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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한 사랑이야기로 세계적인 공감을 얻은 네오리얼리스트 무치노 감독은 영화에 등장했던 다섯 커플들의 10년 뒤 이야기를 다룬 <키스 미 어게인>으로 이번에는 한층 더 성숙해진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라스트 키스>의 다섯 커플 가운데 10년 뒤 제대로 살고 있는 이들은 하나도 없다.
카를로는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믿었던 줄리아와 현재 이혼 수속 중이다. 그들 사이를 이어주는 건 딸 스베바 뿐.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서 응급실에 실려 간 카를로는 자신이 줄리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고, 그녀와 다시 합치려 하지만, 그녀 곁에는 이미 다른 남자가 있다. 불임으로 고민 중인 마르코 부부. 예민한 아내를 다독여주지 못하는 전형적인 마초 남편 마르코에게 점점 멀어지게 된 베로니카는 우연히 어릴 적 친구인 로렌조를 만나게 되고, 자유분방한 예술가인 그에게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다. 불쑥 가정을 떠나 10년 동안 버려두었던 아내와 아들을 찾아 고향에 돌아온 아드리아노. 친구들은 그를 반갑게 맞아주지만 가족은 그를 원망하고 거부한다. 아드리아노가 어떻게 해서든 관계를 회복하려고 애쓰는 가운데, 그 동안 숨겨왔던 아내의 비밀이 드러나는데…
과연 이들은 10년 전의 뜨거웠던 사랑과 인생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인생의 중반에서 결혼, 직장, 육아 등의 힘겨운 의무를 힘겨워하는 세대들을 위한 현실적인 로맨스를 그려내고 있는 <키스 미 어게인>은 “인생을 다시 시작하기엔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격려와 희망을 넌지시 건넨다. 등장인물들이 과거에 저지른 돌이킬 수 없는 실수, 미숙했던 시절의 시행착오를 만회할 수 있는 ‘인생에 찾아온 두 번째 기회’를 강조하면서 사랑이 있다면 아직 희망이 있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 깨닫지 못했던 진정으로 소중한 것들을 일깨우는 <키스 미 어게인>은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느끼는 사랑, 죽음의 문턱에서야 소중함을 알게 되는 인생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 20년 후 다시 이뤄질 수 있을까? <베스트 오브 미>
< 베스트 오브 미>는 멜로 소설의 거장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동명 원작소설을 영화한 기대작이다. 니콜라스 스파크스는 ‘노트북’, ‘워크 투 리멤버’, ‘병 속에 담긴 편지’, ‘디어 존’ 등 출간작품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자리를 놓치지 않는 작가다.
헤어진 첫사랑과의 재회를 다룬 이 작품은 할리우드 판 <건축학개론>이라 할 수 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상습 구타로 상처를 안고 자라온 고교생 도슨은 마을 갑부 딸인 아만다에게 첫눈에 반한다. 아만다는 도슨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헌신적인 소녀. 두 사람은 모든 것을 바쳐 서로를 아끼고 사랑을 키워간다. 그러나 도슨은 사촌 결혼식 날,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면서 감옥에 가게 되고 아만다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돌이킬 수 없는 이별. 그리고 20년 만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두 사람은 재회하게 되는데. 여전히 서로를 향한 애틋한 감정을 간직하고 있는 두 사람.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10대의 아만다와 도슨이 서로의 사랑을 키워가고, 20년 후 다시 만나 변하지 않은 사랑의 감정을 확인하는 공간인 뉴올리언스 주의 아늑한 집은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영화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천재소년의 감동 실화 <네이든>
“이상해요. 장메이와 같이 있을 때는 뇌의 작용이 평소와 달라져요.”
발달장애를 가졌지만 수학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네이든은 갑작스런 사고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 버린다. 그런 그가 국제 수학올림피아드 영국 대표로 선발돼 대만의 합숙 훈련소에서 만난 중국 소녀 장메이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건 여태껏 숫자로 세상을 이해한 네이든에게 수학공식으로 풀리지 않는 이상한 감정이다.
캠브리지대학에서 열리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회 날, 시험지를 받아 든 네이든은 시험을 치르지 않고 중국으로 돌아가겠다며 떠난 장메이를 생각하며 아버지의 죽음에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왈칵 쏟는데…
영화는 ‘다니엘 라이트윙’이라는 실존 인물의 삶을 모티브로 제작돼 감동의 깊이를 더한다. <네이든>은 단순한 소년소녀의 풋내기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사랑을 느낀 네이든이 굳게 닫았던 마음을 열고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무척 사랑했던 아빠의 죽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가면서 성장하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또, 각각의 상처를 지니고 있는 인물들이 서로를 보듬고 치유 받는 과정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며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준다.
여기에 네이든 역을 맡은 아사 버터필드와 네이든의 엄마 역을 맡은 샐리 호킨스 등 연기파 배우들의 앙상블도 볼만하다. 아사 버터필드는 <휴고>, <엔더스 게임> 등으로 뛰어난 연기를 보여왔고, 최근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 받는 기대주다. 샐리 호킨스는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과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등을 수상하며 대체 불가능한 명품 여배우로 손꼽힌다. 우디 앨런 감독의 <블루 재스민>에서 섬세한 연기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한여름 밤의 꿈이 이렇게 낭만적일 수가! <한여름의 판타지아>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일본의 지방 소도시인 나라현 고조시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여자와 일본남자, 그들의 신비로운 인연과 한여름의 불꽃놀이처럼 번지는 마음의 파동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속 사랑이야기는 극중 감독이 꾼 꿈의 내용이다.
영화감독 태훈은 새 영화를 찍기 위해 조감독 미정을 데리고 일본의 지방 소도시인 나라현 고조시를 찾는다. 쇠락해 가는 마을 곳곳을 누비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을 답한다. 떠나기 전날 밤, 태훈은 이상한 꿈을 꾼다.
한국에서 혼자 여해 온 혜정은 역전 안내소에서 아버지의 고향, 고조시에 정착해 감을 재배하며 사는 청년 유스케를 우연히 만난다. 가이드를 자처한 그와 함께 걸으며 길 위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어느새 해가 지고 별이 뜨는 밤, 유스케는 혜정에게 자신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고백한다.
“오늘 밤 불꽃놀이 축제에 같이 갈래요?”
<회오리바람><잠 못 드는 밤>에 이어 세 번째 작품 <한여름의 판타지아>까지 장건재 감독의 전작을 초청한 로테르담영화제는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골목골목에서 조심스럽게 꽃피는 로맨스”라고 평했으며, 예테보리국제영화제는 “고조시의 아름다움을 훌륭하게 담아낸 영상미가 돋보인다. 당신의 가슴에 오래 남을, 잊을 수 없는 영화”라는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낯선 여행지에서 꽃핀 남녀의 사랑이 한여름 밤의 꿈처럼 아련한 추억으로 남는 감성로맨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