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길이 구만리인데도 배아픈건 못참겠다?
앞길이 구만리다.' 살아갈 길이 막막할때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1리(里)는 약 3.927km, 9만 리면 35,345.4545km다.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가 4만km이니, 얼마나 먼 거리인지 짐작할 수 있다.
구만리의 유래는 중국 천지창조 중의 하나인
'반고신화'에 의하면 태초는 하늘과 땅이 한데 섞인 어두운 알과 같은 모습이었는데, 알속에서 잠자던 거인 ‘반고’가 도끼로 알을 깨고 나오면서 하늘과 땅이 갈라졌다.
반고는 하늘과 땅이 다시 붙지 않도록 하늘과 땅을 받쳐 들었는데, 반고의 키가 날마다 1장(3.03m)씩 자라나 하늘과 땅은 나날이 멀어지게 되었다. 반고는 무려 1만8천 년 동안 하늘과 땅을 받치고 있었고, 떨어진 하늘과 땅의 거리가 바로 9만리다. 이후 아득하게 먼 거리를 뜻하는 말로 ‘구만리(九萬里)’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우리의 노래에도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란 가사가 있었고, 참고로 1만 8천년전은 구석기 시대로 시베리아의 개 미이라와 제주도 수월봉 지진이야기에 연관되는 숫자이다.
우리 속담에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하였다. 왜 배가 아플까? 사촌은 아버지간 형제라 매우 가까운 피붙이여서 잘되면 콩고물이 떨어질 수 있을텐데도 그런다.
그래서 '배고픈건 참아도 배아픈 것은 못참는다'고도 하였을까? 그렇다면 직접 피를 나누지 않은 사람에게서 느끼는 질투심은 말할 것도 없겠다.
5000년 역사 동방예의지국이라며 스스로를 높이던 자긍심과 대치되는 속담이다. 하긴 요즘은 그런 자긍심과 속담마져도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고, 국민들의 정서에서 너무나 멀리 밀려나 버렸다.
소련의 농부가 길을 가다가 요술램프를 주웠다. 램프를 손으로 문지르자 요정이 나와 “소원을 말해보라”고 했다.
농부는 “내게는 소가 3마리밖에 없는데, 이웃 이고르에겐 10마리나 있다”고 하자, 요정이 “당신은 20마리의 소를 갖고 싶겠군”이라고 말했다. 농부는 답했다. “아니, 그보다는 이고르가 가진 소들 가운데 7마리를 죽여 주게나”
옛 소련의 개혁·개방 정책을 주도한 고르바초프 전 서기장이 미국무장관 베이커에게 했던 말로, 베스트셀러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빵 개수를 늘리기보다 똑같은 빵만 받으면 된다는 ‘이상한’ 평등주의에 빠진 국민을 상대로 개혁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하소연한 얘기란다.
그렇다면 소련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 원인은 무엇일까. 이념만이 아니다. 국민에게 자립의 힘과 기회를 박탈한 결과였다.
실현 불가능한 이상을 제시한 뒤 희망 고문을 통해 빈곤을 고착시키고, 결국 자립할 능력을 잃은 국민에게 각종 복지로 둔갑시킨 시혜성 포퓰리즘으로 중독시키는 방식이다.
고기를 잡는 방법은 가르치지 않고 고기만 나눠주면서 사람을 길들이는 것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이념인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배분받는 사회'는 절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소련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남의 소를 죽여버리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회사도 부자도 배아프니 모두 망해 나처럼 되라고?
그래도 뺏어먹든 얻어먹든 배를 채우려면 전체적 파이(Pay)는 커야하지 않겠는가?
예전엔 우리나라보다, 아니 미국에 버금가거나 미국보다 잘살았던 나라들이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시리아, 이라크, 쿠바, 필리핀, 리비아, 남아공, 그리스,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나무루 등이다.
이중에서도 필리핀, 그리스, 남아공은 6.25때 우리나라에 군대를 파견했던 참전 16개국에 포함되는 나라여서 우리가 그들에게 빚진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들 일부 국가는 석유나 금 등 부존자원이 많았다. 이들 국가가 가난하게 된 것은 배아픈 사람들이 램프에 소원해서 그런게 아니고, 공통점은 독재나 부정부패, 내전 그리고 사회주의 정책에 의한 포플리즘에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전 세대에는 모두가 열심히 일하였으나 근래들어 일부 젊은이들이 힘든 일을 기피하고, 정부의 무상 지원을 기대하는 등 근로의욕이 저하되었다.
세계 각국이 그렇듯 갈수록 빈부격차가 커지고, 가난한 사람들의 삶은 생존한계의 임계치를 향해 간다. 거기다 더해지는 고령화 저출산...
정권유지를 위해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포풀리즘 정책으로 앞에서의 국가들과 같은 시행착오를 겪어 우리네 자식, 손자세대가 가난에 찌든 환경에 빠져들까 두렵다.
삼성이 사만전자가 되고,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된단다. 우리경제의 허리춤이 내려 안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예나 지금이나 램프(허황된 희망)와 정치인이란 믿을게 못된다.
앞길이 구만리다. 거꾸로 말하면 삶은 구석기 시대부터 힘들었단 말이된다. '앞길이 구만리인데도 배아픈건 못참겠다' 해서는 안된다.
어째든 내삶은 내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열심히 노력하고, 모자란건 신의 은총을 기대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