최철규입니다. 사랑하는 희봉이를 위해..."
어디서 들은 이름같기도 합니다. 구경이나 해볼까요? 노래 참 못 부르네요. 포즈는 왜 저렇게 심각하게 지을까요?
저도 한곡 불러볼까요? 옆에 친구도 있고 학번도 있고... 신청을 하고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읍니다. "꼭 소개를 해야 합니까?" "싫음 말고..." 사회자가 참 무뚝뚝하네요. "에... 전산과 91년도엔 새내기였던 성아무개 올시다." 웃지마세요. 사회자님. "이 노래를 민이씨 한테 바칩니다." 사회자님 민희씨가 아니고 수민씨 줄임말이에요. 그 자꾸 묻지 마세요. 그녀가 들을 수도 있단 말에요. 쪽팔리게끔 말이에요. 아 그 사회자 참...
"자 전산과 성선배님의 수민씨에게 바치는 노래... 윤도현의 먼훗날입니다. 이노래는 아직 나오지 않은 곡이나 소설인데 뭐 어떻습니까..."
".... 정말 널 사랑해. 차마 그말 한마디 못한 내가 너무나도 원망스러워... 먼훗날 다시 널 우연히 마주칠 수 있다면 사랑했다 말할거야..." 제가 노래는 좀 합니다. 박수도 많이 받았고 누가 앵콜이라고도 했습니다. 머쩍은 듯 손을 흔들어주었지요.
민이: 현철아 장사 잘되니? 네 모습이 불쌍해 보인다. 축제 이튿날 너무다도 썰렁한 골프 퍼팅 연습기앞에서 현철이와 또 저녀석을 좋아하는 꼬맹이 후배하나가 앉아 있었습니다. 내가 골프채를 잡고 퍼팅연습을 해보았지요. 공이 잘가다 픽 꺽이네요. 이러니 손님이 있을리 없지. 아직 들키지 않은게 용하다. 저기 노래방기계 갖다놓은 데는 장사가 잘 되나 봅니다. 구경하는 사람들 때문에 누가 부르는지 가수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는 어디에 있을까요? 오늘 오후는 나도 좀 놀아야 하는데... 노래방기계를 설치한 곳에서 "민희가 아니고 수민이의 민이라는 말입니다."라는 마이크음이 들렸습니다. 수민이는 내 이름인데... 가보았습니다. 에구 누가 노래를 부르는 거야?
드디어 그를 찾았습니다. 그가 노래를 부를려고 합니다. 그는 이 노래를 날 위해 부른다고 했습니다. 그는 노래를 참 잘 불렀습니다. 가사가 참 맘에 듭니다. 노래가 끝이나자 전 "앵콜!"이라고 외쳤습니다. 뭘 봐요? 앵콜 외치는 사람 첨봐요? 어떤 사람뒤에 숨어서 외쳤는데 그 사람이 날 쳐다봅니다. 노래 부르던 그의 모습은 사랑스러웠읍니다.
철이: 무리를 했나요? 목이 좀 아프네요. 그녀는 어디서 찾지요? 퍼팅 성공하면 상품을 드립니다. 낯익은 목소립니다. 하하. 드디어 찾았습니다. 그녀가 늙은 새내기하고 같이 손님을 끌고 있네요. 당연히 가보았지요. 그녀가 어색하지만 밝은 미소를 지어 줍니다. 그냥 쳐본것인데 공이 픽 꺽이더니 옆에 있던 벽을 맞고 홀컵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미안하네요. 작은 인형을 줍니다. 헤헤 그녀에게 그 인형을 주었지요. 뭘봐? 너는 그 꼬맹이 한테나 신경을 써. 그곳에 잠시 그녀와 있었습니다. 그녀가 자꾸 웃네요. 뭔가 좋은 일이 있는듯...
"오늘 저녁에 안 바쁘세요?" 어렵사리 물어보았습니다.
"왜요?"
"제가 콘스트 표가 두장이 있는데요..."
"몇신데요?"
"여섯시오.."
"그래요 같이 봐요."
허허. 표가 두장있다고만 말했는데 그말은 같이 보자는 말이 함축되어 있는거 였군요. 긴장을 안은채로 어렵사리 물어 본것인데 그녀는 아주 간단하게 긍정의 답을 해주었습니다. 너무 사랑스러운 그녑니다.
민이: 그는 다시 캠퍼스의 인파속으로 사라졌지만 저녁에 나와 다시 만날거에요. 미쳤니? 이걸 왜 너에게 주니.
현철이가 장사도 안되는데 상품까지 가져가면 어떡하냐고 도로 내놔라 합니다. 불쌍한 표정 짓지마. 안 줘.
그와 만났습니다. 해지는 캠퍼스에 콘스트 준비로 울리는 악기소리가 날 설레게 했습니다. 그와 난 또 나란히 앉았습니다. 그와는 자주 나란히 앉았었지만 오늘은 첨으로 그의 어깨와 내 어깨가 닿았습니다. 역시 라이브음이라 다르네요. 어둠이 내려앉고 밝은 조명속에 야외에서 듣는 생음악은 사람들의 흥을 돋구기에 조금도 어색하지 않읍니다. 그와 나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는 웃음과 대화를 나눌수 있었습니다. 노래를 듣고 있노라니 오늘 오후에 그가 노래 부르던 모습이 생각 납니다.
비록 콘스트는 끝이 났지만 이 기분은 오래 갈것 같습니다. 조명등 불빛사이사이 사람들의 목소리가 흥겨움으로 더 하네요.
오늘은 그가 타는 버스와 내가 타는 버스가 동시에 왔습니다. 내일도 볼 수 있겠죠.
철이: 공연장 좌석이 왜 이리 비좁을까요? 기분좋게 말입니다. 에구 부끄러워라. 그녀의 히프와 내 히프가 맞 닿았네요. 노래는 참 기분좋게 울려 퍼집니다. 그녀의 밝은 모습이 내 마음을 환하게 비추었습니다. 그녀와 만약에 사랑을 하게되면 이 세상 모두를 아름답게 볼 수 있을겁니다.
"***가 노래를 참 잘 부르지요?"
"네. 계철씨만큼 잘 부르네요." 무슨 말일까요? 나만큼 잘 부른다니... 여하튼 즐겁습니다.
밤이 깊었습니다. 그러나 저 조명불빛들 만큼이나 밤은 빛나고 있습니다.
민이: 축제 마지막날 오후는 일찍 파장분위기네요. 행사도 거의 끝이 났고 말입니다. 단지 주점들만이 그 파장분위기를 뒤로 한채 아직 북적됩니다. 오늘은 우리과 주점에도 들려봐야 겠습니다. 대부분이 우리과 학생들이네요. 대학원생들도 많이 눈에 들어옵니다. 친구와 동기 몇 녀석들과 술한잔 했습니다. 기분 좋네요. 헤헤. 친구도 얼굴이 빨개 졌습니다. 지금 물들고 있는 석양처럼 말입니다. 옛날 동아리 회장을 했던 오빠가 우리 자리로 왔습니다.
덩치가 더 커진거 같네요. 그래요. 오빠도 한잔 하세요.
철이: 축제 마지막날 오후는 일찍 파장분위기네요. 선배는 왜 이런 분위기일때 학교를 왔을가요? 선배누나 몇개월째에요? 사개월째야.호호. 불러보이니? 아니요. 결혼한지는 삼개월 되었죠? 참 쑥스러워 하는 선배부부를 보았습니다. 괜찮아요. 두분 행복해 보입니다. 술한잔 해야지요. 선배누나 주량은 알지만, 선배누나는 좀 자제를 하셔야 겠습니다. 우리과 주점에서 노을을 안주 삼아 선배와 술한잔 했습니다. 헤헤 나도 곧 여자친구가 생길수도 있겠어요. 왜 그런 눈으로 쳐다 보세요? 저는 여자친구가 생기면 안됩니까?
"장하다!"
조금 있으면 천막을 거둔다고 합니다. 쓰레기들은 한곳에 모두 모으라고 하는 방송이 들렸습니다. 아직 여덟시도 안되었는데... 우리과 주점인데 도와주어야 겠지요.
민이: 이제 축제는 완전히 끝이 날려나 봅니다. 천막을 거두네요. 힘쎈 선배는 거뜬히 맥주병 박스 두개를 들고 갑니다. 그래도 우리과 주점이라 마무리하는데 안 도와 줄수는 없었나 봅니다. 제법 크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읍니다. 쌈 났을까요? 쓰레기 모으는 장소에서 정말로 말다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필이면 우리과 학생하고 붙은 싸움이었습니다. 회장했던 오빠 제발 끼지 마세요. 하지만 그 오빠는 자기과의 일이라 끼어듭니다. 큰 싸움은 벌어지지 말아야 할텐데...
철이: 선배와 쓰레기 몇가지를 들었습니다. 쓰레기 모으는 장소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싸움이 났나 봅니다. 쌈구경은 재밌지요. 선배와 마주보며 웃고는 구경하러 갔습니다. 하필이면 그 주체가 제 동기들입니까?
선배님은 끼어들지 마세요. 상대는 어딜까요? 그냥 말다툼에서 끝이 나기만 바랄 뿐입니다.
말다툼이 과열됩니다. 술까지 그하게 먹은 상태라 잘못하면 큰 싸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쪽편에 덩치 큰 학생하나가 합세를 했습니다. 낯이 익군요. 그 사람은 첨에는 말리려 했으나 제 동기들과 끝내는 다툼쪽으로 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하하. 그녀의 모습이 보입니다.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그녀도 손을 흔들어 주었지만 얼굴은 밝지 못하군요.
"너희들 몇 학번이야?" 덩치큰 학생이 제 동기중 한 녀석 멱살을 잡았습니다. 저녀석은 비록 우리과이긴 하지만 체육특기생으로 들어왔다가 부상 때문에 전향한 녀석인데요. 한때 유도 도대표까지 했던 녀석입니다. 덩치는 작지만 무서운 놈인데...
"91이다 임마."
"난 90이다 임마." 선배님은 또 왜 그러세요. "저녀석 옛날에 나한테 88학번이라고 했던 놈이잖아. " 그럼 일교과 학생들하고 또 붙은 겁니까? 제발 그만 두세요.
"얌마 나 알아 보겠냐?" 선배가 드디어 싸움에 끼어 들었습니다. 선배누나는 어딜 갔지요. 말려야 되는데... 술이 웬숩니다.
그 큰 덩치가 선배에게 윽박지르며 고함을 질렀습니다. "넌 뭐야?" 그 유도했다는 녀석 선배한테는 참 깍듯한 녀석이지요. 그 덩치를 잡더니 유도 기술을 썼습니다. 그 큰 덩치가 공중에 한바퀴 돌다가 땅바닥에 꼬구라 졌습니다. 속이 확 풀리네요. 하지만 덩치차이가 너무나 났습니다. 그 덩치가 금방 일어나더니 내 동기를 번쩍 들었습니다. 몸이 들리니 기술을 쓸 수가 없었지요. 기대를 했던 내맘은 아팠습니다. 동기녀석은 멀리 던져져 땅에 박혔습니다.
"너 왜그래 임마. 니가 떡대면 다야?" 우리 선배 결혼했다고 전혀 기가 죽지 않고 대듭니다. 예전하고 다르네요.
"왜 반말이야? 나도 재수했어 임마." 상대가 될리 없죠. 또 들려 올라가는군요. 선배누나 제발 참아요. 여긴 왜 왔어요. 올려면 일찌기나 오던지... 선배누나는 홀몸이 아니잖아요. 구두는 왜 벗어요. 제가 나가서 말릴께요.
민이: 우리과와 싸움이 붙은 과는 전산과인거 같습니다. 그를 보았거든요. 그가 싸운건 아니지만 기분이 그렇네요. 빈병들이 우리과거면 어떻고 저네들과 것이면 어떻습니까? 돈문제가 걸려 있다고요? 그는 그래도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서로 적군에 몸을 담고 있네요. 마음이 아픕니다.
오호. 회장오빠가 업어치기 맞나요? 하여간 저 조그만 상대편 학생에게 당했습니다. 뭡니까? 씨름했다면서 덩치값을 해야지... 덩치값 하네요. 금방 일어나더니 그 학생을 던져 버렸습니다. 어디선가 본듯한 아저씨가 그래도 기가 죽지 않고 덤비네요. 안돼요. 회장오빠는 떡대소리를 제일 싫어해요. 결국 그 아저씨는 들려 올라갔습니다.
어머 그가 회장오빠쪽으로 다가 갔습니다. 예전에도 그런적이 있었지요. 그러고 보니 들려간 아저씨가 그때도 멱살을 잡힌 아저씨 같습니다. 아무일 없어야 할텐데...
이런!!
철이: "참으세요." 전 싸움을 말리러 갔습니다. 단지 그것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덩치는 열이 많이 받은 상태였습니다. 선배를 떼어 내는데는 성공을 했지만... "퍽!" 눈앞에 별빛이 일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땅바닥에 주저 앉았습니다. 새콤한 맛을 주며 무언가 흘러 내리는 감촉. '으...쌍코피!.' 정말 보자보자 하니까. 우이쒸 나도 못참겠다.
"왜 그래요? 오빠가 뭐 잘났다고 사람을 때려요? 저 사람이 뭘 잘 못했어요?" 누군가 달려나와 그 덩치와 싸움을 했습니다. 그 덩치는 꼼짝도 못하는군요. 상대는 치마를 입었어요. 내가 코피난게 그렇게 분했을까요?
코피를 줄줄 흘리며 싸움을 구경을 했습니다. 말 잘합니다. '이겨라 수민씨...!"
난 너무나 감격을 했습니다. 그녀가 저에게 손수건을 주었습니다. 피야 멈추지 마라.
수민씨 덕분에 싸움은 끝이 났어요. 그 덩치와 같이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사랑합니다!'
선배는 선배누나한테 야단을 좀 맞았지요. 자기도 신발까지 벗었으면서... 이제야 조금 알겠네요. 예전에 선배누나가 그 큰 덩치에게 엉겨 붙었던게 술주정이 아니라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추어졌던 이유를...
"아까 그여학생 너하고 아는 사이지?"
"하하 예. 제가 좋아한다고 말했던 그 여학생이에요."
"저 여학생도 널 참 좋아하는거 같다." 선배누나는 나에게 꿈을 주는 소리를 해주었습니다.
민이: 왜 이렇게 기분이 나빠집니까? 자기가 덩치가 크면 답니까? 자기가 뭔데 계철씨를 때립니까? 이런... 그가 코피를 흘리며 어이가 없는 듯 땅바닥에 앉아 있습니다. 내 마음이 너무나 아픕니다. 제가 너무 했나요? 회장오빠는 할말을 잃은채 저를 쳐다만 봅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보기 싫습니다. 그는 아직도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이쪽을 보며 흘러내리는 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흘러내리던 피가 그의 셔츠위로 떨어졌습니다. 그의 모습에 내 눈에 눈물까지 맺히네요. 내가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회장오빠한테 더 대들었습니다. 나 때문일까요? 싸움은 끝이 났습니다. 그에게 손수건을 주며 아프지 않냐고 물었는데 그는 웃음으로 괜찮다고 합니다.
"전 가볼께요."
회장오빠는 저에게 사과를 했습니다만 그 학생이 니 애인이라도 되냐면서 왜 그랬냐 합니다.
"그래요. 내가 사귀는 사람이에요.."
철이: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다시 학교생활이 예전으로 돌아가겠죠? 교양수업을 들으러 가야합니다. 친구가 자전거를 빌려 주었습니다. 고물 자전거이긴 하지만 걸어가는 거 보다는 편하죠.
교양수업 강의실로 들어가는데 그녀가 있었습니다. 날 기다린 듯한 모습입니다. 그녀는 나에게 편지봉투를 하나 건네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복도를 걸어갔습니다. 저기 끝 어느 교실로 들어 갔습니다. 무슨 편질까요?
교양수업 맨 뒤에 앉아 그녀의 편지를 읽었습니다. 아홉번째 편지? 그녀가 나한테 언제 편지 보낸적이 있습니까?
편지를 다 읽고 나서 난 한동안 멍했습니다. 군대에서 받았던 무기명의 편지는 그녀가 나에게 보낸 편지였습니다. 난 바봅니다. 왜 그렇게 몰랐을까요? 에이씨... 왜 저보고 읽어보라고 그래요? 제가 고등학생입니까?
다행히 그녀가 토를 달아 놓은 곳이었군요. 책을 읽고는 있었지만 내 머리속에는 그녀의 모습만이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수업이 끝나자 마자 강의실 나와 아까 그녀가 들어갔던 교실로 찾아 갔습니다. 일교과 어학동아리...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습니다. 다행히 그녀가 있었군요. 그녀가 내 모습을 보자 수줍은 듯 미소를 지어줍니다. 옆에는 그녀의 친구와 늙게 보이는 녀석도 있었습니다.
"수민씨 밥먹으러 가요."
"예? 나만요?" 그녀의 동그란 눈빛이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예."
하하. 제 친구 자전거입니다만 제가 자전거는 잘 타지요. 타세요. 그럼 어디로 갈까요? 그때 그 경양식점으로 갈까요? 그래도 되겠어요?
친구가 아직도 브레이크를 고쳐놓지 않았습니다. 내리막길이 좀 불안하네요.
"좀 천천히 가요."
"브레이크가 안 듣는데요."
아. 황홀해라. 가르는 바람색깔은 봄이지만 가을처럼 가슴떨렸습니다. 빠르게 사대앞 비탈길을 내려가는 내가 탄 자전거 뒤에는 그녀가 탔습니다. 그녀는 내 허리를 꽉 붙잡고 있었습니다.
내일은 어쩌면 말입니다. 뭔가 그녀에게 심한 말을 해버릴것 같습니다.
민이: 교양을 듣고 나오는데 그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호호 상당히 긴장한 표정이네요. 어제 내가 준 편지도 받았을것이고 밥먹으면서 많은 대화로 그도 내가 그를 좋아하고 있었음을 알았을텐데 어색하게 표정이 굳었네요.
"커피하잔 하실래요?"
그가 나를 데려간 곳은 공대옆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여러그루 서 있는 그늘이었습니다. 자판기 커피를 뽑아서 그곳에 앉았습니다.
"하하. 이곳에서 바라보는 학교 정경이 제일 아름다와 보여요. 언제고 수민씨와 한번 앉아보고 싶었던 곳이지요."
"정말 나무사이로 보이는 학교가 참 예뻐 보이네요. 한번도 못 와본 곳인데..."
"하하. ..."
"예?"
"하하. 날씨가 참 좋죠?"
"예..."
"고마웠어요. 수민씨가 보내준 편지는 수민씨가 보낸줄은 몰랐지만 수민씨를 생각하며 읽었어요."
"호호 그랬어요?"
"이 편지는 그때 무기명이라 보낼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내딴에는 답장이라고 쓴 거에요. 나중에 읽어 보세요."
"그럴께요."
바람이 사랑스럽게 그와 내가 앉은 자리에 쉬었다 갑니다. 구름에 잠시 가렸다 나오는 햇살이 그와의 침묵을 깨버립니다.
"저 말이죠. 아무래도 난..."
"예? 못 들었는데요."
"...수민씨를 사랑하는데요."
나무가지에서 이름 모르는 새가 웃으며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커피는 이미 다 마셔 버렸네요. 하지만 종이컵을 전 입에다 갖다 댈 수 밖에 없었어요. 그는 나를 쳐다 보지 못하고 아직 반도 못마신 커피잔만 만지작 거리고 있습니다. 뭐라고 대답을 해줄까요?
해는 구름에 가리워 졌읍니다. 하지만 그해를 가리는 구름은 너무나 작고 귀여울 뿐입니다. 곧 해가 다시 나오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