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업-국내 유일 프랜차이즈 연수기관 ‘치킨대학’을 가다
- 제너시스BBQ 2000년에 설립
- 교육 후 1년 안에 재교육 하고 사후관리도
12월 4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들어선 순간 ‘치킨대학’을 안내하는 녹색의 교통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언덕을 올라 도착한 25만 7400㎡ 부지엔 하얀 치킨대학 건물 두 채가 들어서 있다.
1968년 세워진 미국의 맥도날드 햄버거 대학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이곳은 우리나라 유일의 프랜차이즈 연수기관이다. 국민 간식인 치킨 등을 소재로 창업하는 사람들을 교육하는 곳이다. 제너시스BBQ가 2000년에 처음 설립했으니 햇수로 10년이 넘었다.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 간 예비 창업자와 기존 창업자 수만 2만 명에 이른다.
“품질(Quality)과 청결도(Cleanness), 서비스(Service)의 세 가지 교육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이곳을 거쳐 간 프랜차이즈 창업자들은 6~12개월 후에 다시 교육을 받으러 옵니다. QCS 세 요소를 모두 충족하며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고 있는지, 점포 안정화 차원에서 추가로 확인하고 교육하는 것입니다.” 장정수 치킨대학 창업교육팀장의 말이다.
왜 하필 6~12개월 후일까. 장 팀장은 “첫 창업 6~12개월 후는 창업자가 사업에 한참 열정을 가졌다가도 잠시 주춤하면서 고민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 때”라며 “이들에게 새 에너지를 주고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맛과 서비스 다르면 다른 창업자에게도 피해
이처럼 치킨대학은 1회성 단기 교육에만 힘을 쏟지 않는다. 입학생은 짧게는 5박 6일에서 길게는 2주 동안 합숙하면서 이론과 실습의 1단계 교육을 받게 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6~12개월 후 재교육까지 도합 2단계에 걸친 커리큘럼을 가졌고 별도의 사후관리로 현장순회교육도 병행한다.
치킨대학을 수료한 창업자가 실제 점포에서도 교육받은 대로 잘하고 있는지를 강사진이 첫 3개월간 ‘암행어사’처럼 순회하며 돌아보고 점검한다. 현장 가맹점 기초교육을 담당하는 송가을 치킨대학 강사는 “무엇보다 손님 입장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서비스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QCS 가운데 취약한 항목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부문별 강화 재교육이 실시된다. 곽성권 제너시스BBQ 언론홍보팀장은 “프랜차이즈는 무엇보다 공동의 맛과 원칙이 중요하기 때문에 관리감독을 하는 보안관의 개념은 필수”라고 말했다.
제너시스BBQ는 BBQ를 비롯해 BHC, 닭익는 마을, U9, 올리브돈까스, 치킨앤비어, 참숯바베큐, 썬구이치킨, 올떡, 맘앤팜 등 10개 브랜드로 전국에 40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요즘 소비자는 자신이 아는 BBQ나 닭익는 마을과 조금이라도 다른 맛과 서비스를 가진 점포를 접하면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다. 이는 고스란히 해당 창업자뿐 아니라 전국의 다른 모든 창업자에게도 피해로 돌아온다.
곽 팀장은 “가맹점이 살아야 본사도 산다는 마음가짐으로 창업자 교육에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는 것. 치킨대학에 입학한 순간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프랜차이즈 성공 방식이다.
제너시스BBQ의 10개 브랜드 중 하나를 창업 소재로 골라 치킨대학에 입학한 창업자들은 가장 먼저 이론 교육용 교재를 받는다. 대학교 기말고사를 치르듯 며칠간 달달 암기해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시험범위가 만만찮다. 고객 응대방법 등을 이론적으로 자세히 정리한 교재는 보통 17cm 두께에 수백 페이지 분량이다.
10개 브랜드별로 점포 운영 시스템이 다 다르기 때문에 모두 다른 교재다. 처음 입학한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의 창업자들은 “어휴, 이걸 언제 다 외워”하며 한숨부터 내쉬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적응에 들어간다.
두 채의 건물 안엔 350명가량을 수용하는 대강당 외에도 46명 정원의 중강의장 한 곳과 25명을 수용하는 소강의장 네 곳이 있다. 외관만큼 내관도 실제 대학교 강의실을 보듯 깔끔하다.
강의실 곳곳에 붙은 ‘아빠 힘내세요’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각 강의실에서는 이론교육 외에도 다양한 교육이 진행된다. 이를테면 배달용 오토바이가 갑자기 고장 나 멈췄을 때의 대처법, 각 점포가 동일하게 사용하는 POS(Point of Sales) 기기의 사용법 등을 교육받을 수 있다.
이번엔 10개 브랜드 창업자별로 각각 따로 교육받을 수 있는 열한곳의 실습장을 둘러봤다. ‘RP(Role Playing) Shop'으로 명명된 이곳은 실제 점포와 동일한 형태의 주방과 홀로 꾸며졌다. 24평 공간에서 창업자가 현장과 동일한 환경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동선 연습까지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BBQ 브랜드 실습장에 들어서자 현장실습을 하던 10여명의 창업자가 동시에 “안녕하세요, BBQ입니다”하는 우렁찬 목소리로 ‘손님’을 맞는다. 조리·서빙에서부터 인사와 고객응대까지도 원스톱으로 갖는 예행연습이다. 브랜드별로 하루 세 팀, 10여명씩 주방과 주방보조, 서빙의 세 가지 역할을 번갈아 가며 수행한다.
다른 치킨 브랜드인 BHC의 실습장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의 창업자들이 강사로부터 설명을 듣는 데 한창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이다. 이날 실습 교육을 담당한 이민용 강사는 “치킨을 조리하면서 잘된 예와 잘못된 예를 함께 교육한다”면서 “단지 잘된 예만 설명할 때보다 훨씬 교육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입학한 창업자들이 교육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신제품 아이디어를 내는 등 의욕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전한다.
“어제 입학했는데 도착한 지 얼마 안 된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꼬박 열 두 시간 넘게 쉴 틈 없이 교육받았습니다. 타이트한 일정에 꼭 군대를 다시 온 것 같은 느낌이에요.” 옆에 있던 한 남성 창업자가 투정(?)의 목소리를 냈지만 얼굴은 연신 웃는 표정이다. 220기로 입학한 이들은 사연도 다양하다.
대구에서 BHC 두류점을 여는 이현곤(38) 사장은 “만 6년째 치킨점을 하고 있었지만 불황에 더 인지도 높은 치킨 브랜드로 사업하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해 다시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 BHC 침산스타점의 전경헌(46) 사장은 “다른 업종에 종사했지만 제 2의 인생으로 창업을 결심했다”며 “올해 대입수능을 본 아들한테 힘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대개 점포 계약을 마치고 개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치킨대학을 추천받는 등의 형태로 이곳에 입학했다.
교육 후 호형호제 하는 창업자도 많아
창업자들은 짧은 교육기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한다. 이현곤 사장은 “이론 교육도 유익하지만 꼼꼼하게 고객 응대 매뉴얼을 제시해주는 실습 교육이 인상적”이라며 “장사를 하다보면 짜증도 나고 매너리즘에도 빠지게 되는데 친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되새기게 됐다”고 전했다. 전경헌 사장은 “실제 현장에서 쓰는 조리기구와 장비 등이 그대로 세팅돼 있어 편리하다”고 덧붙였다.
박호진 제너시스BBQ 경영개발원 차장은 “은퇴 후에 창업하는 30~40대 입학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친구끼리 동업을 하거나 남편은 배달을, 아내는 주방을 맡는 부부창업 사례도 각각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부창업을 준비하는 부부의 경우 동반으로 입학하기도 하는데 치킨대학에선 이들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각방을 쓰도록 하고 있다. 대신에 다른 입학자와 2인 1실로 한 방에 묵는다. 이곳에서 맺는 네트워크야말로 이론과 실습 교육으로 얻는 효과 못잖게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박 팀장은 “같은 브랜드 창업자끼리 만나 같이 생활하며 친해지면 나중에 수시로 만나 교류하면서 정보나 애로사항을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적 지식과 노하우를 갖춘 강사들과도 계속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6~12개월 후의 2단계 교육까지 마치면 호형호제하는 강사와 창업자들도 생긴다. “내일은 더 고되겠지만 더 많은 걸 배울 겁니다.” 오후 늦은 시간. 서울로 발걸음을 돌리는 길에도 치킨대학의 불빛은 창업 준비로 분주한 입학생들의 열정으로 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