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요약> 내 집을 채워라!/ 누가복음 14:15-24
식사시간에 바리새파 지도자의 집에 들어간 예수는 거기에 초대받은 사람들에게 두 가지를 권고합니다. 첫째는 잔치자리에서 높은 자리를 탐하다가는 망신을 당하니, 자기를 높이지 말고 자신을 낮추며 살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들이 혹시 잔치를 베풀 일이 생기면, 친구나 형제나 부유한 사람 말고, 가난하고, 병들고, 약한 사람들을 초대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돌려받을 일이 없어서 하나님이 그 선행을 되갚아 주실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15절에서 한 참석자가 던진 말 때문에 이야기가 잔치비유로 확장됩니다. 예수를 향해, “하나님 나라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은 복이 있습니다.”라고 한 말에 예수님은 “어떤 사람이 그 잔치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지를 비유로 설명한 것입니다. 누가 하나님 나라에서 음식을 먹을 만한 복을 누릴 수 있을까요?
비유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먼저 초청 받은 사람들은 모두 이유를 대면서 불참하고, 오히려 초청 대상이 아닌 사람들로 잔치자리가 채워진다는 것입니다. 먼저 초청받은 사람들은 농사와 목축과 혼사 등등의 집안 일로 잔치초청을 거절합니다. 그 잔치가 어떤 자리인지 몰랐거나, 무시한 것이지요. 그래서 주인은 거리를 배회하는 가난한 사람들과 눈먼 사람들과 다리를 저는 사람들을 데려다 잔치자리를 채웠습니다. 쉽게 말하면 손님 대신에 거지로 자리를 채운 것입니다. 이 비유의 손님은 바리새파 유대인들이고, 거지들이란 유대사회의 약자들을 의미합니다.
그래도 자리가 남아돌자, 주인은 변두리까지 나가서 아무나 데려다가 <내 집을 채우라!>고 명령합니다. 바로 천대 받는 이방까지 그 잔치에 들어오게 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내린 결론이 “초대를 받은 사람들 가운데는 아무도 나의 잔치를 맛보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입니다. 이것은 여기 모인 당신들 바리새인들은 하나님 나라에서 음식 먹을 복을 아무도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선언입니다. 이 비유의 문자적이고 역사적인 해석은 이렇게 단순합니다. 하지만 잠깐의 묵상이 이 비유가 오늘 우리에게 주는 교훈으로 안내할 것입니다.
(묵상)
제 19회 <홈리스 월드컵>(Homeless World Cup)이 올 해 9월 중순에 한국에서 열린답니다. 세계 49개국 64개 팀이 참여해서 일주일 동안 한양대학교 운동장에서 경기를 진행합니다. 말 그대로 세계 홈리스들의 4:4 풋살 경기이고, 한국선수단은 자립위기 청소년, 가정 밖 청소년, 난민, 이주민 등등 주거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로 팀을 구성한다고 합니다.
이 내용은 영화로도 나와서 국산영화는 <드림>으로 개봉되었고, 올해 <The Beautiful Game>이라는 제목으로 영국 홈리스들이 이탈리아 대회에 참석하는 내용으로 개봉되었습니다. 주인공 비니는 영국 프로팀 선수였다 퇴출당해 홈리스가 된 축구선수 출신입니다. 집은 없어도 차에서 먹고 자고 합니다. 그래서 홈리스 월드컵에 나가면서도 자신과 홈리스들을 차별합니다. 그러던 그가 경기과정을 통해서 홈리스를 이해하고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할 지를 발견하게 된다는 내용의 줄거리입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 축구대회를 통해서 희망 없이 살던 홈리스들 약 150만 명이 자기의 길을 찾았다고 합니다. 박지성의 맨유 동료였던 베베도 포르투갈의 홈리스였습니다. 많은 사회적 단체들의 후원과 각 나라 홈리스 축구단의 헌신으로 홈리스들을 초청해서 그들이 주인공이 되어 경기를 하게 한다는 것이 마치 오늘 본문의 비유내용처럼 느껴지는 것은 비단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올해는 광복 79주년입니다. 동시에 분단 79주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설교 마침기도를 한국교회협의회가 준비한 공동기도문으로 드릴 것입니다. 수년째 남북의 교회가 대화를 못해서 또 다시 단독으로 만든 평화통일 기도문입니다. 우리도 정말 안타까운 역사를 살고 있지만, 그리스도교의 주요 중심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계속되는 전쟁 속에서도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이 너무나 큽니다. 또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전쟁 속에서 역시 어린이와 약자들은 여전히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때 그리스도인들은 어느 한 편을 들것이 아니라 평화의 편에 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께서 초청하실 때에 그 손을 잡을 사람이 누구인지 보이지 않습니까? 강자들은 자기들의 힘으로 문제를 다 해결하려고 합니다. 힘으로 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공격과 보복의 순환 속에서 공포에 떨던 약한 이들은 이미 자기들의 집마저 잃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갈 곳을 잃어버린 사람들로 주님께서는 당신의 집을 채워 가실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전쟁보다는 평화를, 갈등보다는 화해를 소망하는 사람들의 편에 서야합니다. 그렇게 손잡고 함께 하나님 나라의 음식을 먹는 복을 누려야 하겠습니다.
2024년 8월 11일
홍지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