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커피 메카(갑판장 마음대로)인 아라비카를 찾아가다 보니 죽도시장이 지척인 동네입니다. 걸어서 2~3분 이면 시장 입구에 다달으니 아라비카를 방문할 때 죽도시장도 함께 둘러 볼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죽도시장을 먼저 둘러 본 후에 아라비카에서 한숨 쉬었다 가는 것이 더 낫지 싶습니다. 갑판장네는 경산에서 이른 점심식사 마친 후였기에 아라비카를 먼저 들렸습니다.
남산정육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빵빵하 게 먹은 후이기도 하고 또 저녁식사를 포항의 거래처분들과 함께 해야 하기에 포항의 명소라는 죽도시장 구경이 그닥 흥미롭지 않았습니다. 시장을 구경하는 재미는 어슬렁거리다 눈에 든 것을 흥정하기도 하고, 먹자골목에서 이런저런 별미를 맛보는 것인데 저녁에 무엇을 얼마나 먹을 지 모르니 미리 배를 채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사정이 이러니 신나고 재밌어야 할 죽도시장 구경이 마치 아무런 내기 없이 치는 민화투 마냥 허무할 뿐입니다. 바로 눈 앞에 보이는 문어도 성게도 고래도 박달대게도 물회도 이시가리 조차도 그저 그림 속의 풍경일 뿐이니 말입니다.

고래육회/경북 포항
연휴에 주말까지 겹친 날이라 포항 인근의 호텔이나 콘도는 진작에 동이 났고, 펜션이나 입소문이 난 모텔마저도 예약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저런 궁리 끝에 현지 사정에 밝은 거래처 사장님께 숙소를 알아 봐 줄 것을 부탁드렸더니만 대번에 자신의 집에서 묵으라십니다. 갑판장 혼자라도 마음에 편치 않을 터인데 가족과 함께라 더욱 불편하여 완곡히 사양을 하였습니다. 일단은 거래처의 위치를 미리 확인한 후에 거기서 가까운 동네에 있는 모텔중 시설이 좋아 보이는 신축모텔을 몇 곳 둘러 보곤 그 중 나은 곳의 가족실을 하나 얻었습니다. 킹사이즈 침대와는 별도로 이불 두 채를 깔고도 여유가 있는 큰방이라 하룻밤 묵어 가기에 그닥 불편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2인용 월풀욕조가 있는 욕실과는 별도로 화장실이 따로 있어 4인 가족이 사용하기에 편리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야시시한)모텔이 처음이시라 처음에 좀 꺼려하시는 눈치셨는데 막상 방을 보시곤 만족해 하셨습니다.
차가 있다면 궂이 물가가 비싼 관광지에서 숙소를 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 직접 취사를 하지 않을 작정이라면 콘도나 펜션이 아니어도 그닥 아쉬울 게 없습니다. 차라리 시내의 다운타운에 숙소를 정하는 것이 오히려 편리한 점도 여럿 있습니다.


시노미네(사케)와 대게/경북 포항
숙소에서 거래처까지는 택시로 이동을 했습니다. 요금이 4천원도 채 안 나오는 거리입니다. 서울에서 미리 사케 두 병을 쿨러에 담아 왔습니다. 한 병은 거래처 사장님께 드릴 선물이고, 또 한 병은 함께 나눠 마시며 친분을 돈독케 할 용도입니다. 자리를 함께 했던 거래처의 사장님과 사모님, 실장님 모두 몹시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역시 잘 가져왔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사장님께 선물로 드린 사케는 옆 자리로 가져가셔서 지인들께 자랑을 하곤 그 자리에서 바로 개봉을 하시더군요.

물곰탕/경북 포항
가족여행인줄 알고 끌려 온 딸아이는 엄마, 아빠가 저녁내내 거래처분들과 어울리니 옆에서 온갖 짜증을 부리다 결국 심통이 났습니다. 하는 수 없이 아빠가 딸아이를 숙소에 데려다 주고 올 수밖에요. 딸아이만 혼자 모텔에 두고 오기가 뭤해 졸지에 잘 드시고 계시던 어머니께서도 함께 자리를 털고 일어 나셨습니다. 에잉~ 참으로 못 된 딸이요, 손녀입니다. 마침 물곰탕이 나오던 참이었는데 그게 눈에 밟히셨는지 어머니께서 나중에 넌즈시 물어 보시더군요. 아마 어머니께서는 김치를 넣고 칼칼하게 끓인 강원도식 물곰탕만 드셔 보셨지 싶습니다. 경상도에선 물곰탕을 주로 맑고 담담하게 끓이는데 말입니다.
후일담입니다만 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에서 어머니께 대게가 드실 만 하셨냐 여쭈었더니만 역시나 갑판장이 예상했던 대로 기대했던 것보다 작았던 크기에 약간은 섭섭하셨나 봅니다. 최근에 시청하신 프로그램중에 왕년에 잘 나갔던 배우 이영하씨와 역시나 왕년에 더 잘 나갔던 농구인 박찬숙씨가 가상 재혼을 하여 대게로 유명한 강구항에서 솥뚜껑 만한 대게를 먹는 장면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차근차근 설명을 해 드렸습니다. 일단 대게는 다른 게보다 커서 大게가 아니라 다리가 대나무의 마디를 닮았다 해서 대(竹)게라는 것과 또 비싼 해산물의 대명사 격인 굴비와 마찬가지로 대게 역시 크기가 커질수록 값도 기하급수적으로 비싸진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선물용(혹은 청탁용)으로는 큰 대게를 선호하지만 일반적으로 먹을 때는 보통 사이즈의 대게를 많이 먹습니다. 더욱이 자리를 마련하고 대게를 준비한 이가 포항에서 수산물을 전문으로 취급하기에 속이 꽉찬 대게로 알차게 준비를 했으니 어설픈 대게(뻥게)보다 훨씬 맛있는 것이었노라고 말입니다. 대게의 속장도 어찌나 좋은지 맨입에 마구 퍼 먹어도 전혀 짜질 않았습니다. 암튼 어머니께서는는 고래육회나 물회 따위는 드시는 둥 마는 둥 하셨지만 대게는 아주 포식을 하셨습니다.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그제 오후 4시경에 강구막회에서 포항의 파파존스로 전화를 해서 포항의 모처로 피자 다섯 판을 배달 시켰다나 뭐라나...그래서 그 쪽 직원들이 맛나게 먹었다나 뭐라나...험. 험.
첫댓글 우씨~ 거의 다 썼는데 갑자기 컴퓨터가 지 혼자 로그아웃 되는 바람에 몽땅 사라졌습니다.
내 글 돌리됴~
그냥 잘랍니다. ㅠ.,ㅠ
중간중간 임시저장을 생활화 하셔야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실겁니다.
저희 집은 아직도 한랭전선이 떠나질않네요.
개차반 1덩이 추가요.
5월이라 대개도 끝물에 가까울터인데 실한 놈을 드셨다니 부럽습니다 ^^;; 꽃게라도 쪄서 먹어야 될듯 합니다 ^^
부디 꽃게라도 꼭 챙겨 드시길~
아님 꽃게랑이라도 한 봉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