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식공작소 출판사 장선희 입니다.
지겹도록 내리던 비가 그치고 나니 높고 맑은 하늘이 보이네요.
그동안 달리고 싶어서 병이 나셨던 러너분들 많이 계시죠?
이제 높은 하늘을 바라보시면서 맘껏 달려보세요.
절대 무리하시면 안 되구요.^^
이번주에 지식공작소 마라톤 7번째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나는 왜 달리는가?”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책입니다.
러너분들에게 많은 도움되길 바랍니다.
안녕히 계세요.
지식공작소 장선희 올림.
천천히 달려라
-걷거나 달리면서 생각하는 몸과 마음의 철학-
시리즈명: 지식공작소 마라톤 7
원제: No Need for Speed
지은이: 존 빙햄
옮긴이: 홍은택
신국판 328쪽, 12,000원, 지식공작소 발행
ISBN: 89-5671-004-X
발행일: 2003년 8월 21일
담당자: 장선희 02-7474-001, shjang@eeel.net
◆ 이 책을 지은 저자와 이 책을 번역한 역자의 비교
저자와 역자는, 감히 비교하자면, 정반대다. 저자는 그 오랜 달리기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마라톤 기록이 5시간대에 머물러 있다. 반면 마라톤 4년차인 역자는 마라톤 기록이 3시간 30분대다. 그것도 역자는 마라톤을 바로 하프코스에서부터 시작했으며(저자는 5km 대회부터 시작) 시작한지 6개월 만에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리고 1년도 안 돼 3시간 31분을 기록했다. 그 이후 1년 6개월 후 철인 3종 경기 풀코스를 12시간 40분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이 같은 차이는 두 사람의 신체적인 조건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의 몸은 키 150cm인 사람의 다리와 키 190cm인 사람의 몸통으로 이뤄져 있다. 그래서 그를 펭귄이라고 부른다. 역자의 몸은 반대로 키 190cm인 사람의 다리와 키 150cm인 사람의 몸통으로 이뤄져 있다. 굳이 부르자면 황새다. 저자가 달리기를 시작할 무렵의 체형은 키 170cm에 몸무게 109kg이었던 반면 역자는 달리기를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키 181cm에 몸무게 68kg을 유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저자는 달리기보다는 역도에, 역자는 역도보다는 달리기에 매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달리기는 저자에게는 어웨이 게임인 반면 역자에게는 홈 게임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차이점은 마라톤과 인생을 받아들이는 태도다. 그는 늦게 들어올지 모르지만 더 오래 마라톤의 기쁨을 즐긴다. 역자는 결승선을 통과하면 3시간 30분의 벽을 깨지 못한 원통함으로 기분이 울적해진다. 역자보다 더 늦게 시작했지만 더 빠르게 기록을 단축한 사람들은 주위에 널려 있다. 항상 그들과 비교하게 된다. 나보다 다리도 짧고 몸은 무거운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추월당하는 기분은 썩 유쾌하지 않다.
그 뒤 2년 동안 이런 저런 사정으로 3시간 30분의 벽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한번은 대회에 러닝화를 깜빡 잊고 안 가져가는 바람에, 한번은 갑자기 전쟁을 취재하러 외국으로 불려가는 바람에 기록 단축의 기회를 놓쳐버렸다. 그러다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출전한 대회에서 오히려 기록이 20분이나 늘어나는 아픔을 겪은 적도 있다.
저자는 자신의 달리기 자세를 뒤뚱거리는 것으로 묘사했다. 결승선에 언제 도착하는지는 중요치 않다. 모든 사람보다 더 뛰어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자신의 최상이 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 결승선이 눈앞에 보일 것이다. 결승선을 통과한 후에는 오래 그 순간을 만끽하고 싶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인생은 출발선과 결승선 중간 어딘가에 있다. 결승선에 오래 머물 수 없다. 다시 출발을 준비해야 한다. 인생은 끊임없는 마라톤 대회들의 연속이다. 한 대회에서의 좋은 기록이 다른 대회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반면 여러 차례 실패와 좌절을 겪더라도 다시 참가신청서를 낼 수 있다는 태도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