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호가 구당(灸堂)인 이유
구당(灸堂) 김남수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나를 뜸 구(灸)에 집 당(堂) 자를 써서 ‘구당(灸堂)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내가 뜸을 뜨기 시작한 것은 11살 되면서부터이다. 선친께서 뜸 뜨시는 것을 어깨 너머로 보면서 자라왔고, 1943년부터 침구사 면허로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보면 뜸을 한 지가 벌써 80년이 넘은 셈이다.
지금이야 경제적 환경이 좋아졌지만 예전만 해도 우리 집에 찾아오는 환자들 중 돈이 없어 충분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뜸자리를 잡아주고 집에서 스스로 뜨라고 했는데 병이 나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사람들은 우리 집을 ‘뜸집’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나 또한 구당(灸堂)이 되었다.
나는 늘 뜸의 5가지 장점을 말한다.
첫째, 부작용이 없다. 옛날부터 뜸자리는 탈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크게 뜨건 작게 뜨건, 고름이 생기건 안 생기건, 뜸자리는 뜬 만큼 딱 그 크기만큼만 자국이 남는다.
둘째, 다른 것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이 낫는다. 80년 동안 임상 현장에 있으면서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왔다. 예전이야 침뜸이 1차 진료기관이었고 급할 때는 응급실 역할을 했지만 지금이야 1차, 2차, 3차 다 거치고 마지막으로 도무지 방법이 없어서 내 집을 찾는 사람이 많다. 그렇게 찾아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좀 더 일찍 알아서 뜸을 떴더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라며 한탄하곤 한다. 그간 다른 어떤 치료법에서 느끼지 못했던 것을 뜸 치료를 통해서 경험했기 때문이다. 고혈압, 당뇨를 비롯하여 허리 디스크, 자궁근종, 불임, 갑상선질환, 폐암, 전립선암 등 그 치료 사례는 수없이 많다.
셋째,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뜸요법은 뜸자리만 잡아주면 3분이면 배워서 뜰 수 있다. 바쁜 생활 중에 굳이 침술원을 찾지 않아도 집에서 가족끼리 쉽게 떠줄 수 있으니 시간도 절약되고 가족간의 정도 돈독해지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넷째, 경제적 부담이 거의 없다. 꾸준히 떠주는 정성만 있으면 한 사람이 서너 달에 3000원 정도면 뜸 시술을 받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저렴한 치료법이 어디 있겠는가.
다섯째, 만인에게 필요하다. 내가 하는 뜸요법은 병이 있거나 없거나 누구에게나 좋은 무극보양뜸을 기초로 한다.
그렇다면 무극보향뜸이란 무엇인가? 무극보양뜸은 8혈 12자리(여자는 13자리)에 매일 쌀알 반알 크기의 뜸을 뜨는 요법으로써 병이 있건 없건 누구에게나 유용하다. 나 또한 매일 무극보양뜸을 뜸으로써 94세인 지금도 20대 청년 못지않은 건강을 유지하면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뜸요법도 딱 하나 단점이 있다. 돈벌이가 안 된다는 것이다. 예전에 의사는 인술을 베푸는 것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의료는 시장경제의 한축을 이루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환자에게 아무리 유용한 치료법이라도 경제적으로 큰 이익을 내지 못하면 의료시장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되었다. 의료인의 목적은 환자 치료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뜸은 인류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래된 병에 3년 묵은 쑥을 사용한다고 전하는 <맹자(孟子)>의 이루(離婁) 편이나 추운 곳에서 기름기 많은 음식을 먹고 탈 난 데에 뜸을 뜬다고 쓴 황제내경 <소문(素問)>의 이법방의론(異法方宜論)만 보더라도 뜸요법은 최소 20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뜸요법이 이렇게 장구한 역사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데에는 그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만약 뜸이 신통치 않았다면 구박 당하고 박해당하는 동안 그 맥이 이미 끊어졌을 터이다. 인류의 역사를 보더라도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무리 어려운 시련이 있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신약, 신기술은 100년은 고사하고 10년을 넘기기 힘든 요즘, 뜸요법이 인류의 역사를 관통해 세계 속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불타버린 600년 문화유산 숭례문에 조문객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은 단순한 문화재 유실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그 속에 담겨있는 한민족의 얼과 정통성에 대한 상실감 때문일 것이다. 문화유산의 범위는 비단 유형의 건축물에만 국한되지 않고. 판소리, 가곡, 단청, 소목장 등의 무형문화로 이어진다. 사람의 목숨은 복원할 수도 없고 바꿔 낄 수도 없이 소중한 것이고 예로부터 이를 다루어 온 한민족의 정통침뜸이야말로 마땅히 보전 발전되어야 할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600년 고도(古都)의 문화유산의 유실을 애통해하는 시민들을 보아하니 수천 년의 정통침뜸이 잊혀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의료계의 현실에 통한이 서린다. 미력하나마 나의 80년 임상경험을 살려 인류에게 꼭 필요한 정통침뜸을 알리는데 힘을 보태고자 한다.
김남수 뜸사랑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