戊丙己丙
戌子亥寅
제 사주에 戌, 亥, 子 가 있고
戌, 亥가 공망이어서였을까요?
그저 제 운명이 궁금해서 였을까요?
아니면 제 사주 중 삼주가 주우재 씨와 같은데 다른 삶을 사는 이유가 궁금해서였을까요?
사주를 처음 접하게 된 건 대학생 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싸이월드의 시대였고... 네이트가 네이버보다 잘나갔던 시대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네이트의 수많은 서비스 중 '네이트 운세'로 무료 사주를 보면서 신기해했던 적이 생각나네요.
무료 사주이니만큼 지금 생각하면 조금 터무니 없는 글들이 많았지만
어쨌든 그때부터 였던 것 같아요.
'난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20대 초반의 저는 그런 고민이 많았습니다.
어머니는 참 좋으신 분이지만.. 아버지는 집보다는 밖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을 더 많이 신경쓰던 분이었죠.
(아버지는 저와 같은 병자일주이지만.... 참 저와 많이 다른 조선시대 분이신...ㅋㅋ)
대학교에 올라갈 때 아버지가 다니시던 회사가 부도가 나서 4년 내내 학자금 대출을 끼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빨리 일해서 돈을 벌어야 겠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ROTC에 합격해서 졸업하자마자 저는 군인으로 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만만치 않더군요.
선배들의 갈굼, 부사관들의 텃세와 알력 싸움, 정말 다양한 인생을 살아온 소대원들.
지금과 달리 내성적이고 소심했던 저에겐 하루하루 참 힘들었던 군 생활이었습니다.
덕분에 성격이 완전히 바뀌어서 결론적으로는 그 경험들이 득이 되긴 했지만
편안하게 생활 잘 하는 동기들 보면 부럽기도 했고.. '난 왜 이럴까' 라는 생각도 많이 하던 때였습니다.
어느날은 당직을 서는데 2년 선배가 불시 순찰을 돌다가 와서는
총기 보관함에 총 하나가 살짝 비뚤어져 있다고 꼬투리를 잡더군요.
(완전 고문관. 동기 4명 중에 저만 단기라 항상 저만 갈구던..)
새벽 2시에 '니 위로 내 밑으로 집합' 소리를 듣고 간부숙소의 선배, 동기들 방문을 두드리면서
1년치 욕을 다 먹었던 날.. 상황이 다 끝나고 3층이었던 중대 막사로 돌아왔는데
심란한 마음에 담배피러 옥상에 갔다가 정신차리고 보니 제가 난간 위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서 놀란 마음 진정시키고 안되겠다 싶어서 그날부터 긍정에 관련된 책들만 수백권을 읽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이후로는 부정적이고 우울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게 되더라구요...
전역 후 30살까지 보험설계사, 중소기업, 은행으로 다 1년을 못버티고 3번의 이직이 이어졌습니다.
사람이 힘들고 일이 안 맞고 그러더라구요.
10대는 내성적인 성격에 일진 애들한테 시달리면서 힘들었고
20대는 일, 사람, 금전적으로 다 힘들었어서 저는 제가 문제인 줄 알았습니다.. ㅋㅋ
지금 제 사주를 보면 '그래서 그랬구나'라며 생각하고 그때의 경험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구나 하며
지금은 평안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확실히 30대부터 조금씩 상황이 좋아지더군요)
그전까지는 사주 어플로 그냥 프로그래밍된 사주를 보며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30살에 전 회사로 4번째 이직을 하고 이번엔 오래 다녔죠. 처음으로 대학생활보다 긴 회사생활을 작년까지 8년 정도 했습니다.
처음 몇년은 정말 재미있게 일했어요. 일도 재미있고 사람들도 좋았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3년 전(경자년).. 일은 많아지는데 슬럼프는 오고.. 조금 지치다보니 제 남은 인생에 대해 조금씩 궁금해지더군요.
'내가 회사원이 되기 위해 태어난 건 아닐 것 같은데...'
다행히 배우는 건 좋아해서 당시 근처 대학에 있는 평생교육원에 사주 기초강의를 들으며 어느정도 기본 지식은 깔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작년이었습니다. 과장 승진에 2년 연속 떨어지면서 멘붕이 제대로 오더군요.
누가봐도 일은 못하는데 손 비비면서 아양 떨던 사람들만 올라가는거 보면서
'난 지금까지 뭘 한 건가' 싶어 번아웃이 왔습니다.
번아웃도 처음인데 불면증에 우울증까지 세게 와서 술을 달고 살았습니다.
아침에 눈뜨면 출근하기 싫고.. 억지로 출근해서도 무기력하고.. 퇴근하면 술.. 술을 마셔도 잠은 안오고
저 승진 안시킨 부서장(놈) 원망만 하며 몇달을 그렇게 살았던 것 같아요.
깨달았죠. 아 이거 예전에 이직할 때 느끼던 그거다. '옮겨야겠다'
근데 나이도 이제 삼십대 후반인데 남들이 볼땐 잘다니던 공기업 때려치운다고 하니 주변 반발은 둘째치고 저도 겁나긴 하더라구요..
그때 이 카페도 가입하고 난 뭘 먹고 살아야할까 질문도 하고 정보도 많이 찾으면서 제 사주를 직접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알게된 게 모델 겸 방송인 주우재 씨가 저랑 삼주가 같더라고요.
궁금해졌어요. 저 사람은 뭘까?
삼주가 같은데 나는 회사원으로만 살아온 반면에 저 친구는 왜 나랑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지금은 그 답을 알게 되었죠.
사주가 같든 환경이 다르건 어쨌건.. 사주는 네비게이션일 뿐 운전자가 가고싶은 길을 가면 삶은 달라지니까요.
그렇게 제 달란트를 자세히 살피게 되고 좋아하는 일과 하고싶은 일을 찾게되어 어쩌면 제 인생에 가장 큰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회사원이 되기 위한 교육만 받고 살아왔던 지난 시간이 조금 아깝기는 하지만 이 또한 언젠가 제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글쟁이로 성공할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르겠지요.
다만 분명한 건 작년에 그렇게 '업의 전환'을 하면서 제 주변 환경과 가치관이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관' 가까이 있어야 되는 팔자인 줄 알았는데 지금보니 저는 저 혼자 일하는 게 제일 좋더라구요
돌아보면 아무리 친했던 선,후배들과도 그 사람들 일하는 방식이 마음에 안 들었던 적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ㅋㅋ
오늘도 글을 쓰다가 비도 오고 센치해져서 옛날 생각이 난 김에 몇자 적는다는 게 말이 길어졌네요.
지난번에 올렸던 글처럼
병인년, 기해월, 병자일에 무술시로 태어난 저라는 사람.
이 여덟 글자로 풀어갈 수 있는 제 인생은 무엇일까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면서 문제 풀듯이 살아가려 합니다.
카페에 보면 힘든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동 트기 전의 시간이 제일 어둡다고 합니다.
지금 당장은 힘들고 답답하시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지금의 시간을 돌아보며 '그땐 그랬었지' 하고
웃게 되실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주저리주저리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개운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