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봄이다. 지리산에 복수초가 피었고, 통도사에 자장매가 만개했다. 계절은 꽃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봄은 새로운 출발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아들에게 몇 가지 조언했다. 첫째는 성실이고, 둘째는 원칙이고, 마지막으로 사람 사이의 관계(關係)에 관해 이야기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수많은 인연 속에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웃기도 하겠지만, 때때로 새 인연들이 찾아오는 법이다. 자신을 소모 시키는 관계에 미련을 두지 말고, 자신의 에너지를 아껴서 너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에게 더 집중해야 한다. 환갑 가까운 나이를 살아보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조금 손해 보는 듯 사는 게 이득일 때가 많았다. 하지만 친절을 당연히 여기는 무례함에는 단호해질 필요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봄이 오면 미련 없이 떠나는 추위처럼...
2026년 병오년(丙午年) 넷 꼭지째 칼럼으로 졸업하는 큰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와 함께 관계(關係 :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음)를 이루고 있는 한자를 풀이해 본다.
빗장 관(關)은 관문, 빗장,‘문을 닫는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로, 문 문(門)에 북에 실 꿸 관(𢇇)이 더해진 글자다. 문 문(門)은 문이나 집안, 전문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門자를 보면 양쪽으로 여닫는 큰 대문이 그려져 있다. 지게 호(戶)자가 방으로 들어가는 외닫이 문을 그린 것이라면 門자는 집으로 들어가는 큰 대문을 그린 것이다. 門자는 문이라는 뜻도 있지만, 이외에도 집안, 문벌과 같이 혈연적으로 나뉜 집안을 일컫기도 한다. 문전(門前: 대문 앞), 문객(門客: 집 안에 있는 식객), 문회(門會: 문벌의 모임)가 좋은 용례이다.
북에 실 꿸 관(𢇇)은 작을 요(幺)를 두 개 겹쳐 만든 작을 유(𢆶)에 쌍상투 관(丱)이 결합 된 글자다. 𢆶는 작은 마늘 두 쪽을 표현한 것으로, 매우 작은 것을 의미하고 丱은 어린아이의 머리털을 좌우로 갈라, 머리 위에 두 개의 뿔같이 잡아맨 모양 즉, 두 개의 상투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빗장 관(關)을 다시 종합적으로 풀어보면, 關은 본래 문의 빗장을 가리켰다. 빗장으로 문을 닫아서 다른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게 하므로 關에는‘왕래할 때에 반드시 지나는 길’이라는 뜻이 있다. 가령, 수입 혹은 수출하는 화물은 모두 稅關(세관)을 통과해야 한다. 오래전에 관문은 일반적으로 험준한 곳에 있었다. 정부에서는 관문 위에 성벽이나 대문을 세우고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였다. 만리장성에는 이러한‘관문’이 많이 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만리장성의 동쪽 시작점인 산해관(山海關)이다. 산해관은 연산(燕山)과 발해(渤海)의 중간 지점에 있는데, 이곳은 만리장성의 시작점일 뿐만 아니라, 중국 화북지방에서 동북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통로이다. 이 때문에 고대의 전쟁이 여기에서 많이 발생했다. 그래서 산해관은 또‘천하제일의 관문(天下第一關)’이라고 부른다.
맬 계(係)는 매다, 연관되다, 끈, 줄, 계(사무 구분에서 가장 하위 단위)라는 뜻을 가진 글자로 사람 인(人)에 이을 계(系)가 결합 된 한자이다.
사람 인(人)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태아기, 조금 성장한 유아, 아동기를 거쳐 손과 발의 발육이 완벽해진 성인기에 이른 원숙한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서 있는 모습을 옆에서 본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이미 두 발로 온전하게 서서 각종 행위를 온전하게 행하기 때문에 사람과 관련된 한자를 파생시켰고, ‘사람’,‘인품’, ‘남’의 뜻을 가지고 있다. 인간(人間: 사람), 인품(人品: 사람의 됨됨이), 인아(人我: 남과 나)가 좋은 용례이고, 人자의 변천 과정은 다음과 같다.
이을 계(系)는 실타래를 손으로 엮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잇다’,‘묶다’라는 뜻이 있다. 이렇게 실타래를 이어 묶는 모습을 그린 系자에 人자가 더해진 係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잇다’라는 뜻이다.
아들아, 관계의 ‘넓이’보다 ‘밀도’에 고민하거라. 디지털 시대에 클릭 한 번으로 맺어지는 가벼운 관계일지 모른다. 수천 명의 SNS 팔로워와 화려한 인맥들로 너의 가치를 증명하기보다는 네 곁을 지켜주는 단 한 사람의 온기가 너를 지켜줄 것이다. 인맥을 관리하여 애쓰기보다 진심을 축적하는 시간에 최선을 다 하길 바란다. 우리 가족은 늘 곁에서 응원하고 있다. 너의 새로운 앞날에 축복이 함께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갓 졸업한 아들과 함께 동시대 모든, 젊은이들이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의 첫 관문 산해관(山海關)을 잘 통과해 만리장성(萬里長城)과 같은 더 큰 사회에서 사람들과 아름다운 관계를 잘 맺어가며, 멋진 성인으로 거듭나길 바라면서 필자의 지인이 작사한‘관계(關係)’라는 노래를 소개해 본다.
관계 - 이달균 작사, 산울림 김창훈 작곡 -
// 혼자 이곳까지 걸어왔다고 말하지 말라 / 그대보다 먼저 걸어와 길이 된 사람들/ 그대의 이름을 밟고 이곳까지 왔느니 / 별이 저 홀로 빛나는 게 아니다 / 그 빛을 이토록 아름답게 하기 위하여 / 하늘이 스스로 저물어 어두워지는 것이다 //
| 關 | = | 門 | + | 𢇇 (𢆶 + 丱) |
| 빗장 관 |
| 문 문 |
| 실 꿸 관 (작을 유, 쌍상투 관) |
| 係 | = | 人 | + | 系 (丿 + 糸) |
| 맬 계 |
| 사람 인 |
| 이을 계 (삐침 별, 가는 실 사) |