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이이잉~~~~~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2월의 늦은 밤, 서울 근교의 을씨년스런 공사장.
두 대의 검은색 고급 승용차가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미끄러져 들어와 멈춘다.
역시 거의 동시에 두 대의 차에서 고급 양복을 빼입은 건장한 체격의 사내 둘이
내려 공사장 한복판에 마주 보고 섰다.
둘의 뒤에는 정체모를 수행원이 각각 한 명씩 그림자처럼 따르고 있었다.
오른쪽에 있는 사내는 선글라스를 낀 채 두 손을 바지주머니에 넣고
엷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두 사내는 한동안 말없이 매서운 눈매로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먼저 침묵을 깬 건 왼쪽에 서있던 콧수염을 기른 사내였다.
“이봐, 조양은, 오밤중에 웬 선글라스냐? 너 또라이냐? 하하하.”
말을 꺼낸 건 강북 일대를 차지하고 있는 서방파 두목 김태촌이었다.
강남의 황제로 불리는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은 김태촌의 도발에도 아무런
표정변화 없이 조용히 미소만 머금고 있었다.
‘어라? 이 자식, 듣던 대로 보통이 아니군. 긴장해야 되겠는데.
오늘은 전국구 NO.1을 결정하는 중요한 싸움, 일단 놈의 실력을 좀 알아봐야겠군.’
마른 침을 삼킨 김태촌은 조양은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조양은이, 내 말이 우스운가?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군. 이봐, 넷째야!”
“예, 형님!”
“조양은이에게 우리 서방파의 무서움을 보여주고 오너라.”
“알겠습니다, 형님!”
우렁차게 대답하고 앞으로 나선 자는 놀랍게도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미모의
여성이었다. 바로 서방파 NO.4 작게작게였다.
그녀는 커다란 삽을 허공에 몇 번 휘두르더니 땅에 푹 꼽으며 외쳤다.
“조양은! 네 놈의 허명을 오늘 박살내주겠다!
냉큼 이리 나와 무릎을 꿇어라! 하하하!”
조양은은 여전히 희미한 미소만 띠고 있었다.
조양은 뒤에 묵묵히 서 있던 자가 대신 걸어 나왔다.
“우리 형님이 너 같은 애송이를 직접 상대할 만큼 한가한 분인줄 아느냐?
너는 내가 교육을 좀 시켜줘야겠구나.”
그녀 역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미모의 여성이었다.
작게작게는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넌 또 뭔데 앞으로 나서느냐?”
이 때 김태촌이 갑자기 외쳤다.
“작게작게야, 조심하거라. 양은이파 NO.2 파란여우다!”
“뭐.. 뭐야? 그 유명한 파란여우가 바로...”
작게작게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파란여우가 조용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호호호, 천방지축 같은 것이 내 명성은 듣고 있었던 모양이구나.
이 계통에 여자는 나 하나뿐인줄 알았는데 웬 여물지 않은 풋 사과 같은 것이
설치고 다니는 것도 몰랐군.”
“뭐.. 뭐야? 여물지 않은 풋 사과? 그래, 얼마나 잘났는지 한번 붙어보자!”
작게작게는 삽을 들고 공격자세를 취했다.
‘우리 파 NO.2 새벽별 형님과 NO.3 반딧불 형님이 출장을 가는 바람에 오늘 내가
대신 나오는 행운을 잡았다.
저 유명한 파란여우만 꺾으면 조직에서 내 위상이 급상승하겠지? 후후후.’
작게작게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삽을 들고 파란여우에게 돌진했다.
맨손으로 태연자약하게 기다리던 파란여우는 갑자기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반격을 해왔다.
“아.. 아니, 이건!”
“작게작게야, 파란여우의 염소털 공격을 조심해라!
염소털이 코와 입을 막으면 그대로 질식해서 쓰러지게 된다!”
김태촌이 다급히 소리쳤다. 작게작게는 간신히 염소털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휴우~ 큰일날 뻔 했다.”
“호호호, 운이 좋은 꼬마로구나.”
작게작게와 파란여우는 1시간이 넘게 싸웠지만 승패를 가릴 수 없었다.
파란여우의 염소털 공격에 작게작게가 다소 밀렸지만,
그녀의 날카로운 삽을 의식한 파란여우도 섣부른 공격은 할 수 없었다.
“에잇, 지루해서 못 보겠군. 작게작게야! 물러나라!”
김태촌이 몸을 날려 파란여우를 공격했다.
그 때까지 조용히 미소를 머금은 채 구경만 하던 조양은도 몸을 날려 김태촌을
노리고 들어갔다. 김태촌과 조양은은 어울려 차 한 잔 마실 시간만큼 탐색전을
벌였다. 김태촌은 좀 의외라고 느꼈다.
‘뭐야, 이거. 조양은 이놈, 막상 붙어보니 별 거 아니잖아. 괜히 쫄았군.’
여유를 되찾은 김태촌은 맹공격을 퍼부었다.
주춤주춤 뒤로 밀리던 조양은은 재빨리 뒤로 10미터 가량을 물러났다.
“하하하, 조양은이! 이쯤에서 잘못했다고 빌면 봐줄 수도 있지.”
하지만 조양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질풍같이 달려와 공격을 퍼부었다. 그것은 뜻밖에도 평범한 바늘이었다.
김태촌은 어이가 없었다.
“푸하하, 네놈이 무슨 동방불패냐? 갑자기 웬 바늘?”
그러나 조양은의 바늘 공격 스피드는 상상을 초월했다.
김태촌의 양복은 순식간에 위아래 모두 넝마처럼 찢어지고 말았다.
김태촌은 공포를 느꼈다.
“으.. 으... 도저히 안되겠다... 작게작게야! 튀어!”
“예, 형님!”
김태촌과 작게작게는 전력으로 도망쳤다.
“거기 서라!”
파란여우와 조양은이 맹렬히 쫓아왔다.
열심히 도망가던 김태촌이 뒤를 돌아보니, 작게작게와 파란여우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조양은은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뒤를 쫓고 있었다.
김태촌은 소름이 끼쳤다.
“저.. 저놈은 사람이 아니야.. 악마다, 악마!”
김태촌은 이를 악물고 도망쳤지만 곧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말았다.
김태촌은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이.. 이봐... 양은이... 목숨만... 목숨만 살려주게, 제발...”
하지만 조양은은 악마 같은 미소를 거두지 않고 서서히 다가와 김태촌을 넘어뜨리고
그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완전히 너덜너덜해진 김태촌의 양복을 다시 꿰매기
시작했다. 김태촌은 온 몸이 조여와 움직일 수도 없었다.
“야, 이 자식아! 죽이려거든 곱게 죽여라! 이게 무슨 장난이냐?”
조양은은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빈틈없이 김태촌의 양복을 계속 꿰맸다.
김태촌은 마침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크흑... 내 너와 아무런 원한도 없거늘 왜 이런 치욕을 주는 거냐?
빨리 깨끗이 죽여라!”
조양은은 갑자기 바늘을 멈추고 얼굴에서 미소를 거두었다.
순식간에 냉랭한 표정으로 변하고 말았다. 김태촌은 온 몸이 오싹해졌다.
‘아... 이제 진짜 끝이구나... 내 죗값을 여기서 받는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눈을 감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조양은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이 사람아, 이음새 하나가 천년을 결정하는겨.” <끝>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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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김태촌vs조양은(정통 하드보일드 소설)
이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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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18 00:0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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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 관심일촌인데 일촌끊어도 상관없다 이거지~나 유인촌인데 양촌리에 피바다가 되도 상관없다 이거지~ㅋㅋ
이건 별루 재미 없다. 진화가 분발해줘..
짧고 굵게~~몬가 허전하당^^
본문내용이 넘 길어 대체 뭔 소린지 뒷골목을 누비는자들....끝말은 어디서많이 들어본 cf 광고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