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과 탕수육
‘오늘 저희가 점심을 쏘겠습니다.’ 큰아들이 점심 무렵에 찔레꽃처럼 환하게 웃으며 메뉴를 정하라고 한다. 어제 현충일에 할머니와 친척들이 주신 용돈으로 점심을 사겠다고 한다. 얼마나 예쁘던지 오랜만에 자장면을 먹자고 했다. 세트 메뉴로 주문했더니 자장면과 탕수육 볶음밥이 거실 앞까지 얌전하게 놓여있다.
가끔은 엄마들도 그냥 앉아서 음식을 받아먹고 싶은 날이 있다. 매일 가족을 위해서 음식을 만들면서 “맛있게 돼라.”고 노래를 부르며 ‘정성과 사랑이 조미료’라고 스스로 세뇌를 시키면서 식사 준비를 한다.
가끔은 도마를 꺼내지 않고 마늘을 찌지 않고 가스레인지에 냄비 올려놓고 불 앞에 서 있지 않고 싱크대에 산더미처럼 쌓인 그릇을 씻는다고 물소리가 귀에 쟁쟁하게 들리지 않아도 되는 그냥 대접받고 싶은 날이 있다.
생각지도 않게 아들 둘이 엄마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그렇지 않아도 잘생긴 아들 둘을 데리고 현충일에 할아버지 참배를 하러 갔더니 친척들이 ‘아이돌 누구 같다’ ‘영화배우 누구를 닮았다.’라고 칭찬을 해서 내심 기분이 좋았는데 오늘 연타로 아들 둘이 홈런을 치면서 엄마를 환호하게 한다.
자장면은 몇 년 만에 먹어본다. 탕수육은 가끔 시켜서 먹는데 면 음식은 배달시키면 맛이 감해서 시켜 먹지 않았다. 요즘은 배달 문화가 바뀌어서 총알처럼 배달이 된다. 물론 위험한 것도 있지만, 오토바이로 최대한 빠르게 오니까 예전처럼 자장면이 불거나 식어서 맛없게 먹는 일은 없다. 방금 나온 것처럼 따끈하고 맛도 식당에서 먹는 것처럼 감칠맛이 난다. 탕수육도 방금 튀긴 것처럼 바싹하고 고소하다.
고마운 마음을 아들에 전하며 정말 행복하다고 감동의 눈빛을 연신 쏘아댔다. 다 컸구나 싶기도 하면서 괜히 가슴이 찡했다. 뒤처리까지 자기네들이 하겠다고 오늘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한다.
점심을 먹고 나서 꽃사과로 만든 엑기스를 차갑게 한 잔씩 마셨다. 정말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 중국집에서 외식을 한 기분이다. ‘엄마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라고 언제가 밥을 먹으면서 물었더니‘밥’이라고 둘이 동시에 합창했다. ‘밥 잘해주는 엄마’ 그 말에 빵 터진 적이 있다. 아들에게는 시인도 예쁜 엄마도 아닌 밥 잘해주는 엄마가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