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째 날(5월19일).
밤새 차를 달려 소록도 구북리에 도착했다. 차에 두 대에 싣고 간 건축자재와 공구, 부식을 차에서 내려 제 자리에 정리하고 나니 자정이 가깝다. 많이 피곤하다. 잠자리에 들었지만 코고는 소리에 2시 넘어 잠이 들었다.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린다. 새벽종 대신 틀어주는 찬송이다. 이 장로님이 벌써 오셔서 4시가 되니 종을 울린 것이다. 부스스 일어나 예배당으로 이동하여 새벽예배를 드린다. 평상시 5-6시 사이에 새벽예배를 드리는 분들에게는 새벽 4시 예배는 적응하기 힘들겠다. 그래도 새벽예배 마치고 나면 오히려 상쾌하고 감사로 아침을 시작할 수 있다. 새벽예배를 마치고 차로 소록도를 한 바퀴 도는데 꽃사슴가족들이 이동을 하고 있다. 20여 마리의 대가족이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차량 불빛에는 서서 구경을 한다. 녀석들….
김 목사님은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느라 분주하시다. 7시에 아침 식사다. 자오 쉼터에서 권사님이 담가 실어 보낸 열무김치, 부추김치, 배추겉절이, 꽈리멸치볶음에 동태탕이 아침 메뉴다. 식사는 자유배식이다.
아침 식사 후 각 조별로 일을 분담한다. 양주팀 목사님들과 김영춘 목사님은 판넬팀. 강성흔 목사님, 구형서 목사님, 석천 삼촌은 배수로팀, 이재문 집사님 이하 다른 목사님들은 패널 운반팀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스틸유바(아연유바)가 보이지 않는다. 분명 이 장로님이 확인하며 잘 내려 보관해 놨다고 전화가 왔었는데 보이지 않는다. 패널 공장에 전화해 보니 누락이 되었단다. 고흥까지 가서 새로 구입해 오도록 구목사님과 이 집사님께 부탁을 드렸다. 이번 봉사 팀은 목사님 10명, 집사님 2명, 평신도 1명이 참석했다. 수요일부터 투입될 타일 기술자들 3명까지 합하면 16명이 투입된다. 스틸유바를 구입하러 간 사이에 판넬팀은 패널을 길이별로 미리 절단을 해 놓으신다. 1시간여 만에 스틸유바가 도착했다. 바닥에 먹줄을 띠우며 칸을 정리하는 판넬팀. 배관위치가 잘못되었다고 지적을 한다. 화장실 칸이 30cm 줄어서 괜찮다고 했다. 샤워장에 탈의실을 만들어 드리려고 설계를 했는데 탈의실을 만들면 샤워장이 좁단다. 융통성을 적용하여 작업을 한다. 기본적으로 공구를 다룰 줄 아는 분들이라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난 사진을 찍어가며 작업을 꼼꼼하게 감독한다. 패널을 나르는 팀들이 고생 많다. 날씨가 한 여름 같다. 구슬땀을 흘려가며 모두 기쁨으로 섬기고 계신다. 참으로 감사하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판넬조에 인원을 더 추가하여 모래를 퍼 나르도록 했다. 타일 작업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수고해 주시는 모든 분들이 참으로 고맙다.
지붕도 반절 이상을 덮었다. 내일 비가 온다기에 비가 오더라도 실내에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신다. 타일조가 하루 일찍 투입될 상황이다. 타일조장인 매제에게 전화하여 내일 내려오도록 했다. 하루해가 넘어간다. 저녁을 먹고 수박으로 갈증을 달래는 일행들. 오늘은 석천 삼촌과 사무실 방에서 자기로 했다. 코고는 소리를 피해 피난을 간다. ^_^* 사무실 방에 짐을 풀고 진통제 주사부터 한 대 맞는다. 내가 혼자 진통제 주사를 맞는 모습을 본 석천 삼촌은 신기한가 보다. 자정이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
둘째 날(5월 20일)
빗소리가 들린다.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진짜 비가 내리고 있다. 새벽 1시다. 작업에 지장이 없기를 바라며 다시 잠을 잔다. 새벽종이 울린다. 벌써 새벽 4시다. 하루가 시작됐다. 어제 이 세상을 떠났던 사람들이 그렇게도 맞이하고 싶었던 오늘이다. 그렇게 귀한 오늘이 시작됐다. 새벽예배로 하루를 시작한다. 잠시 휴식 후 아침을 먹는다. 식욕이 없어 아침을 안 먹는 나를 걱정하는 석천삼촌이다. 가족이란 것이 이래서 귀하다. 필요한 물품들을 정리하여 녹동으로 우의를 사러 나간다. 철물점에 들려 부속 자재들도 구입하고 우의도 사왔다. 비가 제법 내린다. 우의를 나눠 드리며 입고 작업을 하자고 했다. 우의를 착용하고 열심히 작업을 하신다. 강행군이다. 마침 호원대학교 학생들 5명이 지원을 왔다. 모래를 채로 걸러서 굵은 돌들과 이물질을 제거하도록 했다. 비가 내리고 있으니 더욱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해 달라고 부탁을 드린다.
수도 배관을 하실 집사님이 녹동에서 들어오셨다. 바닥 외부에 배수로 작업이 안 되어 있는 것을 말해 드리며 마감을 잘 해 달라고 했다. 탈의실이 없어지고 비품창고가 없어지니 샤워실과 화장실이 엄청 넓어졌다. 목사님들 하나하나 점검하며 꼼꼼하게 작업을 해 주신다. 나는 수시로 녹동에 나가 필요한 물품들을 사다 나른다. 타일을 싣고 오는 매제가 짐이 많아서 바닥타일은 못 싣고 내려오고 있단다. 녹동에서 조금 더 비싸더라도 구입하기로 했다. 이 장로님과 건재상 두 곳을 들려서 국산으로 17평 작업할 바닥타일을 구입했다. 소록도 구북리 북성교회까지 배달을 부탁드렸다.
외벽과 지붕이 다 세워지고 올라갔다. 오후 4시쯤 비가 멈춘다. 햇볕이 보인다. 감사하다. 지붕에 올라가 스크루볼트로 고정을 시키는 목사님들. 여름에 있을 소록도 봉사 및 연합 수련회 이야기를 잠시 나눈다. 친구팀이 따로 봉사를 오고 싶다기에 이 장로님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지붕 마감까지 마친 양주팀은 공구를 정리하여 철수를 한다. 남아 있는 목사님들이 실리콘 작업까지 해 주신다. 패널과 문짝이 남았다. 탈의실과 비품실이 취소된 덕분이다. 싣고 올라가 고추 건조기 보관 창고를 만들기로 하고 차에 싣는다. 주변 정리까지 차근차근 진행된다. 차에 짐을 싣는데 방법론으로 의견이 다양하다. 내가 결론을 내렸다. 기존에 싣고 다니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니 기존 방법대로 짐을 싣자고 했다. 박집사님 발에서 피가 나온다고 누군가 말한다. 확인해 보니 발가락이 패널 조각에 베었다. 지혈을 시킨 다음에 이 장로님과 녹동에 있는 현대병원으로 이송을 한다. 응급실에 도착하니 교통사고 난 환자가 진료를 받고 있었다. 박집사님 차례가 되어 꿰맸다. 발가락이라 촘촘히 꿰맸다. 11바늘을 꿰매고 약 타서 소록도로 돌아온다.
밤 9시가 가깝다. 늦은 저녁을 먹었다. 타일 팀도 거의 다 왔단다. 도착한 타일 팀들 저녁 먹게 하고 나는 먼저 씻었다. 세면도구를 챙겨오지 않았다는 조수들을 모시고 녹동으로 나가서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도록 했다. 내일 점심 때 이태자 집사님이 삼겹살을 사 오신다며 구워 먹자고 하셨다. 숯과 석쇠도 구입했다. 결재를 하고 다시 소록도로 돌아왔다. 내일 일정을 위해 이제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오늘 하루도 참으로 감사하다.
셋째 날(5월 21일)
새벽예배를 마치고 사무실에서 이 장로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개인 업무를 보기위해 여수에 다녀온다고 하시며 출발을 하신다. 오늘은 화장실 외벽 모서리 마감을 하고 타일 작업을 한다. 아침 식사가 오므라이스다. 모두들 맛있다며 잘 먹는다. 식사 후 잠시 휴식도 없이 작업을 하신다. 목사님들은 실리콘 작업과 출입문에 현관 지붕을 따로 만들고 계신다. 실리콘 작업을 하시는 김 목사님은 달인 수준이다. 깔끔하게 작업을 하고 계신다. 타일조도 아침부터 열심이다. 9시 무렵 군산에 있는 호원대학교 학생들 5명이 지원을 왔다. 매제에게 학생들에게 타일 매지 하는 법을 가르쳐 주라고 했다. 작업의 능률을 최대한 올리기 위함이다. 오전에 벽타일 작업이 끝났다. 이런 상태로 나간다면 내일 오전에 타일작업도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관하는 집사님이 녹동에서 들어오셨다. 녹동 제일교회에 다니는 집사님이다. 정말 사람 좋으시다. 타일 작업에 필요한 자재들을 구입하러 녹동에 몇 번 다녀왔다. 타일 작업이 끝나고 바닥이 마르면 변기 설치를 해 주시겠다고 하신다. 겸사겸사 타일조가 예상보다 빨리 철수 할 것 같다. 철수하기 전에 확실하게 마감을 해 놓고 가려는 목사님들 분주하시다. 본 교회에 가셔서 수요예배를 드려야 하기에 더 바쁘시다. 먼저 식사를 하고 철수하라고 했다. 이태자 집사님이 삼겹살을 사오셨기에 구워서 점심을 먹도록 했다. 북성교회는 낮에 수요예배를 드린다. 타일 조는 예수를 믿지 않기에 예배는 나 혼자 참석을 했다. 성가대의 찬양이 압권이다. 반주를 하는 이용화 장로님은 조막손으로 피아노 반주를 하신다. 바라만 봐도 은혜다. 예배를 마치고 나오니 철수 준비를 해 놓고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철수하기 전에 기념 촬영을 했다. 안산 팀이 철수를 하고 타일조와 함께 점심을 먹는다. 지원을 해 준 호원 대학생들도 함께 점심을 나눴다. 식욕이 없어 밥만 조금 먹고 말았다. 새참으로 라면을 한 개 끓여 달래서 먹었다.
바닥 타일 작업을 하려면 시멘트와 모래를 잘 섞어서 바닥의 수평을 잡아 준다. 배수가 잘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모래가 턱없이 부족하다. 타일 작업을 하다가 중단하고 모래를 가지러 가는 타일조. 작업의 진도가 늦어진다.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이다. 남아 있는 자들의 조촐한 식탁이다.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많이 피곤하다.
넷째 날(5월 22일)
새벽 4시가 되었는데 예배당에서 새벽종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간단하게 씻고 예배당으로 올라가는데 그때야 종이 울린다. 예배당에 도착하니 남자 성도들이 보이지 않는다. 늦게까지 잔심부름을 해 주시느라 많이 피곤하셨나 보다. 소록도 연합교회 부목사님이 새벽예배 말씀을 전하신다. 예배를 마치고 박도연 권사님과 이태자 집사님이 남으셨다. 인사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 집사님이 내게 질문을 하신다. “목사님은 소록도에 20년째 봉사를 다니시는데 처음에 어떻게 오게 되었어요?”라고 질문을 하신다. 구절양장 사연도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가 간증을 나누다 보니 아침 먹을 시간이 되었다. 다른 팀은 철수를 하고 미장팀만 남았는데 잠자리에서 지네가 2마리나 나타나 무서워서 다른 방으로 옮겼단다. 며칠전에도 강목사님이 지네에게 물렸는데... 소록도엔 숲이 무성하고 교회에 나무들도 아름드리 향나무들이다. 향나무와 편백나무가 멋지게 자리를 잡고 있다. 소록도 5개 교회중 제일 먼저 생겼다는 북성교회는 52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52년 만에 새로운 화장실을 건축하게 된 것이다. 참으로 귀한 사역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사역을 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드리고, 함께 동역해 주신 수많은 동역자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아침 식사 후 바로 타일 작업에 들어간다. 3명이 작업을 하고 석천 삼촌이 보조를 해 주는데 속도가 나지 않는다. 군산에 있는 호원대학교 학생 4명이 오늘도 지원을 왔다. 부족한 모레를 가지러 다녀오고 주변에 널브러진 건축물 잔해 들을 깨끗하게 정리를 한다.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점심을 먹고 바로 작업을 시작한다. 타일조의 리더는 내 여동생 남편이다. 이번 화장실 건축 사역의 총괄이 처남이다 보니 꼼짝 못하고 일만 한다. 고맙다. 학생들은 쓰레기까지 모두 정리를 해 준다. 어느새 타일 작업이 끝났다. 배수로 작업을 했던 곳에 시멘트 미장 작업까지 마무리를 해 주는 타일 조다. 변기 및 세면기 설치는 타일 작업한 것이 모두 마르면 하기로 했다. 녹동에 있는 보일러백화점 집사님이 해 주시기로 했다. 이젠 현충일에 내려와 큐비클(화장실 칸막이)공사와 전기공사만 하면 된다.
아쉬운 것은 수압이 약해서 샤워기 4개가 작동하면 물줄기가 약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샤워기는 8개가 설치되어 있다. 거기에 세면기와 소변기 양변기까지 사용하면 물이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온수기를 설치하지 못했다. 재정이 마련되면 물탱크와 가압모터를 설치하고 전기순간온수기까지 설치해 드려야겠다. 이번 일을 준비하며 진행시켜 가면서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하나님께서 함께 하셨음의 결과이다. 그리고 함께 동역해주신 귀한 동역 자들의 사랑이 모인 결과물이다. 바쁜 일정 중에도 먼 길 달려 내려가 함께 수고해 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를 드린다. 특히 주방봉사를 선뜻 해 주시마 약속하시고 내려가 수고를 해 주신 김복선 목사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롬8:28]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3)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멘~
목사님.집사님 호원대학교 봉사팀 수고많이 하셨어요!!!정말 협력하여 선을 이루었네요!^!^!^!
오늘 밤엔 후기 써서 올리세용~
억수로 수고 많았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